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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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주방으로 향한 화연과 방울은 두 눈이 동그래졌다. 갓 지은 밥과 소고기뭇국, 그리고 한정식집에서나 볼법한 계란말이와 파김치까지.보기만 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음식의 향연이었다."대박 사건... 이건 진짜 소주 각인데.""혼자 드시죠, 은방울 씨는 안 됩니다."방울이 고개를 저었다.화연이랑 술 없이 보낸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데, 심지어 맥주까지 사 온 거면 소맥으로 달릴 수 있다는 뜻인데.이럴 거면 맛있는 음식을 해주지 말던가."왜요? 오랜만에 온 친구인데요...?""그럼 어제 드시질 말았어야죠.""올 줄 몰랐죠, 그리고 제가 왜 서우암 씨 허락을 받아야 되나요?""대낮부터 술이랑 먹으라고 차린 음식 아닙니다."할 말이 싹 사라지는 대답에 방울과 화연은 입술을 깨물었다.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소주 뚜껑을 따는 건, 예의가 아니긴 하지."무슨... 소고기뭇국에 무보다 소고기가 더 많네요?""그러니까 소고기뭇국이죠. 무가 더 많으면 이름이 무소고기국이겠죠.""아...?"국물을 한 숟갈 떠먹은 화연은 밥부터 한가득 말아버렸다. 멀쩡하게 생긴 남자가 요리까지 잘 하고, 이 정도면 방울이 남친으로는 완전 합격인데.문제는 남자라면 치를 떠는 방울의 상처가 꽤나 깊다는 것. 그래도 언제까지 상처만 끌어안고 혼자 지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진정한 사랑을 만나면 과거의 상처도 조금씩 치유되지 않을까?맞다! 누명만 벗으면, 사모님 소리도 들을 수 있을 만한 남자고."서우암 씨는 미혼이시죠?""네.""혹시... 비혼주의자세요?""아닌데요. 결혼하고 싶어 죽겠는데요."대박! 이건 플러팅이다. 은방울이 들으라고 내뱉는 플러팅이 확실하단 말이다!"우와! 그럼 우리 방울이는 어떠...""야...!"이제 막 점심시간을 넘길 무렵인데, 벌써 세 번이나 얼굴이 빨개진 방울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씩씩거렸다.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암이 싱긋 웃었다."제가 은방울 씨 별명을 한 번 지어봤는데요.""별명이요...?""네, 망망입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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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그 시각, 산부인과 진료를 마친 세라의 걸음이 비틀거렸다. 생각지도 못한 진료 결과에 머릿속은 멍했고, 도무지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임신이라고...?'파혼할 생각이었다. 결혼을 약속한 안지후에게는 미안했지만, 서우암을 만난 뒤로 생각이 달라졌다.마음속에 다른 남자를 품은 채 평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그런데 임신이라니, 관계 때마다 조심한다고 하긴 했는데... 대체 언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단 말인가.세라는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싸안았다."말도 안 돼..."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안지후가 아니라 서우암이었다. 철저하게 배신당하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남자. 그리고 언제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지조차 까마득한 첫사랑.그에게 힘이 되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위기를 잘 헤쳐나가면, 더는 친구라는 이름 뒤에 숨기 싫었다.배를 감싸 안은 손이 파르르 떨렸다.입술 사이로는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미안해... 안 돼... 나 엄마 못 해...."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낳는다는 건 지금의 상황과는 들어맞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것을 뒤엉키게 만드는 것 같았다.결혼도, 관계도. 아이 아빠가 아닌 다른 쪽으로 기울어진 마음까지도.일단은 파혼부터 해야 했다. 안지후에게도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모든 것을 정리한 뒤에야 비로소 서우암의 곁에 설 수 있을 터였다.***그날 저녁, 창가 쪽 자리에 앉은 세라는 멍하니 커피잔만 내려다봤다.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에서는 김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라야."안지후가 성큼성큼 다가와, 세라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단정한 셔츠에 자신만 보면 자동으로 그려지는 미소까지.오늘따라 그 미소를 보니, 괜히 마음이 더 아려와 눈을 내리깔았다."오래 기다렸어?""아니."지후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으며 세라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무슨 일이야? 