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우리 집에는 남편이 둘 있습니다: Capítulo 61 - Capítulo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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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이번 겨울은 지나갈 거예요

물푸레관 굴뚝의 연기가 바람에 꺾였다.레티는 창틀에 얹은 손을 떼지 않았다. 장미 정원에는 아직 눈이 없었다. 가지 끝에 서리가 붙었고, 정원사가 걷어 둔 화분 자리에는 둥근 자국이 남아 있었다.노라가 뒤에서 숄을 펼쳤다.“아가씨, 창문부터 닫을까요?”“조금만요.”물푸레관 문이 열렸다. 검은 외투를 걸친 유리엘이 본관 쪽으로 걸어왔다. 레티는 창에서 한 발 물러났다가,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유리엘이 올려다보았다.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쳤다. 유리엘은 걸음을 멈추고 제 외투의 깃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여미라는 뜻이었다.레티는 숄을 끌어 올렸다.그제야 유리엘이 다시 걸었다.“알아들으셨네요.”“못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요.”노라가 창을 닫았다. 걸쇠가 맞물리는 소리에 레티의 손끝이 움찔했다.겨울이었다.책상 위 달력에서 가을의 마지막 장이 사라져 있었다.▽첫날 밤에는 잠이 늦게 오는 줄 알았다.둘째 밤에는 낮에 마신 차를 탓했다. 셋째 밤에는 베개를 뒤집었다. 차갑던 베개가 따뜻해질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레티는 침대 곁 탁자에서 물잔을 들었다.잔 가장자리가 이에 부딪혔다. 작은 소리였는데도 문밖에서 곧바로 목소리가 났다.“레티시아.”레티는 물을 삼키지 못한 채 문을 보았다.“안 자나.”“전하야말로요.”“서류를 보고 있었다.”레티는 잠옷 위에 겉옷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복도 벽에 붙인 작은 탁자 위에 서류가 펼쳐져 있었다. 유리엘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탁자 한쪽에는 불빛을 낮춘 등이 놓여 있었다.종이는 제법 많았다. 거짓말은 아니었다.문제는 장소였다.“전하 방의 책상은 어디 갔나요?”“있어.”“그럼 여기서는 왜 보세요?”유리엘이 레티의 손에 들린 물잔을 보았다.“네가 안 자니까.”레티는 잔을 양손으로 감쌌다. 물이 조금 흔들렸다.“제가 잠들 때까지 기다리시려고요?”“그래.”“내일까지 못 자면요?”유리엘은 서류 한 장을 넘겼다.“등에 기름을 더 넣으면 된다.”‘참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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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그래서 서둘렀다

유리엘이 창가로 다가와 레티의 어깨에서 흘러내린 겉옷을 올려 주었다.“이제 닫아도 되겠나.”레티는 밝아진 지붕 끝을 한 번 더 보았다.“네.”창이 닫히자 방 안의 따뜻한 공기가 목덜미에 닿았다. 레티는 창틀에서 손을 떼고 돌아섰다. 유리엘의 눈 아래에도 밤을 새운 흔적이 있었다.“전하도 주무세요.”“네가 자면.”“제가 확인하러 갈 수도 있어요.”“자고 와.”레티는 웃다가 손등으로 입을 가렸다. 그제야 길게 하품이 나왔다.문 앞에서 노라가 따뜻한 차가 담긴 쟁반을 들고 멈췄다.“차부터 드릴까요?”“조금 있다가요.”레티는 제 손으로 이불을 젖혔다. 베개에 머리를 대자 유리엘이 문을 좁게 닫았다.종이를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레티는 그 소리가 끝나기 전에 잠들었다.▽겨울 둘째 달 4일 아침, 황궁에서 온 봉투가 식탁에 놓였다.레티는 수프 숟가락을 내려놓고 봉투를 열었다. 황제의 인장 아래에 오늘 오후 차를 함께 마시자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유리엘의 이름도 나란히 있었다.