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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 상복을 찢다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60 챕터

제6부: 마님의 명(命) 9

9. 닫히지 않는 문: 맹독의 침투"이제... 그만 거두어라."정씨 부인이 가까스로 마지막 남은 이성 한 조각을 부여잡고, 짐승처럼 헐떡이는 목소리를 쥐어짜 말했다.지금 여기서 더 선을 넘으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이었다. 바깥은 환한 대낮이었고, 하인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아직 살을 섞어 대지를 뒤집기엔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뱉어낸 목소리에는, 안도감이 아니라 수컷에 대한 지독한 굶주림과 아쉬움이 끈적하게 배어 있었다.돌쇠는 거친 숨을 훅 몰아쉬며 황급히 엉덩이를 뺐다. 척추에서 짐승의 기둥이 떨어져 나가는 찰나의 아쉬움에, 그녀의 하얀 손이 허공을 긁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불덩어리처럼 뜨거웠고, 그 거친 손끝에는 마님의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그가 바닥에 거칠게 엎드려 머리를 조아렸다."물, 물러가겠습니다요, 마님."그가 짐승처럼 도망치듯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탁.하지만 엎드려 헐떡이는 정씨 부인은 오장육부로 깨닫고 있었다. 저 문은 결코 닫힌 것이 아니었다.오늘, 그녀는 자신의 육체라는 철통같던 백색의 도덕성에 스스로 구멍을 뚫었다. 그 틈새로 돌쇠라는 흉폭한 야성이 기어이 안방의 심연까지 침투해 들어왔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치명적인 맹독처럼.그의 묵직한 손아귀와 등 뒤를 강타했던 집채만 한 뜨거운 기둥이 남기고 간 그 뻐근한 통증과 열기는, 앞으로 다가올 밤마다 그녀를 괴롭히고, 또 미치도록 피를 끓게 할 것이다.그녀는 자신의 어깨와 척추에 떨리는 하얀 손을 대었다. 아직도 화로에 지져진 듯 펄펄 끓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그 잔혹한 감촉을 되새김질하며, 비로소 짐승처럼 깊은 숨을 토해냈다.담(痰)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그 통증의 종류가 철저하게 바뀌었을 뿐이었다. 숨통을 조이던 기혈의 막힘에서, 기어이 저 굵은 핏덩이를 제 안으로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달콤하고 끈적한 갈망으로.방 안에는 여전히 그의 짙은 흙냄새와 비릿한 땀 냄새가 끈적하게 고여 있었다. 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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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1

1. 물과 어둠의 세례: 껍질을 벗다밤이 깊었다. 만동 김씨 가문의 웅장한 기와지붕 위로 검푸른 어둠이 납덩이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사방은 죽은 듯 침묵 속에 잠겨 있었으나, 안채 뒤편의 별실인 목욕간(沐浴間)만은 예외였다. 그곳에서는 물이 튀는 질척한 소리와 가쁜 숨소리, 그리고 펄펄 끓는 수증기가 만들어내는 후끈하고 진득한 기류가 숨 막히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정씨 부인은 커다란 삼나무 목욕통 안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아궁이에서 끓여 온 뜨거운 물이 그녀의 하얀 목덜미까지 찰랑이며 차올라 있었다. 그녀는 표주박으로 물을 떠서 제 서늘한 어깨 위로 천천히 끼얹었다.쏴아아.뜨거운 물줄기가 그녀의 핏기 없는 상아색 피부를 타고 미끈하게 흘러내렸다. 이것은 단순하게 몸의 때를 씻어내는 가벼운 행위가 아니었다. 낮 동안 그녀를 질식하게 만들었던 '고귀한 마님'이라는 두껍고 창백한 껍데기를 온전히 벗겨내고, 그 속에 웅크리고 있던 펄떡이는 암컷의 붉은 살결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 은밀하고 불경한 의식이었다.낮에 돌쇠의 투박한 손아귀가 휩쓸고 지나간 어깨와 척추의 골짜기는 여전히 홧홧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뼈마디를 으스러뜨릴 듯 짓눌렀던 그 묵직한 압박감의 기억은 가시지 않고 연한 살갗 아래 문신처럼 붉게 새겨져 있었다. 그 아찔한 감각은 목욕통의 펄펄 끓는 열기와 맞물려 더욱 맹렬하게 되살아났다.그녀는 고운 면포에 쌀뜨물을 적셔 제 몸을 문지르며, 이 부드러운 하얀 손이 아니라 돌쇠의 거칠고 단단한 굳은살이 이 연한 살결을 억세게 훑어 내리는 음란한 상상에 빠져들었다. 상상은 지독한 맹독처럼 빠르게 번져나가 그녀의 핏방울을 끓는 쇳물처럼 붉게 달구었다. 면포가 부푼 유방을 스칠 때마다, 나무껍질처럼 거친 사내의 투박한 손아귀가 예민한 젖가슴을 무자비하게 옭아매는 듯한 찌릿한 환각이 척추를 강타했다.목욕간 안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덥고 질척했다. 벽에 걸린 촛불이 습한 바람에 일렁이자, 욕통 밖으로 드러난 그녀의 젖은 상반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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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2

