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전남편보다 위험한 남자: Chapter 61 - Chapter 70

121 Chapters

제61화

박아대는 강도가 점점 강해질수록, 방울은 그의 품안에 가둬진 채 울부짖었다.절정은 자꾸만 찾아왔고, 방울의 허리가 활처럼 휠 때면 그는 휜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은 채 폭주했다."미치겠다, 지금 너무 예뻐. 예뻐 죽겠어."그의 손에 이끌려 올라 탔을 땐, 허리를 굴릴 때마다 전율이 일었다.두터운 귀두가 질주름을 피며 쑤셔대는 느낌. 그 느낌은 그와 섹스를 할 때마다 머릿속을 하얗게 태워버렸다."아흣, 또, 또 이상해서, 흐읏!""너도 이제 숨기지 마, 다 표현해, 하고 싶은 건 다 말하란 말이야.""아응, 앙, 하앙!"고개를 뒤로 젖힌 채 부르르 떨어대는 방울의 모습에, 도균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내색은 안 했지만, 요 근래 얼마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는지.방울의 입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올까 봐 매일을 긴장속에 지냈었단 말이다.'너는 날 떠나지 못 해. 내가 널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그의 손이 찰박거리는 엉덩이를 꽈악 움켜쥐었다.눈동자는 제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린 채, 오르가즘에 몸부림 치는 아내의 모습을 끈덕지게 응시했다.머릿속으로는 다음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이 정도면... 조만간이겠는데?'***그러던 어느 날.도균이 만들어준 작업실에서 한참이나 작곡에 매진하던 중, 핸드폰 불빛이 환해지며 전화가 걸려왔다.화면 위에 뜬 이름은 '내 남편'.잠시 멜로디를 멈춘 방울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네, 오빠." ─뭐하고 있어? 또 작업해? "네. 오빠는요?" ─나도 이제 퇴근하려고. 30분 뒤에 도착하니까 준비하고 있어. "어디 가는데요?" ─저녁도 먹고, 데이트도 하고.평소처럼 알겠다는 대답으로 통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난 방울은 무심코 작업실 안을 둘러봤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어쩌다 이 작업실이라는 공간이 신혼집에서 가장 편한 공간이 되어버린 걸까. 사랑하는 남편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있고, 늘 나밖에 없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그런데도 행복하지 않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1
Read more

제62화

"오빠... 그, 그런 건 침실에서 써요..""왜? 싫어?"떨리는 목소리에 비해, 너무나 짧은 질문이었다.게다가 질문을 던져왔으니 싫다고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그건 머릿속 한구석에서 익숙한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그는 나를 사랑해. 나도 그를 사랑해. 그러니까... 조금만 더 이해하면 돼.'방울은 손가락을 꼭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도균의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번져들었다.“역시 우리 방울이는 착해.”팬티 안으로 도균의 손이 파고들었다.ㄴ모양의 기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기구의 한쪽은 질 안으로, 또 다른 한쪽은 골짜기에 정확하게 위치하며 음핵을 자극하기 시작했다."아응, 하..."그의 손이 빠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기구는 마치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것처럼 꽉 끼워져 부르르 떨렸다.방울은 허벅지를 바짝 붙이며 입술을 깨물었고, 도균은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시트를 세우고 시동을 걸었다."어때? 팬티 안에 그런 야한 걸 품고 있는 기분이.""흐읏... 이러면... 하... 다 젖어버리면... 어떡해요...""젖는 건 자연스러운 거잖아. 그럼 가볼까?""하, 오빠...."차가 천천히 출발했다.급박한 아랫도리 상황과 달리, 창밖으로는 저녁을 맞은 거리가 연이어 펼쳐졌다. 유명한 식당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고, 횡단보도에서는 연인들이 나란히 손을 잡고 걸었다.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저녁 풍경이었다. 자신도 저들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저녁을 먹고, 웃고, 이야기를 나누러 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은데.이건 출발하는 순간부터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최대한 다른 생각을 해보려 노력해 봐도, 안과 밖을 모조리 떨어대는 기구를 무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허벅지와 엉덩이에 힘을 주면 자극은 배로 몰려왔고, 그렇다고 힘을 빼면 애액이 뭉근하게 흘러나왔다.'설마... 이러고 식당이라도 간다면?'그건 정말 큰일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