오른쪽에 앉은 에런이 봉투에서 떨어진 작은 종이를 잡아 주었다. 왼쪽의 유리엘은 식탁 위로 넘어질 뻔한 물잔을 바로 세웠다.“폐하께서 정무로 돌아오셨답니다.”공작이 안경을 고쳐 썼다.“아침부터 밀린 보고를 받으신다더구나. 차 드실 시간까지 따로 적어 보내신 것을 보니 기운이 나신 모양이야.”레티는 편지를 다시 읽었다.“정무실로 가면 될까요?”“오늘은 작은 응접실이다.”유리엘이 답했다.“폐하께서 좋아하셨던 차를 가져가도 될까요?”“그래.”“전하께서도 드셨던 차예요.”“기억한다.”에런이 빈 빵 접시를 치우며 물었다.“차 상자는 제가 마차에 실어 두겠습니다. 지난번 것은 뚜껑이 조금 헐거웠죠?”“끈으로 묶으면 괜찮아요.”“새 상자를 준비했습니다.”유리엘이 레티의 편지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궁에서 쓸 잔은 내가 확인하지.”“상자 안에 아가씨 잔도 넣어 두었습니다.”“아버지 잔을 말한 거다.”“그럼 찻잎은 제가 맡겠습니다.”레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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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화. 재판엔 제가 나가요

레티는 기사가 내민 명령서의 아래쪽을 받쳤다. 종이가 현관에서 들어온 바람에 흔들렸다.「반역 혐의 조사에 따른 신병 확보. 황궁 안 별실에 머물 것. 조사 중 외부인과의 접촉은 허가를 받을 것.」레티는 마지막 줄까지 읽은 뒤 봉인을 살폈다.“아버지가 어디에 계시게 되는지 적혀 있지 않네요.”“황궁 서쪽 별실입니다. 동행하시면 그곳으로 모십니다.”“누가 조사하나요?”기사가 이름이 적힌 별지를 펼쳤다. 유리엘이 종이를 받아 확인했다.“이 명령을 내린 자에게 내가 가겠다고 전해라. 공작의 신병은 네가 직접 맡고.”“예, 전하.”“이동과 면담 기록을 남겨. 약과 음식도 검사하고.”기사가 고개를 숙였다. 레티는 그제야 명령서에서 손을 뗐다.공작이 레티의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가서 이야기하면 된다. 내 서재에 있는 영지 장부부터 찾거라. 세금 낸 기록도 함께.”“어느 칸에 있어요?”“문에서 두 번째 책장, 아래 칸이다. 네가 펼쳐 놓은 자료와 섞이지 않게 해 두었어.”레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울 것은 많지 않았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야 했다.그레고리가 외투를 들고 왔다. 늘 공작의 오른팔부터 끼워 주던 집사가 외투를 벌린 채 멈췄다. 시선이 기사가 든 명령서에 붙어 있었다.“그레고리.”공작이 부르자 집사의 손이 조금 움직였다.“내 팔은 여기 있네.”“……예, 각하.”그레고리가 외투를 입혀 주었다. 깃을 펴는 손끝이 평소보다 느렸다.공작은 안경을 벗었다. 렌즈에 묻은 작은 먼지를 엄지로 문지르려다가 집사에게 건넸다.“안경은 두고 가지. 가서 글을 읽게 되면 하나 빌려 달라고 할 테니.”“가지고 가셔도 됩니다.”레티가 말했다. 공작은 현관 너머에 서 있는 노엘을 보았다.“내가 안경까지 챙겨 나가면 저 아이가 오래 있을 줄 알겠다.”노엘의 입술이 안으로 말려 들어갔다. 레티는 아버지의 소매를 잡으려던 손을 내렸다.“돌아오시면 바로 쓰실 수 있게 둘게요.”“그래. 서류를 너무 가까이서 보지는 말고.”“그 말씀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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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여기서 끓여 보이겠습니다

