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목에서 흐르는 피보다 가슴 안쪽이 더 아팠다. 심장이 잘못 뛰는 것처럼 숨이 막혔고, 눈앞의 남자가 무슨 말을 더 하는데도 소리가 멀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어젯밤을 떠올렸다.
***
강시혁은 평소보다 늦게 찾아왔다.
훈련소 뒤편의 좁은 휴게실이었다. 낡은 난방관이 벽을 따라 지나가는 방 안에는 희미한 온기와 기름 냄새가 남아 있었다.
리아는 그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 있어요?”
시혁은 대답하지 않고 문부터 잠갔다.
그날따라 그의 얼굴은 몹시 굳어 있었다. 리아가 다가가자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
리아는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거친 외투에서 익숙한 담배 냄새가 났다. 그녀는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시혁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 종일 몸을 짓누르던 두려움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는 그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방에서 나오지 마.”
“왜요?”
“밖에서 일이 좀 생길 거야. 내가 데리러 갈 때까지 기다려.”
리아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우리 나갈 수 있는 거예요?”
시혁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을 리아는 기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이 마침내 끝나 가는 순간이라 그도 긴장하고 있다고 믿었다.
“당신만 믿으면 되죠?”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래. 다른 사람 말은 듣지 마.”
리아는 웃었다.
며칠째 제대로 잠들지 못해 눈 밑이 퀭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나가면 제일 먼저 뭘 할까요?”
“뭘 하고 싶은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누가 소리 지르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어요.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고, 밥을 먹다가 빼앗길 걱정도 없는 곳이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작게 웃었다.
“그리고…… 당신이랑 밥을 먹고 싶어요. 평범한 식당에서요. 메뉴를 내가 고를 수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시혁은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리아는 그가 왜 그렇게 오래 자신을 바라보는지 알지 못했다.
“너는 원하는 게 참 작구나.”
“나한테는 엄청 큰 거예요.”
그녀가 웃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자 시혁은 한 손으로 그녀의 뒷머리를 감쌌다.
그는 리아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
리아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네?”
“아무것도 아니야.”
그는 다시 그녀를 품에 안았다.
리아는 그날 밤 시혁이 자신을 유난히 오래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녀가 품에서 물러나려 할 때마다 그가 다시 끌어당겼고, 마지막에는 이마를 맞댄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리아는 그가 자신을 잃을까 봐 두려워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는 이미 자신을 버리기로 결정한 사람이었다.
그날의 포옹이 작별이었다는 사실을 리아만 몰랐다.
***
“울어도 소용없어.”
집행반장의 목소리에 리아는 눈을 떴다.
언제부터인지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강시혁이…… 직접 여기로 보내라고 했어요?”
“그렇다니까.”
“내가 죽는 것도 알고 있어요?”
집행반장은 짜증스럽게 서류를 두드렸다.
“서명한 사람이 그걸 모르겠어?”
리아는 입술을 떨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죽게 되는지, 이곳에 끌려오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을 당하는지, 시신이 어디로 옮겨지는지까지.
강시혁은 이 조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누구보다 처형장의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리아는 그 사실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혹시 협박을 받았을까.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을까.
그가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서류의 마지막 장에 적힌 문장을 보는 순간, 그 모든 변명은 무너졌다.
**대상자는 외부 접촉 가능성이 있으므로 구조 요청 및 추가 진술을 차단할 것.**
그 아래에도 강시혁의 서명이 있었다.
그는 단순히 처형을 허락한 것이 아니었다.
리아가 살아날 가능성까지 없애라고 지시했다.
“왜…….”
목구멍에서 끓어오른 소리가 갈라졌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녀는 시혁을 믿은 죄밖에 없었다.
