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는 잔을 내려놓고 아버지 쪽으로 돌아섰다.공작은 탁자까지 와서도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 찻주전자와 열린 상자, 접힌 목록을 차례로 보더니 레티의 소매 끝을 만졌다.“다 챙겼느냐?”“잔 하나만 남았어요.”“그럼 그것까지 챙기자.”공작이 잔을 집으려 하자 레티가 손잡이를 잡았다.“아직 뜨거워요.”“그렇구나.”아버지의 손이 어정쩡하게 멈췄다. 레티는 빈손 쪽으로 자기 손을 내밀었다. 공작은 이번에는 바로 잡았다.상자의 걸쇠가 닫혔다. 에런이 상자를 들고, 유리엘이 관리에게 돌려줄 목록을 챙겼다. 레티는 아버지와 나란히 재판장 문으로 걸었다.뒤에서 마고가 다가오다가 찢어진 손수건을 급히 주머니에 넣었다.“레티, 가게 다시 열면 내가 먼저 갈 거야.”“찻잔보다 손수건부터 준비해.”“그건 이미 하나 더 있어.”마고가 멀쩡한 손수건을 꺼냈다. 노라가 그 옆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재판에 예비 손수건까지.’레티는 웃으며 문턱을 넘었다. 공작이 잡은 손에 힘을 조금 더 주었다.▽공작저 현관 앞에는 그레고리가 서 있었다.마차가 멈추자 유리엘이 먼저 내려 발판 옆에 섰다. 에런은 상자를 노라에게 맡긴 뒤 반대쪽 문을 열었다.“레티시아, 이쪽으로.”“아가씨, 바람은 이쪽이 덜 붑니다.”레티는 두 열린 문을 번갈아 보았다.“아버지 먼저 내리실 거예요.”두 사람이 동시에 한 걸음 물러났다. 공작은 어느 쪽으로 나갈지 잠깐 고민하다가 그레고리가 서 있는 쪽을 골랐다.“내 안경은 어디 있나?”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나온 말이었다.그레고리가 흰 장갑을 낀 손으로 작은 갑을 내밀었다.“여기 있습니다, 각하.”“서재에 두었을 텐데.”“닦아 두었습니다.”공작은 갑을 열고 안경을 꺼냈다. 코에 걸친 뒤 현관을 보고, 그레고리를 보고, 마지막으로 레티를 보았다.“이제 잘 보이는구나.”그레고리는 평소처럼 고개를 숙였다. 다만 빈 갑을 받는 손이 조금 늦게 내려갔다.레티는 그 손을 보고 말했다.“아버지 차는 서재로 가져다주세요. 오
Última atualização : 2026-10-19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