레티는 상자의 걸쇠를 직접 닫았다.“잔이 흔들리지 않게 받쳐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에런이 상자 밑으로 손을 넣었다. 유리엘은 레티가 적어 놓은 목록을 집어 들었다.“네 자리 앞에 놓게 하겠다.”“제 손이 닿는 곳에요.”“그래.”레티는 목록 맨 아래에 빈칸을 하나 남겼다. 아버지의 무죄가 확인되면, 그곳에 돌아갈 시간을 적을 생각이었다.▽겨울 둘째 달 20일, 황궁 재판장의 증인석 앞에는 낮은 탁자가 놓여 있었다.레티는 상자를 내려놓고 걸쇠를 열었다. 천에 싸인 찻주전자를 꺼내자 뒤쪽에서 의자가 작게 끌리는 소리가 났다.고개를 돌리니 마고가 방청석 앞줄에서 허리를 세우고 있었다. 손에는 접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맨 뒷줄에는 찻잎 가게 할머니가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레티와 눈이 마주치자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었다.레티는 찻주전자를 탁자 가운데 놓았다.“물을 가져왔습니다.”에런이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손잡이는 레티 쪽을 향해 있었다.유리엘이 작은 화로를 그 옆에 놓았다.“식으면 이쪽 것을 써.”“먼저 가져온 물도 아직 뜨겁습니다.”“두 번째 잔은 늦어질 수 있다.”“그럼 두 번째는 전하께 부탁드리겠습니다.”레티는 두 주전자 사이에 빈 쟁반을 놓았다.“둘 다 쓸 거예요. 물까지 편을 나누진 말아 주세요.”에런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유리엘은 화로의 뚜껑만 바로 놓았다.‘황궁에 와서도 주전자 경쟁.’레티는 손끝에 묻은 천 먼지를 털었다. 손이 떨리지는 않았다. 탁자 높이도 집에서 연습하던 책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다만 아버지의 자리가 달랐다.공작은 반대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안경이 없는 얼굴로 앞에 놓인 서류를 가까이 당겼다가, 레티를 보고 밀어 두었다. 레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가면 안경부터 드려야 했다.재판장의 문이 닫혔다. 황제가 높은 자리에 앉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티도 찻주전자에서 손을 떼고 몸을 바로 세웠다.황제는 앉으라는 손짓을 한 뒤 탁자를 보았다.“그것이 오늘 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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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아직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레티는 잔을 내려놓고 아버지 쪽으로 돌아섰다.공작은 탁자까지 와서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찻주전자와 열린 상자, 접힌 목록을 차례로 보더니 레티의 소매 끝을 만졌다.“다 챙겼느냐?”“잔 하나만 남았어요.”“그럼 그것까지 챙기자.”공작이 잔을 집으려 하자 레티가 손잡이를 잡았다.“아직 뜨거워요.”“그렇구나.”아버지의 손이 어정쩡하게 멈췄다. 레티는 빈손 쪽으로 자기 손을 내밀었다. 공작은 이번에는 바로 잡았다.상자의 걸쇠가 닫혔다. 에런이 상자를 들고, 유리엘이 관리에게 돌려줄 목록을 챙겼다. 레티는 아버지와 나란히 재판장 문으로 걸었다.뒤에서 마고가 다가오다가 찢어진 손수건을 급히 주머니에 넣었다.“레티, 가게 다시 열면 내가 먼저 갈 거야.”“찻잔보다 손수건부터 준비해.”“그건 이미 하나 더 있어.”마고가 멀쩡한 손수건을 꺼냈다. 노라가 그 옆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재판에 예비 손수건까지.’레티는 웃으며 문턱을 넘었다. 공작이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공작저 현관 앞에는 그레고리가 서 있었다.마차가 멈추자 유리엘이 먼저 내려 발판 옆에 섰다. 에런은 상자를 노라에게 맡긴 뒤 반대쪽 문을 열었다.“레티시아, 이쪽으로.”“아가씨, 바람은 이쪽이 덜 붑니다.”레티는 두 열린 문을 번갈아 보았다.“아버지 먼저 내리실 거예요.”두 사람이 동시에 한 걸음 물러났다. 공작은 어느 쪽으로 나갈지 잠깐 고민하다가 그레고리가 서 있는 쪽을 골랐다.“내 안경은 어디 있나?”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온 말이었다.