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 집에는 남편이 둘 있습니다: Chapter 71 - Chapter 80

80 Chapters

71화. 냄새로 알았어요

웨스가 두 손을 내밀자 유리엘은 고개를 저었다.“아직.”품에 든 고양이가 앞발을 폈다. 유리엘의 팔도 함께 굳었다. 레티는 웃음이 새지 않도록 입술을 다물고, 찻잔을 닦던 천을 내려놓았다.“팔이 아프시면 내려놓으셔도 돼요.”“안 아프다.”“그럼 왜 숨을 안 쉬세요?”유리엘이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고양이는 그 작은 움직임에도 깨지 않았다. 에런이 계산대 옆에 놓인 바구니를 가져와 담요를 접어 넣었다.“이쪽에 눕히시면 됩니다.”“알고 있다.”“그럼 제가 받아 드리겠습니다.”“내가 하지.”두 사람이 함께 바구니를 내려다봤다. 레티는 그 사이로 손을 뻗어 담요 한 귀퉁이를 폈다.“바구니까지 겨루지 마세요. 잘 곳은 하나예요.”유리엘이 허리를 숙였다. 고양이를 내려놓는 손길이 느려서, 레티는 바구니가 달아나기라도 하는 줄 알았다.잠든 작은 등을 덮어 준 뒤에야 유리엘의 손이 비었다. 레티는 계산대 아래 걸린 외투를 꺼내 그 팔에 걸쳐 주었다.“잘하셨어요.”유리엘이 레티를 봤다. 옆에서 에런이 빈 바구니 손잡이를 접으며 말했다.“아가씨, 제 담요도 잘 깔렸습니다.”레티는 끝내 웃었다.▽봄 첫째 달 2일 아침, 레티는 평소보다 일찍 식당에 내려갔다.식탁 오른쪽에는 에런이 앉아 있었다. 유리엘은 왼쪽 의자 앞에서 레티를 기다렸다. 그레고리가 의자를 빼자 두 사람의 손이 거의 동시에 멈췄다.‘집사님이 제일 빠르시네.’레티가 앉자 에런이 작은 접시를 앞에 놓았다. 식빵에 얇게 바른 버터가 아직 녹고 있었다.“식기 전에 드십시오.”유리엘은 찻잔을 레티 쪽으로 밀었다.“너무 뜨겁지 않다.”레티는 찻잔을 잡았다. 잔의 온기가 손바닥에 닿았다. 두 사람은 아침부터 레티가 오늘 어디에 가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빵부터 먹으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그 편이 고마웠다.레티는 빵을 한 입 먹은 뒤 내려놓았다.“마차는 제가 타고 갈게요.”“호위는 문밖에 세워 두겠다.”“공작가 호위가 가기로 했어요. 면회실에는 저 혼자 들어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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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그날 울려 줘서 고마워요

봉투 가장자리에 노라가 닦아 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레티는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고 책상 앞에 앉았다.새벽의 신전 문양이 찍힌 봉랍은 아직 단단했다. 종이칼을 넣자 접힌 종이가 곧게 벌어졌다.「봄 첫째 달 5일, 혼인 심판에 앞서 당사자들에게 절차를 알리고자 합니다. 오르반.」그 아래에는 조금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종이에 적힌 법보다 직접 듣는 법이 덜 졸립니다. 차도 준비하겠습니다.」레티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아버지께는 첫 줄만 보여 드려야겠네.’문밖에서 노라가 가볍게 기척을 냈다.“아가씨, 점심 준비됐습니다.”“응. 이것도 가져갈게.”레티는 봉투에 종이를 도로 넣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작은 천 주머니가 잡혔다. 면회실에 가져갔던 볶은 보리였다.레티는 보리 주머니를 책상 위에 놓고 봉투를 들었다.▽봄 첫째 달 5일 아침, 그레고리가 레티의 오른쪽 의자에 손을 얹었다.유리엘은 이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왼쪽에서는 에런이 의자를 빼다가 식탁 옆에 놓인 작은 받침을 발견했다.“아가씨, 발 받침은 이쪽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그건 내가 놓았다.”“자리는 전하 오른쪽이지만, 받침은 아가씨 발밑에 있어야 합니다.”유리엘이 고개를 숙였다. 받침은 레티가 앉을 의자보다 조금 옆으로 밀려 있었다.레티는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제가 발을 조금만 뻗으면 돼요.”“옮기겠습니다.”“내가 하지.”두 손이 동시에 받침에 닿았다. 그레고리가 의자 위치를 바로잡자 받침도 알맞은 곳에 들어갔다.“이제 두 분께서 앉으시면 됩니다.”레티는 식탁 아래에서 발을 올려 보았다. 높이가 딱 맞았다.“편해요. 감사합니다.”에런이 자리에 앉으며 웃었다.“받침을 준비하신 분께 말씀드린 겁니까?”“옮겨 주신 분께도요.”유리엘이 레티 앞에 따뜻한 물을 놓았다.“두 번 안 물어도 된다.”“확인만 했습니다.”‘받침 하나에도 공적을 나누네.’레티는 물을 마신 뒤 신전에서 온 봉투를 꺼냈다. 아버지가 밤새 살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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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형님 보러 갈 거예요

