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나를 죽인 그날, 당신의 지옥이 시작됐다: บทที่ 1 - บทที่ 10

19

1화

“살려 줘, 시혁아…….”리아의 입에서 피와 함께 흘러나온 것은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한 남자의 이름이었다.천장에 매달린 쇠사슬이 거칠게 흔들렸다. 두 팔이 머리 위로 묶인 채 세 시간째 매달려 있던 그녀는 발끝으로 바닥을 짚으려 했지만, 이미 감각을 잃은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발목을 타고 흐른 피가 맨발 아래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고, 왼쪽 어깨에서는 조금만 움직여도 뼈가 어긋나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지하 처형장은 지나치게 조용했다.벽면을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와 천장에서 불규칙하게 깜빡이는 형광등의 진동음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오래된 콘크리트 바닥에는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검붉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리아는 그 얼룩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훈련소에서 사라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곳을 거쳐 갔다. 교관들은 그들이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고 설명했지만, 한 번 내려온 사람이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리아는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지금, 자신이 그들과 똑같은 자리에 매달려 있었다.스물두 살.열일곱 살에 이 지하로 팔려 온 뒤 다섯 해를 버텼다. 배고픔과 폭행, 잠을 허락받지 못하는 밤과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훈련을 견뎠다.죽고 싶었던 순간은 셀 수 없이 많았다.그때마다 리아를 붙잡아 준 사람이 있었다.강시혁.그가 약속했다.반드시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더는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는 삶을 살게 해 주겠다고.그런데 조금 전,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분명 그의 것이었다.‘대상자 리아. 처형 승인.’리아는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목소리를 흉내 낸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강시혁을 협박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자신이 붙잡혔다는 사실을 알면 그가 반드시 구하러 올 거라고 믿었다.그 믿음이 그녀를 세 시간 동안 버티게 했다.“아직도 그 남자를 기다리나?”검은 작업복을 입은 집행반장이 처형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얇은 서류철 하나가 들려 있었다.리아는 무겁게 늘어진 고개를 들었다.“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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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손목에서 흐르는 피보다 가슴 안쪽이 더 아팠다. 심장이 잘못 뛰는 것처럼 숨이 막혔고, 눈앞의 남자가 무슨 말을 더 하는데도 소리가 멀어졌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젯밤을 떠올렸다.***강시혁은 평소보다 늦게 찾아왔다.훈련소 뒤편의 좁은 휴게실이었다. 낡은 난방관이 벽을 따라 지나가는 방 안에는 희미한 온기와 기름 냄새가 남아 있었다.리아는 그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무슨 일 있어요?”시혁은 대답하지 않고 문부터 잠갔다.그날따라 그의 얼굴은 몹시 굳어 있었다. 리아가 다가가자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리아는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거친 외투에서 익숙한 담배 냄새가 났다. 그녀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시혁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 종일 몸을 짓누르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그는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방에서 나오지 마.”“왜요?”“밖에서 일이 좀 생길 거야.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기다려.”리아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우리 나갈 수 있는 거예요?”시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짧은 침묵을 리아는 기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이 마침내 끝나 가는 순간이라 그도 긴장하고 있다고 믿었다.“당신만 믿으면 되죠?”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그래. 다른 사람 말은 듣지 마.”리아는 웃었다.며칠째 제대로 잠들지 못해 눈 밑이 퀭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나가면 제일 먼저 뭘 할까요?”“뭘 하고 싶은데?”“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누가 소리 지르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고, 밥을 먹다가 빼앗길 걱정도 없는 곳이요.”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작게 웃었다.“그리고…… 당신이랑 밥을 먹고 싶어요. 평범한 식당에서요. 메뉴를 내가 고를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시혁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리아는 그가 왜 그렇게 오래 자신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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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그 믿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이용했다.리아는 고개를 숙였다.눈물이 피 묻은 옷 위로 떨어졌다.처음 지하에 끌려왔던 열일곱 살의 자신이 떠올랐다. 아무도 믿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누군가 손을 내밀면 붙잡고 싶어 하던 어린아이였다.강시혁은 그 손을 잡아 준 사람이었다.그가 건넨 따뜻한 물 한 컵, 발목을 다쳤을 때 의무실로 보내 주었던 일, 번호 대신 이름을 불러 주었던 순간들이 차례로 떠올랐다.그 기억들이 모두 거짓이었다고 생각하자 숨을 쉴 수 없었다.하지만 정말로 모두 거짓이었을까.한때는 진심이었을 수도 있었다.그가 자신을 사랑한 순간이 단 한 번쯤은 있었을지도 몰랐다.그 가능성이 리아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죽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은, 처음부터 사랑받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훨씬 잔인했다.