제63화

도균의 목에 매달린 방울은 두 다리로 그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도균의 손바닥은 방울의 엉덩이를 단단하게 받쳤다. 상황도, 자세도 모든 게 민망한 지금. 방울은 흠뻑 젖어버린 아랫도리부터 씻어내고 싶었다."저는 일단 좀 씻어야겠... 하..."그 말이 튀어나온 순간, 도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예쁘지만 눈치라곤 더럽게 없는 우리 방울이, 이렇게 찬물을 확 끼얹는다니까.하지만 어쩌겠는가. 욕실로 보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방울아, 너 지금 완전히 달아올랐어. 근데 씻기는 뭘 씻는다고 그래."쿵.방울의 등이 캠핑카 차체에 닿는 순간, 엉덩이를 움켜쥔 손이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으흣!"그 손짓에 맞춰 벌어진 허벅지가 달달 떨렸다.아랫도리엔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의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고, 여전히 진동하는 기구가 바짝 눌리며 절로 신음을 터지게 만들었다. "아흑, 하아!"허공에 매달린 방울은 그의 목을 더 바짝 감싸안고는, 몸부림을 치듯 허리를 튕겨댔다.그건 결코 계산하고 한 행동이 아니라, 흥분에 잠식된 본능이 만들어 낸 행동이었다."옷도 안 벗었는데, 아래가 왜 이렇게 축축해?"이곳으로 오는 내내 시달렸는데, 이유를 알면서도 묻는 질문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오빠, 으응, 나 이상해요, 나 지금 하아, 하아...."제 몸이 얼마나 예민한지 제대로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저 묵직하게 부풀어 오른 바지춤에 음부를 비비는 게 전부일뿐인데, 애액은 민망할 정도로 팬티를 적시고, 또 적시고 있었다.도균은 제 품 안에서 잔뜩 흥분한 방울의 모습에, 덩달아 흥분한 지 이미 오래였다.표정도, 신음도, 품 안에 안긴 숨결의 온도도. 모든 것이 자신을 유혹하고 있었다."그거 알아? 너는 지금 지금 오빠 좆에 스스로 보지를 비비고 있어. 꼭 박아달라는 것처럼." 혼이 쏙 빠질 정도로 몹쓸 말인데, 방울은 거친 숨을 헐떡거리며 울먹였다."해줘요.... 해요... 나 하고 싶어요 오빠...""그래?""하앙, 빨리요, 오빠, 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

제64화

준영은 방울의 입술과 목덜미를 짐승처럼 핥으며 허리를 쳐올렸고, 쫀득하게 달라붙는 속살의 감각에 저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아 씨발, 역시 방울이 보지가 최고라니까."다급한 손이 원피스 지퍼를 내려봤지만 마음이 급했다. 중간에 걸려버린 지퍼가 영 내려가질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균은 아무렇지 않게 다가와서는, 지퍼를 쭈욱 내리고 원피스를 머리 위로 훌러덩 벗겨버렸다."으읏, 하!"속옷만을 걸친 채 휘둘리는 방울의 모습에 도균의 눈빛이 뜨겁게 일렁였다."방울아, 오빠 너무 흥분돼. 허리 좀 더 움직여 봐. 오빠는 괜찮으니까 제대로 좀 즐겨보란 말이야."이윽고 브래지어마저 풀려버리자, 방울의 신음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다. 남편이 보고 있는 앞에서 다른 남자가 가슴을 빨아대는데, 다리는 이미 그의 허리를 완벽하게 감고 있었다.흠뻑 젖은 팬티 하나만을 입은 채, 다른 남자의 성기 위에서 허리를 굴리고 있었다."흐으응, 오빠, 읏, 나는 오빠랑, 오빠랑 하고 있는 거니까... 아앙, 아!"미친 듯이 조여오는 감각에 준영은 말없이 감탄했고, 도균은 기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드디어 은방울이 즐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가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단 말이다."맞아, 오빠야. 그러니까 마음껏 터뜨려. 마음껏 즐겨."개소리였다.누가 들어도 개소리라는 사실은 틀림 없었지만, 세상 흥분한 준영은 방울과 도균이 무슨 개 같은 대화를 나누든 말든 관심조차 없었다. 그는 이미 방울의 속살이 선사하는 짜릿한 조임과 온도에 넋이 반쯤 나가 있었다. "하아, 씨발... 어떻게 해줄까 방울아. 아, 아으."이윽고 두 사람의 몸은 완벽하게 밀착되었고, 그만큼 그의 기둥 역시 뿌리끝까지 파고들었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준영은 마치 잡아먹을 듯이 방울의 입술을 삼켰다."읍, 우읍!" 준영의 허벅지 위에 올라탄 방울은 눈을 감은 채 엉덩이를 들썩였다. 입까지 틀어막히니, 호흡하는 방법조차 까먹은 것 같았다.도균은 완벽하게 흥분한 방울의 뒷모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

