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만은 전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 있었다.
황태자 시절, 늦은 밤까지 서책을 읽던 서화의 손에서 붓을 빼앗으며 쉬라고 타이르던 사내였다. 겨울이면 그녀의 손이 차다며 자신의 소매 안에 넣어 주었고, 정무에 지쳐 돌아온 밤에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기도 했다.
서화는 그가 황제가 된 뒤에도 그런 순간들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의 아내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황좌를 옮겨 앉아 있었다.
건휘는 용머리 모양의 팔걸이를 움켜쥔 채 처형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서화가 옥사에서 끌려 나왔을 때부터 그의 시선은 줄곧 그녀에게 머물렀다. 며칠 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훨씬 야윈 얼굴과 상처 난 손목, 거칠게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비뚤어진 옷깃이 마음에 걸렸다.
한때 궁인 수십 명이 옷매무새를 살피던 황후였다. 서화는 궁녀가 작은 주름 하나를 놓쳐도 꾸짖지 않았지만, 언제나 스스로 옷깃을 반듯하게 여미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목덜미가 드러날 만큼 옷깃이 흐트러져 있었고, 아무도 그것을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건휘는 곁에 선 내관을 불렀다.
“죄수의 옷매무새를 바로잡아라.”
내관은 뜻밖의 명령에 잠시 고개를 들었다. 처형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죄수의 옷을 정돈하라는 황제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건휘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머리를 숙였다.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곧 궁녀 하나가 처형대에 올라갔다. 그녀는 군관의 눈치를 살피며 서화의 비뚤어진 옷깃을 여몄다. 차가운 손끝이 목덜미에 닿자 서화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궁녀는 그제야 가까이에서 서화의 얼굴을 확인하고 입술을 떨었다.
“마마…….”
중궁전에서 침방 일을 맡았던 어린 궁녀였다. 서화가 직접 이름을 불러 주었던 아이였고, 한겨울에 손이 터서 바느질을 하기 어렵다고 하자 약을 내려 주었던 기억도 있었다.
서화는 그 얼굴을 알아보았다.
“울지 마라.”
궁녀는 고개를 깊이 숙였지만 눈물이 떨어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네가 울면 나도 마지막까지 참기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
궁녀는 대답 대신 서화의 옷깃을 한 번 더 정돈했다. 손목에 남은 상처를 보자 손끝이 떨렸으나, 군관이 재촉하는 바람에 더는 머물지 못하고 처형대 아래로 내려갔다.
건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미간을 좁혔다.
서화는 궁녀에게는 저토록 다정하게 말하면서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살려 달라고 하지 않았다. 폐위가 결정된 뒤부터 그녀는 울지도, 매달리지도 않았다. 그가 옥사에 찾아갔던 마지막 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서화는 차가운 돌바닥에 앉아 있었다.
건휘가 들어서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지만, 예전처럼 먼저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는 그 거리가 못마땅해 옥사의 문을 닫으라 명한 뒤 서화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한 번만 잘못했다고 말하라. 그러면 짐이 널 살릴 방도를 찾겠다.'
그때 서화는 오랫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폐하께서는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십니까?'
건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죄를 인정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제의 권위도 지키고, 조정의 반발도 잠재우면서 서화의 목숨까지 구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런데 서화는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 고집이 오늘 이 자리까지 두 사람을 끌고 왔다고, 건휘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 아래에는 차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도 있었다.
만일 서화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은 결백한 아내를 역적으로 몰아세운 황제가 된다. 그녀를 믿지 않은 지난날도, 옥사에 가둔 명령도, 오늘 이 처형대에 세운 결정도 모두 자신의 잘못이 된다.
건휘는 그 가능성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안쪽이 불편해졌다.
