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Chapter 81 - Chapter 90

121 Chapters

제81화

본가를 찾은 도균이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미순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쪼르르 달려나왔다."아들! 살이 왜 이렇게 빠졌어? 어? 피부색은 왜 이렇게 칙칙하고!""제 피부가 뭐요."답답했다. 생기 하나 없는 얼굴도, 모든 걸 내려 놓은듯한 목소리와 눈빛도."명색에 피부과 원장이라는 놈이!""배고파요, 밥이나 먹고 갈게요."신정이라 어쩔 수 없이 오긴 왔다만, 도균은 방울과 이혼 한 이후 어머니마저 미워졌다. 어머니라도 잘 해줬으면, 조금만 덜 엄격하고 덜 미워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익숙한 집 안에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었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도, 거실 한가운데 놓인 값비싼 장식장도, 명품이라 불리는 소파 역시도.문득 저 소파에 앉아 조심스레 과일을 깎던 방울의 모습이 떠올랐다.고운 손가락으로 과도를 쥐고, 먹기 좋은 크기로 과육을 잘라 접시에 가지런히 담던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데. 심지어 어머니가 좋아하는 과일은 씨를 일일이 발라내기까지 했다.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시어머니를 위해 그 정도 수고를 하는 것쯤은 며느리의 도리라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그런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오래도록 자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힐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뭐 하고 있어? 배고프다며.""예."식탁 위, 이것저것 음식들을 내어놓던 미순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도균을 바라보았다."어디 아픈 건 아니지?""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네요.""뭐라고? 부모 앞에서 못 하는 말이 없어!""맞잖아요. 몸이 아픈 거면 약이라도 먹고, 수술이라도 받아 고칠 수 있으니까요."미순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새해부터 무슨 재수 없는 소리냐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아들의 얼굴이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었다.여전히 은방울, 그 계집애 때문인가?이혼을 한 뒤부터 아들의 상태는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다.말수는 적어지고, 웃음은 사라졌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마저 변한 것 같았다.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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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1년 전,어느 날 갑자기 방울이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미친 계집애가 글쎄, 신경 안정제를 한꺼번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나 어쨌다나.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남들 눈에는 세상에 둘도 없는 잉꼬부부로 보여도 모자란 판국에, 며느리가 약까지 먹고 병원에 실려 갔다니.소문이라도 퍼지는 날에는 어쩌려고 이러는 건지.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을 땐, 생각보다 더 기가 막힌 광경을 마주하고 말았다.방울이 도균의 팔을 힘겹게 붙잡은 채 울부짖고 있었던 것."제발... 제발 이혼 좀 해주세요... 제발요...."쉰 목소리가 잔뜩 갈라졌다.퉁퉁 부은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고, 도균의 팔을 붙든 가느다란 손가락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떨리고 있었다.“이러다 정말 죽을 것 같아요. 나, 나 진짜 더는 못 하겠어요...”“은방울.”“해달라고...! 그러지 않으면 차라리 죽어 버릴 거야.”그 처절한 외침에 미순은 병실 안으로 들이닥쳤다.“야!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미순의 고함에 방울이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입술은 몇 번이나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달싹거렸다.더는 울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이 사람들 앞에서만큼은 말이다."어머니, 저희 이혼하겠습니다."미순은 놀라긴커녕 오히려 헛웃음을 터뜨렸다."얘, 주제 파악이란 걸 해. 네까짓 게 이혼을 요구할 처지가 된다고 생각해? 빈털터리로 쫓겨나도 할 말 없는 주제에 어디서 감히!"쏟아지는 독설에, 방울의 싸늘한 눈빛이 미순을 꿰뚫었다.언제나 순하게 웃으며 고분고분 대답하던 며느리의 얼굴이 더는 아니었다."엄마, 나가요. 일단 나가 계시라고요!"도균은 미순을 데리고 병실을 나가려고 애를 썼지만, 미순의 분노는 이미 들끓고 있었다.그리고 그때, 방울의 입에서 결국 참지 못한 말이 터져 나왔다."저, 다른 남자랑 잤어요."