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퇴사하려는데 흉부외과 교수가 집착합니다: Kabanata 1 - Kabanata 10

21 Kabanata

1화. 미친개에게 낚여 흉부외과 레지가 되었습니다.

“한채이 선생. 너 미쳤어?”아침 6시 12분.한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교수실에서 하루를 시작하기에 이보다 완벽한 문장은 없었다.나는 손에 든 아메리카노를 내려다봤다. 얼음은 이미 다 녹았고, 출근한 지 겨우 12분 만에 인생의 의욕도 함께 녹아내리는 중이었다.“아침부터 인사 참 정겹게 하시네요, 교수님.”“내가 지금 인사를 하는 것 같아?”“아니요. 인성에 문제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정적.‘아. 씨발. 내가 방금 무슨 말을 한 거지.’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흰 가운을 걸친 강태혁이 차트를 든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단정하게 넘긴 검은 머리, 날카로운 눈매, 감정이라고는 한 톨도 없어 보이는 얼굴.대한민국 흉부외과에서 수술 실력으로는 손꼽히는 천재. 그리고 성격으로는 단연 독보적인 개자식. 한국대병원 미친개 강태혁 교수님 되시겠다.“한채이.”“네.”“너 오늘 당직이야?”“아닙니다.”“그럼 왜 벌써부터 정신이 나가 있어?”“교수님을 뵈어서요.”“…….”“영광스러워서 그렇습니다.”강태혁이 들고 있던 차트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탁.그 작은 소리에 내 영혼이 한 번 더 사망했다.“응급 수술 잡혔어. 준비해.”“무슨 환자입니까?”“대동맥 박리. 혈압 불안정하고 파열 위험 있어. 수술방 들어가기 전까지 영상 다시 보고 브리핑 준비해.”나는 즉시 표정을 고쳤다.대동맥 박리.대동맥 내벽이 찢어지면서 혈액이 혈관벽 사이로 파고드는 질환. 진행이 빠르면 생명이 위험하다. 환자 상태가 불안정하다면 한순간도 허비할 수 없었다.***두시간 후 수술방 앞“영상은 확인했습니다. 상행 대동맥까지 침범했고, 심낭삼출도 보여서 심장압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수술 준비하면서 혈역학적 상태 계속 확인하겠습니다.”“수술 계획은?”“병변 범위에 따라 상행 대동맥 치환술을 우선 고려하겠습니다. 정확한 범위는 수술 소견과 영상 다시 대조하겠습니다.”“그걸 나한테 보고라고 해?”“교수님께서 환자 상태부터 확인하라고 하실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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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흉부외과에는 사람이 없다

오전 5시 47분.나는 병원 화장실 거울 앞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오늘 퇴사할까. 아니, 잠깐. 퇴사만은 안 된다. 전문의 자격증은 따야지. 그래. 딱 일 년만 더 버티자. …아니, 아직 일 년이나 남았네.’“…씨발.”세수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거울 속 여자는 꼴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대충 묶었고,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와 있었다. 흰 가운 아래로 드러난 손목은 유난히 가늘었다.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다. 흉부외과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자고, 피부과도 다니고, 필라테스도 꾸준히 하던 사람이었다.그런데 지금은? 밥 먹다가 콜 받는 건 기본이고, 화장실에서 양치하다가도 호출을 받았다. 잠을 자다가 깨는 횟수를 세는 건 이미 포기한 지 오래였다.무엇보다 이 과에는 사람이 없었다. 정확히는, 사람이 들어왔다가 사라졌다.1년 차 때 함께 들어온 동기는 둘이었다. 한 명은 수련을 시작한 지 넉 달 만에 사직했다. 이유는 강태혁. 나머지 한 명은 1년 차 겨울을 넘기지 못했다. 이유는 역시 강태혁.2년 차가 되었을 때는 다른 연차 선배 한 명이 수련을 포기했고, 그다음 해에는 전공의 한 명이 휴직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한국대학교병원 흉부외과 레지던트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교수는 수술실에서 살고, 펠로우는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오가고, 레지던트는 그 사이를 뛰어다녔다. 그중에서도 레지던트 4년 차인 나는 사실상 과의 인간 방패였다.응급실에서 연락이 오면 내가 받았다. 중환자실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갔다. 신규 환자가 입원하면 내가 확인했다. 수술이 잡히면 수술 준비를 했다. 후배가 모르는 게 있으면 알려 줬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최종 결재권자는.“한채이!”화장실 밖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아침 5시 51분. 내가 오늘 퇴사할 가능성이 98퍼센트에서 99퍼센트로 상승하는 순간이었다.“넵!”“어디야!”“화장실입니다!”“당장 나와!”“교수님, 저도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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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칭찬을 해 줘도 문제네

