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줄 알았던 군신이 돌아왔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15

15 챕터

11화

차량에서 내린 사내는 십여 분 동안 건물 맞은편을 서성였다.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척하면서 출입구를 반복해서 바라보았고, 아이가 나타나자 한 걸음 앞으로 움직였다. 아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직후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도 찍혀 있었다.“우리 애가 오는 시간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기석은 화면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지만, 도윤은 성급하게 결론 내리지 않았다.“그럴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지금 확인된 건 저 사람이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도윤은 영상을 조금 더 되돌려 보게 했다. 차량이 들어온 방향과 사내가 내린 위치, 통화가 시작된 시점을 차례로 확인한 뒤에는 원본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요청했다.그때 직원이 화면 한쪽을 확대했다.“사장님, 저 사람이 들고 있는 종이 보이십니까?”사내는 차에서 내린 직후 접힌 종이를 펼쳐 보았다. 카메라 화질이 좋지 않아 글자는 읽을 수 없었지만, 종이 위에는 사진처럼 보이는 사각형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확인한 뒤 출입구를 바라보았고, 아이가 나타나자 다시 종이를 접었다.기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우리 애 사진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도윤은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다.“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원본 화질로 확인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다른 카메라에 찍힌 장면도 확보해.”기석은 직원에게 필요한 일을 지시했다. 아이가 있는 사무실 문을 확인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선은 몇 번이나 모니터로 돌아왔다.도윤은 기석의 불안을 이해했다. 삼 년 전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남자에게는 수상한 차량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었다. 이제 막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가족이 자신 때문에 다시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었다.“기석아, 오늘 네 딸이 혼자 온다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었지?”“아내하고 저, 그리고 아이를 내려 준 사람 정도입니다.”“그 사람들을 의심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정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기석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도윤을 돌아보았다.“혹시 당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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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저는 그분 장례식에 갔습니다. 시신도 없는 관 앞에서 경례했고, 유족들한테는 끝내 모시고 오지 못했다고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분이 살아 있다고 믿었다가 또 아니면…….”기석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도윤은 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그럼 왜 찾아오셨습니까?”“네가 살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도윤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에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 이름이 어떻게 기록됐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기석의 얼굴이 굳었다. 삼 년 동안 외면하려 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른 모양이었다. 그는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고, 도윤은 스스로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밤이 깊어질 무렵 기석은 오래된 서류 상자를 꺼냈다.공식 작전 보고서는 아니었다. 전역 후에도 버리지 못한 개인 메모와 당시 연락처, 장례식 관련 자료가 들어 있었다. 기석은 서류를 하나씩 꺼내다가 낡은 봉투 앞에서 손을 멈췄다.“이건 그때 조사팀이 다녀간 뒤 적어 둔 겁니다.”도윤은 봉투를 받아 들었다. 안에는 날짜와 시간, 몇 개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석은 당시 조사팀이 기존 보고서의 일부 진술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누구의 지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군복을 입지 않은 남자가 조사 과정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왜 이걸 따로 보관했지?”도윤이 메모를 살피며 묻자 기석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때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제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제가 잘못 기억한 건가 싶기도 했고요.”도윤은 봉투를 다시 건넸다.“원본은 네가 보관해. 지금은 다른 곳에 옮기지 말고, 누가 접근했는지부터 확인하자.”기석이 고개를 끄덕일 때 직원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외부 카메라의 다른 각도를 확인한 결과, 검은 점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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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그날 마지막 무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도윤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기석이 손짓으로 만류했다.“그냥 계십시오.”기석은 소파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철수하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 저는 다시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휘관님이 남은 사람들을 먼저 데리고 나가라고 하셨습니다.”도윤은 기석을 바라보았다.“그랬지.”“저는 그 명령을 따랐습니다. 살아 돌아왔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도 봤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날 제가 돌아갔으면 한 사람이라도 더 데려올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기석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렸다. 도윤은 그날의 모든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다만 당시 기석에게 내려진 임무가 무엇이었는지는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네 임무는 남은 인원을 데리고 철수하는 것이었다. 