그레고리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작은 갑을 내밀었다.“여기 있습니다, 각하.”“서재에 두었을 텐데.”“닦아 두었습니다.”공작은 갑을 열고 안경을 꺼냈다. 코에 걸친 뒤 현관을 보고, 그레고리를 보고, 마지막으로 레티를 보았다.“이제 잘 보이는구나.”그레고리는 평소처럼 고개를 숙였다. 다만 빈 갑을 받는 손이 조금 늦게 내려갔다.레티는 그 손을 보고 말했다.“아버지 차는 서재로 가져다주세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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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이름으로 불러 줘

“그럼 대답하신 뒤에 알려 주세요.”레티는 손에 쥔 연필을 외투 주머니에 넣으려다가 빈 허리께를 짚었다. 외투는 조금 전에 노라에게 맡겼다.에런이 탁자 위의 작은 쟁반을 끌어다 주었다.“잠시 여기 두십시오. 또 도면 사이에 끼면 찾기 어렵습니다.”“제가 물건을 그렇게 자주 잃어버리나요?”“오늘은 제가 본 것만 말씀드렸습니다.”레티는 연필을 쟁반에 내려놓았다.‘반박할 틈은 안 주시네.’에런은 창가에서 한 걸음 비켜섰다. 레티가 지나갈 만큼 자리를 내주고도 바로 따라오지는 않았다.레티는 계단 앞에서 돌아봤다.“에런 경.”“예, 아가씨.”“오늘 가게에서 도와주신 것도 감사해요.”“내일 옮길 자재도 남아 있습니다.”“그건 일꾼들과 나눠서 하세요. 전부 드시지 말고요.”“그러겠습니다.”레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외투 없는 주머니를 한 번 더 찾았다. 이번에는 연필 때문이 아니었다.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손을 내려놓았다.▽겨울 셋째 달 1일 아침, 식당의 창에는 물기가 얇게 맺혀 있었다.레티가 자리에 앉자 오른쪽에서 유리엘이 찻잔을 조금 밀어 주었다. 왼쪽에서는 에런이 빵 접시를 옮겼다.“손잡이가 뜨겁다.”“빵은 먼저 드셔도 됩니다.”레티는 잔을 만지려던 손으로 빵을 집었다.“두 분 말씀대로 하면 되겠네요.”노엘이 맞은편에서 자기 잔을 돌렸다. 손잡이를 잡았다가 놓고, 다시 잡았다.“제 것도 뜨거워요.”에런이 노엘 앞의 잔을 살폈다.“우유를 조금 더 넣어 드릴까요?”“그럼 덜 달아져요?”“꿀은 그대로 들어 있습니다.”“그럼 넣어 주세요.”유리엘이 작은 우유 주전자를 집었다. 에런도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전하, 그건 데운 우유입니다.”“이 정도면 된다.”“막 가져온 겁니다. 차가운 것은 제 옆에 있습니다.”유리엘은 주전자를 내려놓았다. 에런이 다른 것을 들어 노엘의 잔에 조금 부었다.노엘은 한 모금 마시고 눈을 크게 떴다.“이제 딱 좋아요.”“그래.”유리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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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봄까지는 이 집에 있겠습니다

불이 꺼진 창에 눈발만 희미하게 비쳤다.레티는 현관 문에서 손을 뗐다. 노라가 가져온 수건을 받자 외투 소매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아가씨, 안으로 들어오세요. 바닥도 젖습니다.”“응.”유리엘이 문을 닫았다. 레티는 외투 단추를 풀다가 장갑을 돌려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안감이 조금 축축했다.“내일 아침에 찾아갈 거예요.”유리엘은 레티가 보는 쪽을 따라 창 너머를 보았다.“알아.”“혼자요.”“그래.”더 묻지 않는 대답에 레티는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노라에게 외투를 건네고 젖은 손끝을 수건으로 눌렀다.계단 앞에서 유리엘이 멈췄다.“푹 자.”“유리엘도요.”이름을 부르자 유리엘의 손이 난간에 닿기 전에 멈췄다. 레티는 먼저 계단을 올랐다. 뒤에서 낮은 대답이 들렸다.“그래.”방에 들어온 레티는 책상 서랍을 열었다. 에런에게 할 말을 적을까 하다가 종이를 꺼내지 않았다.종이부터 내밀 일은 아니었다.