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지금 여기서 네가 어느 여자 침대에서 나왔는지 말해줄까?”세령은 유건의 팔을 어깨에서 떼어냈다. 식당 문 너머로 접시를 치우는 소리가 들렸고, 맞은편에 선 태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유건이 급히 웃었다.“자기야, 왜 그래. 형 앞이잖아.”“그러니까 입 조심하라고. 내 입 열리기 전에.”“형, 별일 아니야. 내가 알아서 할게.”태겸은 유건에게 대답하지 않았다. 세령의 손등이 붉게 달아오른 것을 보더니 한 걸음 비켜섰다.“형수, 먼저 들어가 쉬세요. 얼굴이 안 좋아 보입니다.”“괜찮아요.”“안 괜찮아 보여도 그렇게 말하는 버릇은 여전하네요.”세령의 숨이 걸렸다. 7년 전에도 태겸은 그녀가 무리하는 날이면 먼저 알아챘다. 하지만 지금 그 기억을 붙들면 자신이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걱정 안 하셔도 돼요, 아주버님.”태겸의 시선이 세령의 빈 약지에 한 번 더 닿았다. 뭔가 묻고 싶어 하는 얼굴이었지만 그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세령은 그 침묵이 고마우면서도 서운했다. 7년 전에도 태겸은 그녀의 마음을 먼저 알아채곤 했는데, 지금은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사이였다.세령이 돌아서자 유건이 뒤따랐다. 마침 식당에서 혜란이 나와 두 사람을 불렀다.“세령아, 차라도 마시고 가지. 태겸이도 오랜만에 왔는데.”세령은 문턱에서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죄송해요, 어머니. 속이 좀 안 좋아서요.”“유건아, 네 아내 좀 챙겨.”“네, 어머니. 제가 챙길게요.”이도가 식당에서 고개를 내밀었다.“형수님, 큰형 귀국 축하 자리인데 벌써 가요? 둘째 형이 또 못살게 굴었어?”“이도야, 너도 들어가.”유건이 다급하게 막아서자 이도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세령은 더 대답하지 않고 계단을 올랐다. 어제 새벽부터 집안의 남자들은 그녀가 입을 열까 봐 두려워하는 얼굴뿐이었다.그 대답에 세령은 입 안쪽 살을 깨물었다. 호텔에서는 다른 여자 이름을 부르던 남자가 식구들 앞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남편이었다.세령은 저녁에 벗어둔 외투와
Huling Na-update : 2026-09-20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