그가 위험하다고 말하면 멈췄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렸다. 자신이 발견한 자료를 그에게 맡겼으며, 혹시라도 그가 다칠까 봐 누구에게도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상자가 살아 있다면 내부 보고와 맞지 않게 됩니다.”강시혁은 서류를 가지런히 정리했다.“그럼 보고를 맞추면 되잖아.”낮은 목소리였지만 부하의 얼굴이 굳어졌다.강시혁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처형 명령서를 가리켰다.“리아가 살아서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훈련소 관리 책임부터 문제가 될 거야. 누가 처형 명령을 승인했는지도 다시 확인하겠지.”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런 일은 없어야 해.”부하는 고개를 숙였다.강시혁은 이어 관리실에 보관된 서류와 집행 명령서 사본의 수량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원본 외에 어떤 기록이 남아 있는지, 정전 이후 누가 출입했는지까지 보고하라는 말이었다.부하가 서류를 챙겨 나가려 하자 그가 다시 불렀다.“리아를 발견하면 나한테 먼저 보고해.”부하가 멈춰 섰다.강시혁은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갔다.어둠이 내려앉은 유리창에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다른 사람 손에 넘기지 마. 내가 끝낼 일이니까.”부하가 나간 뒤에도 강시혁은 한동안 창가에 서 있었다.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리아와의 마지막 통화 기록을 확인했다.그녀가 붙잡히기 전날 밤이었다.리아는 자신에게 정말 모든 일이 끝나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녀는 한참 침묵하다가 조용히 웃었다.그 웃음이 떠오르자 강시혁의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통화 기록을 삭제하려다가 손을 멈췄다.화면에는 리아의 이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죽었다고 보고된 여자였다.그런데도 그는 그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강시혁은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뒤집어 놓았다.리아가 살아 있다면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었다. 그녀가 처형 명령서의 서명을 보았다면,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을 것이다.그 생각이 불쾌했다.자신을 바라보던 눈빛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특히 그랬다.그는 책상 위의 보고서를 다시 펼쳤다.그리고 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색 인원 늘려. 그 여자가 누구를 만나든, 어디로 가든 먼저 찾아내.”***화물차가
낡은 천 조각을 끌어당기자 기름 냄새와 쇠 냄새가 코를 찔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자가 돌아왔고, 차량이 크게 흔들린 뒤 엔진이 다시 켜졌다.리아는 몸을 웅크린 채 철판이 흔들리는 소리를 들었다. 차량이 움직일 때마다 다친 무릎이 고철에 부딪혔지만, 좁은 공간에서는 다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주변의 쇳조각들이 부딪혀 소리를 냈기 때문에 그녀는 두 팔로 무릎을 감싸고 최대한 움직임을 줄였다.얼마나 달렸을까.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늦추었다.앞쪽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검문이었다.차량이 멈추자 남자들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누군가 운전자에게 출발지와 적재물을 확인했고, 잠시 뒤 적재함을 열라는 지시가 들렸다.리아는 숨을 멈췄다.차량 뒤편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나더니 적재함 문이 열렸고, 차가운 바람과 함께 손전등 불빛이 고철 사이를 훑었다.리아는 눈을 감았다.지금 움직이면 끝이었다.검문하던 남자가 철판 하나를 발끝으로 밀었다. 금속이 요란하게 부딪히는 순간 리아는 놀라 몸을 움츠렸지만, 다행히 주변의 고철이 함께 흔들리면서 작은 움직임은 드러나지 않았다.손전등 불빛이 그녀가 숨어 있는 공간 바로 앞에서 멈췄다.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그때 검문소 쪽에서 다른 차량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다음 차량을 확인하라고 외쳤고, 손전등 불빛이 서서히 멀어졌다.잠시 뒤 적재함 문이 닫혔다.운전자가 욕설을 중얼거리며 차에 올라탔고, 엔진이 다시 울리자 리아는 그제야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그녀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조금만 늦었더라면 다시 붙잡혔을 것이다.하지만 아직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리아는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흔들리는 화물차 안에서 옷 안쪽의 종이를 움켜쥐었다.***강시혁은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집행 보고서를 다시 확인했다.책상 위에는 서로 다른 내용의 서류가 두 장 놓여 있었다. 하나는 처형 완료 보고서였고, 다른 하나는 집행 대상자의 이탈 가
