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찍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Chapter 11 - Chapter 20

53 Chapters

11화

휴대전화 화면 속 강서하는 자고 있었다.오른손이 이불 밖으로 나와 있었고, 손목에는 언니와 같은 표식이 찍혀 있었다. 사진 각도는 침대 맞은편. 최소한 방 안에서 찍은 사진이었다.서하는 사진부터 저장했다.발신번호는 또 사라졌다.“씨발, 남의 잠자리까지.”윤태오가 화면을 보려 하자 서하는 휴대전화를 뒤집었다.“보지 마.”“안 봐요.”“벌써 봤잖아.”“당신 얼굴은 못 봤고 손목만 봤습니다.”“그게 위로냐?”“아니. 더 화내라고 말한 건데.”서하는 그를 노려보다가 노트북을 닫았다. 지금 중요한 건 누가 자기 방에 들어왔는지였고, 표식이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했다.그때 처음 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강서하 씨 맞죠?”여자였다.“누구세요.”“호텔 루멘 객실팀 박유진이에요.”서하의 손이 멈췄다.“1807호 때문에 연락드렸어요.”태오도 이름을 들었는지 시선이 돌아왔다.“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죠?”“설명하려면 만나야 해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말해요.”“제 얼굴은 절대 찍지 마세요.”30분 뒤, 서하는 루멘 지하 직원식당 근처 통로에서 박유진을 만났다.유진은 유니폼 위에 긴 코트를 걸치고 있었고, 천장 CCTV부터 확인했다. 서하는 약속대로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다.“왜 연락했어요?”“1807호 주문 기록 때문이에요.”유진이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었다.룸서비스 내역에는 지난 6개월 동안 똑같은 주문이 반복돼 있었다.레드와인 1병.잔 2개.탄산수 1병.치즈 플레이트.날짜만 달랐다.“취향 한결같네.”서하가 말하자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실제로는 주문 안 들어와요.”“그럼 이건?”“나중에 생기는 기록이에요. 근무 끝나고 다시 보면 추가돼 있어요.”“누가 수정하는데요?”“그걸 알았으면 제가 여기 안 나왔죠.”유진이 주변을 한 번 더 확인했다.“더 이상한 건 서명도 매번 같다는 거예요.”화면을 넘기자 전자서명이 나왔다.K.H.J.강해진의 영문 이니셜이었다.서하가 화면을 잡아당겼다.“이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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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1807호는 원래 없는 방이에요.”박유진의 말이 떨어지자 강서하는 바로 되물었다.“없는 방에 왜 주문기록이 있어요?”“그래서 제가 겁먹은 거예요.”유진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지하 통로 끝에서 직원 호출음이 울리자 코트 주머니를 움켜쥔 채 돌아섰고, 태오가 붙잡지 않자 서하도 억지로 세우지 않았다.대신 한마디만 던졌다.“거짓말한 거 있죠?”유진의 걸음이 잠깐 멈췄다.“저도 살고 싶어요.”그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서하는 한동안 닫힌 문을 보다가 윤태오를 돌아봤다.“당신은 얼마나 알고 있어?”“당신보다 조금 더.”“그 ‘조금’ 때문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가 있네.”“미치는 방향이 나한테면 나쁘진 않고.”“씨발, 분위기 좀 봐.”“보고 있어요. 그래서 참고 있잖아.”“뭘.”태오가 그녀를 위아래로 훑지 않고 얼굴만 봤다.“말하면 또 욕할 거니까.”“잘 아네.”서하는 먼저 걸었다. 