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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남겨진 외상값

Author: STARGI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4:00:13

백현은 지급증을 펴지 못했다.

종이 위에 손을 얹은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설연은 목갑 귀퉁이에 붙은 쪽지를 보았다.

길드장님께. 외상값 대신.

“얼마를 빌렸는데.”

그녀가 물었다.

“은 두 냥.”

백현이 웃었다.

“그것도 갚기 싫어서 맨날 도망다녔어.”

웃음이 오래가지 않았다.

설연은 종이를 당기지 않았다. 무강도 재촉하지 않았다. 백현이 손을 거두기까지 두 사람은 기다렸다.

백현의 손톱 밑에 흙이 끼어 있었다. 평소라면 장례꾼에게 맡겼을 일을 오늘은 끝까지 직접 했을 것이다. 설연은 목갑 옆에 물그릇을 놓았다. 백현은 그 물에 손을 씻지 않고 한 모금 마셨다. 목이 말랐다는 사실도 그제야 떠올린 얼굴이었다.

“네가 대군부 잠버릇을 조사할 때, 나는 칠 년 전 군사들이 다닌 길을 찾았어.”

백현이 말했다.

“윤칠에게 옛 역참 기록을 맡겼지. 아버지가 그 일을 했거든.”

“그동안 말 안 했잖아.”

“확인된 게 없었으니까. 엉터리 종이 한 장에 네가 어디까지 갈지 아니까.”

설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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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은 지급증을 펴지 못했다.종이 위에 손을 얹은 채 한동안 서 있었다. 설연은 목갑 귀퉁이에 붙은 쪽지를 보았다.길드장님께. 외상값 대신.“얼마를 빌렸는데.”그녀가 물었다.“은 두 냥.”백현이 웃었다.“그것도 갚기 싫어서 맨날 도망다녔어.”웃음이 오래가지 않았다.설연은 종이를 당기지 않았다. 무강도 재촉하지 않았다. 백현이 손을 거두기까지 두 사람은 기다렸다.백현의 손톱 밑에 흙이 끼어 있었다. 평소라면 장례꾼에게 맡겼을 일을 오늘은 끝까지 직접 했을 것이다. 설연은 목갑 옆에 물그릇을 놓았다. 백현은 그 물에 손을 씻지 않고 한 모금 마셨다. 목이 말랐다는 사실도 그제야 떠올린 얼굴이었다.“네가 대군부 잠버릇을 조사할 때, 나는 칠 년 전 군사들이 다닌 길을 찾았어.”백현이 말했다.“윤칠에게 옛 역참 기록을 맡겼지. 아버지가 그 일을 했거든.”“그동안 말 안 했잖아.”“확인된 게 없었으니까. 엉터리 종이 한 장에 네가 어디까지 갈지 아니까.”설연은 대답하지 못했다.무강이 지급증을 보았다.말 사십 필. 귀리 여섯 섬. 지급 대상 용삼.날짜는 설씨 가문이 불탄 날이었다.“용삼이 뭡니까?”백현이 물었다.무강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표기가 쓰인 자리를 살피고 접힌 뒷면도 확인했다.“당시 청룡영 삼대에서 쓰던 약호와 같다.”“대군의 군대?”설연이 물었다.“황궁 친위대다. 내 지휘를 받지 않는다.”“네 말만 믿으라는 건 아니겠지.”“군액부에 편제가 남아 있다. 정언에게 대조를 요청해라.”백현은 종이를 꺼내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훼손된 글자는 빈칸으로 두었다. 원본과 베낀 종이를 서로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이건 누가 맡겼대?”설연이 물었다.“윤칠이 쓰던 방의 주인. 돌아오지 않으면 내게 주라고 했대.”“언제 맡겼는데?”“어제 낮.”설연은 시간을 헤아렸다. 연락책이 죽고, 처형 문서가 시신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 지급증을 맡긴 것은 그보다 앞이었다.서로 다른 일을 하다 같은 사람에게 걸린 것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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