그날 밤, 황궁에는 다시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황실의 옥새에 검은 균열이 생겼고, 제관청의 봉인문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열렸다. 중궁전의 처마에서는 발소리가 들렸으며, 궁녀들은 황후가 생전에 즐겨 부르던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수군거렸다.어떤 이는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뜰의 매화나무 아래 서 있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여인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백단향만 남았다.건휘는 그 소문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을 불러 물었다.그는 궁녀가 가리킨 장소를 직접 찾아갔다.매화나무 아래와 화장대 앞, 서화가 책을 읽던 작은 서재까지 살폈지만 그가 찾아갈 때마다 서화는 없었다.건휘는 점점 잠을 자지 않게 되었다.눈을 감으면 서화가 처형대 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떠올랐고,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저주가 귓가에 울렸다.'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당신이 아닌 다른 사내를 사랑하게 하소서.'건휘는 그 말이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뒤틀렸다.서화가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을 떠나 다른 사내를 사랑하게 해 달라는 저주까지 남겼다.건휘는 침상으로 돌아와 서화의 손을 붙잡았다.“안 된다.”그는 죽은 여인을 내려다보았다.“네가 어디로 가든 짐이 찾아낼 것이다.”서화의 이마에 입술을 댄 그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 넘기며 낮게 속삭였다.“다른 사내에게는 가지 마라. 죽어서도 짐의 황후다.”그때 침전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조덕수가 문 앞에 엎드렸다.“폐하, 제관청에서 급히 아뢸 일이 있다 하옵니다.”건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조덕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제천비가 갈라진 뒤 북쪽 별궁의 봉인이 풀렸사옵니다. 역대 황제들께서 출입을 금하셨던 곳이옵니다.”건휘의 손이 멈췄다.조덕수는 황제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그곳에는 죽은 자를 되돌리는 금술이 기록되어 있다는 전설이 있사옵니다.”침전 안이 조용해졌다.
박원길은 입술을 깨물었다. 황제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결국 고개를 숙였다.“유귀비마마의 측근이옵니다.”건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박원길은 떨리는 목소리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구휼 장부의 수량과 날짜를 고친 일, 운송 경로를 바꾼 일, 황후의 인장을 이용해 거짓 증거를 만든 일까지 빠짐없이 고했다.건휘는 끝까지 말을 끊지 않았다.그러나 박원길이 진술을 마쳤을 때, 그의 얼굴에서는 마지막 남은 표정마저 사라져 있었다.건휘는 침상 가까이 다가갔다.그는 서화의 손을 조심스럽게 이불 안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조덕수를 불렀다.“형부 좌시랑을 잡아들이고, 유채령의 처소를 봉쇄하라.”조덕수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건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박원길을 죽이려던 자는 살아 있느냐?”“금군들이 붙잡아 두었사옵니다.”건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그자의 입을 열어라. 누가 명을 내렸는지, 누구에게 돈을 받았는지, 어떤 자들이 장부를 고쳤는지 모두 알아내라.”조덕수는 황제의 얼굴을 살폈다.“폐하, 유귀비마마께서 연루되셨다면…….”건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귀비?”그는 낮게 웃었다.“짐의 황후를 죽인 자에게 아직도 귀비라는 호칭을 붙이느냐.”조덕수는 황급히 엎드렸다.건휘는 한동안 그를 내려다보다 서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짐은 서화가 살아 있을 때 그 여인의 말을 믿었다.”그의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그 대가로 서화가 죽었지.”건휘는 서화의 손을 다시 잡았다.“이제는 누구의 말도 믿지 않겠다. 짐의 눈으로 확인하고, 짐의 손으로 벌하겠다.”그는 조덕수를 바라보았다.“유채령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궁의 누구도 편히 잠들지 못할 것이다.”그 순간 침전 안의 촛불이 한꺼번에 꺼졌다.궁녀들이 놀라 숨을 삼켰다.어둠 속에서 비단옷을 끌며 걷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사각.사각.건휘는 천천히 고
