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원주에게서 전화가 왔다."동진아, 오늘 저녁 서면 콜? 나 모의고사 점수 올랐다. 기념으로 쏜다, 반반치킨."평소라면 두 번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원주가 쏜다는 건 일 년에 몇 번 없는 이벤트였다."…오늘은 안 돼. 선약 있어.""선약? 니가? 백수가 뭔 선약.""아, 그냥. 일이 좀 있다.""뭔데. 여자냐?"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원주가 휘파람을 불었다."오~ 박동진 드디어. 알았다, 잘해라. 다음 주에 썰 풀어라."전화를 끊고 나서 한참 휴대폰 화면을 봤다. 원주에게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여자 일이 맞았다. 다만 그 여자는 오늘 다른 남자를 만나러 가고, 나는 그걸 보려고 친구의 치킨을 거절했을 뿐이다.그 문장을 속으로 끝까지 말하지 않으려고, 나는 청소기를 돌렸다.*오후 내내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세 시쯤 그녀의 창문이 열렸다. 이불을 터는 소리. 강아지 두 마리가 창틀에 앞발을 올리고 골목을 내려다봤다. 작은 쪽, 하얀 말티즈가 나를 향해 짖었다. 한 번, 두 번.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개는 계속 짖었다. 그녀가 창가로 와서 말티즈를 안아 들었다."왜, 뭐 있어? 아무것도 없잖아."그녀가 골목을, 그리고 내 창문 쪽을 잠깐 훑었다. 나는 커튼 뒤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참았다. 뺨에 닿은 장판이 차가웠다.개는 안다. 개는 사람보다 먼저 안다.그 생각이 들자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런데 곧, 다른 생각이 그 위를 덮었다.'개가 날 기억하는 거야. 매일 보니까.'그녀의 강아지가 나를 알아본다. 나는 그걸, 그녀의 세계에 내 자리가 조금 생긴 거라고 받아들였다.*여섯 시. 그녀가 샤워를 했다.여섯 시 반. 머리를 말리는 드라이어 소리가 골목까지 울렸다. 창가 화장대 앞, 반쯤 열린 커튼 사이로 그녀가 립스틱을 바르는 옆모습이 보였다. 평소 출근길의 맨얼굴이 아니었다. 속눈썹을 올리고, 머리카락 끝을 손가락으로 말아 넘기고, 거울 속 자신을 향해 한 번 입꼬리를 올려봤다.누군가에게 예뻐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