밥 먹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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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지후 역시 비슷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그토록 사랑했던 여자였는데, 모든 걸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존재였는데. 더는 그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세라는... 대학 시절, 끝끝내 이루지 못했던 짝사랑이었다.그렇게 한참을 돌아 다시 만났을 때에는, 이제야 비로소 행복한 순간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었다.세라와 결혼하고,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그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그런데 그건 다 허상이었다.손에 잡힐 것 같았던 행복은 처음부터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렇게 한순간에 흩어져 버렸다.마치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안개처럼 말이다."할 말 끝냈으면, 가.""오빠...""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면... 가는 게 맞는 거잖아."그는 눈물을 꾹 참았다. 입으로라도 애써 웃어 보이려 했지만, 끝내 입꼬리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세라야, 내 마음은 진심이었어. 그래서 나 때문에, 네가 평생 후회하면서 살게 하긴 싫어.”그 말을 끝으로 지후는 고개를 돌렸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세라는 차 안에서도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시동을 걸고도 한동안 핸들만 붙잡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눈앞이 흐렸다. 몇 번이나 눈을 깜빡여도 눈물이 자꾸만 차올랐다.결국 고개를 숙여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미안해... 미안해....”이미 떠나온 뒤였지만, 모질게 관계를 정리했지만 그 말이 자꾸만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조금 전 지후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억지로 울음을 삼키며 자신을 보내주던 모습은 붙잡아 달라고 말하면 붙잡아 줄 것 같았고, 껍데기뿐인 마음이라도 괜찮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았다. 바보 같은 안지후, 그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처음으로 관계를 가졌던 날도 그랬다. 세라는 그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브래지어를 풀어낼 때도, 팬티를 벗길 때도, 심지어 다리를 조심스레 벌려낼 때도.“괜찮아?”그 말을 몇 번이고 되물었었다.그러다 뜨거운 살덩이가 주는 고통에 미간이 찌푸려졌을 땐, 세상 미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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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화연이 돌아간 뒤, 우암과 방울은 한적한 산길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두 사람의 첫 산책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던 우암의 제안이 시작이었다.도대체 최도균과 고준영을 증오하는 진짜 이유가 뭔지, 갑자기 튀어나온 가면이라는 단어는 또 뭔지.하고 싶은 질문은 너무나 많았지만, 지금 당장 답을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다.그저 천천히 걸으며 초겨울의 산 풍경을 눈에 담았다.나뭇가지 사이로 기울어진 햇빛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있었다.바닥에는 마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산길에 길게 퍼졌다."날이 꽤 쌀쌀해졌습니다.""그야, 겨울이니까요."너무나 당연한 대답에 우암이 웃었다.“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습니다.”“뻔한 소리잖아요. 보통 할 말이 없을 때 흘러나오는, 의미 없는 날씨 이야기.”우암은 여전히 표정 없는 방울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금 앞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닌데, 의미 있었는데.""무슨 의미요?""추우니까 그만 걷자고, 추우니까 옷 좀 따뜻하게 입으라고. 그런 심오한 뜻이 담겨있었습니다."방울은 입술을 앙 대문 채 바닥만 보고 걸으며, 방금 전보다 걸음을 재촉했다."같이 갑시다, 은망망 씨."그제야 방울의 걸음이 뚝 멈췄다."서우암 씨. 우리가 서로 애칭으로 부를 사이는 아니잖아요.""애칭으로 불러야 하는 사이가 따로 정해져 있나요?""....하."진심으로 답답한 한숨이었다.하지만 우암은 그 한숨을 내뱉는 입술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 입에서 나오는 하얀 입김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건가.