오전 6시 30분.흉부외과 회의실에는 네 명이 앉아 있었다. 교수 한 명. 펠로우 한 명. 레지던트 두 명. 끝이었다. 나는 회의실 문 앞에서 잠깐 멈췄다.“…이게 다예요?”3년 차 레지던트 김민재가 허탈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선배님, 놀라지 마세요.”“뭐가?”“원래 다섯 명이었어요.”“한 명은?”“어제 사직서 냈어요.”나는 입을 벌렸다.“어제?”“네.”“왜?”민재가 회의실 앞쪽을 흘끗 봤다. 그곳에는 강태혁이 앉아 있었다.“교수님이 어제 수술 끝나고….”“끝나고?”“‘그 정도 실력으로 흉부외과 의사를 하겠다는 게 환자한테 민폐’라고 하셨거든요.”“…….”“그 선생님이 오늘 아침에 짐 싸서 나갔어요. 피눈물을 흘리면서요.”나는 관자놀이를 눌렀다. 강태혁의 악명은 과장된 게 아니었다. 이 인간은 정말로 사람을 내쫓았다. 본인은 교육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재난에 가까웠다.“그럼 지금 남은 레지던트가….”“저랑 선생님이요.”“2년 차는?”“없어요.”“1년 차는?”“없어요.”나는 잠시 천장을 올려다봤다.‘하느님. 제가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의사가 되어서 돈만 바라봤던 것이 저의 죄목입니까?‘그때 강태혁이 입을 열었다.“한채이. 거기 서서 뭐 해?”“인력 현황을 파악하고 있었습니다.”“파악했으면 앉아.”나는 군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강태혁은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오늘 오전 응급 수술 환자. 64세 남성. 상행 대동맥 박리, 혈압 불안정. 수술 지연하면 위험하다. 한 선생이 수술 계획 설명해.”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환자는 상행 대동맥 박리가 확인됐고, 영상에서 심낭삼출이 동반되어 있습니다. 우선 혈역학적 상태를 확인하고, 마취과와 관류팀을 포함해 응급 수술 준비를 진행하겠습니다. 수술 범위는 병변의 실제 범위와 수술 소견에 따라 결정해야 합니다.”“좋아. 그럼 수술 들어가.”“네.”“민재는 중환자실. 어제 입원한 환자들 확인하고, 문제 생기면 바로 보고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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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한채이의 사직서 보관함

오후 1시 42분.병원 식당에서 나는 국에 밥을 말아 급하게 먹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김민재가 내 얼굴을 살피더니 물었다.“선생님, 괜찮으세요?”“뭐가?”“교수님이요.”“괜찮아. 내가 오늘도 살아 있잖아.”“아니, 그게 아니라….”민재는 목소리를 낮췄다.“교수님이 선생님한테는 좀 다른 것 같아서요.”나는 숟가락을 멈췄다.“뭐가?”“저희한테는 칭찬을 거의 안 하시거든요. 그런데 선생님한테는 가끔 하시잖아요.”“그게 다른 거야?”“네. 그리고 선생님이 대들어도 안 자르시고요.”“…….”“다른 선생님들은 그 정도로 대들면 바로 불려 가셨는데.”나는 국을 한 숟가락 더 떠먹었다.“그건 내가 이미 다섯 번이나 사직서를 냈기 때문이야.”“다섯 번이요?”“응. 매번 반려당했어.”“왜요?”“몰라. 인력이 없어서 그런가 보지.”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하지만 사실 나도 궁금했다. 강태혁은 나를 갈궜다. 남들보다 더 혹독하게 훈련시켰고, 작은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정말로 그만두겠다고 하면, 이상하게도 허락하지 않았다.첫 번째 사직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수련을 지속하기 어려워 사직하고자 합니다.]강태혁은 그걸 읽고 물었다.“어려우면 쉬운 과로 가면 되겠네. 그런데 너처럼 정신이 썩어빠진 인간이 거기서도 잘할 수 있을까?”두 번째에는 이렇게 말했다.“네가 지금 도망가면, 네가 가진 재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게 팔릴 거야.”세 번째에는 사직서를 찢지는 않았다. 그저 내 앞에 다시 놓으며 말했다.“이걸 내기 전에 수술 기록부터 마무리해.”네 번째에는 아예 읽지도 않았다.“한채이. 네가 정말 그만두고 싶으면 전문의 시험 보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그리고 다섯 번째는 무려 어제.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 인간은 나를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문제는 나도 그 이유를 모른다는 거였다.“선생님.”민재의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응?”“교수님 오셨어요.”나는 숟가락을 내려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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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뜻밖의 스카우트

