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어둠의 심연, 헛간: 짐승의 굴안채와 사랑채 사이, 온갖 잡동사니와 흙 묻은 농기구를 던져두는 낡고 육중한 헛간이 있었다. 낮에는 돌쇠가 머물며 짚신을 삼거나 시퍼런 낫을 갈아대던 곳. 그곳은 위선적인 문명의 규율이나 양반의 썩은 법도가 단 한 뼘도 닿지 않는, 이 집안에서 가장 무겁고 시뻘건 날것의 장소였다.그 헛간의 썩은 널빤지 문틈 사이로 희미하고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호롱불이었다. 짐승들도 잠든 이 깊은 야밤에, 돌쇠는 자지 않고 깨어 헐떡이고 있었다.정씨 부인은 헛간 흙벽에 둥근 등을 바짝 붙이고 숨을 죽였다. 심장이 쿵, 쿵, 하고 연한 갈비뼈를 안쪽에서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이것은 겁에 질린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것은 굶주린 사냥꾼이 맹수의 아가리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아찔한 전율, 혹은 반대로 벌거벗은 먹잇감이 포식자의 거친 숨소리를 바로 귓가에서 들었을 때 느끼는 공포 섞인 지독한 환희였다.안에서 질척한 소리가 들려왔다."...으윽... 흑... 하아..."짐승이 목구멍으로 피를 토하며 앓는 듯한 쇳소리. 살이 찢어지는 고통인지 뼈가 녹아내리는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끈적하고 억눌린 신음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무겁고 일정한 박자로 요동치는 소리.슥, 찌걱, 슥.투박한 굳은살과 연한 핏덩이가, 혹은 살갗과 젖은 천이 거칠게 마찰하는 질척한 파찰음이었다.정씨 부인은 숨을 헉, 하고 멈췄다. 단전을 관통하는 직감이 뇌수를 시뻘겋게 태워버렸다. 그녀의 끓는 피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 흙벽 너머에서 지금 무슨 불경하고 음란한 짓이 벌어지고 있는지.머릿속의 창백한 이성은 "당장 돌아가라, 더러운 것을 눈에 담지 마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펄펄 끓는 아랫배는 "보라, 두 눈을 뜨고 기어이 저 수컷을 확인하라"고 엄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홀린 듯 천천히 몸을 돌려, 썩은 나무 판자 사이의 벌어진 옹이구멍에 파르르 떨리는 붉은 눈동자를 가져다 댔다.
최신 업데이트 : 2026-09-16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