계단 위에서 찻잔 놓는 소리가 났다. 레티는 눈을 뜨고 유리엘의 손을 놓았다. 외투 주머니에서 꺼낸 장갑은 두 사람의 손 사이에 끼어 조금 구겨져 있었다.“올라가요. 에런 경 차가 다 식겠어요.”“벌써 다 마셨을 거다.”“그럼 더 기다리게 하면 안 되죠.”유리엘이 장갑을 받아 끼웠다. 레티는 등불이 비추는 계단을 먼저 올랐다.응접실에서 기다리던 에런이 봉투를 들고 일어났다. 봉투 뒤에는 작은 종이가 한 장 더 끼워져 있었다.“그건 뭐예요?”“도련님이 부탁하신 겁니다. 돌아가는 길에 검을 손질할 기름을 사다 달라고요.”레티가 종이 끝을 살폈다. 노엘의 글씨 아래에 짧은 질문이 붙어 있었다.「마지막 수업은 생일에도 해요?」“생일에도 하실 거예요?”“도련님이 원하면요.”에런은 종이를 반듯하게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빵 먹기 전에는 못 하게 해야겠습니다. 배고프면 발부터 느려지거든요.”▽봄 첫째 달 8일 아침, 노엘은 식탁에 놓인 달걀을 유난히 오래 들여다봤다.그레고리가 달걀 윗부분을 잘라 주자 노엘이 숟가락을 들었다. 평소라면 먼저 손이 갔을 달콤한 빵은 접시 가장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노엘, 오늘은 빵 안 먹어?”“먹을 거야.”“식기 전에 먹어.”“달걀부터.”레티는 동생의 접시를 보다가 말을 멈췄다. 노엘은 달걀을 한 숟갈 뜨고는 에런 쪽을 확인했다.에런이 물잔을 내려놓았다.“아침을 천천히 드신다고 수업이 늦어지지는 않습니다.”“천천히 안 먹었는데요.”“그럼 다 드시고 연습장으로 나오십시오.”노엘은 곧바로 빵을 집었다. 아버지가 안경 너머로 그 모습을 보다가 레티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검 수업을 받는 날에는 늘 저러니?”“평소에는 빵을 들고 나가려다가 붙잡혔어요.”공작은 달걀 접시를 노엘 쪽으로 더 밀어 주었다. 오늘만큼은 서두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유리엘이 레티 앞의 찻잔을 들었다.“식었다.”“조금 남았어요.”“새로 따르겠다.”왼쪽에 앉은 유리엘의 손이 주전자에 닿기 전에, 오른쪽의 에런이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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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오늘은 네가 데려다줘