내가 드디어 미친 걸까, 아니면 이 자그마한 여자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걸까."사실은, 할 말이 있어서 산책하자고 했습니다.""알아요.""정말요?""네, 궁금했겠죠. 지금도 그쪽 머릿속에는 저를 향한 호기심이 가득하겠죠."조금은 삐딱하게 흘러나오는 말에, 우암은 곧바로 맞받아쳤다."또 땡이네. 은망망 씨는 적중률이 왜 이렇게 떨어집니까?""네?""호기심이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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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우암은 방울의 대답에 잔뜩 긴장했지만, 이대로 물러서긴 싫었다.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은 해야할 것 같았다."모든 남자가 방울 씨에게 상처를 줬습니까?""....아니요.""그럼 모든 남자를 싫어하는 건 아니잖아요. 상처 입힌 사람을 싫어하는 거잖아요."도무지 틀린 구석이 없는 말만 해대는 덕인지, 방울은 자꾸만 지는 기분이었다. 딱히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입안만 바짝 말라갔다.그때, 우암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리고, 저는 아직 방울 씨한테 상처 입힌 적이 없습니다.""....""무작정 싫다고 해서 제 성별을 바꿀 수는 없으니, 앞으로는 확실하게 하죠.""뭘요?""상처 입힌 사람만 싫어하는 걸로."이번에는 우암의 걸음이 빨라졌다. 방울이 그런 우암을 쫄래쫄래 뒤쫓으며 목소리를 높였다."그게 그렇게 쉽게 정해지는 거냐고요!""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니라면서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아직 기회가 있는 거라고요.""무슨 기회요?""상처 입히지 않을 기회."말문은 턱 막혔지만, 이상하게 가슴 한구석이 묘하게 울렸다. 세상에 정말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누군가를 암묵적으로 믿어도 되는 사이가 가능하긴 한 걸까.아니 잠깐만, 내가 지금 이 남자에게 뭘 기대하고 있는 거야?그리고... 왜 정작 궁금한 건 물어보지 않는 거지?"서우암 씨!""네!""그.... 질문은 정말 그게 다예요?""네. 다입니다."너무나 태연한 대답에 방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산책을 가자는 말에 마음의 준비를 얼마나 했는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솔직해야 할지 걷는 내내 고민했는데.뭐? 이게 다라고? 이게 정말 끝이라고?"네?""다라고요. 대신, 산을 내려가는 건 안 됩니다.""...저기요!""위험합니다. 위험한 싸움에 휘말려서 또 생채기 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요.""기, 기다리라고요...?""네. 제가 누명을 벗는 날, 그때 데리고 내려갈게요."뭐지...? 데리고 내려간다고? 나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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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그날 밤, 한참을 뒤척이던 우암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의 방울은 널찍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하얀 시트 위로 펼쳐진 머리카락은 마치 그림 같았고, 가녀린 어깨 아래로 이어지는 몸의 선은 조금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무슨 꿈이 이렇게 생생하지? 설마 나는, 꿈에서 처음으로 이 여자를 안아보는 건가."방울 씨."꿈인데도 불구하고 심장이 떨렸다. 떨리는 정도가 아니라 미친듯이 요동쳤다.막 걸음을 옮겨 다가가려던 찰나, 가면을 쓴 남자 두 명이 방울의 몸을 에워쌌다.순간, 우암의 걸음이 뚝 멈췄다.이상했다.모든 장면은 비현실적으로 선명했고, 무엇보다 방울의 얼굴이 가장 또렷하게 보였다.그 얼굴은 평소와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 자신에게 보여주던 경계심도, 무심한 표정도 없었다.그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지금 자신에게 남은 건 오직 본능만이 다인 것처럼."하지 마요, 싫으면 싫다고 해요."힘겹게 쥐어 짜낸 목소리가 방울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그의 가슴이 서늘하게 식었다.'안 돼...'가면을 쓴 그들은 방울의 몸을 혀로 핥기 시작했다.한 남자는 가슴을 쥐어짜며 젖꼭지를 핥는데, 그 모습이 꼭 뱀의 혀처럼 어찌나 더러워 보이던지.또 다른 남자는 허리선을 핥으면서도, 손끝은 허벅지 사이를 보란 듯이 파고들었다."하, 좋아, 응, 으응, 거기는, 거기는 안 돼..."그 아찔한 신음을 듣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던 몸이 너무나 애처롭게 보였다.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만큼 야릇하고 관능적인 모습인데도, 그의 눈에서는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좋은 거 아니잖아... 은방울.... 너는 지금.... 모든 걸 포기한 거잖아...."그때, 방울의 다리가 넓게 벌어지더니 한 남자의 성기가 단숨에 파고들었다.방울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아흑, 응, 아파, 으응, 아니야, 좋아.... 으으응... 아..!"