그 임무를 끝까지 수행했기 때문에 네가 살아 돌아왔고, 함께 나온 사람들도 살아남았다.”도윤은 잠시 숨을 골랐다.“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까지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이제부터 확인하면 된다.”기석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윤 앞에서 자세를 바로잡았다.오른손이 올라갔다.삼 년 전 빈 관 앞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경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앞에 사람이 있었다.도윤은 소파 가장자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왼쪽 다리가 흔들렸지만, 기석은 그가 균형을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 오른팔을 들어 올리자 손목이 끝까지 펴지지 않았고, 굳은 손가락은 경례 자세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그럼에도 도윤은 팔을 내리지 않았다.기석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돌아오셨군요.”도윤은 그를 바라보았다.“늦었다.”기석은 고개를 저었다.“살아서 돌아오셨습니다.”두 사람은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했다. 창밖에서는 늦은 밤 차량들이 지나갔고, 사무실의 낡은 시계가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기석이 먼저 손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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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강도윤이 자신의 사망 기록을 정정해 달라고 신청하자, 민원 창구의 직원은 전산에 표시된 사망 사실 때문에 일반적인 본인 확인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직원은 모니터와 도윤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며 몇 차례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에 나타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도윤이 제출한 신청서의 내용과 일치했지만, 해당 인물의 상태는 여전히 사망으로 표시되어 있었다.“사망 신고가 수리된 기록이라 이 자리에서 바로 정정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생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셔서 별도의 절차를 진행하셔야 합니다.”도윤은 왼손으로 작성한 신청서를 직원 앞으로 조금 더 밀었다. 오른손의 손가락은 아침부터 뻣뻣하게 굳어 있었고, 오래 서 있는 동안 왼쪽 다리의 감각마저 둔해졌지만, 그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보다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확인했다.“그 절차를 안내받으려고 왔습니다. 어떤 자료가 필요한지, 어디에 신청해야 하는지 문서로 받을 수 있습니까?”직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담당 부서에 문의한 뒤 관련 절차를 적은 안내문을 출력해 주었다. 도윤은 사망 판단의 근거가 된 자료를 확인하려면 어떤 신청을 해야 하는지 차례로 물었고, 직원은 일부 자료가 군 관련 기록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신원 확인과 정보공개 여부에 대한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도윤은 접수할 수 있는 신청부터 진행했다. 이름을 적는 동안 왼손의 필체가 조금 흔들렸지만, 마지막 획까지 천천히 완성한 뒤 접수 사실이 남는지 확인했다.죽었다는 기록 때문에 자신의 신원을 증명할 수 없고, 신원을 증명하지 못하니 죽었다는 기록을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모순에 화를 낸다고 해서 삼 년 전의 기록이 달라지지는 않을 터였다.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의 말을 믿어 달라는 호소가 아니라, 누가 어떤 근거로 사망을 확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민원실 바깥에서 기다리던 박기석은 도윤이 안내문을 들고 나오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전날 밤 검은 승용차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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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도윤은 복도 너머를 한 번 살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각자의 용무에 바빴고, 자신을 특별히 지켜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확인되지 않은 위험 때문에 모든 일을 멈출 수는 없어. 다만 움직이는 이유와 순서는 우리가 정해야 한다.”기석은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이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전사 통보와 관련된 기록의 열람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는 기관이었다.담당자는 도윤이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한 뒤 별도의 상담실로 안내했다. 작은 탁자와 복사기, 벽에 걸린 시계 하나가 전부인 방이었지만, 도윤에게는 그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했다.“삼 년 전 제 사망 판단에 사용된 자료를 확인하고 싶습니다. 당시 작성된 전사 통보와 관련 보고서의 공개 가능 여부를 검토해 주십시오.”담당자는 신원 확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한된 자료를 바로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도윤은 그 말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같은 요구를 반복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열람 신청을 정식으로 접수해 주십시오. 공개가 어렵다면 그 사유와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받겠습니다.”담당자는 신청서를 받아 들고 한동안 검토했다. 군 관련 기록 가운데는 보존 기간과 공개 범위가 서로 다른 자료들이 있었고, 일부는 별도의 기관이 관리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도윤은 안내받은 기관과 자료 종류를 빠짐없이 적었다. 오른손이 말을 듣지 않아 왼손으로 메모해야 했지만, 한 번 적은 내용을 다시 확인하며 빠뜨린 부분이 없는지 살폈다.상담을 마칠 무렵 담당자가 관련 자료의 보존 상태가 걱정된다면 별도로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신청 사실만으로 모든 자료의 처분이 자동 중지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도윤은 접수 문서를 받아 지갑에 넣었다.아직 자신의 사망 기록을 바로잡을 증거는 손에 넣지 못했지만, 어떤 기관에 무엇을 요청했는지는 남길 수 있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기록을 관리하는 곳에서 어떤 답변을 내놓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상담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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