호텔 밖으로 나와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동안 태오는 반걸음 뒤를 유지했고, 차 앞에 도착했을 때는 조수석 문을 열어놓고도 타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서하가 문을 보다가 그를 봤다.“뭐 해.”“선택권 주는 중.”“차문 하나 열어놓고 존나 거창하네.”“안 타도 돼요.”“타면?”“내가 데려다주고.”“또?”“당신이 원하면 아까 못 한 얘기도 하고.”“침대 얘기면 문 닫는다.”“그건 당신이 먼저 꺼냈잖아.”서하가 코웃음을 치며 자기 차 쪽으로 돌아섰다.그 순간 태오가 말했다.“렌즈캡 어디 갔어요?”서하의 발이 멈췄다.“뭐?”“당신 망원렌즈 캡.”그녀는 카메라 가방을 열었다. 메인 렌즈는 들어 있었고 케이스도 잠겨 있었다. 그런데 앞캡이 없었다.서하는 가방 안쪽 주머니까지 뒤졌다.없었다.“당신이 어떻게 알아.”“아까 호텔 들어올 때는 있었으니까.”“그걸 봤다고?”“당신이 장비 만질 때 제일 먼저 캡부터 빼잖아.”“관찰 많이 했네.”“당신만 찍는 줄 알았어?”태오가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손은 대지 않았다.서하는 가방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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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다음엔 렌즈 말고 네 눈을 가져갈게.]강서하는 문자를 캡처한 뒤 번호를 차단했다.“협박 수위가 촌스럽네.”옆에 있던 윤태오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그럼 이것도 봐요.”화면에는 문재경에게서 온 메시지가 떠 있었다.[첫 의뢰인 신원 확인됨. 배우자 아님. 브로커.]서하의 손이 멈췄다.“뭐?”“당신한테 불륜 조사 맡긴 인간. 내 배우자도, 고객 가족도 아니에요.”“당신이 어떻게 먼저 알아.”“VANTA 쪽에서도 같은 번호를 찾고 있었으니까.”서하는 바로 재경에게 전화했다.“자료 보내.”“말 예쁘게 좀 해.”“지금 기분 개같으니까 빨리.”곧 파일이 도착했다.의뢰인으로 등록된 이름은 가짜였고, 입금 계좌 역시 2단계로 우회돼 있었다. 마지막 송금처는 ‘세림리스크컨설팅’. VANTA와 최근 2건의 보안 입찰에서 붙었던 경쟁업체였다.재경이 말했다.“돈 받은 브로커는 최민석. 41세. 조사사무소에 외주 던지는 인간이야.”“왜 하필 나한테.”“그건 아직.”서하는 송금 메모까지 열었다.[대상 확인 / 22:19 확보.]불륜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없었다.“이 새끼들 처음부터 시간만 필요했던 거네.”태오가 화면을 내려다봤다.“내가 그 시간에 호텔에 있었다는 증거.”“왜 굳이 내 카메라로?”“당신 원본은 법정에서도 버티니까.”서하가 고개를 들었다.“내 경력까지 골라서 의뢰했다는 거야?”“그래서 내가 당신을 처음부터 우연이라고 안 본 겁니다.”“그럼 나도 타깃이었네.”“이제 알았습니까?”서하는 의자를 걷어차듯 밀었다.“알았으면 처음부터 처말했어야지.”“말했으면 날 찍었겠어요?”“적어도 병신처럼 이용당하진 않았겠지.”“그래서 화난 겁니까, 내가 먼저 알고 있어서?”“아니.”서하가 그의 가슴팍을 손가락으로 눌렀다.“내 카메라를 남의 알리바이 조작에 쓴 게 빡치는 거야.”첫 의뢰 통화 녹음을 다시 틀었다.―불륜 증거만 가져오세요. 얼굴은 꼭 나오게.상대 여자의 얼굴은 찍지 말라고 했다. 윤태오 얼굴만 선명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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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최민석은 오늘부터 없는 사람이야.”강서하는 그 문자를 재경에게 그대로 전달했다.“진짜로 없어진 건 아니야. 계좌 정리하고 집 빼고 번호 해지한 거 보면 계획적으로 튄 거야.”“그럼 누가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써.”“겁주려고.”“나한테?”“아니면 윤태오한테.”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최민석이 사라진 시점부터 다시 잡아야 했다. 