2. 문지방 위의 유혹: 본능의 덫목욕을 마친 정씨 부인은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굳이 닦아내지 않은 채 욕통에서 일어섰다. 무거운 물방울이 팽팽하게 솟아오른 붉은 유두 끝에 맺혔다가 톡, 하고 나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평소의 그녀라면 흠칫 놀라 서둘러 겹겹의 속곳을 챙겨 입고, 그 위에 서늘한 소복을 덮어 이 달아오른 살덩어리를 철저히 감추었을 것이다.그러나 오늘 밤의 공기는 철저하게 달랐다. 뼛속에 각인된 법도의 망령은 "당장 옷을 여미고 단정히 하라"고 서슬 퍼르게 명했지만,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암컷의 본능은 "기다려라. 기어이 이 젖은 속살을 짐승에게 내보여라"고 맹렬하게 속삭이고 있었다.그녀는 얇고 반투명한 모시 홑이불 하나만을 젖은 어깨 위로 느슨하게 걸쳤다. 앞섶은 굳이 여미지 않았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젖어 빛나는 하얀 허벅지의 굴곡과 그 사이의 은밀한 둔덕이 후끈한 밤공기 속에 외설스럽게 드러났다.안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촛불을 켰다. 칠흑 같던 방 안이 은은하고 붉은빛으로 농밀하게 채워졌다. 그녀는 미끄러지듯 창호지 문 쪽으로 다가갔다. 바깥의 야성과 안쪽의 고립을 가르는 유일하고도 얄팍한 경계선. 그녀는 하얀 손으로 차가운 문고리를 쥐었다.'닫아걸어야 한다.'알량한 이성이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경고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이성의 통제를 비웃듯 정반대로 움직였다. 그녀는 문을 빈틈없이 닫는 대신, 아주 살짝, 사내의 두꺼운 굳은살 박인 손가락 두 마디 정도가 비집고 들어올 만큼의 은밀한 틈을 남겨두었다.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뼛속까지 발정 난 암컷이 치밀하게 파놓은 아찔한 덫이었다. 이 깊은 밤, 행랑채의 머슴 돌쇠는 소 여물을 챙기고 잠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안채 마당의 이 툇마루 앞을 가로지르게 되어 있었다.정씨 부인은 그 '열린 틈'이 가지는 파괴적인 의미를 온전히 꿰뚫고 있었다. 그것은 점잖은 손님을 맞이하는 반가운 인사가 아니었다. 굶주린 사냥꾼이 야생의 맹수를 옭아매기 위해 파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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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3