“시혁아…….”그녀는 텅 빈 처형장에 대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나한테 왜 그랬어…….”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집행반장은 지루하다는 듯 손목시계를 확인했다.“끝났으면 시작하지.”그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대기하고 있던 경비원이 안으로 들어왔다.남자의 손에는 검은 가죽 가방이 들려 있었다.리아는 그 가방을 알고 있었다.훈련소에서 누군가 심문을 받으러 끌려갈 때마다 집행반이 들고 다니던 물건이었다.가방이 철제 탁자 위에 놓이는 소리를 듣자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다.경비원은 안에서 두꺼운 가죽끈을 꺼냈다.“아직 집행 명령은 유효합니까?”집행반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최종 확인만 끝내면 돼.”리아는 그들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누구도 그녀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남자들은 처리해야 할 물건 하나를 앞에 두고 절차를 확인하는 것처럼 태연했다.그 순간 리아는 자신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강시혁은 오지 않을 것이다.문이 열릴 때마다 그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일은 이제 끝내야 했다.그러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과 죽고 싶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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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주인을 알고 있나 보군.”리아는 남자의 손을 바라보았다.그가 조금만 힘을 주면 낡은 실이 끊어질 것 같았다.“살아 있어요?”“그건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지.”그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리아는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을 붙잡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답을 얻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실의 주인이 이미 죽었을 수도 있었다.아직 붙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들이 붉은 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했다.집행반장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강시혁이 네가 이걸 보면 입을 열 거라고 하더군.”리아는 숨을 멈췄다.“뭐라고요?”“그 사람이 직접 알려 줬어. 네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못 견디는 성격이라고. 네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효과적일 거라더군.”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는 알고 있었다.그녀가 누군가를 두고 혼자 도망치지 못한다는 사실을.어린 훈련생이 벌을 받으면 자신의 식량을 나눠 주었고, 다친 동료가 뒤처지면 함께 처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기다렸다는 사실을.강시혁은 그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그때마다 어리석다고 꾸짖으면서도 결국 그녀를 도와주곤 했다.리아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는 그 기억마저 그녀를 무너뜨릴 방법으로 이용하고 있었다.집행반장이 상자 안에서 작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여기에도 네가 아는 이름이 있을 텐데.”리아의 눈이 종이로 향했다.피 묻은 번호표와 함께 보관된 이동 기록이었다.종이의 가장자리는 찢어져 있었지만, 날짜와 시설 번호는 알아볼 수 있었다.리아는 자신이 기억하는 마지막 행적과 날짜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 동료는 사라진 뒤에도 적어도 한 번 다른 장소로 옮겨진 기록이 있었다.죽었다는 뜻은 아니었다.그렇다고 살아 있다는 증거도 아니었다.리아가 종이를 더 자세히 보려고 몸을 기울이자 사슬이 거칠게 당겨졌다. 어깨에 통증이 번졌지만 그녀는 신음하지 않았다.“그 사람을 어디로 보냈어요?”“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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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착각하지 마. 네 목숨은 이미 끝난 거야.”집행반장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강시혁이 네게 무슨 말을 했든 이제 아무 소용없어.”리아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왜 아직 안 죽였어요?”남자의 손이 멈췄다.처형장에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리아는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이 처음으로 상대를 흔들었다는 사실을 느꼈다.두려움은 여전히 온몸을 짓눌렀다.그녀는 조금 전까지 강시혁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던 사람이었다.그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질 리 없었다.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가 자신을 안아 주던 밤이 떠올랐다. 그 품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가 자신을 바라볼 때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너무도 선명했다.그 기억을 버리는 일은 살점을 뜯어 내는 것만큼 아팠다.그러나 리아는 더 이상 그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지 않기로 했다.그녀가 살아남는다면 강시혁이 감춰 둔 진실을 반드시 알아낼 것이다.자신을 팔아넘긴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도.그가 왜 동료의 붉은 실까지 손에 넣었는지도.집행반장은 리아의 머리카락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좋아.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보고하지.”그는 경비원에게 눈짓했다.“저 여자 입에서 나온 말 전부 위에 전달해. 특히 강시혁을 직접 만나겠다고 했다는 부분.”경비원이 밖으로 나갔다.집행반장은 금속 상자를 닫으려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손을 멈췄다.“참, 한 가지는 알려 주지.”리아는 고개를 들었다.남자는 상자 안에 놓인 붉은 실을 바라보며 느리게 웃었다.“이 물건을 여기로 가져오라고 한 사람도 강시혁이야.”리아의 손끝이 굳었다.“그리고 네가 이걸 알아보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고 했지.”“다음…… 단계?”집행반장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접혀 있던 지시서 한 장을 꺼내 펼쳤다.