오전 5시 58분.나는 교수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기필코 정시에 퇴근하리라. 아니, 그 전에 살아남으리라.어제 강태혁이 보낸 문자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쳤다.[교수님, 혹시 제 사직서 보관함 만드셨습니까?][응. 네 이름으로 된 서랍 하나.]이 인간은 진짜 어디까지 갈 생각인 걸까. 나는 손에 들린 커피를 결연하게 한 모금 마셨다.문을 열자마자 강태혁의 목소리가 들렸다.“늦었네.”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가리켰다.“6시 2분 전인데요.”“문 앞에서 뭐 했어?”“교수님과의 만남을 앞두고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그럴 시간에 환자 상태나 한 번 더 확인하지.”“환자는 어제 확인했고, 교수님은 매일 봐도 적응이 안 되니까요.”강태혁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한채이.”“네.”“너 오늘 나한테 죽고 싶어?”“아뇨. 오래 살고 싶습니다.”“그럼 입 다물고 앉아.”“네.”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나의 패배였다. 아니, 정확히는 전략적 후퇴였다.“오늘 오전 회진 끝나고 성형외과에 가.”‘…응?’나는 눈을 깜빡였다.“네?”“못 들었어?”“아니, 들었는데요.”“그럼 왜 멍청하게 쳐다봐?”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교수님, 혹시 제가 어제 사직서 쓴 거 보셨어요?”“네가 사직서를 쓴 게 하루 이틀이야?”“그런데 왜 성형외과에 가라고 하세요?”강태혁이 서류를 내밀었다.“협진 의뢰야. 흉부외과 환자 수술 전 평가 때문에 성형외과에서 확인할 게 있어.”나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아….”“왜. 아쉬워?”“아니요. 순간 제 인생이 드디어 정상화되는 줄 알았습니다.”“꿈 깨.”“네.”“그리고 거기서 딴생각하지 마.”나는 서류를 내려다보며 웃었다.‘딴생각? 성형외과에 가서 딴생각을 하지 말라고?그게 가능한 일인가?’내가 무려 4년 동안 잊고 살았던 나의 원래 꿈이 성형외과였다.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개원해서 돈을 벌고, 건물을 사고, 더 큰 병원을 운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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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네 진로는 네가 결정해

나는 흉부외과 교수실 문을 열었다. 강태혁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험악했다.“왔어?”“네.”“앉아.”나는 앉았다. 강태혁이 물었다.“성형외과 과장이 뭐라고 했어?”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그걸 왜 궁금해하세요?”“질문에 대답해.”“좋게 봐 주셨다고 했습니다.”“뭘 좋게 봐 줘?”“제 실력이요.”강태혁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아. 이거다. 이 인간 지금 기분 나쁘다. 그런데 왜 기분이 나쁜지는 모르겠다.“그래서?”“전문의 따고 나서 지원할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습니다.”“네가 흉부외과 전문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나는 눈을 크게 떴다.“네?”“너 지금 4년 차야. 아직 전문의 시험도 안 봤어. 그런데 벌써 다른 과 교수한테 가서 자리 달라고 하고 다녀?”“제가 언제 자리를 달라고 했습니까?”“그럼?”“교수님이 먼저 물어보셨습니다.”“거절했어야지.”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왜요?”“뭐?”“제가 왜 거절해야 하는데요?”강태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한채이.”“네.”“너 지금까지 뭘 배웠어?”“흉부외과 수술이요.”“그런데 네 머릿속에는 아직도 성형외과밖에 없어?”“제 꿈이었으니까요.”말이 튀어나온 순간, 교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아. 이건 조금 진심이었다.’강태혁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꿈?”“…네.”“그럼 왜 여기 왔어?”나는 헛웃음을 지었다.“교수님이 저를 꼬셨잖아요.”“뭐?”“인턴 때요. 최고의 서전으로 만들어 주신다면서요.”“그래서?”“그래서 믿었죠.”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교수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제가 제 재능을 더 크게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잠깐 침묵이 흘렀다.“그런데 지금은요?”내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제가 왜 이 과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힘들어서가 아니에요. 힘든 건 4년 동안 충분히 견뎠어요. 그런데 교수님은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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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칭찬은 죽어도 안 해주는 인간

