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중순.본사에서 조직문화 설문이 내려왔다.문항 31번.귀하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업무환경을 자유롭게 기술하십시오.점심시간.민수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선배님. 31번 뭐라고 쓰셨습니까?”“퇴근한 환경.”민수가 멈췄다.“……네?”“이상적인 업무환경. 퇴근한 환경.”전진주가 커피를 뿜을 뻔했다.민수는 웃지 않았다.메모를 했다.“그렇군요.”“야, 농담이야.”“아닙니다. 맞는 말씀 같습니다.”민수가 수첩을 덮었다.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그리고 일주일 뒤에 알았다.* * *일주일 뒤.민수가 파일 하나를 들고 왔다.제목 : 야간·휴일 고객 문의 대응 절차 개선안.“선배님. 이거 검토 부탁드립니다.”“이게 뭐야.”“퇴근한 환경이요.”나는 파일을 열었다.첫 장은 숫자 세 개였다.지난 1년 품질팀이 밤과 주말에 받은 전화. 214통.그중 내가 받은 전화. 131통.그중 정말 그 자리에서 처리해야 했던 전화. 23통.나머지는 다음 날 해도 되는 일이었다.자료가 어디 있냐는 전화였다.담당자가 없냐는 전화였다.“이거 어떻게 셌어?”“휴대폰 요금 명세서 제출받았습니다. 동의받고요. 팀원 여섯 명 전부.”“…….”“선배님 것도 받았습니다. 작년 2월에 영수증 제출하실 때 명세서가 같이 들어 있었습니다.”아.나는 다음 장을 넘겼다.개선안은 간단했다.급한 연락은 대표번호 하나로 받는다.그 번호는 일주일씩 돌아가며 당번이 들고, 당번 수당을 받는다.자료 위치를 묻는 전화는 공용 안내문으로 대신한다.출하를 멈춰야 하거나, 고객 라인이 서거나, 안전 문제일 때만 즉시 대응한다.나머지는 다음 날 아침 아홉 시에.그리고 기대효과.개인 야간 전화 약 90% 감소 추정.특정 인원 편중 해소.특정 인원.131건.“민수야.”“네.”“이거 팀장님한테 올리면 뭐라고 할 것 같아.”“고객 대응을 소홀히 하겠다는 거냐고 하실 것 같습니다.”“알면서.”“그래서 고객사 반응도 넣었습니다.”마지막 장
Last Updated : 2026-10-0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