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일곱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채이는 행사장 입구에서 잠시 멈췄다.“와….”병원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교수들과 의료진, 반짝이는 조명, 테이블 위에 놓인 꽃 장식. 채이는 자신이 이런 자리에 참석하는 게 얼마 만인지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어차피 기억도 안 났다.“한채이.”태혁이 걸음을 멈췄다.“너는 여기 있어. 인사할 사람 있으면 인사하고, 불편하면 먼저 들어가도 돼.”“교수님은요?”“나는 인사 좀 하고.”“아.”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태혁이 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그를 불렀다.“강 교수님.”정장 차림의 남자가 다가왔다. 채이도 얼굴을 아는 사람이었다. 병원 기획조정실장이었다.“오랜만입니다. 이번에 흉부외과 쪽에서 좋은 성과가 많다고 들었습니다.”“아직 부족합니다.”“하하, 늘 겸손하시네요. 그런데….”그의 시선이 채이에게 향했다.“옆에 계신 분은?”태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채이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흉부외과 4년 차 전공의 한채이입니다.”“아, 한 선생. 이름은 많이 들었습니다. 강 교수님이 워낙 아끼시는 제자라고.”채이의 눈이 커졌다.‘뭐라고요? 아끼시는 제자?’채이는 반사적으로 태혁을 돌아봤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실력이 좋습니다.”딱 일곱 글자. 그런데 채이는 순간 가슴이 묘하게 간질거렸다.태혁은 평소에도 수술 실력에 대해서는 인정해 줬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이렇게 직접 말하는 건 흔하지 않았다.기획조정실장이 웃으며 말했다.“강 교수님 밑에서 버티고 계시니 실력은 확실하겠네요.”“네?”채이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남자가 웃음을 터뜨렸다.“아, 제가 실례를 했나요?”“아니요. 그게….”채이는 잠깐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말했다.“버티는 건 실력과 별개인 것 같습니다.”순간 정적. 기획조정실장이 크게 웃었다.“하하하! 한 선생, 재미있으시네요!”태혁은 이마를 짚었다.“죄송합니다. 원래
최신 업데이트 : 2026-10-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