신음은 고막을 때릴 만큼 또렷했지만, 정작 방울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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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얼마나 어렵게 꺼내놓은 말이었을까. 그런데 한심한 나는, 그런 말을 듣고는 이딴 더러운 꿈이나 꾸고 앉았고. 그걸로도 모자라 꿈속에서 벌거벗은 그녀의 몸을 보며 감탄까지 했다는 사실이 세상 끔찍했다.우암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지켜주고 싶어... 상처주지 않는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중얼거리는 목소리가 허무하게 방 안에 퍼졌다.상처 입히지 않을 기회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말해놓고는, 정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할지도 모를 장면을 꿈에서 만들어냈다.이런 내가, 뱉은 말을 제대로 지킬 수나 있을까."젠장, 정신 차려 서우암."꿈은 누구나 꾸는 거라며, 무의식은 수도 없는 개꿈을 만들어 낸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시 잠에 드는 건 불가능했다.아무리 개꿈이라며 부정을 해도, 방울이 다른 남자와 있는 모습은 견딜 수 없이 화가 난다는 것.그것이 단순한 욕망인지, 아니면 그보다 더 깊은 마음인지 우암은 쉽사리 답을 내리지 못했다.나는 그 여자가 갖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만 아프길 바라는 걸까.한동안 그 질문을 곱씹듯 허공을 응시하던 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둘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그리고, 더 이상 은방울이란 여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것을.***달이 바뀌었다.방울은 우암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오피스텔로 거처를 옮겼다. 문제는 그곳이 민아영의 옆집이라는 것. "왜 이렇게 고집 불통입니까? 내가 언제 그쪽한테 이런 걸 바랐습니까.""제가 바라요. 그러니까 서우암 씨도 더는 칠호산에 가지 마세요. 거긴 위험하잖아요.""방울 씨는 아니지 않습니까.""네, 저는 가끔 들를 거예요."솔직히 모든 짐을 옮겨오기엔 오피스텔 크기가 너무 작았다. 게다가 작업실은 그곳에 있으니,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들를 예정이었다.칠호산 중턱에 위치한 집은, 이제 가끔씩 찾아가는 작업실이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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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방울까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는, 김이도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정보였다. 그는 지금 완벽하게 우암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눈에 띄는 정보가 있으면 메모장을 입력하듯 메시지를 보내왔다.민아영이 개인 숙소를 갖게 된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잘만 파고든다면, 고준영의 약점을 파악할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근데 마음이 좀 이상하네요.""뭐가요?""한 지붕 아래 살다가 갑자기 떨어지니까... 꼭 헤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방울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만, 만난 적이 있어야 헤어지죠.""만나긴 진작에 만났죠, 그것도 완전 운명처럼요.""....가세요! 얼른요!""맞잖아요.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날,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영화는 무슨! 아니거든요? 제가 그날 얼마나 고생 했는 줄 아세요?"칠색 팔색 하는 방울의 모습이 우암의 눈에는 오늘도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웃음을 참으며 현관으로 향한 우암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전화해요. 배고플 때도, 잠이 안 올 때도, 특히나 제가 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요."참 발길이 떨어지지 않게 만드는 여자다.방울은 쿵쾅거리는 심장을 어떻게든 멈추고 싶었다.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던데, 왜 이런 짜증 나는 스위치를 끄는 방법은 없는 걸까.이러다가 정말 그가 필요해지면 어떡하지? 정말로 그가 해 준 음식이 먹고 싶으면 어떡하냐고."요리 실력은 그냥 그렇던데요.""에헤이, 믿을 수가 없는데? 근데 망망 씨 음식은 언제쯤 맛볼 수 있는 겁니까?"생각해 보니 그동안 우암을 위해 밥 한 번 제대로 차려준 적이 없었다.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장을 봐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가 해준 음식은 먹을 때마다 맛있었다."그거는.... 누, 누명 벗으시면요.""아.... 또 조급해지네.""가시라고요.""알겠다고요."