유채령은 원본 장부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측근을 불렀다.그녀는 이미 봉황 예복을 벗어 던진 뒤였다. 붉은 비단은 방 한구석에 구겨진 채 놓여 있었고, 화장대에는 급히 벗어 놓은 비녀와 장신구가 흩어져 있었다.“박원길을 없애라.”채령은 측근이 가까이 다가오자 목소리를 낮추었다.“그자가 살아서 입을 열면 우리 모두 끝장이다. 형부의 옥사에 머물고 있다 하니, 날이 밝기 전에 처리하여라.”측근은 잠시 머뭇거렸다.“마마, 지금은 금군들이 형부를 드나들고 있사옵니다.”채령은 소매 안에서 작은 검은 병을 꺼냈다. 병의 입구에는 밀랍이 단단히 발라져 있었고, 안에서는 짙은 액체가 느리게 흔들렸다.“죽에 섞어 먹여라. 흔적이 남지 않도록.”측근은 병을 받아 들었다.그가 물러가려는 순간 방 안의 촛불이 꺼졌다.채령은 놀라 고개를 돌렸다. 문은 닫혀 있었고, 창문에도 두꺼운 발이 내려져 있었다. 바람이 들어올 곳이 없는데도 촛불이 한꺼번에 꺼진 것이다.“불을 밝혀라.”시녀가 급히 새 초를 가져왔다.그러나 불을 붙이려는 순간 촛대 아래로 붉은 액체가 한 방울 떨어졌다.톡.시녀는 손을 멈췄다.천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그런데 또 한 방울이 떨어졌다.이번에는 촛대의 가장자리를 타고 검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시녀가 떨리는 손으로 촛대를 내려놓자, 채령은 그제야 피비린내를 맡았다.처형장에서 맡았던 냄새였다.“무엇이냐?”채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때 방 안 어딘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네가 원한 것이 이것이더냐?'채령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처형대 위에서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던 서화의 목소리였다.그녀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아무도 없었다.그러나 화장대 위에 놓인 봉황 비녀가 저절로 바닥에 떨어졌다.날카로운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채령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거울 속에는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그리고 그 뒤에 흰 죄수복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목덜미에 검붉은 피가 묻은 여인이었다.채령은 숨을 삼켰
형부의 관리들은 이미 대부분 퇴청한 뒤였다. 복도에는 등잔 몇 개만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고, 바깥에서는 금군들의 발소리가 간간이 들렸다.박원길은 당직 관리에게 장부를 내밀었다.“폐하께 올려야 할 문서가 있소.”당직 관리는 장부를 펼쳤다가 얼굴이 굳었다.“이것이 무엇이오?”박원길은 마른 입술을 적셨다.“황후마마의 구휼 장부 원본이오. 형부에 제출된 것은 조작된 문서요.”당직 관리는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박원길은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부디 폐하께 올려 주시오. 황후마마께서는 아무 죄가 없으셨소.”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내가 죽더라도 이 장부만큼은 반드시 전해 주시오.”당직 관리는 장부를 품에 넣은 뒤, 박원길의 신변을 보호해야 한다며 금군을 불렀다. 그러나 형부의 좌시랑과 연결된 자들이 아직 관청 안에 남아 있었으므로, 박원길은 외부와 접촉하지 못한 채 형부 옥사의 별실에 머물러야 했다.그는 자신이 보호받는 것인지, 다시 입을 막히게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장부가 중궁전에 도착했을 때, 건휘는 서화의 손을 잡은 채 침상에 앉아 있었다.피에 젖은 곤룡포는 아직 갈아입지 않은 채였고, 검붉게 굳은 옷자락에서는 짙은 비린내가 올라왔다.조덕수는 문서를 들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폐하, 황후마마의 사건과 관련된 원본 장부가 올라왔사옵니다.”건휘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조덕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문서를 펼쳤다.“형부에 제출된 증거와 기록이 다르옵니다.”그제야 건휘의 손이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무엇이 다르다는 것이냐?”조덕수는 장부를 건넸다.건휘는 서화의 손을 놓지 않은 채 한 손으로 문서를 받아 들었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읽던 그의 눈빛이 점차 달라졌다.수량이 달랐다.날짜도 달랐다.운송 경로까지 고쳐져 있었다.그는 다음 장을 넘겼다. 거기에는 원본을 작성한 서리 박원길의 진술이 적혀 있었다.'황후마마께서는 역도들에게 군량을 보낸 일이 없사옵니다.'건휘의 손가락이 멈췄다.그는 다