노엘은 에런의 손이 내려간 뒤에도 잠깐 그대로 서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귀가 드러났다.“그때까지 연습장은 남겨 두세요.”“제가 쓴다고 없어지는 곳은 아닙니다.”“좋은 자리는요.”“도련님이 오시면 비켜 드리겠습니다.”노엘이 그제야 머리를 손으로 눌렀다. 한쪽은 반듯해졌는데 다른 쪽은 더 뻗쳤다. 레티가 손을 뻗자 동생은 고개부터 뒤로 뺐다.“괜찮아.”“뒤쪽이 섰는데.”“검 차고 있으면 안 보여.”‘검으로 머리까지 가릴 생각이네.’레티는 웃음을 참으며 문을 열었다. 노엘은 계단을 내려가기 전에 검집을 잡았다. 에런은 문밖으로 나와 두 사람이 마지막 계단을 내려갈 때까지 서 있었다.레티가 돌아봤다.“셔츠는 너무 많이 넣지 마세요. 가방이 안 닫히겠어요.”“다시 골라 보겠습니다.”“상처 있는 팔로 누르지는 마시고요.”“그건 도련님께 부탁해야겠군요.”노엘이 곧바로 돌아섰다.“가방은 제가 닫아 드릴게요.”“오늘 말고요. 다 챙긴 뒤에 부탁하겠습니다.”노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레티의 옆으로 왔다. 본관으로 가는 동안 동생은 가방을 어떻게 눌러야 하는지 손으로 여러 번 보여 주었다.▽봄 첫째 달 12일, 레티는 가게 문 안쪽에 걸린 팻말을 뒤집었다.문을 닫았다는 글이 바깥을 향했다. 마지막 손님이 두고 간 잔에서는 보리차 냄새가 조금 남아 있었다. 창가를 닦던 노라가 천을 털고 접었다.“오늘은 일찍 끝났네요.”“그렇게 말하면 누가 문을 두드려.”“팻말을 봤는데도요?”“찻잎만 달라고 하실 수도 있지.”말을 마치자마자 문 앞 종이 울렸다.노라가 천을 든 채 레티를 봤다. 레티도 문을 봤다. 마른 손이 문틈으로 먼저 들어오더니, 저녁마다 들르던 할머니가 고개를 내밀었다.“문 닫았니?”“아직 정리 중이에요. 무슨 일 있으세요?”“차를 더 달라는 건 아니고. 내 주머니를 여기 놓고 간 것 같아서.”레티는 할머니가 앉았던 창가 의자 밑을 살폈다. 작은 천 주머니가 의자 다리에 끼어 있었다. 입구를 묶은 끈이 느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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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일지는 다 모아 두었어요

“오늘만이라는 말, 유리엘한테도 하신 거예요?”에런이 동쪽 별채 창을 다시 보았다.“들리지는 않으셨을 겁니다.”“그럼 제가 전할까요?”“내일 아침에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레티는 장갑을 벗어 가방 위에 얹었다. 에런이 현관 문을 열어 주었다. 목도리는 아직 목에 느슨하게 둘려 있었다.“그런데 내일도 문을 먼저 열어 주시려고요?”“아침 식탁 의자는 먼저 빼 드릴 수 있습니다.”“퇴근길만 양보하신 거군요.”“오늘만이라고 했습니다.”레티는 웃으며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기 전, 에런이 느릅관 쪽으로 돌아서는 모습이 보였다. 동쪽 창의 불도 아직 켜져 있었다.▽봄 첫째 달 14일 오후, 아버지의 서재 문은 조금 열려 있었다.레티가 문틈으로 들여다보자 에드윈 공작이 안경을 벗었다. 책상 위에는 낡은 법전과 얇은 서류철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서류철 모서리에 붙인 종이가 유난히 많았다.“들어오너라. 의자는 치웠다.”“왜 치우셨어요?”“아니, 의자에 있던 책을 치웠다는 말이다.”레티는 책상 앞 의자를 보았다. 앉을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 대신 옆의 작은 탁자 위에 책이 높이 쌓여 있었다.‘옮긴 걸 치웠다고 하시는구나.’레티가 앉자 아버지는 법전을 밀어 주었다. 펼쳐진 곳의 종이는 다른 쪽보다 더 닳아 있었다.“이걸 또 읽고 계셨어요?”“마지막으로 확인했다.”“지난번에도 마지막이라고 하셨는데요.”“그때는 서약 해제에 관한 조항을 확인한 거고.”아버지는 헛기침을 했다. 레티는 책에 붙은 종이 하나를 들춰 보았다. 아버지의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딸이 직접 말할 것.」그 아래에는 그 말에 밑줄이 두 번 그어져 있었다.“이건 외우셨겠어요.”“첫날부터 외웠다.”“그런데 왜 계속 보세요?”아버지는 안경을 다시 썼다. 법전의 가장자리를 손바닥으로 눌렀지만, 페이지는 자꾸 조금씩 들렸다.“혹시 다른 조항이 이 말을 막고 있을까 봐.”레티는 붙임 종이를 놓았다.아버지는 서류철을 열었다. 황실 문양이 찍힌 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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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유리엘 에이브론

