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너의 세계로
딸과 함께 병원에 들른 날, 주치의로 나타난 사람은 7년 전 헤어진 첫사랑이었다.
그사이 서이담은 이름도 외모도 체형도 모든 게 바뀌었다. 과거의 뚱뚱한 소녀는 사라지고 날씬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는 당연히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녀가 몰래 자신의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 리가 없었다.
“엄마, 왜 울어요?”
딸의 순진한 물음에 서이담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학생 시절, 서이담은 누구보다 그를 사랑했다.
끝내 모두가 동경하던 정하준과 비밀 연애를 시작했지만 그 소문은 곧 S대 전체로 퍼졌고 서이담은 뚱뚱하다는 이유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모두의 비웃음 속에서 고개조차 들 수 없던 그 순간 그녀의 귓가에 들려온 익숙하면서도 냉정한 목소리.
“그냥 잠깐 즐긴 거야. 나 곧 유학 가거든.”
서이담은 그렇게 아프고 쓰린 첫사랑을 끝냈다.
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다시 나타난 정하준은 그녀의 조용한 삶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선 긋고, 거리 두고,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는 정하준의 침대 위에 있었다.
협박하고, 유혹하고, 병든 척하고, 애교를 부리고 심지어 뻔뻔하기까지...
정하준은 그녀 곁의 모든 남자를 하나씩 쫓아냈다.
“정하준, 나 남자 친구 있어.”
“그럼 내가 애인하면 되잖아. 그 사람보다 돈도 많고 어리고 훨씬 잘해줄 수 있는데?”
7년 전엔 비밀 연애를 하자던 남자.
7년 후엔 대놓고 애인이 되겠다는 남자.
“미쳤어?”
“그래. 나 미쳤어. 너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