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찍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Chapter 41 - Chapter 50

53 Chapters

41화

―태오야, 서하에게는 절대 말하지 마.녹음이 끝났는데도 강서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다.“왜.”윤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언니가 뭘 말하지 말라고 했어.”“그 뒤가 없어.”“진짜 없어?”“내가 가진 파일은 여기까지야.”“이번에도 믿으라고?”“확인해.”서하는 파일정보를 직접 열었다. 재생시간 38초. 잘린 흔적은 있었지만 태오가 최근 손댄 흔적은 없었다.그게 더 짜증 났다.“언니도 똑같네.”“뭐가.”“나 빼고 지들끼리 결정하는 거.”서하는 가방을 집었다.“오늘은 여기까지 해.”“계약은?”“깨졌어.”“알아.”“그런데 왜 따라와.”태오가 재킷을 챙겼다.“계약 때문에 가는 거 아니야.”“그럼?”“1812호에서 회수 못 한 송신 경로 하나 남았잖아.”서하가 그를 노려보다 먼저 문을 열었다.“일만 해.”“그건 자신 있어.”“다른 건?”“그건 당신이 계속 물어보니까 자신 없어지고.”“닥쳐.”1시간 뒤 둘은 다시 호텔 루멘 1812호에 있었다.벽 속 카메라 2개 중 하나는 회수했지만 TV 오른쪽 렌즈는 그대로였다. 전원을 끊으면 상대가 눈치챌 수 있어 당시에는 건드리지 않았다.지금은 달랐다.서하는 탐지기를 TV 옆에 갖다 댔다.“송신 죽었어.”“완전히?”“적어도 지금은.”태오가 노트북을 침대 위에 올렸다.회수한 장치에서 복구한 네트워크 로그와 방 안 공유기 기록을 대조했다.서하는 침대 반대편에 앉았다.“이 시간.”23시 38분.라이브가 끊긴 직후 외부 접속 하나가 있었다.“주소가 또 바뀌었네.”“추적 막으려고 여러 번 돌린 것 같아.”태오가 화면을 넘기다 말했다.“서하야.”“왜.”“아까 녹음.”“일만 하랬지.”“이건 해야 돼.”서하가 노트북에서 손을 뗐다.“뭔데.”“강해진이 당신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해서, 내가 숨긴 게 정당해지는 건 아니야.”그 말에 서하가 잠깐 멈췄다.“이제 와서?”“그래. 이제 와서.”“좀 늦었네.”“많이.”“그래서?”“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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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첫 키스, 잘 찍혔네.]강서하는 사진을 저장한 뒤 발신 번호부터 캡처했다.“렌즈 죽었다고 했지?”윤태오가 TV 오른쪽 벽을 봤다.“당신 장비엔 송신이 안 잡혔고.”“그럼 다른 회선.”서하는 침대에서 바로 일어났다. 키스가 찍혔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확인한 장비 밖에 또 다른 송신 경로가 있었다는 게 더 열받았다.“사진만 보낸 게 아닐 수도 있어.”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재경에게 전화가 왔다.“서하야. 인터넷 보지 마.”“그 말 들으면 봐야지.”“야, 잠깐—”서하는 전화를 스피커로 돌리고 검색창을 열었다.익명 커뮤니티 인기글 1위.[사설조사업체 여대표, 돈 받고 남의 사생활 촬영하다 호텔에서 딱 걸림.]첨부 영상은 1분 47초였다.첫 장면부터 자기 얼굴이 나왔다.호텔 복도에서 태오와 함께 들어가는 장면.다음은 침대 위.서하가 그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셔츠 단추를 푸는 순간.그다음 화면에는 날짜가 다른 촬영본이 붙었다. 서하가 옥상에서 망원렌즈로 호텔을 찍는 장면, 검은 봉투를 받는 듯한 장면, 누군가에게 메모리카드를 건네는 장면.자막까지 달려 있었다.[사생활 촬영 의뢰][고액 현금 수령][대상자와 사적 관계 확인]“와.”서하가 영상을 처음부터 다시 돌렸다.태오가 옆에서 물었다.