감정 섞을 시간에 데이터부터 보는 게 빨랐다.NOCK 사무실로 돌아온 건 새벽 3시가 넘어서였다. 재경은 루멘 맞은편 건물 CCTV와 서하의 촬영 원본을 한 화면에 띄웠다.“이거 봐.”첫날 원본의 EXIF 시간은 22시 19분 43초.같은 순간 건물 CCTV에는 21시 55분 43초가 찍혀 있었다.서하가 화면을 확대했다.“24분.”“정확히.”“내 카메라 시계가 틀렸을 가능성은?”“없어. 앞뒤 파일이 전부 정상이고 GPS 동기화 로그도 살아 있어. 네가 옥상 들어간 시간, 내려온 시간도 맞고.”재경이 다른 날짜를 열었다.두 번째 촬영도 24분.호텔 출입 기록과 카메라 시각은 연속인데 CCTV 서버만 한 구간에서 24분이 밀렸다가 돌아왔다. 파일이 삭제된 게 아니었다. 화면은 이어졌고 사람도 움직였다. 시간만 다른 세계처럼 비껴가 있었다.“누가 시스템 시간을 건드렸네.”“그것도 매번 똑같이.”서하는 첫날 사진을 다시 열었다. 22시 19분 43초, 윤태오는 창가에 있었다. 조작본에서는 같은 방, 같은 여자, 같은 잔인데 그만 빠져 있었다.“사람을 지운 게 아니라 시간을 바꿔서 다른 장면으로 만든 거네.”재경이 의자를 돌렸다.“네 원본 없었으면 우리도 저쪽 기록 믿었을걸.”서하는 턱을 문질렀다.“윤태오 그 새끼, 알고 있었어.”마침 전화가 왔다.윤태오였다.“보고 있죠?”서하가 웃었다.“당신 진짜 사람 성질 긁는 타이밍 하나는 예술이다.”“24분 찾았나 보네.”“어디야.”“왜.”“지금 만나.”“보고 싶어서?”“입으로 안 처불면 넥타이로 목 졸라버리게.”“그건 조금 기대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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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강서하 자신도 기록에서 없어져 있었다.서하는 휴대전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22시 19분부터 43분까지.24분.자기 위치도, 윤태오 위치도, 주변 CCTV 시간도 동시에 비었다.“이건 시스템 하나 건드린 수준이 아니네.”재경이 보내온 로그를 넘기던 손이 멈췄다. 이상한 건 한 군데 더 있었다. 첫날 촬영 사진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자 태오의 얼굴이 거의 전부 같은 방향으로 찍혀 있었다.왼쪽.정면에 가까운 사진도 있었지만 오른쪽 얼굴이 완전히 드러난 컷은 하나도 없었다.서하는 지난 촬영본까지 불러왔다.호텔 루멘.레브.지하 라운지.승강기 앞.전부 같았다.태오는 렌즈를 피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누구보다 잘 찍혔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매번 같은 쪽만 내줬다. 서하가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그가 먼저 몸을 틀었고, 정면을 잡으려 하면 턱을 아주 조금 돌렸다. 그동안은 피사체 습관이라고 넘겼지만 이 정도면 버릇이 아니라 선택이었다.“일부러였네.”뒤에서 태오가 말했다.서하가 돌아봤다.“뭐가요.”“내 왼쪽만 찍힌 거.”“알고 있었어?”“당연히.”“카메라 위치 맞춰서 얼굴 돌린 거야?”“네.”“미친 새끼.”“칭찬으로 들을게.”서하는 카메라를 꺼내 그의 얼굴을 다시 잡았다. 태오는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파에서 일어나 정면으로 섰다.“이번엔 오른쪽 찍어봐.”서하가 바로 렌즈를 돌렸다.그런데 태오가 한 걸음 움직였다.또 왼쪽이었다.“봐. 또 피했잖아.”“습관.”“개소리.”“증명해요.”“어떻게.”“찍어.”서하는 카메라를 들고 태오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그가 움직이지 않았다.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태오가 손을 뻗어 렌즈통을 아주 조금 틀었다.“이쪽.”“손 떼.”“각도 틀렸어요.”“내가 찍는데 왜 네가 지랄이야.”“오른쪽을 찍으려면 제대로 찍어야죠.”태오가 카메라를 잡은 채 반걸음 가까워졌다. 