레티는 서랍을 닫고, 내일 입을 옷을 의자에 걸어 두었다.▽겨울 셋째 달 2일 아침, 장미 정원에는 얇게 쌓인 눈이 남아 있었다.레티가 식당에 들어서자 에런이 오른쪽 의자를 빼 주었다. 평소 그 자리였다. 등받이에 올린 손도, 레티가 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도 다름없었다.“잘 주무셨습니까?”“네. 에런 경은요?”“늦잠을 자지는 않았습니다.”레티는 의자 앞에 섰다가 에런을 보았다. 에런이 가볍게 웃었다.“아가씨 식사에 늦을 수는 없으니까요.”레티가 앉자 왼쪽에서 유리엘이 냅킨을 건넸다. 오른쪽에서는 에런이 따뜻한 빵 접시를 가까이 놓았다.노엘이 맞은편에서 고개를 기울였다.“오늘은 누나가 제일 늦었네.”“네가 일찍 온 거야.”“에런 형님이랑 눈 보러 나갔어.”레티의 손이 냅킨 위에서 멈췄다.“검 연습도 했어?”“아니. 눈 위에서 하면 미끄러진대. 발자국만 찍었어.”“정원 길에 난 큰 발자국이 네 거였어?”“형님 것 안에 제 발을 넣었는데 다 안 채워져.”에런이 노엘 앞의 잼 뚜껑을 열어 주었다.“그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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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이건 인수인계입니다

“그 자리는 제가 건드릴 수 없겠네요.”레티가 말하자 에런이 식당 창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전하께도 그렇게 말씀해 주십시오.”“직접 말씀하셔도 되잖아요.”“아가씨께서 전해 주시면 조금 더 확실할 것 같습니다.”레티는 장갑 낀 손을 가볍게 들었다.“전달은 안 해 드려요. 두 분이 식탁에서 정하세요.”“그럼 내일 아침에 하겠습니다.”에런은 계단 앞의 물기를 발끝으로 짚어 보고 비켜섰다. 레티는 마른 쪽으로 걸어 본관에 들어갔다. 현관 안에서 기다리던 노라가 외투를 받으며 주머니를 살폈다.“장갑은 다 가져오셨네요.”“오늘은 안 잃어버렸어.”주웠다는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노라는 외투를 걸고 작은 수첩을 덮었다. 종이 사이에 흰 실이 끼어 있었다.“그건 뭐야?”“겨울 축일 준비 목록입니다.”레티가 가까이 가자 노라가 수첩을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아가씨 선물까지 보시면 재미없습니다.”“내가 받을 것도 적혀 있어?”“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레티는 손을 씻으러 가다가 돌아보았다.“노라. 내 허리 치수도 적혀 있어?”노라는 옷걸이의 빈 고리를 닦았다.“제가 아가씨 옷을 맡고 있으니까요.”맞는 말이었다. 그런데 고리는 이미 깨끗했다.▽겨울 셋째 달 10일, 식당 창에 전나무 가지가 걸렸다.레티는 소매가 좁은 푸른 겨울옷을 입고 내려왔다. 난로 앞에는 포장한 선물이 모여 있었고, 긴 식탁 가운데에는 하얀 천이 깔려 있었다. 노엘은 식사보다 먼저 선물의 개수를 세었다.“제 건 두 개예요.”공작이 안경 너머로 아들을 보았다.“받을 것이 두 개라는 뜻이냐?”“드릴 것이요. 받을 건 아직 몰라요.”“그럼 나도 아직 모른다.”노엘이 곧장 공작의 팔걸이 옆을 살폈다. 공작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신문을 접었다. 신문 아래에 작은 상자 모서리가 보였다.레티가 자리 앞에 서자 오른쪽에서 에런이 의자를 빼 주었다. 왼쪽의 유리엘은 등받이에 손을 대려다가 냅킨을 집었다.“오늘도 먼저군.”“짝수 날입니다.”“의자까지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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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화. 상처 다시 보여 주세요

