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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Author: 꽃길
안리영이 내 팔을 아프게 꼬집었다. 조심하라는 경고였다.

사실 나도 좀 민망했다. 이런 건 말로 꺼낼 게 아니라 눈치껏 웃고 넘기는 게 맞다. 둘이서 사석에서 장난으로 떠드는 건 괜찮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해버리면 다 같이 난처해진다.

설령 안리영과 조시언이 피 한 방울 안 섞였다 해도 그들이 가족 관계임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허진호가 뒤늦게 반응했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진정우가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말했다.

“진호 씨더러 얼른 가서 고기 구우래요. 지금 배고프다네요.”

“제가 들은 건 그게 아니었는데요? 방금...”

허진호는 하필이면 이럴 때 눈치를 밥 말아 먹었다.

예전엔 똑똑하더니 지금은 일부러 바보 연기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앞으로 우리 리영이한테 너무 들이대지 말아 주세요.”

드디어 당사자인 조시언이 입을 열었다.

똑 부러지는 이목구비에 표정 하나 안 흐트러진 얼굴에서는 그 어떤 부자연스러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물며 말투까지도 담백했다. 조시언의 그 모습은 마치 자식 지키는 아빠 같았다.

그런 그를 보니 괜히 내가 그런 상상을 한 게 죄스러워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조시언의 마음이 단순한 가족애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다만 조시언은 그렇지 않은 척할 뿐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 솔직하고 당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시언은 대놓고 안리영을 싸고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게 너무 선명할지언정 조시언은 굳이 해명하지도, 주눅이 들지도 않는다.

새삼 조시언의 독점욕이 얼마나 강한지, 이 관계를 반드시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분명한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괜히 안리영을 흘끗 봤다. 안리영은 못마땅하다는 듯 나를 노려보다가 내 팔을 끌어당겨 갑판 한쪽에 앉혔다.

“또 헛소리하면 너랑 절교야.”

바닷바람이 불어와 우리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나는 다리를 흔들며 말했다.

“리영아, 시언 씨는 널 좋아해. 게다가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 진심이야.”

“또 시작이네.”

안리영은 언제나처럼 현실적인 척, 회피하는 말투였다. 안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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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 조수민은 이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안리영은 지지 않고 얘기했다.“왜 다른 사람은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거야?”조수민이 차갑게 웃었다.“너보다 열 살이나 많은 남자를 찾을 바에는 새 아빠를 찾는 게 더 낫겠어. 그렇다고 열 살 어린 남자를 만날 건 아니지? 그건 경찰서에 불려 가는 짓이야. 정신 차려. 그리고 뭐? 삼촌 같은 사람? 네 아빠 죽는 꼴 보고 싶어?”만약 안리영과 조시언이 사귄다면 두 사람은 바로 화가 나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안리영, 설마 이미 저질러 놓고 날 떠보는 건 아니지?” 조수민이 빠르게 물었다.“그럴 리가. 내가 그런 짓을 하는 사람으로 보여?”안리영이 바로 부정했다. 하지만 조수민은 믿지 않았다.“정말이야? 그럼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야.”안리영은 얼른 말을 돌렸다.“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물어보는 거야. 이상한 생각하지 마. 엄마랑 얘기 안 할래. 자꾸만 날 의심하니까...”말을 마친 안리영은 얼른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을 접자.’똑똑.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친구 씨, 야식 만들었는데 먹어볼래요?”“아니요, 괜찮아요.”안리영이 거절했다.남녀 사이는 그래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엄청 맛있는 찹쌀떡인데요? 그래도 안 먹어요?”허진호는 음식으로 안리영을 유혹했다.안리영은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라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원래는 배고픔도 느낄 수 없을 정도였는데 허진호의 말에 정말 배가 고파지는 것 같았다.“테이블에 둘게요. 하지만 따뜻할 때 먹어요, 알았죠?”허진호는 말을 마친 다음 멀어졌다.안리영은 결국 마음의 문을 열었다.문을 열고 나가니 따뜻한 찹쌀떡이 있었다.“이걸 만드셨다고요? 정말 대단하네요.”“남편감으로 제일이죠.”허진호가 당당하게 얘기했다.“좋은 남편감은 다른 일도 잘할 텐데 말이에요.”말을 마친 안리영이 찹쌀떡을 베어 물었다.다 먹기도 전에 갑자기 조수민이 전화를 걸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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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1화

    [좋습니다.]허진호는 망설임 없이 흔쾌히 대답했다.안리영은 속으로 조용히 나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내가 허진호를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던 걸 지금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안리영은 곧장 만날 장소를 보냈다. 허진호의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 카페였다. 안리영이 아직 어떻게 말을 꺼낼지 정리하지도 못했는데, 허진호는 이미 먼저 도착해 있었다. 오히려 다가오며 미안하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렸죠?”이 남자는 호감을 단번에 채워버렸다. 안리영은 허진호를 선택한 것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다시금 생각하고 있었다. 안리영은 낯설지 않은 허진호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무테안경을 쓰고 캐주얼한 정장을 입은 그의 모습은 눈부시도록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꽤 멋졌다.중요한 것은, 허진호는 잘 웃는 사람이라는 것이다.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잘 나눠줄 수 있었다. “설마 미남이 보고 싶어서 절 부른 거예요? 저한테 뭐라도 사줘야 하는 것 아니에요?”허진호는 안리영의 맞은편에 앉아 멍한 표정의 안리영을 보면서 장난스레 얘기했다.약간 어색한 자리였지만 허진호의 말에 안리영은 금세 웃으면서 긴장을 풀었다.“그러게요. 너무 잘생겨서 남자 친구로 두면 딱일 것 같아요.”허진호는 진작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안리영에게 보여주기식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얘기했다.“안리영 씨, 저를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저랑 사귀시려고요?”안리영은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그래요. 진호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허진호는 안리영을 보면서 얘기했다.“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알겠어요. 그럼 일단 커피부터 시켜줄게요. 마시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요.”그 말인즉슨 이 자리에서 대답을 달라는 것이었다.허진호는 전부터 이런 상황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안리영은 커피를 시켰고 허진호는 커피를 마시면서 물었다.“저랑 사귀자고 하는 건 제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95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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