순간 도균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가셨고, 미순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며느리를 노려보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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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죄송해요...”간신히 흘러나온 한마디에 미순의 눈이 커졌다.여태껏 어떤 잘못을 저지르던 스스로 이런 말을 한적이 없었던 아들이었다.지금의 이 사죄는 은방울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전부 다 사실이라는 뜻과 같았다.“뭐?”“다... 다 제가 잘못한 거예요.”다리에 힘이 풀린 미순은 벽을 지탱하고서야 아슬하게 중심을 잡았다.방울은 두 모자의 대화를 무표정한 눈빛으로 듣고 있었다.다 본인이 잘못한 거라고?한때는 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우며 울었었던가.언젠가는 남편이 삐뚤어진 취향을 후회하고, 그 취향을 강요한 걸 후회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길 바랐다. 얼마나 아팠는지, 얼마나 무서웠는지, 그럼에도 얼마나 필사적으로 남편을 사랑하려 애썼는지 알아주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만약 그래준다면, 그동안 겪었던 모든 고통에도 조금쯤은 의미가 생길 것 같았다.적어도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끝까지 괴물은 아니었다고,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던 순간이 존재했다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런데 막상 듣고 싶던 말을 들었음에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왜냐고?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망가진 뒤였으니까."이혼해 주세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으니까요."도균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그러니까 제발....”“최도균 씨.”그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오빠도, 여보도 아닌 이름 석 자.그 짧은 변화에 도균의 입술이 굳게 다물렸다.“당신 아내 짓을 더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단 말이야...!”그대로 등을 돌린 방울이 병실 창문을 열어젖혔다. 쾅─!창틀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바람이 병실 안으로 밀려들며 하얀 커튼이 거칠게 휘날렸다. “은방울!”도균은 곧바로 방울을 향해 달려들었다. 커다란 창문 앞, 방울의 모습은 금방이라도 뛰어내릴 듯 위태로웠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위험하잖아...!”“손대지 마.”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이 창백한 뺨을 때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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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여전히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린 미순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고,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우리 도균이, 어젯밤에 어디 있었어?"─어제는 퇴근 후 바로 귀가하셨습니다. "그래? 그 정신 나간 계집애는?"얼마나 자주 통화를 해온 사이인지, 상대방의 대답은 사뭇 빨랐다.─민아영 씨는 청주로 내려갔습니다. 아무래도 본가로 향한 듯 합니다.자동으로 콧방귀가 뿜어져 나왔다.미친, 걸레같은 계집애도 제 부모는 귀한가보지? "앞으로도 체크 잘 하고. 은방울은 아직이야?"─죄송합니다, 사모님.매번 듣던 말이었음에도, 미순은 짜증이 치밀어 오른 듯 신경질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그게 다가 아니라 눈썹마저 사납게 꿈틀거렸다. '어떻게 된 게 아직도 행방을 모를 수 있지? 살아 있기는 한 거야?'탐정을 고용하기로 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더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기 싫었으니까.그래서 비싼 돈을 들였음에도 아깝지 않았고, 탐정은 은방울의 행방뿐만이 아니라 제 아들의 사생활마저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었다.그 과정에서 알게된 건, 아들은 여전히 그 더러운 취향을 버리지 못했다는 것.그리고 TY엔터의 고준영 대표와 함께 민아영이라는 연습생을 은방울의 대체품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어쩌겠어? 아무리 짜증 나도 고준영은 참아줘야지.'하고 다니는 짓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곁에 두고 있으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인맥이라는 사실, 그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칠호산을 내려오는 방울의 차 뒤로는 우암의 차가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두 사람은 각자의 차에 올라탄 채, 핸드폰의 힘을 빌려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차가 작아서 그런가, 뒤에서 보니까 되게 귀엽습니다.""지금 경차라고 무시하시는 거예요?""무시라니요! 그냥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하는 겁니다. 