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새로운 적==================================================밤 11시 47분.사무실은 이미 절반 이상 불이 꺼져 있었다.나는 모니터에서 잠시 시선을 떼고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미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아직도 회사예요?”“저녁은 먹었어요?”화면을 바라보는데 괜히 마음이 풀렸다.첫 번째 인생에서는 이런 밤이 수도 없이 많았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깨지고, 일하고, 집에 돌아가 혼자 술을 마셨다.지금은 달랐다.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오늘은 퇴근 못 할 것 같아요 ㅠㅠ”미연 : 또요?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렇게 일해요ㅠ나는 피식 웃었다.“거의 다 했어요. 걱정하지 마요ㅎㅎ 미연이는 먼저 자요.”미연 : 알겠어요. 너무 무리하지 말고요. 잘 자요♥나는 하트 표시를 한동안 바라봤다.별것도 아닌데 힘이 났다.대표 보고자료.기존 내용을 새 템플릿으로 전부 바꾸는 중이었다.폰트도 다시.표도 다시.도식도 다시.페이지 구성도 다시.‘하.’이럴 때마다 미래가 그립다.AI가 있으면 금방일 텐데.그래도 거의 끝났다.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문제는 몸이었다.며칠째 제대로 자지 못했다.“잠깐만 자자.”나는 의자를 뒤로 젖혔다.진짜 30분만.그렇게 눈을 감았다.***희미하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기리.”눈을 뜨니 장구미 선배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오전 5시 03분.“여기서 잤어?”“네. 조금만 마무리하면 됩니다. 한 시간 정도요.”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선배. 저 30분만 더 잘게요. 30분 뒤에 꼭 좀 깨워주세요.”“그래.”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의심은 없었다.***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사람들 목소리, 전화벨,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휴대전화를 확인했다.오전 8시 06분.“뭐야?”잠이 확 달아났다.장구미가 깨워주기로 하지 않았나?주변을 급하게 훑었다.“장 선배님은요?”“밖에 청소하러 갔는데? 오늘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