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듣겠어.”설연은 쪽지를 접었다. 모서리를 맞추는 데 두 번 실패했다.백현이 아무 말 없이 종이를 받아 반듯하게 접어 주었다.아란은 일어섰다.“그럼 네가 아는 사람이 맞는지부터 보자.”무강은 설연을 붙잡지 않았다. 대신 임경에게 가마를 준비하게 했다. 그녀가 거절하려 하자 아란이 먼저 타며 말했다.“내가 못 뛰어. 밤새 네 환자 살렸잖아.”설연은 결국 맞은편에 앉았다.궁문까지 가는 동안 바퀴 소리가 계속되었다. 길가에서 떡을 파는 목소리,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 평범한 아침이 얄미울 만큼 또렷했다.아란이 소매 끝을 정리해 주었다.“아는 척 안 할 수도 있어.”“들었어.”“너를 미워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야.”설연은 창밖을 보았다.“미워해도 돼. 살아만 있으면.”아란은 그 말을 반박하지 못했다.궁문에서 허가서를 확인한 내관이 두 사람을 내의원으로 데려갔다. 새 신분패를 받는 동안 설연은 담 너머 지붕을 세었다. 침전까지 담 세 겹, 문 두 개. 지붕으로 가면 활에 걸렸다.아란이 발등을 밟았다.“지금 도망갈 길 말고 진료 순서를 외워.”침전 궁인들의 진료는 따로 마련된 회랑에서 했다. 낮은 발을 사이에 두고 손목만 내밀도록 되어 있었다.설연은 붓을 들었다.첫째는 두통, 둘째는 불면. 아란이 묻는 말과 궁인들의 대답을 적었다. 손이 움직이는 동안만은 견딜 만했다.네 번째 이름이 불렸다.“강옥.”붓끝에서 먹이 떨어졌다.
Last Updated : 2026-09-2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