근데, 생각보다 운전은 잘 하십니다."신호에 걸려 잠시 멈춰 선 방울은 룸미러를 통해 뒷차를 힐끗 바라보았다.자신의 작은 차 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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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걱정 마세요. 마스크랑 모자도 있고, 추리닝까지 걸치면 완벽한 위장입니다.""그래도...""엘레베이터 말고 비상계단으로 올라갈게요. 네?"방울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안 그런 척 하면서도, 은근히 고집이 있다니까."알겠어요. 대신 오늘은 그냥 시켜먹어요."그 옆에 선 우암은 다시 한 번 방울을 안심시켰다."민아영은 아마 본가에 갔을 겁니다.""신정이라서요?""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연습생들이라도 새해에는 쉬게 합니다. 그래야 남은 한 해를 버틸 힘이 나니까요.""아....""아영이 부모님은 청주에서 만두 가게를 운영하세요. 요즘 손만두 집은 많지 않은데, 하루 종일 빚은 만두를 팔아 자식 가르치는 데에 쓰시는거죠."방울은 우암의 말에 가슴이 내려앉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되지 않았다.그토록 자식을 위해 애쓰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아이가, 어째서 남의 인생을 망치는 선택을 했을까.부모님에게는 여전히 소중한 딸일 텐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일 텐데.그런 민아영은 어쩌다 다른 사람의 삶을 짓밟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거냐고."그래도... 거짓 증언은 잘못한 거잖아요.""맞습니다. 어떤 사정이 있든, 잘못한 일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죠. 저 또한 이번 일로 아영이에겐 참 많이 실망했고요.""많이 아끼셨다면서요."우암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방울의 질문에 무언가를 곱씹는 듯하더니,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네, 그래서 더 실망이 큰가봅니다. 그리고 아영이가 어떤 선택을 했는지와 별개로 부모님까지 같은 사람으로 취급할 생각도 전혀 없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니까..."방울은 그 말을 듣고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실망하는 것과,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까지 부정하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우암은 그 둘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었다.띵─.때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문이 닫히고, 좁은 공간에 둘만 남았을 때. 방울은 문득 고개를 들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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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우암 역시 커다란 닭가슴살을 베어 먹었다."와우."그사이 방울은 한발 앞서 나가야 한다는 듯, 이번에는 떡볶이 속 어묵을 집어 들었다."저는 떡보다 오뎅이 더 좋아요."양념보다는 후라이드, 떡보다는 오뎅.오늘은 오물오물거리며 좋아하는 걸 알려주는 날인가 싶어 우암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잘됐네요. 저는 뭐든 좋으니까 어묵은 늘 양보할게요.""고맙습니다."하아, 고맙습니다라니. 이러다가 포만감은 느끼기도 전에 질식하겠네.그때, 방울이 어묵 하나를 집어 우앞의 앞접시에 내려놓았다."드세요.""제가요...? 저는 떡 먹으면 되는데.""생각해보니까 혼자 다 먹기는 치사한 것 같아서요. 남들보다 양도 크신데.."겨우 어묵 하나였다. 그런데 그 조그만 게 어찌나 귀하고 사랑스러운지, 차마 바로 먹을 수가 없었다."저도 고맙습니다.""뭘 이런 걸 가지고요."오늘 저녁은 아무래도 배부르게 먹는 것보다, 제 눈에 씌인 콩깍지의 두께를 체크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았다.'이 정도면 병인가...?'뭐만 해도 예뻐보이는 게,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수준이랄까.그러다 점점 먹는 속도가 느려질 때 즈음, 우암의 시선이 방울의 입술에 꽂혔다.기름기가 묻어서 그런지 유난히 반짝거렸고, 아랫입술에 묻은 튀김 가루를 좀 닦아주고 싶은데.잠깐만? 어차피 사귀는 사이잖아?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잖아?결국 망설임 없이 손부터 뻗어나갔고, 엄지손가락이 방울의 입술을 스윽 닦았다....?방울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지는 손길은 찰나에 불과했다.그런데도 방울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우암을 바라보았다."미, 미안합니다. 가루가 묻어서."방울이 제 입술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방금 전까지 그의 엄지손가락이 닿아 있던 그자리였다."그런 건 말로 하셔도 되는데...""압니다.""휴지도 있고요.""압니다.""그런데 왜....""여자친구 입 좀 닦아주는게 뭐 어때서요."방울은 최대한 눈을 좁혀 우암을 흘겨보다가, 얼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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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아주 짧은 입맞춤이었다.