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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버린 아내는 천재 외과의였다
남편이 버린 아내는 천재 외과의였다
Author: 월야

1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7 22:50:26

서이경은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다가 식탁 맞은편을 바라보았다.

민재혁은 벌써 세 번째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었다. 국에서는 김이 사라진 지 오래였고, 그가 좋아하는 반찬도 거의 손대지 않은 채였다. 이경은 생선 살을 접시 한쪽에 가지런히 모아 놓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재혁 씨, 국이 식었는데 다시 데워 드릴까요?”

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하자 조금 전까지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경은 그 표정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언제부터였을까. 남편이 자신에게는 저렇게 웃어 주지 않게 된 것이.

“재혁 씨?”

“아, 왜 자꾸 불러?”

그가 짜증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국이 식어서요. 다시 데워 드리려고…….”

“됐어. 입맛 떨어지게 자꾸 말 걸지 마.”

재혁은 수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경은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음식이 마음에 안 들어요? 다른 거라도 해 드릴까요?”

“서이경.”

재혁이 돌아보았다.

“내가 안 먹겠다는데 왜 그렇게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어? 네가 차려 준 밥은 무조건 먹어야 해?”

이경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드셨잖아요.”

“그럼 그냥 내버려 둬. 내가 어린애야?”

그는 재킷을 집어 들었다.

이경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세요? 오늘은 일찍 들어온다고 하셨잖아요.”

“약속 생겼어.”

“그럼 저녁은…….”

“너 혼자 먹어.”

재혁은 현관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나 기다린다고 밥상 차려 놓지 마. 퇴근해서 들어올 때마다 네가 그렇게 앉아 있는 것도 부담스러워.”

이경은 식탁 옆에 선 채 움직이지 못했다.

“저는 그냥…… 같이 밥 먹고 싶어서 그랬어요.”

“알아. 그런데 나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어. 그 정도는 알아서 눈치껏 해 주면 안 돼?”

재혁은 구두를 신으며 덧붙였다.

“집에 들어와서까지 네 기분 살펴 가며 행동하고 싶지 않아.”

현관문이 닫혔다.

이경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식탁에는 두 사람 몫의 저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편이 좋아하는 생선은 이미 식었고, 아침부터 끓인 국 위에는 얇은 기름막이 생겨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남편의 접시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왔다.

가시를 발라 놓은 생선 살을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억지로 씹어 삼키려는데 목구멍이 막히는 것 같았다. 결국 수저를 내려놓고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목 안쪽에 걸린 음식은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이경은 식탁에 앉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조금 전 남편이 했던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자신이 기다리는 것도, 밥을 차려 놓는 것도, 집에 들어오면 반갑게 맞이하는 것까지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이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재혁이 싫어하는 일들을 자신은 사랑이라고 믿으며 해 왔다는 사실이었다.


유세린이 돌아온 것은 석 달 전이었다.

그날 이경은 열두 시간이 넘는 수술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오래 서 있었던 탓에 발바닥이 욱신거렸고, 손목에는 수술 장갑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현관문을 열자 거실에서 재혁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언제 들어왔는데?”

이경은 신발을 벗다가 멈췄다.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도 밝았다.

“미리 말하지 그랬어. 내가 공항으로 나갔을 텐데.”

재혁은 소파에 기대어 웃고 있었다.

이경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가방을 내려놓았다.

연애하던 시절의 재혁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이경이 수술실에서 늦게 나와도 병원 로비에서 기다려 주었다. 함께 먹을 저녁 메뉴를 정하는 일에도 즐거워했고, 그녀가 피곤해서 말을 하지 않으면 손을 잡고 조용히 걸어 주었다.

그런 남자를 처음 사랑했다.

그녀에게 재혁은 첫사랑이었고, 처음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왔어?”

통화를 끝낸 재혁이 뒤늦게 그녀를 발견했다.

“네. 누구 전화예요?”

“세린이.”

이경의 손이 멈췄다.

유세린.

남편이 결혼하기 전에 사랑했던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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