제65화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아니, 달라졌다기보다는 최도균이 바라던 완벽한 신혼이 시작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준영은 한 달에 한두 번 도균의 부름에 응했다. 장소는 매번 달랐다. 신혼집이 되기도 했고, 호텔이 되기도 했다. 때로는 차 안에서, 때로는 도균의 피부과에서. 그들은 발가벗은 채 뒤엉켜 헐떡거렸다.장소가 어디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도균이 원하면 준영은 찾아왔고, 방울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어땠어 방울아? 좋았지? 죽여줬지?"눈치를 보기는 커녕,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물어오는 질문에 방울의 대답도 늘 한결같았다."네... 좋았어요....""그나저나 손목은 어떡해. 오빠가 너무 세게 묶었나 봐."온몸이 꽁꽁 묶이고, 견디기 힘든 극한의 기구를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방울은 붉은 자국이 남은 손목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피했다."괜찮아요. 금방 가라앉아요."모든 것을 체념한 방울이었지만, 준영은 끝내 가면만큼은 벗지 못했다.그동안 쌓아 올린 사회적 위치와 명성이 한순간의 실수로 무너지는 꼴은 죽어도 볼 수 없다면서.사생활이 까발려지는 순간, 선비 같은 서우암 그 자식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고 중얼거렸다."그 새끼가 그렇게 무섭냐?""누가 무섭대? 부딪히기 싫으니까 그렇지."도균은 그런 준영을 마음속으로 늘 비웃었다. 남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데는 거리낌이 없으면서, 정작 자신의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두려워하는 꼴이 어찌나 우습던지.그러면서도 준영의 정체를 방울에겐 알려 주지 않았다. 누군지도 모른 채 헐떡거리는 모습이 훨씬 더 흥분되기도 했고, 고준영은 주변에서 찾기 힘든 완벽한 파트너였으니까."그 사람은 누구예요? 결혼은 했어요? 도대체 누구길래... 매번....""궁금해하지 마. 너는 그냥 즐기면 돼.""그래도...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다더니...""그 사람이 끼어있으면, 둘만의 일은 아닌 거잖아?"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언제는 비밀이 없다는 말로 옭아매던 사람이, 정작 자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제66화

그런 관계에 적응이 되어버려 그런지, 방울은 피임을 권유한 게 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도 놀라거나 울지 않았다.오히려 이런 기막힌 부부관계를 받아들인 지금, 차라리 피임 시술을 받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말아버렸다. 당연하지 않은가. 사랑하는 남편은 한 명인데, 정기적으로 몸을 섞는 건 두 남자였으니.결국 피임을 원하는 건 시어머니뿐만이 아니라는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명백한 사실이었다."죄송합니다, 어머님."“눈치가 없어도 이렇게 없어! 누가 그딴 말이나 듣고 싶댔니? 그럴 시간에 거울이나 한 번 더 봐. 남들 앞에서 집안 망신 시키지 말고.”방울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가 조용히 미순의 뒤를 따랐다.딱히 반박 할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이런 마음은 살짝 가슴을 치고 올라왔다.'어쩌겠어? 이미 식까지 올렸는데. 그리고 내가... 당신 아들을 위해 어디까지 포기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만이 최선이었다.화를 내면 죄송하다는 말로 받아치는 것, 명절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것.그것 말고는 더 이상은 원하는 것도, 내어줄 것도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무슨 말을 하든 들려오는 대답은 핀잔뿐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지 않아 그게 더 신기했다.저녁 식사 자리도 역시나였다. 식탁 위에는 갖가지 반찬들이 한가득 놓여있었지만, 오가는 대화에 따스함과 화목함이라고는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처음에는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왔다. 도균은 제 앞에 놓인 갈비찜을 느긋하게 집어먹었고, 그 옆에 앉은 방울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밥을 삼켰다.그러던 중, 인상을 쓴 미순이 불쑥 입을 열었다."얘, 너는 무슨 복을 타고 태어나서는. 고아 주제에 이런 대궐 같은 집에서 명절을 보내나 몰라?"방울의 젓가락질이 뚝 멈췄다.“....”“부모는커녕 집안도 한심하고. 그렇다고 혼수라도 제대로 해 왔니? 에휴, 명절의 의미는 알기나 하고? 가정교육은 안 봐도 뻔하지 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제67화

