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는 해가 두 번 졌다.한 번은 능선 너머로 붉은 해가 가라앉았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을 때였다.낮까지 열려 있던 대문이 닫히고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이 천 조각으로 묶였다. 장독대에 내놓았던 소금 단지가 집 안으로 들어갔으며, 논둑길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은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자취를 감췄다.마을을 가로지르는 길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었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벌써 밤이 왔다고 믿는 듯했다.버스 기사는 종점에 도착하자마자 짐칸을 열어 주었다. 낡은 여행 가방을 꺼내는 손길이 쓸데없이 다급했다.“여기서 내리시면 됩니다.”이연은 휴대전화로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목적지가 마을 안쪽인데요. 지도에는 차로 10분 정도 더 들어가야 한다고 나오는데…….”“이 시간에는 더 안 들어갑니다.”“아직 여섯 시도 안 됐는데요?”기사는 대꾸하는 대신 운전석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지금이라도 당장 출발하고 싶은 사람처럼 보였다.이연이 버스에서 내리자 문이 닫혔다. 여행 가방을 똑바로 세우기도 전에 버스가 움직였다.바퀴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멀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굽은 산길 너머로 모습을 감췄다.남은 것은 이연과 가방, 그리고 지나치게 조용한 길뿐이었다.휴대전화 화면에는 목적지까지 도보로 47분이 남았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택시를 호출해 보았지만 근처에 운행 중인 차량이 없다는 문구만 반복해서 나타났다.그때 길 건너편 가게의 미닫이문이 열렸다.허리가 굽은 노파가 얼굴만 내민 채 이연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여행 가방에서 시작해 이연의 구두 끝에 머물렀다.“어디 가는 사람이에요?”“달목리로 가려고요.”노파의 눈매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이 시간에?”“묵을 곳을 예약해 뒀어요. 초행이라 조금 일찍 출발했는데 버스가 여기까지만 온다고 해서요.”“예약한 곳 이름이 뭔데요?”이연이 휴대전화를 내려다보았다.“월하재요.”노파가 문을 붙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잠시 후, 반쯤 열려 있던 미닫이문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Last Updated : 2026-11-0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