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지갑에서 본 거예요.”세령은 손에 든 폴라로이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 속 태겸은 지금보다 훨씬 젊었고, 손에 든 검은 지갑은 반쯤 열려 있었다. 그 안쪽 포켓에 끼워진 작은 사진 한 장. 아무리 작게 찍혀 있어도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스물넷의 자신이었다.해외 전시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몇 번이나 다시 찍자고 했는데, 태겸은 그중 가장 자연스럽게 웃은 사진을 골랐다. 왜 이걸 가져가냐고 묻자 그는 대답 대신 지갑에 바로 넣었다. 세령이 장난처럼 돌려달라고 했을 때도 웃기만 했던 얼굴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그 기억이 따라오자 손끝이 굳었다.“뒷면 봐요.”이도의 말에 세령은 사진을 뒤집었다.날짜가 적혀 있었다.한 번 보고도 믿기지 않아 다시 확인했다.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유건과 약혼을 발표한 뒤였다.그 날짜를 보고 있자 약혼식 날의 환한 조명과 유건의 손에 끼워졌던 반지까지 한꺼번에 떠올랐다. 자신은 그날 완전히 다른 사람의 미래로 들어갔다고 믿었다.세령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태겸이 자신을 버렸다고 믿고 기다리는 걸 그만둔 뒤, 유건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양가에 인사를 마쳤던 시기였다. 그 무렵 자신은 태겸도 이미 모든 걸 정리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약속에 나오지 않았고, 연락도 끊겼으며, 끝내 이별 문자까지 보냈으니까.그래서 자신도 정리했다. 태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버리고, 선물도 치웠고, 번호를 지운 뒤에는 다시 저장하지 않았다. 약혼반지를 낀 날에는 정말 끝났다고 믿었다.그런데 그때도 태겸의 지갑에는 자신의 사진이 남아 있었다.세령은 무심코 사진 모서리를 문질렀다. 오래돼 표면이 조금 바래 있었고, 가장자리는 닳아 있었다. 사진 한 장만 보고 무슨 의미였는지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버리고 잊은 사람의 흔적처럼 보이지는 않았다.“이거 어디서 났어.”“예전에 찍어둔 거예요.”“왜 찍었는데.”“큰형 찍다가 같이 찍힌 거죠.”세령은 이도를 올려다봤다.“그때도
Last Updated : 2026-09-2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