손목의 상처에서도 다시 피가 배어 나왔고, 처형장에서 당한 폭행 때문에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담장 너머에는 평범한 도로가 있었다.가로등 아래로 차량이 지나갔고, 멀리서는 개가 짖는 소리도 들렸다. 훈련소 안에서는 모든 소리가 명령이나 처벌로 이어졌지만, 저곳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밤길을 지나고 있었다.리아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열일곱 살에 훈련소로 끌려온 뒤 다섯 해가 지났다. 그동안 그녀에게 허락된 것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명령받은 일을 수행하고, 살아남기 위해 훈련을 견디는 삶뿐이었다.강시혁은 언젠가 자신을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와 함께라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그가 준비한 것은 자유가 아니라 처형 명령서였다.리아는 옷 안쪽을 더듬었다.접힌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관리실에서 가져온 처형 명령서 사본이었다. 강시혁의 서명이 남아 있는 유일한 증거이기도 했다.그녀는 종이를 꺼내지 않고 옷 안쪽으로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지금은 그것을 확인하는 것보다 잃어버리지 않는 일이 중요했다.그때 도로 쪽에서 승합차 두 대가 모습을 드러냈다.리아는 반사적으로 담장 뒤에 몸을 숨겼다.차량에는 조직의 표식이 없었지만, 창문을 조금 내린 채 도로 양쪽을 살피는 남자들의 모습은 익숙했다. 훈련소 경비원들이 외부 수색에 나설 때와 다르지 않았다.첫 번째 차량이 지나간 뒤 두 번째 차량이 멈췄다.리아는 벽에 등을 붙이고 숨을 낮췄다. 창문 너머에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외곽 도로까지 확인 중입니다. 아직 대상자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남자는 잠시 상대의 말을 듣더니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예. 살아 있는 상태로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시신 회수 보고는 그대로 유지하라는 지시도 전달받았습니다.”리아는 손가락을 움켜쥐었다.살아 있는 자신을 찾으면서 시신 회수 보고를 유지한다는 말이었다. 그
“죽은 사람이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 보게 해 주죠.”리아의 말이 끝났지만 검은 차량에서 내린 남자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고, 그사이 적치장 위로 불어온 찬바람이 바닥에 흩어진 비닐 조각들을 녹슨 철제 통 사이로 밀어 넣었다.리아는 남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철제 통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른쪽 무릎에 체중이 실리자 날카로운 통증이 올라왔지만, 자신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낯선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남자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살폈다.낡은 점퍼를 걸친 그는 조직의 경비원처럼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연히 이곳을 지나가던 사람도 아니었다. 강시혁의 처형 명령을 알고 있었고, 조직 내부의 사망 처리 기록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무엇보다 리아가 숨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찾아왔다.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경계할 이유가 있었다.“강시혁에게 돌아갈 생각은 없어요. 당신이 그 사람의 부하라면 헛걸음한 거예요.”리아가 낮게 말하자 남자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로 내려갔다. 찢어진 바짓단 아래로 피가 흘러 신발 안쪽까지 번지고 있었고, 손목에도 쇠고리에 쓸린 상처가 선명했다.그는 그녀의 말을 부정하지도,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하지도 않았다. 대신 차량 쪽으로 고개를 돌려 멀리서 다가오는 불빛을 확인했다.“저 상태로는 오래 못 가겠군.”리아는 대답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러자 남자는 그녀의 앞을 막는 대신 적치장 끝으로 이어지는 어두운 통로를 턱짓으로 가리켰다.“저쪽으로 가면 외곽 도로가 나와. 다만 검문이 시작됐을 거야.”그녀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확인하면서도 곧바로 움직이지 않았다. 낯선 사람이 내미는 친절을 믿었다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강시혁도 처음에는 그랬다.다른 훈련생들이 그녀를 외면할 때 물을 가져다주었고, 벌을 받은 날이면 상처를 살펴 주었다. 그런 작은 행동들이 쌓여 리아는 그가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믿었