오전 5시 32분.나는 휴대전화 화면을 노려봤다. 알람이 울리기까지 28분. 그런데 잠은 이미 달아난 지 오래였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강태혁. 어제 그 인간이 내게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났다.‘이제부터 네가 직접 판단해야 할 상황을 더 많이 줄 거야.’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기회. 누군가에게는 성장의 기회겠지만, 강태혁에게 기회란 대체로 이런 뜻이었다.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죽도록 깨진다. 문제는 잘해도 편해지지 않는다는 거다. 잘하면 다음에는 더 어려운 걸 시킨다. 못하면 못했다고 갈군다. 결국 어느 쪽이든 내 노동 강도만 올라간다.“…이래서 내가 성형외과에 갔어야 했는데.”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6시까지 교수실.]나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아니. 이 인간은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교수님, 혹시 주무시긴 합니까?]답장은 3초 만에 왔다.[네가 걱정할 일 아니야.][걱정이 아니라 신기해서요.][6시.][넵.]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이불을 걷어차며 일어났다. 오늘도 내 인생은 강태혁을 중심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아주 재수 없게도.***오전 5시 59분.교수실 문을 열자 강태혁이 차트를 보고 있었다.“왔어?”“네.”“앉아.”나는 의자에 앉았다. 강태혁이 차트 한 장을 내 앞으로 밀었다.“오늘 수술 네가 맡아.”나는 차트를 내려다봤다. 52세 남성. 승모판 질환. 중증 승모판 역류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였다. 심초음파와 심장 기능, 동반 질환, 수술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케이스였다.나는 차트를 읽다가 고개를 들었다.“교수님이 주 집도의로 들어가시는 거죠?”“당연하지.”“그런데 제가 맡으라고 하신 건….”“수술 계획부터 네가 세워. 수술 중에도 네 판단을 먼저 들을 거야.”나는 다시 차트를 내려다봤다.“수술 계획을 제가 발표하면 되는 겁니까?”“아니.”강태혁이 태연하게 말했다.“네가 설명하고, 네가 판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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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칭찬은 한채이를 춤추게 한다

수술실. 환자는 마취를 받고 있었고, 수술팀은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나는 손을 씻고 수술 가운을 입었다. 강태혁이 내 옆에 섰다.“긴장돼?”“아뇨.”“거짓말하지 마.”“조금 됩니다.”“좋아.”나는 그를 돌아봤다.“긴장된다고 하니까 좋아요?”“긴장할 줄 안다는 건 네가 상황을 가볍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니까.”강태혁은 마스크를 고쳐 썼다.“대신 긴장 때문에 판단을 놓치지는 마.”“네.”“그리고 네가 생각한 대로 안 되면?”“다시 평가하고,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뒤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좋아.”그가 수술대 쪽으로 돌아섰다.“시작하자.”수술이 시작됐다. 수술 부위가 노출되고, 수술팀은 계획에 따라 움직였다. 나는 강태혁의 지시에 맞춰 필요한 단계를 수행하면서 수술 소견을 확인했다.초반에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그러나 판막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소견이 나타났다.나는 시야를 다시 확인했다.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판막의 변형이 복잡했다. 수선 가능성을 판단하려면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했다.“교수님.”“말해.”“예상했던 소견과 차이가 있습니다. 판막의 변형이 더 복잡해 보여서 수선 가능성을 다시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강태혁이 시선을 옮겼다.“그래서 네 생각은?”나는 잠시 관찰한 내용을 정리했다.“현재 소견만으로 수선 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추가 평가 후 판단하되, 수선이 어렵다면 치환술로 전환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수선이 가능하다면?”“가능한 범위와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한 뒤 결정하겠습니다. 무리하게 수선을 고집하지 않겠습니다.”강태혁은 몇 초간 수술 부위를 살폈다.“좋아. 계속 확인해.”나는 다시 집중했다. 수술실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몇 분이 한 시간처럼 길어지기도 하고, 한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기도 한다. 머릿속에는 오직 환자의 상태와 수술 단계만 남는다.그때였다.“잠깐.”강태혁이 말했다. 나는 즉시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수술 부위를 확인한 뒤 마취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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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저 인간. 진짜 왜 저래?