리아는 종이의 맨 아래에 적힌 짧은 문장을 보았다.**‘붉은 실의 주인에 관한 정보는 대상자가 협조할 때까지 공개하지 말 것.’**그 아래에도 강시혁의 서명이 있었다.리아는 종이를 바라보았다.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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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철문 너머에서 강시혁의 이름이 들리는 순간, 리아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그가 온다는 말을 듣고도 기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불과 어젯밤까지만 해도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누군가 손목을 붙잡거나 이름을 부르며 위협할 때마다, 결국 자신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갈 사람은 강시혁뿐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이제는 그가 철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두려웠다.그의 서명이 찍힌 처형 명령서가 눈앞에 있었고, 자신이 목숨처럼 지키려 했던 동료의 물건까지 그가 집행반에 넘겼다. 누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리아는 머리 위로 묶인 손목을 조금 움직였다가 이를 악물었다. 쇠고리에 쓸린 살갗이 다시 벌어지면서 뜨거운 통증이 팔을 타고 올라왔다. 발끝으로 겨우 바닥을 짚고 있었지만, 다리에 힘이 풀릴 때마다 온몸의 무게가 어깨에 실렸다.천장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떨렸다.그 불빛 아래 놓인 금속 상자에는 오래된 붉은 실이 들어 있었다. 색이 바래고 여러 번 끊어진 것을 이어 묶은 탓에 군데군데 매듭이 남아 있는 실이었다.리아는 그 물건을 알고 있었다.그것을 손목에 묶고 다니던 남자의 얼굴도 기억했다.백이준.그는 리아가 지하 훈련소에서 살아남는 동안 가장 오래 의지했던 동료 가운데 하나였다.그러나 지금 그가 어디에 있는지, 살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강시혁은 그것까지 알고 그녀에게 붉은 실을 보여 준 것이었다.***백이준을 처음 만났을 때 리아는 열일곱 살이었다.훈련소에 팔려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그녀는 아직 그곳의 규칙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사람의 이름 대신 번호를 부르는 일에도 익숙하지 않았다.그곳에서는 먼저 들어온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래 살아남은 사람일수록 다른 훈련생을 경계했다. 누군가를 도와주었다가 함께 처벌받는 일이 흔했고, 자신에게 주어진 식량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다친 사람을 외면하기도 했다.이준은 그런 곳에서 리아보다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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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너까지 걸리지 말고 가라고.”리아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그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발목이 완전히 낫지 않아 두 사람이 함께 걷는 속도는 느렸지만, 그녀는 끝내 그를 숙소까지 데려갔다.그날 밤 이준은 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리아는 자신이 받은 물을 조금씩 나누어 주고, 젖은 천으로 그의 이마를 식혀 주었다.한참 뒤 이준이 눈을 뜨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돌아왔어?”리아는 천을 다시 적시며 대답했다.“그때 밥 줬잖아요.”이준은 어이없다는 듯 희미하게 웃었다.“밥 한 끼 때문에?”“그날은 그게 전부였어요.”그는 더 묻지 않았다.다만 리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손을 뻗어 그녀의 소매를 붙잡았다.“이름이 뭐야?”리아는 잠시 망설였다.이곳에서는 이름을 말하는 일조차 조심스러웠다.“리아요.”이준은 그 이름을 낮게 되뇌었다.“리아.”그날 이후 그는 그녀를 번호 대신 이름으로 불렀다.***이준의 손목에는 늘 붉은 실이 묶여 있었다.리아가 그 실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두 사람이 함께 지낸 지 몇 달이 지난 뒤였다.훈련을 마친 어느 날, 교관이 이준의 손목에서 붉은 실을 발견했다. 개인 물품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실을 끊어 버렸고, 이준은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떨어진 조각들을 주워 담았다.그날 밤 리아는 숙소 구석에 앉아 있는 그를 발견했다.이준은 짧아진 실을 다시 이어 붙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거칠어 매듭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는 몇 번이나 풀린 실을 다시 묶었다.리아는 그의 옆에 앉았다.“새것으로 만들면 안 돼요?”이준은 고개를 저었다.“이건 안 돼.”“왜 그렇게 중요한데요?”그는 한참 동안 실을 바라보았다.리아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오래된 환풍기에서 바람이 새어 나왔고, 멀리서 교관의 발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발소리가 지나갈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한참 뒤 이준이 조용히 말했다.“집에 기다리는 애가 있어.”리아는 그를 바라보았다.“가족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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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러다 종이가 늘어났다.누가 언제 사라졌는지, 마지막으로 어디에서 목격되었는지, 어떤 교관이 그날 당직이었는지까지 기록하게 되었다.이준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는 리아가 기록을 숨겨 둔 장소를 알아냈을 때 몹시 화를 냈다.“이걸 왜 모으고 있어?”리아는 그의 손에서 종이를 빼앗으려 했다.“돌려줘요.”이준은 종이를 내주지 않았다.“이게 들키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알아요.”“알면서 왜 이래?”리아는 그를 바라보았다.“그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야 하니까요.”이준의 얼굴이 굳었다.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우리가 모른 척하면 아무도 찾지 않을 거예요. 여기서 사라진 사람들은 이름도 남지 않잖아요.”그는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그 사람들을 다 구할 수 있을 것 같아?”“다 구할 수는 없겠죠.”리아는 그가 들고 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그래도 한 사람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이준은 고개를 돌렸다.그날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대신 종이를 접어 돌려주며 말했다.