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운동장 담장 아래로 코스모스가 길게 피었다. 학교 축제 날이라 교실마다 종이꽃과 색종이가 붙었고, 복도에서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햇살은 미술부 천막 앞에 쪼그려 앉아 커다란 도화지를 바닥에 펼쳤다. 오늘은 현장에서 학교 풍경을 그리는 대회가 있었다. 춘식이 옆에 서서 물었다. “뭘 그릴 건데?” “학교.” “그건 누구나 그리잖아.” “그러니까 너는 못 그리지.” “야.” 노향이 웃으며 춘식을 끌고 갔다. “방해하지 말고 가자.” 우식은 한동안 햇살 뒤에 서 있었다. “너는 안 가?” 햇살이 올려다봤다. “어디.” “축제 구경.” “보고 있어.” “뭘.” 우식의 시선이 도화지로 내려갔다. “그림.” 햇살은 피식 웃었다. “재미없을 텐데.” “괜찮아.” 햇살은 다시 붓을 들었다. 흰 종이 위에 운동장이 생기고, 오래된 교사가 올라갔다. 담장 아래 코스모스도 한 송이씩 그려졌다. 마지막에는 운동장 한쪽 나무 아래 서 있는 작은 사람 넷이 들어갔다. 춘식, 노향, 햇살. 그리고 가장 키가 큰 우식. 우식이 그림을 내려다봤다. “나야?” “응.” “왜 커.” 햇살이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네가 크니까.” 잠시 뒤 심사 시간이 되자 햇살은 천막을 나왔다. 네 사람은 떡볶이를 사 들고 운동장 가장자리에 앉았다. 춘식은 입안이 가득 찬 채 말했다. “햇살이가 상 타면 뭐 사줘야 되냐?” 노향이 바로 대답했다. “왜 네가 사줘?” “친구니까.” “네 돈으로?” 춘식의 표정이 굳었다. “그건 좀 생각해보고.” 햇살이 웃음을 터뜨렸다. 멀찍이 있던 진태가 친구들과 지나가다 그림들을 힐끗 봤다. 햇살의 그림 앞에서 걸음이 잠깐 멈췄지만 이번에는 시비를 걸지 않았다. 우식이 가까이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예전처럼 함부로 손댈 나이가 아니란 걸 아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오후가 되자 결과가 발표됐다. “최우수, 오햇살.” 햇살의 눈이 커졌다. 노향이 먼저 비명을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10-21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