"저, 저기요...""저는 그러고 싶은데, 혹시 싫으십니까?"그 한마디에 방울의 심장이 또 한 번 철렁 내려앉았다.싫다고 대답하면 그만이었다.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굴거나, 엉뚱한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면 될 일이었다.그런데 오늘만큼은, 그 어느 쪽도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후우─결국 방울이 택한 건, 입을 모아 초를 꺼버리는 것이었다.가느다란 불꽃이 흔들리더니 이내 자취를 감췄고, 어둑해진 주방에서는 희미한 잔향과 함께 적막이 내려앉았다.그리고 그 적막을 깨뜨린 건, 우암의 나직한 목소리였다."은방울 씨. 저요,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이미 사랑하고 있어요."깜짝 놀란 방울이 숨을 헉 들이켰다.사랑한다는 말이 이렇게 무거운 것이었던가.달콤한 말이라 믿었을 땐 가장 낯선 세상에서 살아야 했고, 결국 돌아온 것은 배신과 상처뿐인데.지금은... 적어도 지금은, 다른 의미로 심장이 뛰어대고 있었다."서우암 씨, 저는...."겨우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형편없이 떨렸고 말끝마저 눈에 띄게 흐려졌다.하고 싶은 말은 많았다.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누군가를 온전히 믿을 수도 없고, 사랑을 받는 법도 잊어버렸다고.그러니 괜한 마음을 품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런 생각들로 망설이는 사이, 대답은 우암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설득할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까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불이 꺼져서 참으로 다행인 순간이었다. 방울의 눈가는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었으니까."대신 이미 시작된 제 마음은 온전히 내버려두세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그 말이 끝나고도 방울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사랑조차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 도망칠 핑계를 찾던 마음이 조금씩 길을 잃고 있었다."마, 마음대로 하세요..."간신히 대답을 내어놓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 순간, 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미쳤지, 내가 진짜 미쳤지.'당신을 사랑해도 되겠느냐는 말에,
Last Updated : 2026-10-1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