“앞으로는 혼자 움직이지 마.”그 말은 허락이 아니었다.그는 여전히 위험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리아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 뒤로 이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조금씩 알려 주었다.어느 훈련생이 마지막으로 어떤 구역에 있었는지, 누가 새벽에 끌려갔는지, 어떤 물품이 갑자기 사라졌는지.그는 리아보다 오래 이곳에 있었고, 시설 내부에서 어떤 일이 반복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리아는 그가 알려 준 사실들을 하나씩 기록했다.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차례 다투었다.리아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내려고 했고, 이준은 더는 위험한 곳에 들어가지 말라고 막았다.어느 날 밤에는 그가 그녀의 기록을 빼앗아 불태우겠다고까지 했다.리아가 울먹이며 종이를 되찾으려 하자 이준은 결국 손을 놓았다.“너는 왜 네 목숨을 그렇게 쉽게 생각해?”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보다 두려움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리아는 대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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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리아는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이준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시간에도 그는 시설 어딘가에 있었다.그리고 강시혁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이준이가 어디 있어요?”리아의 목소리가 떨렸다.집행반장은 사진을 서류봉투 안으로 집어넣었다.“그걸 알아내려면 네가 먼저 협조해야지.”“살아 있는 거예요?”“네가 입을 열면 확인해 줄 수도 있어.”그 말은 대답이 아니었다.리아는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그는 이준의 생사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사진이 언제 찍혔는지와 지금 살아 있는지는 다른 문제였다.그녀는 그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무엇을 말하라는 거예요?”집행반장은 의자에 등을 기대었다.“백이준이 너와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부터 인정해.”리아는 숨을 골랐다.그는 이미 이준의 이름과 사진을 가지고 있었다.그렇다고 자신이 그와 함께 자료를 모았다고 인정할 수는 없었다.그 말 한마디가 이준에게 새로운 죄목을 만들어 줄 수도 있었다.“저 혼자 했어요.”남자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끝까지 그놈을 감싸겠다는 거군.”리아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제가 한 일 때문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세요.”집행반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다가오자 리아의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다.남자는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강시혁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아주 자세히 설명하더군.”리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네가 아픈 건 참아도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건 못 견딘다고. 특히 오래 함께한 사람이라면 더 그렇다고.”그는 그녀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았다.“그래서 그놈의 물건을 가져온 거야.”리아는 숨을 멈췄다.강시혁은 이준의 붉은 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그녀가 이준의 손목을 확인하는 버릇까지도 보았을 것이다.훈련소에서 함께 지낸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리아가 누구를 아끼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포기하는지 지켜보았다.리아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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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대신 손목의 붉은 실을 만지작거렸다.리아는 그가 말을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한참 뒤 이준이 입을 열었다.“리아, 여기서 누군가를 믿는 건 네 자유야. 하지만 그 사람에게 네가 가진 걸 전부 넘기지는 마.”리아는 입술을 다물었다.이준이 강시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몇 번이나 의견이 부딪혔고, 리아가 시혁의 말을 따를 때마다 이준은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그것을 단순한 불신이라고 생각했다.시혁은 이 조직 안에서 힘을 가진 사람이었고, 이준은 그런 사람들을 경계했다.“시혁 씨가 나를 배신할 거라고 생각해요?”리아가 묻자 이준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정하는 건 아니야.”“그럼 왜 자꾸 의심해요?”이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에는 지친 기색이 묻어 있었다.“나는 네가 다치는 걸 보고 싶지 않아.”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손목의 붉은 실을 고쳐 묶었다.“그리고 나도 살아서 나가야 해.”그 말을 마지막으로 이준은 방을 나갔다.리아는 그날 그를 붙잡지 않았다.그가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강시혁을 의심하라는 충고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이준이 문을 나서던 순간을 떠올리자 가슴이 저려 왔다.그녀는 그날 자신이 조금만 더 물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이준이 무엇을 보았는지, 왜 강시혁을 경계했는지, 그가 혼자 감당하고 있던 위험이 무엇인지.그러나 리아는 묻지 않았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믿는 일이 동료의 경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것이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다.***처형장의 철문이 다시 열렸을 때 리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집행반장은 금속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그는 상자를 탁자에 올려놓고 붉은 실을 꺼냈다.리아는 그 물건을 바라보았다.오래된 매듭 세 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그중 하나는 자신이 직접 묶어 준 것이었다.이준이 손목을 다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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