“괜찮아?”“안 괜찮아.”“내려달라고 할까.”“아니.”태오는 더 말하지 않았다.그게 마음에 들었다.지워준다는 말부터 꺼냈으면 진짜 싸웠을지도 몰랐다.서하는 영상 프레임을 하나씩 멈췄다.“이거 조작이야.”재경이 스피커 너머에서 말했다.“당연하지. 현금 받는 것처럼 붙인 장면, 8개월 전 다른 의뢰 건이야.”“알아. 상대 손도 다르고 내가 입은 재킷도 달라.”“근데 일반 사람은 모르지.”“그러니까 잡아야지.”태오가 화면을 내려다봤다.“키스 장면도 편집했네.”서하가 그를 봤다.“그게 왜.”“앞뒤를 잘랐어. 당신이 먼저 허락 묻고, 내가 멈추는 부분은 없고.”영상 속 둘은 처음부터 호텔에서 붙어먹으려고 만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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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업로드 주체가 NOCK라고?”강서하는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NOCK_ADMIN.자기 사무실 이름으로 조작영상이 올라갔다. 그 사실이 퍼지는 데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오전 8시가 되자 전화가 쏟아졌다.첫 번째는 진행 중이던 기업 의뢰인.“강 대표님, 일단 계약 보류하겠습니다.”두 번째는 배우자 증거 수집 의뢰인.“뉴스에 나온 게 대표님 맞죠? 저희 자료도 찍어두신 거 아니에요?”“의뢰 범위 밖 자료는 촬영하지 않았습니다.”“그래도 당분간 연락하지 마세요.”세 번째는 계약 해지였다.문재경이 통화 종료 화면을 보며 욕했다.“개새끼들. 어제까지 급하다고 난리 치더니.”그 사이 포털에는 서하 이름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NOCK 홈페이지 화면을 캡처해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퍼 나르는 글도 생겼다.재경이 브라우저를 닫으려 하자 서하가 막았다.“닫지 마. URL 전부 저장해.”“이걸 다 보게?”“보는 거랑 남기는 건 달라. 나중에 지워졌다고 없는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서하는 해지 메일을 폴더에 넣었다.“당연해. 저 영상만 보면 나 불법촬영업자야.”“그래도—”“억울한 거랑 상대가 불안한 건 별개야.”그때 모르는 번호가 들어왔다.경찰이었다.온라인에 유포된 영상과 불법촬영 의혹 관련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정식 출석요구는 아니었지만 다음 단계가 뭔지는 뻔했다.재경이 물었다.“변호사부터 구할까?”“자료부터.”“뭐?”“내가 먼저 제출할 거야.”서하는 서랍에서 외장SSD를 꺼냈다. 제출본은 원본과 복제본을 분리했고 해시값까지 따로 기록했다. 누가 또 손대더라도 처음 상태를 증명하려면 지금부터 절차를 틀리면 안 됐다.첫날 촬영 원본부터 1812호 영상, 의뢰계약서, 촬영 동의 범위, 편집본 비교자료까지 전부 시간순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경찰이 요구할 때까지 기다리면 저쪽 프레임 안에서 해명해야 돼. 내가 먼저 원본 들고 갈 거야.”재경이 고개를 끄덕였다.“편집 흔적은 내가 분석서 붙일게.”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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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02시 14분에 여기 있었어?”강서하가 묻자 문재경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대답보다 빨랐다.“있었네.”재경이 모니터를 끄려 하자 서하가 손으로 막았다.“끄지 마.”“서하야.”“첫날 원본 카드 어디 있어.”“없어.”“그건 나도 봐서 알아. 누가 가져갔냐고.”재경은 턱을 문질렀다. 