방울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남편이 자신을 위해 어머니를 말리며 편까지 들어주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그가 정말 자신을 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허락한 선 안에서 보호하는 척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그리고, 만약 제사를 지냈다면? 해외여행을 보내드렸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눈엣가시인 며느리에서 예쁨 받는 며느리로 달라졌을까?'아니, 어머님은 그냥 나라는 인간이 싫은 거라고.'한참을 열을 내던 미순은 이내 방울의 밥그릇을 향해 턱짓했다.“먹어. 누가 보면 굶기는 줄 알겠다.”"네, 어머님..."다시금 수저를 든 방울은 모래알 같은 밥알을 억지로 씹고, 또 씹었다.여기서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또 무슨 말을 들을지 뻔했으니까.가정교육을 운운하며 못 배운 티를 내네, 어른 앞에서 버르장머리가 없네, 없는 주제에 자격지심만 드글드글하네.뭐, 그런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테니까. 반대로 도균의 입가에는 다정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방울이도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 엄마 말 더 새겨듣고, 더 잘한다고 했어요.""아들?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다.""아이고, 그만요. 국 다 식겠어요."방울은 고개를 숙인 채 밥그릇을 내려다보았다.'죄송합니다 어머님, 어머님이 바라시는 그 이혼은 못 해드려요. 그럼... 제가 너무 억울하잖아요. 저는 이미 망가졌잖아요.'한때는 저런 완벽한 남자가 한참이나 부족한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자신을 선택해 줬다는, 아내로 맞아준 마음이 벅찰 정도로 고마웠지만 지금은 달랐다.그가 웃을 때마다 두렵다는 감정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얼마나 더 망가져야 비로소 행복해지는 건지 가늠조차 되질 않았다.사람을 절망하게 만드는 건, 누군가를 괴롭히려는 자의 악의만이 아니었다.그 악의마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자의 다정함이었다.***식사가 끝나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탐스러운 과일과 따뜻한 차가 놓였다.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3
Read more

제68화

집으로 돌아가는 길.방울은 창가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피곤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명절이라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며느리라는 사실이 말이다.몇 시간이나 그 집에 머물렀는지,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하지만 이 또한 넘길 수 있는 건 미순의 날 선 목소리도, 도균의 태연한 웃음도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라 여기면 그뿐이니까."피곤해?""아니요.""엄마가 한 말,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제가 언제 담아뒀다고 그래요...""아버지 돌아가시고 좀 날카로워지셨어. 혼자가 되셔서 그런지, 방어기제가 자꾸 튀어나오시나 봐."방울은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방어기제? 그럴듯한 단어였다.타인에게 날을 세우는 행동마저 상처받지 않으려는 본능으로 포장할 수 있는, 본성을 감추기엔 제법 편리한 말이었다.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 말이 틀렸다는 사실을, 어머님은 천성 자체가 악랄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진실을.하지만 역시나 내뱉을 필요가 없는 말이었기에, 침과 함께 목구멍으로 꾸욱 삼켰다."저는 괜찮아요.""고마워. 엄마도 나름대로 힘드신 거니까... 나 또한 아들로서 늘 안쓰럽고 걱정이지 뭐."방울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괜찮다고 말했으니,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도 그래야만 미움을 덜 받는다.사랑하는 남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신이 선택한 남자의 가족이기 때문에."네. 저도 더 잘 할게요.""착하네, 우리 방울이."조금만 있으면 신혼집에 도착한다.두 사람이 함께 사는 집, 누구보다 행복한 미래를 꿈꾸었던 곳.그런데 어째서일까.그곳에 도착하면 비로소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제69화