그러나 입술이 떨어진 순간, 방울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 버렸다.뜨겁고도 선명한 숨결이 스치는 순간, 저도 모르게 호흡이 흐트러졌다. 목덜미를 타고 번지는 감각은 분명 제 곁에 있는 서우암의 것이었지만, 머릿속에는 오늘도 원치 않는 기억이 불쑥 끼어들었다.싫다고 말해도 멈추지 않던 손길, 제 의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가까워지던 얼굴.‘안 돼.’방울은 저도 모르게 손끝을 움켜쥐었다.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었음에도 그 정도의 통증으로는 밀려드는 기억을 떨쳐 낼 수 없었다.숨을 쉬어야 하는데, 분명 숨을 쉬고 있는데도 공기가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답답했다. 심장이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고, 시야마저 희미하게 흔들렸다."미안해요, 놀랐어요?"방울은 대답하지 못했다.입술을 열어 보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고, 우암의 얼굴을 마주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그제야 우암의 표정이 달라졌다.'설마, 그때 그 공황이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한심하고 성급한 자식같으니라고. “방울 씨, 저 좀 봐요.”우암은 더 다가가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상체를 물리고는 거리를 벌렸다.다만 조심스레 손을 뻗어, 부들부들 떨리는 방울의 주먹을 감싸안았다."아무것도 안 할게요. 그러니까 손에 힘 좀 풀어요. 아프잖아." 아무것도 안 한다는 그 말은 기필코 원하던 종류의 대답이 아니었다.방울은 최대한 정신줄을 부여잡기 위해 숨을 가다듬으며 애를 썼다.좋아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장난을 치고, 지금보다 가까워지고 싶어 미치겠는데.나는 왜, 여전히 이런 순간마다 과거에 붙잡히는 걸까."미안해요..."간신히 새어 나온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그나마 다행인 건, 목소리를 내뱉는 순간 꽉 움켜쥐었던 주먹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는 것.우암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안아 주고 싶었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만약 손을 뻗는 것조차 또 다른 두려움으로 느껴버린다면?그때는 스스로조차 감당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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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우암의 시선이 방울에게 향했다.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입술을 달싹였다. 긴장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첫사랑이었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었어요.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행복할 줄 알았고, 세상에 덜렁 혼자 남은 삶에... 유일하게 믿음직한 존재였어요.""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나니까, 숨겨왔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첫날밤부터 침실에 다른 남자를 부른 거 있죠... 저한테는 몰래 약까지 먹이고....""왜.... 대체 왜 도망치지 않은 겁니까.""평상시에는 좋은 남편이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남들과는 다른 취향이 있는 거라고, 이해해 주고 맞춰가다 보면 합의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방울은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지옥 같던 결혼 생활을 스스로 떠올리고, 또 떠올리며 그동안 감춰 왔던 치부를 전부 다 드러내기로 결심한 것이다.그것도 하필이면, 눈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과거.모든 걸 포기하고 맞춰주기로 결심한 뒤부터, 결혼생활은 나름 견딜 만해졌다."네, 하자는 대로 할게요."도균의 제안에 가장 많이 했던 대답이, 아마도 저 말이었을 것이다.무엇을 요구하든, 어떤 일을 시키든 일단은 고개부터 끄덕였었다. 싫다는 말을 해 봤자 돌아오는 건 설득과 강요뿐이었고, 끝내 거부하면 자신만 지칠 뿐이었다.순순히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신기하게도 다툼이 줄어들었다. 도균은 다시 다정하고 로맨틱한 남편으로 돌아왔고, 방울에게 값비싼 선물을 안겨 주거나 근사한 식당에 데려가기도 했다.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평온함은 행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싫다는 말을 삼키고, 불편하다는 기색을 감추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간신히 유지되는 평화라는걸.그럼에도 방울은 믿고 싶었다.어떤 상황에서든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 준다면, 그만큼 힘든 시간이 흐르고 나면 언젠가는 남편도 지난날을 후회하게 될 거라고. 