평소라면 농담 하나라도 던졌을 텐데 오늘은 입이 무거웠다.윤태오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끼어들지 않았다.서하가 다시 물었다.“증거함 마지막으로 연 사람 너지?”“응.”“카드 있는 것도 확인했고?”“응.”“그럼 그다음은.”재경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내 책임이야.”“책임 말고 이름.”“지금은 말 못 해.”서하가 웃었다.“요즘 주변 남자들이 다 그 소리 하네. 말 못 해, 아직은 안 돼, 나중에.”“나까지 묶지 마.”“그럼 다르게 해. 말해.”재경은 입을 닫았다.서하는 증거함 문을 세게 밀어 닫았다.“너 내가 왜 원본을 따로 봉인했는지 알잖아.”“알아.”“조작본 나왔을 때 그 카드 하나면 끝낼 수 있다고 같이 확인했잖아.”“알아.”“그런데 없어졌어. 네가 마지막으로 열었고.”“그래.”“씨발, 그럼 내가 널 어떻게 믿어.”재경은 변명하지 않았다.그게 더 불안했다.태오가 그제야 말했다.“접근기록 원본부터 복제하죠.”서하가 돌아봤다.“당신은 빠져.”“알겠어.”너무 쉽게 물러나자 서하는 오히려 짜증이 났다.“왜 진짜 빠져.”“빠지라며.”“오늘따라 다들 말 존나 잘 듣네.”“당신이 누구도 믿기 싫은 상태라는 건 알겠으니까.”그 말에 서하는 입을 다물었다.믿기 싫은 게 아니었다.믿고 싶지 않았다.재경은 5년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일했다. 서하가 새벽에 잠복 나가면 위치를 공유받았고, 위험한 현장에서는 항상 백업을 걸어줬다. 언니를 찾는 일에도 가장 오래 붙어 있던 사람이었다.그런 사람이 지금 눈앞에서 한 가지를 숨기고 있었다.“재경아.”“응.”“누가 가져갔는지 알아?”긴 침묵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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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문재경 계좌로 들어온 돈.SERIN LAB.강서하는 입금내역을 캡처한 뒤 정아린 이름을 검색했다.43세.기업 평판관리사 SERIN LAB 대표.대기업 오너 일가부터 연예인, 정치인까지 온라인 위기관리를 맡았다는 기사들이 줄줄이 나왔다. 사고가 터지면 검색결과를 밀어내고, 삭제 가능한 영상은 지우고, 법무팀까지 붙여 논란을 관리하는 여자.너무 깨끗했다.그래서 더 수상했다.“문재경이 여기서 왜 돈을 받아.”윤태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본인한테 물어봐야지.”“말 안 할 텐데.”“그러면 계좌가 먼저 말하게 하면 되고.”그때 서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처음 보는 번호였다.“네.”―강서하 대표님 맞으시죠?여자였다.―정아린입니다.서하가 태오를 봤다.마치 이쪽에서 찾고 있다는 걸 기다렸다는 타이밍이었다.“무슨 일이죠.”―대표님 평판 때문에 연락드렸어요.“내 평판을 왜 그쪽에서 걱정해요?”―직업이니까요.“무료봉사도 해요?”전화 너머에서 웃음이 짧게 섞였다.―직접 뵙죠. 지금 대표님 검색하면 ‘불법촬영’, ‘사생활 거래’, ‘윤태오’가 같이 뜹니다. 48시간이면 정리할 수 있어요.서하가 바로 물었다.“대가는?”―역시 빠르시네요.“공짜 좋아하면 이 일 못 해요.”―윤태오 대표 촬영 원본.태오가 바로 서하를 봤다.서하는 스피커를 켜지 않았다.“어떤 원본.”―처음부터 지금까지 전부요.“그걸 왜 원해요.”―오시면 말씀드릴게요.“싫으면?”―대표님 이름은 앞으로 더 더러워지겠죠.서하가 웃었다.“협박이에요?”―제안입니다.“주소 보내요.”전화를 끊자 태오가 물었다.“갈 거야?”“응.”“같이 갈까.”“아니.”“정아린 위험해.”“칼 들고 설치는 타입은 아니라며.”“그래서 더 위험해.”서하는 가방을 챙겼다.“걱정돼?”“응.”대답이 너무 빨랐다.서하가 잠깐 그를 봤다.“솔직하네.”“숨기면 계약 깨진다며.”“계약 끝났거든.”“그래도 습관은 남았고.”서하는 카메라를 들었다.