레티가 잔을 비우자 에런이 빈 잔을 받침 가운데로 옮겼다. 유리엘은 찻주전자 손잡이에 얹었던 손을 내렸다.“더 마실 거야?”“아니요. 오늘은 이만 마실래요.”아버지가 먼저 의자에서 일어났다. 의자 아래에 밀어 둔 서류 가방을 챙기려다 레티와 눈이 마주쳤다.“내일 가져갈 것만 넣어 두마.”“법전은 제 방에 있어요.”“알고 있다.”“몰래 가져가시면 알아요.”“그레고리에게 부탁하지도 않았다.”아직이라는 말은 붙지 않았다. 레티는 아버지의 가방을 한 번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리엘이 의자를 잡았다. 에런은 식탁 위에 놓인 레티의 얇은 숄을 들어 주었다. 이번에는 둘이 한 물건에 손을 대지 않았다.“내일 아침에 뵐게요.”“푹 주무십시오, 아가씨.”“늦게까지 일지 읽지 말고.”레티는 유리엘을 보았다.“노라가 이야기했어요?”“네 방에서 웃는 소리가 났다.”“앞으로도 가끔 날 거예요.”“그래.”유리엘이 의자를 식탁 안으로 밀었다. 레티는 두 사람에게 인사하고 식당을 나왔다.계단 끝에서 돌아보자 그레고리가 오른쪽 빈자리에 놓인 의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도 앉지 않은 자리인데도 다른 의자와 똑같이 반듯하게 맞췄다.▽다음 날 아침, 노라는 레티의 소매 끝을 펴고 단추를 다시 확인했다.밝은 회색 드레스는 앉아도 무릎께가 많이 구겨지지 않는 옷이었다. 레티가 직접 골랐다. 노라가 꺼낸 진주 목걸이는 화장대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정말 안 하실 거예요?”“목이 좀 답답할 것 같아.”“그럼 이 핀만 꽂을게요.”노라가 머리 옆에 작은 핀을 꽂았다. 거울 속에서 밤색 머리카락 한 가닥이 다시 빠져나왔다. 노라는 손끝에 물을 조금 묻혀 눌러 주었다.“너도 앉을 자리 있지?”“신전에서 하인들 자리도 마련해 주신대요.”“기록하느라 계속 서 있지는 말고.”노라가 앞치마 대신 입은 단정한 옷의 주머니를 눌렀다. 작은 수첩 모서리가 보였다.“앉아서도 적을 수 있어요.”“오늘은 많이 적을 필요 없어.”“이름은 틀리면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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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건강하세요, 아가씨

종소리가 잦아들자 오르반이 칙서 위에 손을 얹었다.“말씀하신 이름대로 기록하겠습니다.”레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엘이 탁자 옆으로 다가왔고, 에런은 노엘이 선 쪽으로 몸을 돌렸다. 노엘은 아버지가 쥐여 준 손수건을 접지도 않은 채 들고 있었다.“형님, 내일 아침에는 있어요?”“있습니다.”“같이 먹어요?”“도련님께서 늦잠을 주무시지만 않으면요.”“안 잘 거예요.”에런이 노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레티는 두 사람이 나란히 신전 문을 향하는 모습을 보았다. 에런의 보폭은 평소보다 짧았다.오르반이 서약 기록을 따로 거두었다.“내일은 작은 기도실로 오시면 됩니다. 두 분 손을 확인하고 서약을 거둘 겁니다.”“손을요?”레티가 왼손을 들었다.“없어진 줄이 잠깐 보일 수도 있습니다.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에런도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따로 준비할 것이 있습니까?”“맨손으로 오시면 됩니다.”레티는 약지를 엄지로 한번 문질렀다. 유리엘이 곁에서 기다렸다. 내밀지는 않은 손이 레티의 손 가까이에 있었다.밖으로 나서자 마고가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었다.“내가 더 떨었네.”“계속 숨 안 쉬고 있었지?”“중간에 쉬었어. 네가 알려 줬을 때.”노라가 잉크병 뚜껑을 꼭 닫았다. 아버지는 가방을 들었고, 노엘은 에런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레티도 그 뒤를 따라갔다. 내일 올 때는 사람이 적을 터였다. 꽃이 걸린 신전 문을 한 번 돌아본 뒤 마차에 올랐다.▽다음 날 아침, 노엘은 식당에 가장 먼저 와 있었다.머리 뒤쪽이 눌려 있었고 소매 한쪽이 접혀 있었다. 그래도 자리에 앉아 빵이 담긴 바구니를 지키고 있었다.“늦잠 안 잤어요.”에런이 들어오자 노엘이 바로 말했다.“확인했습니다.”“빵도 남겨 뒀어요.”“감사합니다.”레티가 자리에 앉자 에런이 오른쪽 의자를 당겼다. 유리엘은 왼쪽에 앉았다. 그레고리가 놓은 잔과 접시는 어제와 수가 다르지 않았다.레티는 빵을 집다가 에런 앞에 놓인 작은 접시를 보았다. 노엘이 골라 놓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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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이번엔 내 말로 할게