그날 낮, 유채령은 중궁전의 문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황제는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대신들과 어의들조차 침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려야 했고, 황후의 장례를 논의하러 온 예부의 관리들은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채령은 시녀를 가까이 불렀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아라.”시녀는 잠시 뒤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며 채령의 귀 가까이 몸을 숙였다.“폐하께서 황후마마의 시신을 침상에 눕혀 두고 밤새 곁을 지키셨다 하옵니다. 그런데 침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있사옵니다.”채령은 눈살을 찌푸렸다.시녀는 입술을 적시며 말을 이었다.“밤마다 누군가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하옵니다. 궁녀들은 황후마마께서 생전에 웃으시던 소리와 똑같다고…….”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령의 손이 날아갔다.시녀는 뺨을 맞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채령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죽은 사람이 어찌 웃는단 말이냐. 다시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마라.”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채령의 시선은 중궁전의 닫힌 문으로 향했다.문틈 사이로 백단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서화가 생전에 즐겨 쓰던 향이었다.채령은 그 냄새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중궁전에 드나들던 시절, 그녀는 서화에게서 풍기는 그 향을 몹시 싫어했다.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과 차분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맞이하던 서화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런데 지금은 향이 이상하게 짙었다.마치 누군가 바로 곁에 서 있는 것처럼.채령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아무도 없었다.그때 중궁전 안쪽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여인의 웃음이었다.채령의 손끝이 굳었다.그녀는 시녀의 팔을 붙잡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방금 들었느냐?”시녀는 두려움에 고개를 저었다. 채령은 그녀를 밀쳐 내고 빠르게 중궁전을 떠났지만, 발걸음을 옮길수록 백단향이 더욱 짙게 따라붙는 것 같았다.그날 밤, 형부의 서리 박원길은 서고에 숨어 있었다.그는 처형장에서
그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자 예부상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런데 네놈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관을 들이려 하느냐?”예부상서는 고통에 찬 숨을 삼켰다.건휘는 그를 밀쳐 버렸다.“중궁전에 관을 들이는 자는 누구든 목을 베겠다.”그의 목소리가 침전 안에 울렸다.“상복을 입는 자도, 곡을 올리는 자도 용서하지 않겠다. 황후가 눈을 뜨기 전까지 이 궁에서 장례라는 말을 꺼내는 자는 모두 역적으로 다스려라!”궁인들이 일제히 엎드렸다.예부상서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황제를 바라보았다.건휘는 이미 그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있었다.그는 다시 침상으로 돌아가 서화의 손을 잡았다.“서화야, 놀랐느냐.”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 넘겼다.“짐이 시끄러운 자들을 모두 내보냈다.”그때 예부상서의 뒤에 서 있던 젊은 관리 하나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사옵니다. 아무리 황명이라 하여도 죽은 이를…….”말이 끝나기도 전에 건휘가 고개를 돌렸다.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저자를 끌어내라.”금군들이 즉시 움직였다.젊은 관리는 황급히 엎드려 용서를 빌었지만, 건휘는 돌아보지 않았다.“황후의 침전 앞에서 죽음을 입에 올린 죄를 물어라. 다시는 그 입으로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하라.”금군들이 관리의 팔을 붙잡아 끌고 나갔다.복도 끝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건휘는 서화의 손을 잡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날부터 황궁에서는 누구도 황후의 죽음을 입에 올리지 못했다.예부상서가 물러간 뒤, 정태의가 다시 침전에 들어왔다.그는 이미 몇 차례나 황후의 죽음을 확인했지만, 황제는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전에는 피비린내를 덮기 위해 피운 향이 지나치게 짙었고, 침상 가까이에 놓인 화로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그러나 서화의 몸은 차가웠다.정태의는 침상 앞에 무릎을 꿇고 서화의 손목에 손가락을 올렸다. 차갑게 굳은 살갗 아래에서는 아무런 맥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몇 차례 손가락의 위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