“밖에서 기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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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이제야 제대로 찾아오셨네요.”정아린의 말에도 강서하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이 사진 언제 찍었어요.”“6년 전.”“언니가 여기서 일했어?”“일했다기보다는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았죠.”“뭘.”“그건 강해진 씨에게 직접 들으세요.”서하가 액자를 내려놓았다.“살아 있다는 뜻처럼 들리는데.”정아린은 대답 대신 계약서를 다시 밀었다.“원본을 주시면 대표님이 궁금해하는 것들, 상당 부분 알려드릴 수 있어요.”“꺼져.”“평판도 포기하시고?”“내 평판은 내가 복구해.”서하는 그대로 대표실을 나왔다.NOCK에 돌아온 건 밤 10시가 넘어서였다.윤태오는 이미 와 있었다.“왜 있어.”“당신이 정아린 만나러 간 뒤 연락 없어서.”“기다리지 말랬잖아.”“여기서 일하고 있었어.”태오가 모니터를 가리켰다.유출영상 원본이었다.“변명 좋네.”“보고 나면 인정할걸.”서하는 가방을 내려놓고 의자를 당겼다.“뭐 찾았어.”“당신 영상이 호텔 카메라에서 바로 편집된 게 아니야.”“무슨 뜻.”태오는 재생구간을 3개 띄웠다.첫 번째는 1812호 벽 카메라.두 번째는 서하와 태오가 침대에 앉은 장면.세 번째는 온라인 유출본.“프레임 비율 봐.”서하가 확대했다.호텔 카메라 원본은 3840×2160.그런데 유출본 중 키스 직전 장면만 4096×2160이었다.“해상도가 달라.”“그리고 화각도.”서하는 바로 프레임 끝을 비교했다.같은 위치에서 찍었다면 보이지 않아야 할 침대 왼쪽 모서리가 유출본에는 조금 더 들어와 있었다.“카메라 하나 더 있었네.”“그것뿐이면 쉬운데.”태오가 다음 프레임을 열었다.유출본에는 서하의 손이 태오 셔츠에 닿기 0.8초 전부터 이미 확대가 시작돼 있었다.자동 줌이 아니었다.사람이 타이밍을 알고 잘라낸 움직임.“누가 실시간으로 보고 편집했어.”“나도 그렇게 봐.”서하는 의자를 더 가까이 당겼다.“호텔 서버 거쳐서 송출한 뒤 별도 편집실에서 재가공.”“그리고 바로 배포.”“씨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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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HJ_FINAL.강서하는 파일명을 닫지 못했다.“강해진이라고 단정하지 말라고 했지.”윤태오가 옆에서 말했지만 서하는 대꾸하지 않았다.“단정 안 해. 확인할 거야.”새벽이 밝기 직전, 문재경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찾던 병원 기록 하나 건짐. 윤태오 이름 있음.]서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어디서.”“폐업한 성형외과 서버 백업. 정상 진료기록이 아니라 별도 코드로 묶여 있었어.”태오가 휴대전화를 받아 들지 않고 스피커로 들었다.재경이 파일을 전송했다.7년 전.환자명 윤태오.시술명은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처치기록에 낯익은 문장이 있었다.[이물 제거 / 우측 귀 후면.][피하 삽입 장치 파손 상태.][외부 식별번호 18-07.][장치 회수 요청자 별도 지정.]서하가 마지막 줄을 짚었다.“회수 요청자?”재경이 답했다.“병원 외부 사람이 장치를 가져갔다는 뜻 같아. 서명은 없고 코드만 남았어. M-2.”“MIRROR?”“추측은 가능하지만 아직 확정 못 해.”서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추적기 맞았네.”태오가 짧게 답했다.“그래.”“알고 있었어?”“이물질을 뺐다는 건 알았어. 그게 MIRROR 쪽 장치였다는 건 나중에 알았고.”“왜 당신 몸에 있었는데.”이번에는 침묵이 길었다.서하가 고개를 돌렸다.“말해.”