본인이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깨닫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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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어느덧 해가 저물고, 간단하게 저녁까지 챙겨 먹은 방울은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담갔다.향이 좋은 입욕제 덕분에 기분은 한결 가벼워졌고, 트리트먼트를 발라둔 머리카락에서는 반짝반짝 윤이 났다.방울은 물속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작게 웃었다."오랜만에 드라마나 봐야겠다."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목욕을 마친 방울은 머리를 말리고, 부드러운 실크 슬립까지 챙겨 입고 욕실 문을 열었다.“.....어?”순간, 발걸음이 뚝 멈췄다.침실 한가운데 놓인 침대 위, 그곳에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떡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방울은 눈을 몇 번이고 깜빡였다.혹시라도 잘못 본 건가 싶어 눈까지 비벼 보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도 남자의 모습은 그대로였다.오직 드로어즈 하나만을 입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모습은, 마치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처럼 태연해 보였다."왜 이렇게 오래 씻어?"목소리는 물론 가면 너머로 마주친 눈동자까지.이제는 익숙한 사람의 것이었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건 어쩔 수 없었다.분명 현관문은 잠가 두었다. 창문도 잊지 않고 닫아 놓았고, 집 안에는 자신 말고 아무도 없어야 했다.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저 남자가 침실 안에 들어와 있는 거지? 남편도 없는데...?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자,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은방울이라는 당사자만이 정체를 몰랐던 고준영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뭐해? 이리 와.""저, 저기요.... 오, 오빠는 출장 갔는데...""알아, 그래서 온 거야."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안다고? 그래서 왔다고?그때까지만 해도 남편 몰래 들이닥친 침입자인 줄 알았다.물론 셋이서 뒤엉킨 적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동안 남편 없이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죽고 싶을 만큼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편이 있었기에 최대한 버텼던 거였다."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이윽고 준영의 손에 이끌려 침대 위에 내동댕이 쳐졌을 때, 침대 옆 협탁 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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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죄송해요..... 저... 저는... 오빠 없이는 싫어요..."분명한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슬립 어깨끈이 흘러내리며, 한쪽 가슴의 절반 이상이 드러났다.준영은 뜨거운 입술로 보드라운 살결을 마구 핥았다. "하으으, 오, 오빠, 아악...! 흐아, 하!"커다란 손은 가슴을 무자비하게 만져댔고, 목과 어깨, 쇄골까지 모조리 그의 타액에 젖어 반짝거렸다. 그러다 그의 혀가 짓궂게 젖꼭지를 튕겨댈 때면,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거렸다."너도 떨리지? 처음이잖아, 우리 둘이서만 즐기는 건.""싫, 싫어, 흣, 싫단 말이야...""그래? 정말로 싫은 건지 확인해 볼까?"팬티가 벗겨지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슬립만에 허리께에 애처롭게 걸쳐져 있었다.준영은 무릎을 붙잡아 벌리고는, 방울의 음부를 빤히 내려다봤다.한 두번 본 광경이 아니었음에도 그는 차오르는 침을 꼴깍 삼켰다.처음으로 최도균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건지, 아니면 은방울이라는 여자가 남자를 미치게 만드는 존재인 건지."야, 또 젖었잖아."부끄러워 미칠 것 같았다.남편도 없는 침실에서 다른 남자의 애무를 받고 젖어버렸다니, 정말로 음란하고 더러운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고개를 숙인 준영은 축축하게 젖은 둔덕을 향해 입을 벌렸다.갈라진 부분은 혀로 구석구석 핥았고, 통째로 입안에 머금고 쫍쫍거리기까지 했다."하, 아읏, 으흣!"귓가에는 통화가 끊길 때의 알림음이 들린 것 같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분홍빛 유두는 색이 짙어져 빳빳하게 서올랐고, 가랑이 사이에서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으니까.부푼 음핵이 자극받을 때마다 방울은 자꾸만 다리를 오므리려 했다.그럴 때마다 준영은 강압적으로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아흣, 그, 그만해요, 그만...!""방울아, 너는 진짜 야한 몸을 가졌다니까? 인정 하고 수긍해.""싫어, 싫어... 흐윽....""어쩌지? 나는 이제 너에 대해 모르는 게 없어. 어디를 빨고 자극해야 흥분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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