이제는 하숙생에서 이웃 주민이 되어버렸다.더는 함께 살지 않는다. 그만큼 매일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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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우암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치잇, 말이라도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나는 은방울이란 존재가 어디서 뭘 하는지 매 순간이 궁금한데. ─양평에 가는 길입니다. 뱀 농장부터 돌아보려고요.방울의 대답이 잠시 멈췄다.뱀 사육장이라면, 아마 뱀독을 구입해 간 사람에 대해 알아보려는 거겠지.이 사람도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구나."네, 조심히 다녀오세요."─방울 씨는 오늘 뭐 할 겁니까?"옆집 감시요."세상에나, 감시래.. 감시.그럼 혹시 보고도 꼬박꼬박 해주는 건가? 은방울이 하는 보고는 무지하게 귀엽던데. ─푸하, 꼭 귀여운 탐정 같네요."끊겠습니다."뚝.통화가 끊기자 우암은 시무룩해졌고, 방울은 피식 웃으며 노트북 화면을 펼쳤다. 새벽녘, 우암은 아무도 모르게 복도 조명에 CCTV를 달아 놓았다.그리고 그 CCTV는 민아영의 집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었다.설치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 여자가 몇 시에 집을 나서고 몇 시에 들어오는지, 또 방문객은 누가 있는지. 지금은 거기서부터 파헤쳐야 했으니까."민아영 씨, 딱히 미안한 마음은 들지 않지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사람이 아무리 돈이 급해도, 성공에 눈이 멀어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건드리면 안 되는 법이다.방울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TY 엔터테인먼트 비서실.사무실로 들어선 이도의 발걸음이 평소와는 달리 다른 쪽으로 향했다. 그가 멈춰 선 곳은 고준영 대표의 비서인 이형우의 자리였다."아우, 날 되게 춥다. 마셔요."테이크아웃 커피 잔을 형우에게 내밀자, 형우는 그런 이도를 의아한 눈으로 올려다봤다.그동안은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대표를 보좌하느라 마주칠 일은 많지 않았고, 특별히 친하게 지낼 이유도 없었다. 게다가 회사 내부에서도 두 대표의 신경전은 늘 가십거리였었다.그런데 갑자기, 오늘따라 내 커피를 챙겨준다고? 왜?"괜찮습니다, 막 나가려던 중이라.""엥? 오늘은 내근 일정 아니던가요? 고 대표님도 하루 종일 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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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뱀 농장에 도착한 우암은 테가 두꺼운 안경은 물론, 모자까지 푹 눌러쓴 채 차에서 내렸다.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는 건지 기약은 없었지만, 지금은 하나부터 열까지 조심해야했다.'하, 고준영....'뱀독으로 사람을 죽이려고 했을 땐, 분명 독부터 구하기 위해 움직였겠지.설마 독사를 직접 잡아다가 독을 빼내는 미친 짓거리를 했을 리는 없을 테니까.터벅터벅 농장 건물 안으로 들어선 순간,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암을 향해 다가왔다."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시죠?""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뱀독만 따로 판매하시는지 궁금해서요."우암이 조심스레 묻자, 남자는 곧바로 손사래를 쳤다."어우, 그런 걸 판매해서 어디다가 씁니까. 제약회사에서 구매하는 일은 가끔 있지만, 그것도 저희처럼 작은 농장은 꿈도 못 꿔요.""그렇습니까?""채취하는 것부터 관리하는 것까지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필요한 허가나 절차도 복잡하고요."우암의 눈빛이 살짝 가라앉았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그렇다면 고준영은 대체 어디에서 뱀독을 구한 걸까."개인에게 판매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건가요?""네. 저희는 아예 안 팝니다. 문의가 들어와도 무조건 거절이에요.""그럼 혹시.. 최근에 그런 비슷한 문의가 들어왔던 적은 있었습니까? 한.. 한 달쯤 전에요."기억을 더듬듯 잠시 생각에 잠긴 남자는 이내 무언가가 떠오른 듯 입을 열었다."아!""있습니까?""예, 전화가 걸려온 적은 있었습니다. 살모사 독이 필요하댔나, 많이는 아니고 동물 실험을 할 거라고 했어요.""동물 실험이요?"남자가 턱을 매만지며 기억을 되짚었다."예, 무슨 논문을 쓰는 게 있는데... 소 한 마리 죽일 정도면 충분하다고요. 그말이 영 께림칙 하더라고요."우암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살모사, 그리고 자신에게 사용된 독.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문의 한 연락처 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흠,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아무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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