TV화면을 응시하는 준영의 얼굴은 무표정했고, 뉴스에서는 그토록 찾던 이름이 흘러나왔다.- 속보입니다. TY엔터테인먼트 대표 서우암 씨의 실종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새로운 정확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 오후 홍제 저수지 일대에서 서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지품과 유서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시신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유서의 내용과 현장에서 발견된 정황, 그리고 목격자 등을 토대로 경찰은 서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진짜로 살아있었다고? 그런데... 이번에는 스스로 알아서 죽어줬다고?'사실이길 바라면서도 영 믿어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아예 믿지 않기엔 발견된 증거들이 너무 많았다.미동조차 없이 리모컨만 쥐고 있던 중, 목격자의 인터뷰가 이어졌다.─글쎄, 친구놈이랑 같이 낚시를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얼굴에는 모자이크 처리가, 목소리는 변조되어 있었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만큼은 선명했다.─사람이 촉이라는 게 있잖아요. 뭔가 싶어서 가 봤더니, 시커먼 옷을 입은 사람이 이미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어요. 구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무가내로 뛰어 들기엔 겁이 나서 신고부터 했습니다.시신은 없지만 목격자가 둘이나 있었고, 현장에는 우암의 소지품인 신발과 지갑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유서까지 발견되었으니, 모두가 서우암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터였다.기사가 보도되기 전, 준영은 이미 유서의 내용을 전해 들은 상태였다.필체는 딱 봐도 우암의 필체였고, 내용은 간결했다.자신의 실수로 인해 회사에 혼란을 초래한 점에 대한 사과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로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했다는 변명. 그리고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주식, 재산을 고스란히 넘긴다는 내용.마지막으로 더는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으니,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공동 대표인 고준영에게 맡긴다는 기가 막힌 문장까지.죽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제70화

같은 시각.칠호산 집에 막 도착했을 무렵, 방울의 핸드폰이 길게 진동했다. 방울은 화면을 보자마자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응, 화연아.""야! 은방울...! 너 뉴스 봤어? 서, 서우암 대표가 죽었대..!"숨까지 몰아쉬는 소리와 한껏 놀란 목소리에 방울은 작게 웃었다.생각해보니 충분히 놀랄만 한 일이었다. 누명을 벗는다며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한 거니까."아니야. 안 죽었어.""뭐?""멀쩡하게 살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대신 아무한테도 말 하면 안 돼.""아씨,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그래도 밥까지 차려준 사람이 죽었다니까..."다행이었다. 화연이도, 서우암 그 사람도. 지금은 제 곁에 좋은 사람들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나 잠깐 작업실 왔거든? 다시 연락할게.""으응, 얼른 일 해! 은방울 화이팅!"방울은 통화를 끝내면서도 문득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화연에게도 미처 털어놓지 못한 또 다른 이름, 데이지.'거짓말을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처음에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지내기 위한, 최도균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게다가 화연은 가장 가까운 친구였기에 언젠가는 전부 털어놓을 생각이었다. 어떤 이름으로 곡을 쓰는지, 그 곡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지, 그리고 그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사실까지도.하지만 막상 입을 열려고 하면 늘 망설여졌다.혹시라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까 봐, 혹은 진짜 데이지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될까 봐. 제법 알려진 이름이라는 건 그런 거더라. 괜히 부담스럽고, 항상 걱정이 앞서고. 이혼 후, 이상하게도 발매한 곡마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유명 가수들의 앨범에 참여한 이력도 적지 않았다. 은방울이라는 이름은 죽어도 드러내고 싶지 않으면서도, 데이지라는 이름으로는 차마 말 못할 감정을 마음껏 내보이고 싶었다.물론 휴대전화도, 집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계좌도 모두 화연의 명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14
Read more
PREV
1
...
56789
...
13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