서하는 렌즈를 놓지 않았고 둘 사이엔 카메라 하나만 남았다. 그의 손등이 서하 손가락에 닿았다가 떨어졌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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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같은 자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표식만 사라져 있었다.강서하는 카메라를 바로 끄지 않았다. 메모리카드를 빼 노트북에 꽂았고, RAW 파일부터 확인했다.첫 번째 사진에는 윤태오 오른쪽 귀 뒤의 점 3개가 찍혀 있었다.두 번째도 있었다.“뭐야.”카메라 화면에서만 사라졌던 거다.서하는 다시 카메라를 켰다. 이번에는 2번째 사진에도 표식이 정상적으로 보였다.태오가 옆에서 말했다.“누가 미리보기 화면에 손댄 것 같네요.”“내 카메라에?”“원본은 못 건드렸으니까.”“그게 더 좆같은데.”누군가 파일을 바꾸려 한 게 아니라, 서하가 무엇을 보게 될지까지 조종하고 있었다.그 순간 첫날 호텔 루멘 맞은편 옥상이 떠올랐다.태오를 찍던 장소.등 뒤에서 자신을 찍은 사진.사라진 렌즈캡.서하는 카메라를 챙겼다.“어디 갑니까?”“내가 처음 찍힌 데.”“같이 가죠.”“싫어.”“왜.”“당신 있으면 범인이 안 나올 것 같아서.”“혼자 가면 나오긴 하고?”“그럼 잡으면 되지.”태오가 차 키를 집어 들었다.“당신 가끔 자기 몸값을 너무 싸게 쳐.”“왜. 비싸게 사게?”“팔 생각 있으면.”“미친 새끼.”“그 반응은 마음에 드네.”“오늘 하나 더 하면 진짜 얼굴 찍는다.”“아까부터 그건 계속 해왔잖아.”서하는 대꾸 대신 먼저 나갔다.호텔 루멘 맞은편 건물 옥상에 도착한 건 40분 뒤였다.첫날과 달라진 건 없었다. 난간, 오래된 실외기, 잠긴 창고문.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작은 먼지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서하는 휴대전화를 켜 첫날 받은 뒷모습 사진과 주변 구조를 비교했다.촬영 각도는 자신의 뒤쪽, 약 2m 위.“위네.”태오가 옆 건물 옥상을 보려 하자 서하가 막았다.“거기 말고.”“왜.”“그 사진이면 저쪽 각도가 안 나와.”서하는 자신이 앉았던 자리에 다시 웅크렸다.등 뒤 벽.실외기와 배관 사이.눈높이를 낮추자 검은 점 하나가 보였다.“찾았다.”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카메라였다.벽 색과 같은 테이프가 둘러져 있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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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TARGET S-01 / RECORD START.강서하는 그 문장을 2번 읽었다.“2년 전부터?”문재경이 저장장치 생성일을 다시 확인했다.“최소한. 첫 파일이 2년 전이고, 그 전 기록은 덮어쓴 흔적 있어.”“씨발.”윤태오는 뒤에 서 있었지만 끼어들지 않았다. 그게 더 짜증 났다.서하는 영상을 날짜순으로 넘겼다. 집을 나서는 자신, 택배를 받는 자신, 새벽에 들어오는 자신. 별것 아닌 일상이 남의 폴더 안에서는 증거처럼 정리돼 있었다.파일명도 토할 만큼 깔끔했다.S-01_OUT.S-01_RETURN.S-01_VISITOR.“누가 사람을 CCTV처럼 분류해.”재경이 대답했다.“사람으로 안 본 거지.”서하는 마우스를 세게 눌렀다. 폴더를 더 내려가자 영상이 아니라 캡처 이미지가 나왔다.확대한 사진들.서하의 손.가방.신발.목걸이.그리고 귀걸이 하나.“잠깐.”서하가 화면을 멈췄다.은색 고리 아래 작은 검은 돌 3개가 비스듬히 달린 귀걸이였다. 흔한 디자인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서하는 알고 있었다.강해진이 마지막 날 하고 나간 귀걸이.직접 골라준 사람이 서하였으니까.“이거 언니 거야.”재경이 사진을 확대했다.“확실해?”“내가 사줬어.”서하는 휴대전화를 꺼내 오래된 사진을 찾았다. 6년 전, 편의점 앞에서 찍은 해진의 옆얼굴. 오른쪽 귀에 같은 귀걸이가 걸려 있었다.