“전 구역 수색. 집행 대상자 이탈 확인.”리아의 얼굴이 굳었다.그들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었다.그녀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오른쪽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무릎이 꺾이면서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멀리서 차량의 전조등이 움직였다.리아는 철제 통 뒤로 몸을 숨겼다.빛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숨을 최대한 낮췄다.차량은 적치장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그제야 리아는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안도할 시간은 없었다.그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담장 너머에는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돈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었다.지금 자신에게 남은 것은 찢어진 옷과 다친 몸, 그리고 강시혁의 서명이 찍힌 종이 한 장뿐이었다.리아는 그것을 손바닥으로 눌렀다.이것만은 지켜야 했다.자신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과 강시혁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물건이었다.그녀는 철제 통을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다리에 통증이 몰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한 걸음 내디뎠다.그때 적치장 입구에서 다시 차량의 불빛이 비쳤다.리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검은 차량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차량은 그녀가 숨어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지점에 멈췄다.잠시 뒤 운전석 문이 열렸다.누군가 차에서 내렸다.리아는 숨을 멈췄다.남자는 서두르지 않았다.마치 이곳에 누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걸어왔다.그녀는 철제 통 뒤로 몸을 더욱 낮췄다.남자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그리고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와.”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네가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어.”그녀의 심장이 내려앉았다.남자는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대신 어둠 속에서 조용히 말을 이었다.“강시혁이 널 찾고 있다.”리아의 손이 옷 안쪽으로 움직였다.서명이 남은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그녀는 그것을 움켜쥐었다.남자는
리아는 숨을 멈췄다.그들의 발소리가 관리실 안쪽으로 들어왔다.남자 하나가 책상 위를 살폈다.“도면은 그대로네.”다른 남자가 욕설을 내뱉었다.“이 구역은 오래돼서 출입 기록도 제대로 안 남아. 빨리 찾아.”리아는 책상 아래에서 손가락을 움켜쥐었다.남자의 구두가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그가 몸을 숙이려는 순간, 복도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서쪽 출입문 열렸다! 전원 이동해!”두 남자가 동시에 돌아보았다.“대상자 발견했어?”“아직! 하지만 바깥으로 나간 흔적이 있어!”경비원들은 곧바로 관리실을 빠져나갔다.리아는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들이 서쪽 출입문으로 몰려갔다면, 자신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야 했다.리아는 벽면의 도면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관리실을 나섰다.***폐기물 반출 구역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생각보다 길었다.리아는 벽을 짚고 걸었다.오른쪽 무릎에서 피가 흘렀고, 발을 디딜 때마다 다리가 휘청거렸다. 손목의 상처도 심해져 손바닥까지 피가 묻어 있었다.그러나 그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도면에서 확인한 마지막 철문이 보였을 때, 리아는 거의 쓰러질 뻔했다.문에는 오래된 잠금 장치가 달려 있었다.그녀는 손잡이를 잡아당겼다.움직이지 않았다.다시 힘을 주었지만 결과는 같았다.리아는 문에 이마를 기댔다.여기까지 왔는데.겨우 처형장에서 벗어났는데.다시 붙잡힐 수는 없었다.그때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리아는 몸을 굳혔다.누군가 문 앞에 멈춰 섰다.잠시 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천천히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쳤다.문밖에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그는 피 묻은 리아의 얼굴과 손목을 보더니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너…… 누구야?”리아는 대답하지 못했다.남자는 통로 안쪽을 살폈다.멀리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었다.그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안에서 도망친 거야?”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남자는 곧바로 문을 닫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