3. 어둠 속의 발자국 소리: 공명가슴 속에서 심장이 미친 듯이 엇박자로 요동쳤다. 아랫배 가장 깊은 곳에서 시작된 묵직한 진동이 핏줄을 타고 온몸의 뼈마디로 뻗어나갔다. 이것은 목숨을 내놓아야 할 명백한 죄악이었다. 사대부가의 안주인이, 열녀의 칭송을 앞둔 과부가, 천한 흙바닥을 구르는 머슴에게 제 나신을 음탕하게 열어 보이기 위해 일부러 문을 틈새로 열어두다니.하지만 그 숨 막히는 배덕감과 뼛속을 찌르는 타락감이야말로, 지금 그녀의 단전을 펄펄 끓게 만드는 가장 지독한 불쏘시개였다. 그녀는 단순히 보여줌으로써 그 짐승을 발밑에 지배하고 싶었다. 자신의 핏기 없이 하얗고 부드러운 육체를 흉기 삼아, 그 거칠고 태산 같은 수컷을 꿇어 엎드리게 하고, 그가 발정 난 들개처럼 헐떡이며 자신을 미치도록 갈구하는 꼴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 그것은 안방마님의 오만함이자, 억눌려 있던 암컷의 가장 잔혹한 본능이었다.저벅, 저벅.소리가 들렸다. 메마른 마당의 흙바닥을 무겁게 짓누르는 거친 발소리.돌쇠였다.그 육중한 짐승의 발걸음은 짙은 어둠을 가르고 미세하게 가까워졌다. 흙을 밟는 소리가 마치 그녀의 연한 가슴뼈를 무자비하게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쿵, 쿵, 귓바퀴를 거칠게 때렸다.정씨 부인은 숨을 헉, 하고 멈췄다. 그녀는 얼레빗을 들어 아직 물기가 뚝뚝 떨어지는 젖은 머리카락을 느릿하게 빗어 내리는 척 연기를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곤두선 온 신경은 등 뒤의 그 얇은 문틈에 미친 듯이 쏠려 있었다. 피부에 닿기 전 먼저 끼쳐오는 짐승의 묵직한 체열과 흙냄새를 통해, 그녀는 문밖의 상황을 눈으로 보듯 솜털 하나하나로 생생하게 감지하고 있었다.발소리가 우뚝 멈췄다. 정확히 열린 문 앞, 안방의 붉은빛이 새어 나가는 바로 그 좁은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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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4

4. 시선이라는 이름의 교접돌쇠는 벼락을 맞은 듯 그 자리에 바위처럼 멈춰 섰다. 시커먼 마당을 가로지르던 그의 야생적인 눈빛에, 안방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한 줄기 붉은빛이 맹렬하게 꽂혀 들었다. 그 얇은 빛은 칠흑 같은 어둠을 날 선 칼날처럼 베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벌어진 틈새 사이로, 수컷의 숨통을 끊어놓을 듯한 치명적인 풍광이 고스란히 펼쳐졌다.일렁이는 촛불을 등지고 비스듬히 꿇어앉은 여인. 물기에 젖어 살갗에 들러붙은 얇고 반투명한 모시 이불 사이로, 눈부시게 하얀 어깨와 목덜미가 고스란히 비쳐 올랐다. 수액을 머금어 번들거리는 둥근 등판. 방바닥을 묵직하게 짓누르고 있는 풍만하고 요염한 둔부의 굴곡. 그리고 그녀가 하얀 팔을 들어 빗질을 할 때마다 홑이불이 아슬아슬하게 흘러내리며 언뜻언뜻 시야를 찢어발기는, 묵직한 젖무덤의 실루엣.돌쇠는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거친 숨을 컥, 하고 삼켰다."후욱."그는 자신의 핏발 선 눈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조차 현실로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 같은 마님이었다. 평소라면 감히 그림자조차 밟을 수 없이 고고하고 서늘했던 얼음 같은 안방 마님이, 지금 속곳 한 장 걸치지 않은 맨살의 몸으로 요염하게 앉아 허벅지의 연한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었다.그는 당장 고개를 돌리고 짐승처럼 바닥에 이마를 박아야 했다. 두 눈을 후벼 파고서라도 저곳에서 뒷걸음질 쳐야 마땅한, 사지가 찢길 끔찍한 금기였다. 하지만 그의 굵은 목뼈는 뼛속까지 마비된 듯 단 한 치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시커먼 눈동자는 굶주린 짐승처럼 그 좁은 틈새를 미친 듯이 파고들었다.그것은 단순하게 훔쳐보는 나약한 응시(凝視)가 아니었다. 그의 뜨겁고 노골적인 시선 자체가 묵직한 실체를 띠고 그 얇은 틈을 거칠게 비집고 들어가, 마님의 연한 속살을 낱낱이 훑어 내리는 맹렬하고 폭력적인 무형의 교접(交接)이었다.방 안에서 뱀처럼 흘러나오는 덥고 질척한 수증기, 은은한 백단향, 그리고 암컷 특유의 짙고 비릿한 살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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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5