검은 돌 3개.맨 아래 하나에만 작은 흠집.감시카메라 캡처에도 똑같은 흠집이 보였다.서하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윤태오.”“네.”“알고 있었어?”“뭘.”“내 집 앞 카메라에 언니 물건 찍힌 거.”“처음 봅니다.”“또 처음이래.”서하가 그 앞으로 갔다.“네가 모르는 게 대체 뭐야?”“생각보다 많아요.”“개소리 하지 마.”“지금 나한테 화내는 건 괜찮은데, 확인 안 된 걸 사실로 만들진 마요.”그 말이 더 열받았다.“내 언니 이름도 알고, 1807도 알고, MIRROR도 알고. 그런데 이것만 처음이라고?”“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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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강서하는 귀걸이 영상을 4번째 돌려본 뒤 노트북을 덮었다.“나 이거 그만할래.”문재경이 고개를 들었다.“뭘.”“윤태오도, MIRROR도, 1807도. 다.”“언니도?”그 한마디에 서하가 바로 쏘아봤다.“그 말은 하지 마.”재경은 입을 다물었다.서하는 2년치 감시영상이 담긴 저장장치를 밀어냈다. 언니 흔적을 찾겠다고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 자기 집 현관과 잠든 모습까지 파고들었다. 더 들어가면 찾는 게 아니라 끌려가는 거였다.“오늘은 진짜 끝내.”“그래. 그럼 계약부터 끊어.”2시간 뒤, NOCK 사무실 문이 열렸다.윤태오였다.“타이밍 존나 좋네.”“연락 받았습니다.”“누구한테.”“문재경 씨.”“재경아.”“난 살고 싶어.”재경은 노트북을 들고 회의실 밖으로 사라졌다.서하는 태오를 보자마자 말했다.“끝내요.”“뭘.”“당신 의뢰.”“좋습니다.”너무 빨랐다.서하는 되레 말이 막혔다.“뭐?”태오는 검은 파일 하나를 테이블 위에 올렸다. 안에는 계약 종료서가 들어 있었다. 위약금 없음. 자료 반환 의무 없음. 기존 촬영 원본은 서하가 보관. 추가 촬영 중단. 필요 없는 사적 연락도 종료.끝내기엔 지나치게 깔끔했다.“이게 다예요?”“뭘 더 원했는데요.”“잡을 줄 알았지.”“잡지 말라며.”“이럴 때만 존나 말 잘 듣지.”“억지로 붙잡는 게 취향 아니라니까.”서하는 종료서를 집었다.종이 한 장 찢는 건 쉬웠다. 그런데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화가 난 건 윤태오 때문인지, 6년 동안 죽은 사람처럼 사라진 언니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구분이 안 갔다.태오는 재촉하지 않았다.그저 맞은편에 앉아 기다렸다.그게 더 열받았다.“말 좀 해.”“결정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입니다.”“뭐라도 변명해봐.”“뭘.”“왜 처음부터 강해진을 알고 있었다고 말 안 했는지.”태오의 손끝이 멈췄다.“지금 말하면 계약 안 끊을 겁니까?”“그건 내가 정해.”“그러니까 안 묻는 겁니다.”“씨발, 또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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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이거 너야?”강서하가 사진을 들이밀자 윤태오는 부정하지 않았다.“맞아.”그 한마디가 오히려 더 열받았다.서하는 테이블 위 노트북을 끌어당겼다. 사진 원본 정보를 열자 생성일은 6년 전, 호텔 루멘. 그런데 파일명은 더 노골적이었다.H.JIN_1807_ORG.서하의 손끝이 멈췄다.파일명 끝의 ORG까지 확인하자 속이 더 뒤집혔다. 원본. 누군가 처음부터 수정본이 따로 생길 걸 알고 원본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둔 셈이었다. 생성 시각은 해진의 휴대전화가 꺼지기 29분 전, 촬영 장치는 VANTA 구형 보안카메라로 표시돼 있었다.“H.JIN.”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해진이잖아.”이번에도 침묵.