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화 — 사람값빚 문서.내 손에 든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사천이백만 원.아버지가 남긴 셈이다.그 옆에 작은 글씨로 한 줄 더 붙어 있다.사람값으로 환산함.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차 안에 나뿐일 것이다.차창 밖으로 어두운 목재 담장이 끝없이 흘러간다.겨울 초입의 정원은 색을 다 죽인 채로 검다.그 너머에서 밤 냄새 같은 게 밀려온다.풀도 흙도 아니다.짐승의 냄새다.나는 본 적도 없는 그 냄새를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다.그냥 등 뒤가 곤두선다.차가 멈춘다.운전석 남자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내려. 인계."나는 가방을 끌어안는다.짐은 거의 없다.옷 몇 벌, 아버지가 남긴 낡은 함 하나.그리고 머릿속에 외워 온 문장들.별채 1번.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별채 7번.먼저 말하지 않는다.별채 11번.냄새를 죽인다.표구 공방에서 같이 일하던 언니가 종이에 적어 줬다.그 언니도 누군가에게 끌려갔던 적이 있다고 했다.짐승의 집에 들어갈 거면 이걸 외워, 라고.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묻는 사람부터 사라진다고 했으니까.본저 정문이 열린다.* * *천장이 높다.사람이 살라고 지은 집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두려고 지은 집 같다.검은 목재 기둥이 사람 키의 세 배쯤 솟아 있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통지서를 받아 든다.연대 담보 인계 통지 — 율성 자산관리.채무자 한정수, 소재 불명.연대 담보 한세아.환산 사람값, 노동 예속.기한, 익년 봄.읽는 남자는 표정이 없다.종이를 한 번 훑고, 나를 한 번 훑는다.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라 들여온 물건을 검수하는 눈이다.나는 시선을 발끝으로 내린다.별채 1번.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별채는 안쪽이야. 따라와."따라간다.복도가 길다.벽에는 낡은 서화가 걸려 있다.한 점은 귀퉁이가 찢어진 채로 그대로다.손이 근질거린다.저건 뒷배접만 새로 대면 살릴 수 있는데.종이가 산 거라 누렇게 떴다.그러니 약풀을 묽게 쑤고.종이
Last Updated : 2026-09-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