5. 정지와 긴장: 어둠 속의 기둥정씨 부인은 단 한 뼘도 자리를 피하거나 몸을 가리지 않았다. 그녀는 빗질을 멈추고, 아주 느리고 나른한 몸짓으로 어깨 위로 흘러내린 얇은 모시 이불을 다시 추스르는 '척'을 했다. 하지만 그 몸짓은 의도적으로 한없이 노골적이고 음란해서, 이불자락이 걷어질 때마다 감추어져 있던 허벅지 안쪽의 연한 속살과 은밀한 굴곡을 수컷의 시선 앞에 더 잔인하게 던져놓는 결과를 낳았다.그녀는 밖에 선 짐승의 헐떡임을 온몸의 솜털로 느끼면서도 모른 척, 철저히 사내를 농락했다. 이것은 오직 그녀만이 고삐를 쥔, 지배와 피지배의 아찔한 유희였다."아..."그녀는 일부러 붉은 입술을 살짝 벌려 나른한 탄성을 흘리며, 둥근 허리를 한껏 비틀어 등줄기의 깊은 골짜기를 강조했다.문밖 짙은 어둠 속에서 "후우욱," 하고 끓는 피를 억누르는 수컷의 거친 쇳소리가 진동했다. 돌쇠는 지금 인내의 한계치에서 짐승처럼 미쳐가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저 얄팍한 창호지 문을 단숨에 박살 내고 쳐들어와 하얀 살갗을 무자비하게 짓이기고 싶은 야성의 폭력과, 손목이 날아갈 신분의 철벽 사이에서 그의 거친 영혼은 시뻘겋게 찢겨 나가고 있을 터였다.정씨 부인은 그 폭발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을 뼛속 깊이 달콤하게 즐겼다. 손가락 두 마디의 열린 틈을 사이에 두고, 방 안의 고독한 핏빛 백색과 문밖의 짙은 흑색이 숨 막히게 대치하고 있었다.그녀의 아랫배가 터질 듯 묵직하게 조여들었다.'들어오라. 차라리 문을 부수고 들어와 그 짐승 같은 하중으로 나를 짓눌러라. 이 문은 잠겨 있지 않다. 네 거친 손아귀로 쥐어뜯으면 당장이라도 열릴 연약한 문이다.'하지만 돌쇠는 끝내 선을 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묵직한 바위처럼 못 박혀, 그 좁은 틈으로 쏟아져 나오는 살결의 붉은 향연을 자신의 눈동자에 시뻘건 화인처럼 지독하게 새겨넣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땀 젖은 홑바지 속, 낮에 그녀의 척추를 정면으로 강타했던 그 단단한 '검은 기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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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6

6. 역전된 권력: 붉은 낙인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같은 시간이 영겁처럼 묵직하게 흘렀다. 숨이 막힐 듯한 찰나가 지났다. 정씨 부인은 비단 요 위에서 천천히 매끄러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일렁이는 촛불을 향해 느릿하게 다가갔다. 그녀의 아찔한 곡선이 문틈의 시야에서 서서히 비껴갔다.그녀는 촛불을 입김으로 끄기 직전, 아주 찰나의 순간, 틈이 벌어진 문 쪽을 향해 오만하게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얽혔는가? 밖은 달빛조차 구름에 숨은 짙은 어둠이라 형체조차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펄떡이는 육신은 뼛속 깊이 직감하고 있었다. 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발가벗겨 삼킬 듯 번들거리는 야수의 시뻘건 안광(眼光)과 정면으로 부딪쳤다는 것을.그녀의 붉은 입꼬리가 은밀한 호선을 그렸다. 포식자의 오만함이자, 짐승을 제 매력으로 발밑에 꿇린 암컷의 잔혹하고도 관능적인 미소였다.후우.그녀가 붉은 입술을 오므려 촛불을 불어 껐다. 방 안이 순식간에 앞이 보이지 않는 심연의 암흑으로 가라앉았다.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자, 문밖에서 쏟아지던 짐승의 맹렬한 시선도 철저하게 차단되었다. 위험하고 아찔했던 밤의 유희는 끝이 났다.잠시 후, 밖에서 무거운 정적을 깨고 다시 발소리가 들렸다.저벅... 찌직...처음 다가올 때보다 백배는 더 묵직하고, 질척한 흙바닥을 질질 끄는 듯한 참담하고 거친 발소리였다. 돌쇠는 무겁게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눈앞의 먹잇감을 두고도 목줄에 감겨 물러나야만 하는 굶주린 짐승처럼.하지만 그는 결코 빈손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핏발 선 눈동자 속에, 그리고 펄펄 끓는 오장육부 속에 정씨 부인의 헐벗은 나신을 고스란히 집어삼켜 담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평생 짐승처럼 헐떡이게 만들, 그의 육체와 영혼에 끔찍하게 찍혀버린 지워지지 않을 붉은 낙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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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부: 열린 문틈 7

