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버지가 남긴 빚이 사람값으로 환산되던 날, 나는 짐승의 집에 담보로 끌려왔다. 눈을 마주치지 말 것. 먼저 말하지 말 것. 냄새를 죽일 것. 그게 살아남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 집의 주인이라는 남자가 내 목덜미에 코를 묻고 멈춘다. "익었네. 내 짝이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저는 그냥 빚입니다." 매뉴얼대로 받아쳤다. 그가 웃었다. 도망치면 빚이 부르고, 안기면 그가 문다. 그 송곳니가 내 안에서 잠든 무언가를 깨우기 시작했다.
View More# 제2화 — 별채의 규칙밤이 짧았다.침구에 누웠지만 잠은 셈에 없었다.창밖에서 짐승의 냄새가 밀려왔다 물러나기를 되풀이했다.나는 벽에 등을 대고 앉아 함을 무릎에 올린 채로 아침을 맞았다.손등의 튼 자국을 만지고, 목덜미에 손을 가져갔다가 뗐다.다시 셈을 했다.빚 사천이백.기한 봄.노동으로 갚는다.셈은 흔들리지 않았다.흔들린 건 셈 밖의 일이었다.문이 열린 건 해가 막 들었을 때다.어제 그 인계 남자다.나를 옮긴 사람.그가 문턱에 서서 안을 들여다본다.들어오지는 않는다.한 발 떨어진 거리에서 말한다."나와. 일 배정 받으러 간다."나는 함을 침구 아래 깊이 밀어 넣는다.아버지가 절대 남에게 주지 말라던 것.보이는 데 두면 안 된다.옷매무새를 만지고, 머리를 다시 묶는다.묶을수록 목덜미가 드러난다는 걸 알지만, 풀면 더 눈에 띈다.둘 중 덜 나쁜 쪽을 고른다.담보는 늘 덜 나쁜 쪽을 고르는 일이다.복도로 나선다.낮의 본저는 밤보다 더 크다.천장이 높아서 발소리가 위로 빨려 올라간다.나는 소리를 죽여 걷는 법을 안다.발 안쪽 날부터 디디면 소리가 반으로 준다.공방에서 배운 게 아니다.집에서 배웠다.아버지가 빚쟁이를 피해 다닐 때.나는 그 옆에서 소리 없이 걷는 아이였다.남자가 앞서 걷는다.어제처럼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다만 어제와 다른 게 하나 있다.그는 나를 자기 앞쪽에 두지 않는다.항상 반걸음 뒤.위험한 물건을 등지지 않으려는 사람의 거리다.복도 끝에서 그가 멈춘다."여기서 기다려. 별채 담당이 데리러 올 거다."별채.그 단어에 어깨가 조금 풀린다.별채면 된다.별채에는 숨을 데가 있다고, 종이를 적어 준 언니가 그랬다.눈에 안 띌 데가.가주의 눈에서 멀어질 데가.어제 본저 안쪽 방에 들어갔을 때 그 자리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였다.그게 가장 나빴다.별채로 돌아가면 셈이 제자리를 찾는다.나는 벽 가까이 선다.기다린다.* * *먼저 온 건 별채 담당이 아니다.발
# 제1화 — 사람값빚 문서.내 손에 든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사천이백만 원.아버지가 남긴 셈이다.그 옆에 작은 글씨로 한 줄 더 붙어 있다.사람값으로 환산함.이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이 차 안에 나뿐일 것이다.차창 밖으로 어두운 목재 담장이 끝없이 흘러간다.겨울 초입의 정원은 색을 다 죽인 채로 검다.그 너머에서 밤 냄새 같은 게 밀려온다.풀도 흙도 아니다.짐승의 냄새다.나는 본 적도 없는 그 냄새를 어떻게 아는지 모르겠다.그냥 등 뒤가 곤두선다.차가 멈춘다.운전석 남자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내려. 인계."나는 가방을 끌어안는다.짐은 거의 없다.옷 몇 벌, 아버지가 남긴 낡은 함 하나.그리고 머릿속에 외워 온 문장들.별채 1번.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별채 7번.먼저 말하지 않는다.별채 11번.냄새를 죽인다.표구 공방에서 같이 일하던 언니가 종이에 적어 줬다.그 언니도 누군가에게 끌려갔던 적이 있다고 했다.짐승의 집에 들어갈 거면 이걸 외워, 라고.무슨 뜻인지 묻지 않았다.묻는 사람부터 사라진다고 했으니까.본저 정문이 열린다.* * *천장이 높다.사람이 살라고 지은 집이 아니라, 무언가를 가두려고 지은 집 같다.검은 목재 기둥이 사람 키의 세 배쯤 솟아 있다.복도 끝에서 누군가 통지서를 받아 든다.연대 담보 인계 통지 — 율성 자산관리.채무자 한정수, 소재 불명.연대 담보 한세아.환산 사람값, 노동 예속.기한, 익년 봄.읽는 남자는 표정이 없다.종이를 한 번 훑고, 나를 한 번 훑는다.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라 들여온 물건을 검수하는 눈이다.나는 시선을 발끝으로 내린다.별채 1번.눈을 마주치지 않는다."별채는 안쪽이야. 따라와."따라간다.복도가 길다.벽에는 낡은 서화가 걸려 있다.한 점은 귀퉁이가 찢어진 채로 그대로다.손이 근질거린다.저건 뒷배접만 새로 대면 살릴 수 있는데.종이가 산 거라 누렇게 떴다.그러니 약풀을 묽게 쑤고.종이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