서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셔츠 앞섶을 움켜쥐었다.“내 언니 이름을 알고 있었네.”“알고 있었어.”“언제부터.”“6년 전부터.”“씨발.”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태오 셔츠가 구겨졌지만 그는 떼어내지 않았다.“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내가 누군지 알았고, 언니도 알았고, 1807도 알았어. 그런데 나한테 계속 찍으라고 했지?”“그래.”“왜.”“당신이 원본을 남기는 사람이니까.”“또 그 지랄.”서하는 그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내 언니 이름, 네 입으로 말해.”태오의 얼굴이 손 하나 거리까지 내려왔다.“강해진.”서하의 손가락이 멈칫했다.6년 동안 경찰에게도, 병원에서도, 실종센터에서도 수도 없이 들었던 이름인데 이 남자 입에서 나오자 전혀 다른 사람 이름처럼 들렸다.“한 번 더.”“강해진.”“그 이름 그렇게 쉽게 부르지 마.”“쉽게 부른 적 없어.”“그럼 왜 지금까지 처숨겼는데.”태오가 대답하지 않자 서하는 손에 잡힌 셔츠를 더 당겼다. 단추 하나가 팽팽하게 버텼고, 벌어진 깃 사이로 피부가 가까워졌지만 시선을 내릴 생각은 없었다.“나 보는 앞에서 딴소리 하지 마.”“지금 딴 데 보는 사람은 당신 같은데.”“입 닥쳐.”“그래. 그럼 이름만 말하지.”“강해진.”서하가 이를 악물었다.“언니랑 무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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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네 언니는 죽지 않았어.”강서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윤태오가 장난칠 때와는 달랐다. 시선을 피하지도, 말을 돌리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열받았다.“그걸 지금 말해?”“확실한 건 아니야.”“방금 죽지 않았다고 했잖아.”“죽었다는 증거가 없다는 뜻이야.”서하가 헛웃음을 흘렸다.“씨발, 말장난하지 마.”“말장난이면 좋겠는데.”태오는 테이블 위 사진을 다시 뒤집었다. 강해진과 젊은 윤태오가 함께 찍힌 6년 전 사진.“강해진이 사라진 뒤에도 움직인 흔적이 있었어. 돈도 아니고, 전화도 아니고, 영상 파일.”“언니가 올린 거라고 어떻게 알아.”“파일명 규칙이 같았으니까.”“그걸 왜 이제 말해.”“당신이 내 말을 믿을 준비가 안 됐으니까.”“그건 네가 정할 일이 아니야.”“맞아.”태오가 이번에는 바로 인정했다.“그래서 이제 안 정할게.”서하는 그 말을 듣고도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6년 동안 비어 있던 자리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게 들어왔다. 살아 있을 가능성. MIRROR. 1807. 자신을 2년 동안 찍은 카메라. 그리고 그 모든 걸 조금씩 알고 있던 윤태오.“계약 끝났지.”“끝났어.”“그럼 새로 하자.”태오의 시선이 멈췄다.“뭘.”서하는 종료서 옆에 놓인 빈 종이를 끌어왔다.“이번엔 내가 조건 걸어.”“들어보죠.”“내가 당신을 찍는 동안, 당신도 내 질문에는 거짓말하지 마.”태오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대답 안 하는 건?”“그것도 거짓말로 칠 거야.”“빡세네.”“싫으면 꺼져.”“욕부터 줄이는 조항은?”“없어.”“아쉽네.”“그리고 2번째.”서하는 펜으로 한 줄을 적었다.[서로의 동의 없는 사적 촬영 금지.]태오가 그 문장을 읽고 손가락으로 종이를 한 번 두드렸다.“업무 촬영은?”“사전에 합의된 구역만.”“호텔방은?”“상황 봐서.”“침대는?”서하가 그를 노려봤다.“또 시작이지.”“중요한 범위 확인 중인데.”“내가 허락하면.”태오가 잠깐 입을 다물었다.“그 말 녹음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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