태오는 창가 쪽으로 가지도, 말을 피하지도 않았다.“나도 찍혔어.”서하의 손이 멈췄다.“뭐?”“7년 전. 내가 VANTA 들어가기 전이야.”“누가.”“모른다.”“어디서.”“호텔.”그 한마디에 서하의 등이 바로 세워졌다.“루멘?”“아니. 그때는 다른 이름의 호텔이었어. 건물은 같았고.”“영상도 있어?”“일부.”서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왜 한 번도 말 안 했어.”“피해자인 척하면 당신 의심이 약해질까 봐.”“그건 내가 판단해.”“알아. 그래서 지금 말하는 거야.”서하는 웃지도 못했다.“존나 늦게.”“맞아.”태오는 오른쪽 귀 뒤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처음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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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영상 속 강해진은 카메라 위치를 알고 있었다.그 사실이 가장 끔찍했다.강서하는 재생을 멈춘 채 노트북을 닫았다.“오늘은 더 못 보겠다.”윤태오도 다시 열라고 하지 않았다.“집에 데려다줄게.”“혼자 갈 수 있어.”“알아.”“그럼 왜.”“나도 더 보기 싫어서.”서하는 잠깐 그를 봤다.피해 영상 안에 자기 언니가 있었다. 언니가 가해자인지, 구하려던 사람인지조차 아직 모른다.그런데 지금 옆에 있는 남자는 그 영상 속 피해자였다.“우리 집 가.”태오가 움직임을 멈췄다.“확실해?”“그 질문 오늘 몇 번 하게.”“필요하면 계속.”“가자고.”이번에는 그가 더 묻지 않았다.서하의 집에 도착한 건 새벽 4시 가까이였다.현관문이 닫히자 서하는 가장 먼저 카메라 가방을 침실 옆에 내려놨다.태오가 그걸 봤다.“오늘은 안 찍어?”“안 찍어.”“왜.”“감정 섞였으니까.”“당신 규칙?”“응.”서하는 카메라 전원을 완전히 껐다.“오늘은 기록 안 남길 거야.”태오가 재킷을 벗다가 멈췄다.“그럼 난 왜 여기 있어.”“몰라서 왔겠어?”“그걸 당신 입으로 듣고 싶은데.”“진짜 피곤하게 산다.”“중요하니까.”서하는 한 걸음 다가갔다.“당신이랑 있고 싶어서.”“사건 때문에?”“아니.”“강해진 영상 봐서 흔들린 거 아니고?”“아니.”“내가 피해자라서 불쌍해서도?”“그 말 한 번만 더 하면 쫓아낸다.”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뭐가.”“이유.”서하는 그의 셔츠를 잡았다가 멈췄다.“잡아도 돼?”이번엔 태오가 웃지 않았다.“응.”손가락이 셔츠에 닿았다.“키스해도?”“응.”“내가 먼저?”“그건 더 좋고.”“말 많아.”서하가 먼저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호텔에서처럼 카메라를 의식할 필요도, 누군가 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태오의 손이 허리에 닿았다가 그대로 멈췄다.“더 가까이 와도 돼?”서하가 대답 대신 그의 셔츠를 당겼다.“이 정도면 대답 됐어?”“확실하네.”다시 입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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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메모리카드 1개가 사라져 있었다.강서하는 곧바로 현관부터 확인했다.도어락 파손 없음.창문 잠금 정상.베란다도 이상 없음.그런데 현관 센서 로그에 낯선 기록 하나가 남아 있었다.04시 17분.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도어락 관리 모드가 14초 동안 활성화돼 있었다.“마스터키.”윤태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서하는 바로 건물 관리실에 전화했다.20분 뒤 CCTV 원본을 받았다.새벽 4시 16분.관리업체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공구가방 하나.