유리엘은 접은 종이를 안주머니에 넣고 단추를 잠갔다.레티가 손을 내밀었다.“저도 한번 볼게요.”“네가 모르는 내용은 없다.”“제 버릇을 제가 다 알지는 못하잖아요.”에런이 빈 상자를 들며 웃었다.“다음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아가씨께 먼저 여쭙겠습니다.”“다음 장도 있어요?”“종이는 더 있습니다.”레티는 유리엘의 안주머니를 보다가 손을 거뒀다.‘내 가게 장부보다 길어지겠네.’유리엘은 그 손에 식어 가던 찻잔을 쥐여 주었다. 에런이 잔 아래에 받침을 대 주었다. 레티는 둘을 번갈아 보고 차부터 마셨다.▽겨울 셋째 달 20일, 레티는 가게 앞에서 고개를 한껏 들었다.새 간판이 처마 아래에 걸려 있었다. 유리엘은 사다리 위에서 마지막 고리를 당겨 보았고, 에런은 아래에서 사다리를 잡고 있었다.“조금 왼쪽이 높은가요?”레티가 묻자 두 사람이 동시에 간판을 보았다.“맞췄다.”“문틀을 기준으로 보시면 반듯합니다.”레티는 문 앞 가운데로 옮겨 섰다. 둥근 글씨가 눈높이보다 한참 위에서 잘 보였다.“이제 됐어요.”유리엘이 내려오자 에런은 사다리를 벽 쪽으로 옮겼다. 두 사람이 물러나고 나서야 레티는 유리창까지 한눈에 볼 수 있었다.창 안쪽에는 찻잔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새로 바른 벽은 밝았고, 문손잡이를 닦은 천에서는 마른 비누 냄새가 났다. 레티는 앞치마 주머니를 짚었다. 숟가락과 주문 수첩이 서로 닿지 않았다.에런이 허리끈 끝을 보았다.“길이는 괜찮습니까?”“네. 아침부터 입고 있었는데 한번도 걸리지 않았어요.”유리엘이 문을 열었다.“손이 차다. 들어가.”에런은 문턱 앞 깔개를 발로 반듯하게 폈다.“들어가실 때 여기 밟으십시오. 바닥에 물기가 남아 있습니다.”“두 분도 들어오세요. 오늘은 손님이시니까요.”“차를 나르는 건 하겠습니다.”“나는 물을 붓지.”“두 분 다 손님이라니까요.”레티가 먼저 들어가 쟁반을 품에 안았다. 유리엘의 손이 빈 쟁반 자리에서 멈췄고, 에런은 찻주전자로 가던 손을 거뒀다.“아직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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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화. 이름은 내가 짓겠다

“당기는 데는 없습니까?”시엔이 묻자 에런은 팔을 조금 굽혔다.“검을 오래 쥐면 가끔 그렇습니다.”“그럴 때는 쉬셔야 합니다.”“예.”“대답은 잘하시네요.”레티는 찻잔을 시엔의 손이 닿는 쪽으로 옮겼다. 에런은 소매를 내리다가 찻잔을 보고 손을 멈췄다.“차가 식었네요.”“새로 가져왔어요.”“감사합니다, 아가씨.”이번에는 잔을 바로 들었다. 시엔이 의원 가방을 닫으며 웃었다.레티는 빈 잔을 들고 돌아왔다. 유리엘이 계산대 옆에서 마른 천을 건넸다.“뜨겁지 않았어?”“손잡이로 들었어요.”“손잡이도 뜨거워진다.”레티가 천을 받자 유리엘은 쟁반까지 가져갔다. 맞은편에서는 에런이 시엔의 잔을 받침 가운데로 맞춰 주고 있었다.노라의 연필이 바빠졌다.레티는 못 본 척 빈 찻주전자를 씻으러 갔다.▽겨울 셋째 달 25일, 가게 문 앞 종이 짧게 울렸다.레티는 말린 사과가 든 통을 닫으며 고개를 들었다. 장작을 받으러 나갔던 노라가 문을 발로 받치고 있었다. 양팔에 안은 장작 아래로 줄무늬가 하나 움직였다.“노라, 발밑.”노라가 바로 멈췄다.작은 고양이가 문턱을 넘었다. 귀 끝과 등에 눈이 붙어 있었다. 고양이는 젖은 발을 털고, 바닥에 코를 가까이 대더니 난로 쪽으로 곧장 걸어갔다.창가에 앉아 있던 유리엘의 찻잔이 받침에 닿았다.평소보다 조금 큰 소리였다.레티는 계산대에서 나왔다. 고양이는 난로와 적당히 떨어진 깔개 위에 앉아 앞발을 핥았다. 꼬리 끝까지 감고 나니 더 작아 보였다.“어디서 따라왔어?”“장작 수레 밑에 있었습니다. 제가 문을 여니까 먼저 들어왔고요.”노라는 장작을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고양이는 그 소리에도 돌아보지 않았다. 젖은 앞발을 들어 귀를 한번 문질렀다.‘자리까지 골랐네.’레티가 몸을 낮추자 고양이가 고개를 들었다. 회색과 갈색이 섞인 털에 진한 줄무늬가 있었다. 목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다.“추웠어?”작은 울음이 돌아왔다.유리엘의 의자가 뒤로 조금 밀렸다.에런이 빈 나무 상자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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