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 식기 전에 마셔야 했다.레티는 침대 옆 탁자에서 찻잔을 들었다. 손잡이에 손가락을 넣는 데 두 번이나 실패했다. 잔을 받친 다른 손까지 가늘게 떨렸다.“오늘도 늦으시는구나.”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녀는 차를 놓고 물러났고, 문밖의 발소리도 끊긴 지 오래였다.황태자궁의 겨울밤은 조용했다. 창문 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왔지만 누군가를 불러 창을 살펴 달라고 할 기운도 없었다. 레티는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 올렸다.은방울잎 차였다. 매일 밤 마시는 차라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었다. 끝에 남는 옅은 단맛. 식으면 조금 더 진해지는 풀 냄새.한 모금을 삼키자 목 안쪽이 따뜻해졌다.탁자 맞은편에는 쓰지 않은 찻잔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는 두 잔을 준비해 달라고 했고, 나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두 잔이 올라왔다. 그중 하나는 늘 깨끗한 채로 치워졌다.열아홉에 결혼해 아홉 해가 지났다.남편과 차 한 잔 마시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레티는 빈 의자에서 눈을 거두었다. 오늘도 유리엘은 늦었다. 기다리지 말라는 말은 들었지만, 기다리지 않는 법은 끝내 익히지 못했다.잔을 내려놓으려는데 손목이 꺾였다. 차가 조금 쏟아져 잠옷 소매를 적셨다.‘이것도 못 하네.’손등을 닦으려던 손이 이불 위로 떨어졌다. 며칠째 잠이 늘었다. 의원은 몸이 약해졌으니 쉬어야 한다고 했다. 충분히 쉬고 있는데도 자꾸 더 자고 싶었다.스물여덟인데.아버지께 답장을 써야 하는데.레티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 했다. 촛불이 흐려지고 탁자 모서리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추위는 더 느껴지지 않았다.그때 문이 열렸다.문간에 누군가 서 있었다. 숨을 고르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레티는 얼굴을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입술도 조금 움직였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이불 위에서 미끄러지는 자신의 손이었다.▽새가 울었다.레티는 눈을 떴다. 천장에 작은 꽃무늬가 있었다. 황태자궁 침실의 천장에는 아무
Last Updated : 2026-10-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