유리엘이 외투 끈을 다시 묶어 주었다. 북쪽 길에서 불어온 바람에 풀린 매듭이었다.레티는 손을 내리고 매듭 끝을 잡았다.“너무 꽉 묶지는 마세요.”“바람이 들어온다.”“목까지 막으실 필요는 없어요.”유리엘의 손이 조금 내려갔다. 매듭이 느슨해지고, 접힌 옷깃이 펴졌다. 레티는 길의 굽은 곳을 한 번 더 본 뒤 마차 쪽으로 돌아섰다.마차 문을 연 유리엘이 손을 내밀었다.“빵은 잊지 않을게요.”“벌써 그 이야기인가.”“두 분이 성문까지 오는 동안 여러 번 말씀하셨잖아요.”“브리그 경은 옆에 두라고 했지.”“유리엘은요?”“먹는 것까지 확인한다고 했다.”레티가 내민 손을 잡았다.‘떠나도 승부는 남네.’마차에 오르자 유리엘이 외투 자락을 안으로 넣어 주었다. 문이 닫힌 뒤에도 레티는 무릎 위의 매듭을 잠깐 만졌다.▽봄 첫째 달 20일 오후, 봄날의 찻잔 창가에는 작은 빵 접시가 놓여 있었다.레티는 찻잎을 덜어 낸 뒤 그 접시를 곁눈질했다. 빵 위에 덮은 천의 모서리가 반듯했다. 접시 아래에는 유리엘이 접어 둔 쪽지가 있었다.「식기 전에 먹어.」빵은 이미 식었다.“찻잎 봉지를 묶는 동안 먹으려고 했어요.”맞은편에 앉은 유리엘이 접시를 보았다.“그 봉지는 다 묶었잖아.”“다음 봉지가 있었죠.”“지금은?”레티는 손에 든 빈 봉지를 내려놓았다.“지금은 먹을게요.”유리엘이 덮개를 걷었다. 레티는 빵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에런 경은 잘 보이는 데 놓아 달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제 손앞까지 밀어 달라고는 안 하셨는데요.”“눈앞에 있어도 안 먹으니.”“확인하겠다고 하신 건 기억해요.”“약속은 지켜야지.”레티가 한입 먹자 유리엘은 그제야 접시에서 손을 뗐다. 빵 부스러기가 새 앞치마에 떨어졌다. 레티는 손바닥으로 털어 작은 쓰레기통에 넣었다.다시 단 앞치마 걸이는 허리 높이에 있었다. 예전에는 문 옆에 높이 달려 있어 매번 까치발을 들었다. 새 걸이는 레티가 직접 자리를 정했다.작은 선반도, 찻잔을 말리는 받침도 그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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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이번 차는 내가 골랐어요

