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디까지 보고 싶은지 먼저 정하면 말해줄게.”강서하는 카메라를 집어 들었다.“좋아. 그럼 오늘 밤 당신 집에서 잘 거야.”윤태오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 말, 생각보다 훨씬 세게 들리는데.”“잠만 잔다고.”“그게 더 아쉽네.”“입 닥쳐. 동선 기록할 거야. 밤에 어디 가는지, 몇 시에 자는지, 새벽에 몰래 서재 들어가는지.”“사생활 침해 선언을 꽤 당당하게 하네.”“계약했잖아.”“동의한 범위 안에서만.”“그러니까 지금 묻는 거야. 오늘 밤 촬영 허용?”태오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거실, 주방, 발코니까지. 침실은 들어와도 돼.”“침실까지?”“방만.”“당신은?”“그때 다시 물어.”서하가 혀를 찼다.“존나 까다로워.”“그래도 자겠다고 먼저 들어온 사람은 당신인데.”“조사라고.”“네. 아주 건전한 조사.”태오는 소파에 눕지도 않고 평소처럼 움직였다. 23시 18분, 주방에서 물. 23시 41분, 발코니에서 통화 1번. 0시 07분, 거실 조명 절반 끔.서하는 전부 찍었다.이상한 점은 없었다.너무 없어서 더 수상했다.“당신 평소에도 이렇게 재미없게 살아?”“여자가 집에서 카메라 들고 따라다니는데 뭘 해야 재밌습니까?”“샤워라도 하지.”태오가 욕실 앞에서 멈췄다.“그것도 찍을래?”서하가 바로 카메라를 들었다.“허락하면.”태오가 문고리를 잡았다.“그건 안 돼.”“쫄았네.”“아니. 당신이 일 못 하게 될까 봐.”“왜?”“집중 못 할 것 같아서.”서하가 쿠션을 집어 던졌다.“미친 새끼.”태오는 받아 소파에 내려놨다.“이건 촬영보다 아프네.”새벽 1시가 넘어서자 태오는 침실로 들어갔다.서하는 문 앞에서 멈췄다.“들어가도 돼?”“방은.”“당신도 찍어?”태오가 셔츠 단추를 하나 풀다가 손을 멈췄다.“지금은 안 돼.”“왜.”“이유 묻지 않기로 했잖아.”“아, 맞다. 개같은 계약.”서하는 카메라를 내렸다.침실 안에는 볼 게 별로 없었다. 침대, 협탁, 작은 서랍
Last Updated : 2026-09-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