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를 보낸 지 한 달이 지났다. 서울은 여전히 시끄러웠고, 햇살은 여전히 그 소리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 교실, 새 담임, 낯선 얼굴들. 하얀 머리와 서로 다른 눈동자는 어디서든 시선을 끌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며칠 지나자 수군거림이 됐다. “진짜 렌즈 아니래.” “머리도 원래 저렇다던데.” 햇살은 들리지 않는 척했다. 누가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했고, 점심시간이면 혼자 미술실 뒤 계단에 앉았다. 스케치북은 늘 들고 다녔지만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았다. 연필을 잡으면 엄마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 그다음은 우식이었다. 소나무 아래 앉아 있던 얼굴. 가지 마. 그 두 글자가 자꾸 생각났다. 수업이 끝나도 곧장 집으로 가지 않았다. 버스를 몇 정거장 더 타고 내려 낯선 골목을 걷거나, 강변 벤치에 앉아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태만에게는 학교 자율학습이라고 둘러댔다. 그날도 밤 아홉 시가 가까워서야 집에 들어왔다. 현관 불이 켜져 있었다. 태만은 식탁에 앉아 있었다. 햇살 몫의 밥과 국이 그대로 놓여 있었다. “어디 갔다 왔어.” “학교.” “학교에 확인했어.” 햇살의 손이 신발끈 위에서 멈췄다. “그럼 알겠네.” “햇살아.” “피곤해. 올라갈래.” 태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부터 먹어.” 햇살이 웃었다. 짧고 메마른 웃음이었다. “아빠는 밥이 넘어가?” 태만의 얼굴이 굳었다. 햇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엄마 죽은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집 안이 조용해졌다. 주방 쪽에 있던 사람도 눈치를 보며 자리를 피했다. 태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도 먹어야 하니까.” “난 안 배고파.” “며칠째 제대로 안 먹잖아.” “내가 굶든 말든 이제 와서 무슨 상관인데.” 태만의 턱이 굳었다. “상관있어.” “왜?” 햇살이 한 걸음 다가섰다. “엄마 살아 있을 때도 그렇게 상관 좀 쓰지 그랬어.” “그만해.” “왜. 듣기 싫
Last Updated : 2026-10-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