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장구미가 내 팔을 잡았다.복도 끝.비상계단 앞.“그렇게까지 해야 했냐?”목소리가 떨렸다.화가 나서인지.창피해서인지.“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역할표 넣어달라고요.”“팀으로 일하는 거잖아.”“그런데 왜 담당에는 선배님 이름만 있습니까?”장구미가 입을 다물었다.“저도 팀입니다. 민수도요.”나는 그의 손에서 팔을 뺐다.장구미가 벽에 등을 기댔다.“너 본부장 앞에서 나 망신 줬어.”“망신은 제가 안 드렸습니다. 발표 자료가 드렸습니다.”“기리야.”장구미가 나를 봤다.“나 올해 과장 진급 대상이야.”“압니다.”“이 발표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압니다. 그래서 제 이름이 빠지면 안 되는 겁니다. 저한테도 중요하니까요.”장구미가 웃었다.웃음이 비틀렸다.“너는 어차피 안 되잖아.”그 말이 나오고.장구미 스스로도 놀란 얼굴을 했다.나는 그를 봤다.“어떻게 아십니까?”장구미가 대답하지 못했다.“제가 어차피 안 된다는 거. 선배님은 어떻게 아십니까.”장구미의 눈이 흔들렸다.그는 알고 있었다.전환 검토.어쩌면 그 이상도.장성호 옆에서.혹은 동기 오영찬에게서.그리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어차피 안 될 사람의 이름을 지워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냥 하는 말이야.”“네.”나는 계단 문을 열었다.“그냥 하는 말도 적어두겠습니다.”* * *사무실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했다.고객사에 최초 발송한 메일.원인분석 초안의 작성자 정보.버전 이력.추적 검사 이관 인수인계서.오영찬에게 보냈다.참조 강태원 상무 비서실, 장성호, 장구미, 품질 공용.본문은 세 줄.요청하신 2호라인 개선 사례 역할별 기여 자료 송부드립니다.각 항목은 원본 메일 및 문서 이력 기준입니다.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면 정정하겠습니다.전송.* * *점심시간.전진주가 나를 불렀다.공장 뒤편 벤치.커피 두 잔.“아까.”“네.”“나 회의 들어갈 뻔했는데 팀장님이 빼더라. 인원 많다고.”전진주가 커피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