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채 씨, 죄송합니다. 이번 독주회는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은채는 화면을 바라보았다.잠시 뒤 두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공연장 대관과 후원 문제까지 겹쳐 더 이상 일정을 유지할 수 없게 됐습니다.'은채의 손끝이 굳었다.그녀는 곧바로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상대방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죄송합니다, 서은채 씨. 저희도 방법을 찾아봤는데…….”“한태경 때문인가요?”침묵이 흘렀다.그 침묵만으로도 충분했다.은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남편이 정말로 공연을 막았다.어제 자신이 그렇게 부탁했는데도, 그는 끝내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알겠습니다.”은채는 가까스로 대답했다.전화를 끊은 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연습실 창가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펼쳐 놓았던 악보가 바람에 흔들렸다.은채는 그 종이를 바라보았다.몇 년 만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다고 믿었던 순간이었다.그러나 남편은 그녀가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길을 막아 버렸다.은채는 악보를 천천히 모았다.손끝이 떨렸지만, 이번에는 찢어 버리지 않았다.그녀는 악보를 가방에 넣고 첼로 케이스를 닫았다.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냈다.한태경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이제 그만 고집부려. 집에 오면 다 해결돼.'은채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집에 돌아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남편에게 고개를 숙이면 공연도, 음악도, 자신의 삶도 다시 허락받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은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녀는 더 이상 남편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그날 저녁, 한태경은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서은채 씨 독주회는 취소됐습니다.”태경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알아.”“다만…….”비서가 말을 흐렸다.태경은 고개를 들었다.“뭔데?”“사모님께서 다른 공연기획사와 접촉하고 계십니다.”태경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어디?”“아직 확인 중입니
최신 업데이트 : 2026-10-24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