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가장자리에 노라가 닦아 둔 흔적이 남아 있었다. 레티는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고 책상 앞에 앉았다.새벽의 신전 문양이 찍힌 봉랍은 아직 단단했다. 종이칼을 넣자 접힌 종이가 곧게 벌어졌다.「봄 첫째 달 5일, 혼인 심판에 앞서 당사자들에게 절차를 알리고자 합니다. 오르반.」그 아래에는 조금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종이에 적힌 법보다 직접 듣는 법이 덜 졸립니다. 차도 준비하겠습니다.」레티는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아버지께는 첫 줄만 보여 드려야겠네.’문밖에서 노라가 가볍게 기척을 냈다.“아가씨, 점심 준비됐습니다.”“응. 이것도 가져갈게.”레티는 봉투에 종이를 도로 넣었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자 작은 천 주머니가 잡혔다. 면회실에 가져갔던 볶은 보리였다.레티는 보리 주머니를 책상 위에 놓고 봉투를 들었다.▽봄 첫째 달 5일 아침, 그레고리가 레티의 오른쪽 의자에 손을 얹었다.유리엘은 이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왼쪽에서는 에런이 의자를 빼다가 식탁 옆에 놓인 작은 받침을 발견했다.“아가씨, 발 받침은 이쪽으로 옮겨 드리겠습니다.”“그건 내가 놓았다.”“자리는 전하 오른쪽이지만, 받침은 아가씨 발밑에 있어야 합니다.”유리엘이 고개를 숙였다. 받침은 레티가 앉을 의자보다 조금 옆으로 밀려 있었다.레티는 두 사람 사이로 들어가 앉았다.“제가 발을 조금만 뻗으면 돼요.”“옮기겠습니다.”“내가 하지.”두 손이 동시에 받침에 닿았다. 그레고리가 의자 위치를 바로잡자 받침도 알맞은 곳에 들어갔다.“이제 두 분께서 앉으시면 됩니다.”레티는 식탁 아래에서 발을 올려 보았다. 높이가 딱 맞았다.“편해요. 감사합니다.”에런이 자리에 앉으며 웃었다.“받침을 준비하신 분께 말씀드린 겁니까?”“옮겨 주신 분께도요.”유리엘이 레티 앞에 따뜻한 물을 놓았다.“두 번 안 물어도 된다.”“확인만 했습니다.”‘받침 하나에도 공적을 나누네.’레티는 물을 마신 뒤 신전에서 온 봉투를 꺼냈다. 아버지가 밤새 살펴보고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