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일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집주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매수인 쪽에서 입주 날짜를 확정했다고. 짐은 그 전날까지 빼달라고.나는 방을 구하러 다녔다. 혼자서. 원주는 차단된 채였고, 엄마의 전화는 받지 않았다.돈이 문제였다. 보증금 오백, 월세 사십. 그 이상은 안 됐다. 엄마가 준 백만 원은 반 이상 사라졌다. 그 조건으로 볼 수 있는 방은 많지 않았다. 고시원, 원룸텔, 반지하.사흘 동안 열두 군데를 봤다. 어디든 괜찮았다. 어디든 괜찮지 않았다.그리고 나흘째 오후, 이 동네 부동산 유리문에 붙은 전단지 한 장을 봤다.[급매 월세] 반지하 원룸. 보증금 300 / 월세 30. 즉시 입주 가능.주소를 봤다.같은 골목이었다. 계단 맨 아래. 전봇대 옆. 내가 11화에서 처음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기다리던, 그 전봇대.*부동산 중개인은 칠십 대 할아버지였다."총각 이 동네 산다 캤제? 그 4층? 아이고, 그 집 팔린다 카대. 그라믄 가까운 데 구하는 게 낫지. 이사 비용도 아끼고.""…네.""근데 반지하라 습기가 좀 있다. 여름에 곰팡이 생기고. 창문도 반쯤 땅에 묻혀 있어서 볕이 안 들어와. 그래도 이 가격이면 이 동네에서 없다."할아버지가 열쇠를 돌렸다. 철문. 계단 세 칸 아래로. 방.어두웠다. 습한 냄새. 벽지 모서리가 들떠 있었다. 싱크대 하나, 화장실 하나, 방 하나.그리고 창문.길쭉하고 낮은 창문이 천장 바로 아래에 있었다. 창문 아래쪽 절반은 바깥 땅 높이보다 낮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 골목의 바닥, 전봇대 밑동, 그리고 계단.그녀의 계단이 시작되는 첫 번째 칸.이 창문으로는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창문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발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발.그녀가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산책할 때. 그녀의 운동화가, 크록스가, 하이힐이, 이 창문 앞을 지나갈 것이다. 두부와 콩이의 발톱도. 도윤의 운동화도.그리고 그 발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지면보다 낮은 이 창문 너머에서, 누가 보고 있는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