“그건 벌써 주방에 말해 뒀어.”유리엘이 레티의 손을 놓지 않은 채 대답했다.“제가 받아 드리기 전부터요?”“네 식사니까.”레티는 반지가 끼워진 손을 조금 들었다. 창가의 불빛 아래에서 작은 돌이 반짝였다. 유리엘은 손가락이 불편하지 않은지 살피다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너무 꼭 맞나?”“아니요. 잘 맞아요.”“불편하면 고치면 돼.”“차부터 고쳐 드릴게요. 아주 식었어요.”레티가 빈 잔을 가져오자 유리엘이 주전자를 들어 주었다. 이번에는 레티가 손을 받치지 않았다. 차가 두 잔에 고르게 나뉘어 담겼다.“이제 혼자 하시네요.”“옆에서 보고 있잖아.”레티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유리엘도 잔을 들었다. 탁자 가운데의 빈 반지 상자는 닫지 않은 채 두었다.밖에서 마차 바퀴가 멎는 소리가 났다.레티는 남은 차를 마시고 일어났다. 유리엘이 먼저 의자를 밀어 주었다.“날짜도 정해야겠군.”“제 생일에 하고 싶어요.”유리엘의 손이 의자 등받이에 머물렀다.“같은 날에?”“네. 이번에는 제가 정한 일로 바쁘고 싶어요.”유리엘은 열린 반지 상자를 닫았다.“그럼 그렇게 하자.”▽봄 둘째 달에 들어서자 공작저 서재의 큰 탁자가 다시 서류로 덮였다.이번에는 한 지붕 법 조문이 아니었다. 손님 명단과 신전에서 보낸 준비 목록, 천 견본을 붙인 종이가 나란히 놓였다.공작은 안경을 올리고 명단을 살폈다.“아침 예식이면 피로연은 점심에 해야겠구나. 노엘, 그 상자는 탁자에 내려놓아도 된다.”“괜찮아요.”노엘은 작은 반지 상자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그레고리가 점심 쟁반을 들여왔을 때도 상자는 무릎 위에 있었다. 노엘은 한 손으로 빵을 집다가 다시 내려놓았다.레티가 손을 내밀었다.“먹는 동안 누나가 맡아 줄까?”“제가 맡기로 했잖아요.”“지금은 연습용 상자야. 반지는 아직 안 넣었어.”“그러니까 지금 연습해야죠.”노엘은 상자를 옆구리에 끼우고 빵을 먹었다. 한쪽 팔꿈치가 지나치게 올라가 있었다.유리엘이 빵 접시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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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우리 집에는 남편이 하나 있습니다

레티는 남은 차를 천천히 마셨다. 잔 바닥에 볶은 보리 한 조각이 가라앉아 있었다.내일 아침에는 이것을 치울 시간이 없을 터였다. 레티는 잔을 씻어 받침 위에 엎어 두고, 북부로 보낼 답장을 봉투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등불을 끄기 전 예복 덮개를 살짝 들었다.흰 소매 끝에 작은 단추들이 가지런했다.레티는 손가락으로 단추 하나를 만진 뒤 덮개를 내렸다.▽“아가씨, 손을 조금만 더 내려 주세요.”레티는 거울 앞에서 손을 내렸다. 노라가 마지막 단추를 잠갔다. 새벽빛은 아직 창 아래까지 닿지 않았다.“너도 오늘은 손이 느리네.”“단추를 잘못 잠그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요.”“벌써 다섯 번은 확인한 것 같은데.”“여섯 번입니다.”노라는 대답하고도 소매 끝을 한 번 더 살폈다.‘이러다 생일이 끝나겠네.’레티가 웃자 노라도 입가를 풀었다. 탁자 위의 작은 여행 가방을 들기 전에 노라가 거울 속 레티와 눈을 맞췄다.“생일 축하드립니다, 아가씨.”“고마워.”“결혼도요.”“그건 조금 뒤에 다시 해 줘.”“두 번 해 드릴 수 있습니다.”노라가 방문을 열었다.복도에는 공작이 서 있었다. 안경을 벗었다 쓰던 손이 멈췄다. 레티가 다가가자 공작은 소매를 펴고 팔을 내밀었다.“불편한 곳은 없느냐?”“없어요.”“신발은?”“어제도 신어 봤잖아요.”“오늘은 오래 서 있어야 하니.”레티는 공작의 팔에 손을 올렸다. 단단히 굳어 있던 팔이 조금 내려갔다.계단 아래에서는 노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지 상자를 두 손으로 받친 채였다. 레티를 보자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왜?”“계단부터 내려오세요.”“말하면 내가 넘어질까 봐?”“그럴 수도 있잖아요.”노엘은 레티가 마지막 계단을 밟은 뒤에야 입을 열었다.“누나, 생일 축하해.”“고마워.”“그리고 오늘은 상자 확인 안 해도 돼. 집사님하고 벌써 했어.”그레고리가 문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안에 반지도 있습니다.”“그것까지 말하시면 어떡해요.”노엘이 상자를 조금 몸 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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