7. 닫힌 문, 열린 심연육중한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진 후에도, 정씨 부인은 시꺼먼 어둠 속에 우뚝 서 있었다. 이내 팽팽했던 뼈마디의 기운이 풀리며 방바닥으로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두 손으로 제 부푼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연한 갈비뼈를 산산조각 낼 듯 맹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보았어... 내 속살을 모조리 다 보았어..."그녀는 밭은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 수치심과 배덕감에 뺨이 잉걸불처럼 화끈거렸지만, 얇은 이불이 닿아있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는 이미 주체할 수 없는 뜨거운 진액을 쏟아내며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오늘 밤, 그녀는 흙을 뒹구는 머슴에게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 붉은 비밀을 기꺼이 허락했다. 비록 살과 살이 맞붙는 물리적 결합은 없었으나, 이것은 시선을 무기 삼아 서로의 살갗을 헤집고 들어온 맹렬하고 폭력적인 무형의 교접이었다.그녀는 무릎을 질질 끌며 문 쪽으로 다가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달칵.이제 물리적인 문은 굳게 닫혔다.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이미 그녀의 숨통을 쥐고 있던 뼛속 깊은 법도의 망령과 빗장에는, 두 번 다시 메울 수 없는 소름 끼치는 구멍이 뚫려버렸기 때문이다.그 열린 틈을 통해 돌쇠라는 날것의 야성은 언제든, 칠흑 같은 몽중(夢中)에서조차 그녀의 핏줄을 타고 내밀하게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그녀는 짙은 어둠 속에서 제 뜨거운 맨몸을 스스로 더듬어 내렸다. 조금 전 돌쇠의 짐승 같은 시선이 핥고 지나갔던 바로 그 궤적을 따라 자신의 하얀 손으로 집요하게 어루만졌다. 떨리는 어깨, 부푼 가슴, 오목한 허리, 그리고 묵직한 둔부까지.촛불이 꺼진 숨 막히는 밀실에서, 그녀는 스스로 살갗을 비비며 짐승처럼 헐떡였다. 그녀의 끓어오르는 환각 속에서 돌쇠는 문밖으로 물러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 막막한 수컷은 이미 이 방 안으로, 짙은 어둠과 한 덩어리가 되어 기어들어와 그녀의 몸뚱이를 억센 무게로 무자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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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붉은 기둥 1