마스크.모자.서하는 영상을 멈췄다.“정기점검 일정 있었어요?”관리소장이 고개를 저었다.“없었습니다.”“이 사람 직원 맞아요?”“외주업체 쪽인데… 잠깐만요.”명단을 뒤지던 관리소장의 얼굴이 굳었다.“지난달까지만 일했던 사람입니다. 김형준.”“퇴사했는데 마스터 권한은?”“반납 처리됐어야 하는데.”서하가 웃지도 못했다.“됐어야 한다는 말 제일 싫은데.”김형준의 출입카드는 이미 폐기된 번호였다.그런데 새벽 기록상 정상 인증으로 찍혀 있었다.문재경에게 출입 로그를 넘기자 10분도 안 돼 답이 왔다.[복제카드 쓴 흔적.][원본 권한값 그대로 베꼈어.]서하는 김형준 계좌와 최근 행적을 합법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부터 추적했다.결국 하나가 걸렸다.건물 관리업체가 외주비를 지급하던 계좌에 2주 전 별도 입금 800만 원.송금자는 차명법인.그리고 그 법인의 실질 관리처가 한 번 더 꺾인 뒤 연결된 곳.MIRROR 관련 업체였다.태오가 말했다.“매수된 거네.”“내 집 들어오는데 800이면 생각보다 싸게 팔렸네.”“그 말 하지 마.”“왜.”“당신 집 주소랑 생활 동선이 돈으로 거래됐다는 얘기잖아.”서하는 그를 봤다.“갑자기 보호자 모드 하지 마.”“내 집으로 가.”“싫어.”“서하야.”“싫다고.”태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서하는 카메라 가방을 다시 열었다.“여기서 나가면 저쪽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겁먹고 생활 바꾸고, 숨어버리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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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강서하 × 윤태오, 어젯밤 원본.]공개까지 58분.강서하는 화면을 캡처해 문재경에게 링크를 보냈다.“올라오기 전에 서버 흔적 잡아.”재경이 바로 답했다.“예약 파일이면 캐시 남을 수 있어. 근데 제목 꼬라지 보니까 일부러 네가 보게 만든 것 같은데.”“알아.”현관 밖에 있던 윤태오가 말했다.“내려가 있을게.”“왜.”“영상 뜨면 당신 혼자 보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서하가 문을 더 열었다.“도망가려고?”“선택권 주는 중.”“들어와.”태오는 잠깐 그녀를 봤다.“확실해?”“영상에 당신도 나온다며. 같이 봐.”그제야 안으로 들어왔다.둘은 노트북 2대를 펼쳤다.52분.41분.23분.조회수는 계속 올라갔다. 아직 영상도 없는데 댓글부터 붙었다.[몰카업자답네.][호텔 다음엔 집이냐.][둘이 짜고 친 거 아니냐.]서하는 전부 저장했다.태오가 물었다.“안 봐도 돼.”“봐야 가짜인지 깨지.”“가짜인 건 이미 알잖아.”“어디가 가짜인지 증명해야지.”정각.페이지가 새로고침됐다.영상이 떴다.첫 장면은 진짜였다.전날 밤 서하의 집 복도 CCTV. 둘이 함께 현관으로 들어가는 장면.그다음부터는 없었던 일이었다.침실과 닮은 공간.서하와 태오를 닮은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었고, 얼굴은 소름 끼칠 만큼 자연스러웠다. 조명 방향도, 체형도, 전날 입었던 옷까지 같았다.서하는 영상의 소리를 껐다.그래도 손끝이 굳었다.“씨발.”태오가 멈췄다.“그만 봐.”“놔.”서하가 다시 재생했다.노골적인 장면은 교묘하게 프레임 밖으로 밀어놓고 얼굴과 대화만 또렷했다.그게 더 악질이었다.진짜라고 믿게 만들기 충분했다.영상 속 서하가 말했다.―오늘 찍은 건 다 지워.영상 속 태오가 대답했다.―돈은 받았잖아.서하가 바로 멈췄다.“내 목소리까지.”재경에게서 전화가 왔다.“봤어?”“응.”“합성이야. 확실해.”“근거.”“입 주변 프레임 4군데 튀고 호흡 잡음 반복돼. 음성도 예전 샘플 섞었어.”“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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