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진 씨죠.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나는 그 자리에 앉아 떨어진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화면이 꺼져 있었다. 손을 뻗어 주울 수 없었다.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그녀가 내 이름을 안다.어떻게. 경찰. 어머니. 도윤. 통장. 누구든. 이 골목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다. 그녀가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다.그런데 나는, 그 가능성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몇 달 동안 나는 그녀를 알았다. 출근 시간, 퇴근 시간, 근무표, 강아지 이름, 남자친구 이름, 결혼 날짜, 전화번호, 그리고 이름. 한서연. 나는 그 모든 걸 알고, 그녀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었다. 그 불균형이 나를 지탱했다. 나만 보는 창문. 저쪽은 모르는 창문.그 창문이 방금, 반대 방향으로 열렸다.*공포는 오래가지 않았다.한 시간쯤 지나자,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그 감정을 부정하려 했다. 부정하지 못했다.그녀가 내 이름을 불렀다.이름을. 박동진 씨. 존댓말로. 또박또박.처음이었다. 83번 버스에서도, 계단에서도, 떡을 줄 때도, 두부를 돌려줄 때도, 편의점 앞 캔커피에서도. 그녀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맞은편 분. 두부 은인. 그 사람.이제 그녀는 나를 박동진이라고 부른다.그녀의 세계 안에, 내 이름이 있다.나는 그 생각을 하며 웃었다. 소리 없이. 새벽 네 시, 불 꺼진 방에서.그 웃음이 얼마나 끔찍한지, 나는 거울을 보지 않아서 몰랐다.*다음 날, 나는 사하구 부모님 집에 갔다.돈을 빌리러. 통장 잔고가 두 달을 못 버틸 만큼 줄어 있었다. 엄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봉투를 건넸다. 백만 원."아부지 알면 안 된다. 얼른 넣어라."나는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엄마가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우리 아들 얼굴이 와 이렇노. 잠은 자나.""잔다.""밥 먹고 가라. 엄마가 갈비 재워놨다."나는 부엌 식탁에 앉았다. 엄마가 갈비를 굽는 동안, 내 옛날 방에 잠깐 들어갔다.변한 게 없었다. 고등학교 때 책상. 벽에 붙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