나는 중환자실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수술 후 환자는 집중적인 관찰이 필요했다. 활력징후와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수술팀 및 중환자실 의료진과 상태를 공유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환자 상태 보고해.]나는 현재 상태와 주요 검사 결과, 확인이 필요한 사항을 정리해 답장했다. 잠시 후 전화가 왔다.“네, 교수님.”“보고는 잘했어.”“감사합니다.”“그런데 한 가지 빠졌어.”…또 시작이다.“뭔데요?”“네 상태.”나는 눈을 깜빡였다.“제 상태요?”“밥 먹었어?”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아직요.”“왜?”“환자 보고가 먼저라서요.”“환자 보고 끝났잖아.”“네.”“그럼 밥 먹어.”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교수님, 요즘들어 왜 이렇게 제 끼니를 챙기세요?”“네가 쓰러지면 내일 수술 일정이 꼬이니까.”“그럼 인력 충원을 하세요.”“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지.”“그럼 밥도 제가 알아서 먹겠습니다.”“한채이.”“네.”“내가 지금 너한테 밥 먹으라고 세 번 말하게 할 거야?”나는 입을 다물었다.“…아니요.”“그럼 먹어.”전화가 끊겼다. 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정말 이상한 인간이었다. 환자 상태를 보고하라고 해 놓고 내 상태까지 확인한다. 칭찬을 해 놓고는 곧바로 부족한 점을 열두 개나 찾아낸다. 잘하면 더 어려운 일을 주고, 못하면 죽도록 갈군다.그러면서 정작 내가 정말로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이상하게 표정이 굳는다.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나는 고개를 저었다.‘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나는 성형외과로 갈 여자다. 개원할 여자다. 돈을 쓸어 담을 여자다. 강태혁의 심리 분석을 하다가 평생 흉부외과에 묶여 있을 수는 없었다.“일단…밥부터 먹자.”나는 중환자실을 나섰다. 그때 복도 끝에서 강태혁과 마주쳤다. 그는 차트를 들고 걸어오다가 나를 보더니 멈춰 섰다.“밥 먹으러 가?”“네.”“잘했네.”나는 그를 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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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교수님, 웃으신 건가요?

오후 다섯 시 삼십 분.채이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봤다. 오랜만에 입은 사복이었다. 검은색 슬랙스에 단정한 블라우스, 허리선이 깔끔하게 잡힌 재킷. 평소보다 조금 신경 써서 화장도 했다.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응급수술에 들어가던 모습과는 제법 달랐다.“…한채이 아직 안 죽었네.”거울 속 얼굴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꾸미고 외출한 게 언제였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소개팅은커녕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것도 사치였고, 주말에 집 밖으로 나가는 일조차 드물었다.흉부외과에 들어온 뒤로 그녀의 일정은 거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수술, 당직, 수면. 가끔 식사가 추가되긴 했지만, 그것도 수술실에서 빵으로 때우는 수준이었다.채이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전문의만 따면 진짜 나간다.’성형외과. 개원. 돈. 그리고 무엇보다 강태혁이 없는 일상.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어디야.]채이는 화면을 보며 헛웃음을 쳤다.[화장실입니다.]답장은 십 초 만에 왔다.[장난하지 말고.][진짜인데요. 교수님이 화장실까지 확인하실 줄은 몰랐네요.][10분 안에 로비로 튀어와.][교수님은 어디 계신데요?][입구.]채이는 눈을 깜빡였다. 잠깐. 입구? 설마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인가?나는 급히 거울을 한 번 더 확인했다.‘아니지. 그냥 행사장에 같이 가려고 그러는 거겠지?’그런데 왜 하필 나랑 같이 가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괜한 생각은 금물이었다.강태혁이라는 인간에게 낭만적인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저 인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였다.첫째, 일을 시키려고. 둘째, 일을 더 시키려고. 셋째, 일을 제대로 안 했다고 혼내려고....생각해보니 전부 일이네. 나는 한숨을 내쉬고 탈의실을 나섰다.병원 정문 앞. 강태혁은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서 있었다.평소에는 흰 가운이나 수술복만 입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늘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입만 열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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