1. 잠들지 못하는 피의 밤: 전조밤은 깊었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정씨 부인은 하얀 요 위에 죽은 듯 누워 있었지만, 그녀의 신경은 마치 껍질이 벗겨진 생살처럼 아찔하게 곤두서 있었다.문틈을 통해 돌쇠에게 자신의 젖은 속살을 적나라하게 내보였던 그 찰나의 일탈. 그 숨 막히는 배덕감과 끈끈한 흥분이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시뻘겋게 맴돌았다.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번뜩이던 짐승의 눈빛이 선명하게 아른거렸고, 귀를 막으면 그의 거친 쇳소리가 귓바퀴 안쪽을 핥고 지나가는 듯했다.그녀의 방 안에는 무거운 적막이 흘렀으나, 그것은 죽은 고요가 아니었다. 그것은 맹렬한 폭풍이 들이닥치기 직전,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의 기운을 품고 있는 숨 막히는 침묵이었다. 어둠마저 보이지 않는 불씨를 머금은 듯 살갗을 닿을 때마다 찌릿하게 자극했다.그녀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내려다보았다. 달빛에 희끄무레하게 빛나는 자신의 핏기 없는 하얀 손. 그 손은 이제 더 이상 고상한 서책을 넘기거나 얌전하게 바느질을 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펄펄 끓는 피부를 쓰다듬고, 긁어내고, 미친 듯이 움켜쥐고 싶은 '욕망의 갈고리'였다. 열 손가락의 뼈마디가 무언가를 쥐어뜯고 싶어 미칠 듯이 근질거렸다.그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 안에 고여 있는 정체된 백색의 공기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녀의 헐떡이는 숨통은 다 타버린 마른 향 냄새가 아니라, 저 바깥 어둠 속에 떠다니는 펄떡이는 생명들이 내뿜는 비릿하고 끈적한 열기를 미치도록 갈구하고 있었다."목이... 타는구나."그녀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는 변명을 밭은 숨과 함께 토해내며 안방 문을 열어젖혔다.후욱.습기를 머금은 밤공기가 훅 끼쳐 들어왔다. 그 공기 속에는 질척한 흙냄새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마구간에서 풍겨오는 가축들의 비릿한 배설물 냄새가 뒤엉켜 있었다. 낮에는 천박하다 여겨 비단 수건으로 코를 막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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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부: 붉은 기둥 2

2. 어둠의 심연, 헛간: 짐승의 굴안채와 사랑채 사이, 온갖 잡동사니와 흙 묻은 농기구를 던져두는 낡고 육중한 헛간이 있었다. 낮에는 돌쇠가 머물며 짚신을 삼거나 시퍼런 낫을 갈아대던 곳. 그곳은 위선적인 문명의 규율이나 양반의 썩은 법도가 단 한 뼘도 닿지 않는, 이 집안에서 가장 무겁고 시뻘건 날것의 장소였다.그 헛간의 썩은 널빤지 문틈 사이로 희미하고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호롱불이었다. 짐승들도 잠든 이 깊은 야밤에, 돌쇠는 자지 않고 깨어 헐떡이고 있었다.정씨 부인은 헛간 흙벽에 둥근 등을 바짝 붙이고 숨을 죽였다. 심장이 쿵, 쿵, 하고 연한 갈비뼈를 안쪽에서 무자비하게 후려쳤다. 이것은 겁에 질린 두려움이 아니었다. 이것은 굶주린 사냥꾼이 맹수의 아가리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아찔한 전율, 혹은 반대로 벌거벗은 먹잇감이 포식자의 거친 숨소리를 바로 귓가에서 들었을 때 느끼는 공포 섞인 지독한 환희였다.안에서 질척한 소리가 들려왔다."...으윽... 흑... 하아..."짐승이 목구멍으로 피를 토하며 앓는 듯한 쇳소리. 살이 찢어지는 고통인지 뼈가 녹아내리는 쾌락인지 분간할 수 없는 끈적하고 억눌린 신음이었다. 그리고 무언가 무겁고 일정한 박자로 요동치는 소리.슥, 찌걱, 슥.투박한 굳은살과 연한 핏덩이가, 혹은 살갗과 젖은 천이 거칠게 마찰하는 질척한 파찰음이었다.정씨 부인은 숨을 헉, 하고 멈췄다. 단전을 관통하는 직감이 뇌수를 시뻘겋게 태워버렸다. 그녀의 끓는 피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저 흙벽 너머에서 지금 무슨 불경하고 음란한 짓이 벌어지고 있는지.머릿속의 창백한 이성은 "당장 돌아가라, 더러운 것을 눈에 담지 마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펄펄 끓는 아랫배는 "보라, 두 눈을 뜨고 기어이 저 수컷을 확인하라"고 엄명하고 있었다. 그녀는 홀린 듯 천천히 몸을 돌려, 썩은 나무 판자 사이의 벌어진 옹이구멍에 파르르 떨리는 붉은 눈동자를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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