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영이 이혼하자고 하자 장선명은 안지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이혼하자고요!”“이 망할 여자가 정말.”말이 떨어지자마자 장선명은 몸을 일으켜 위압적인 기세로 다가갔다.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안지영은 가슴이 철렁하며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뭐, 뭐 하려고요? 경고하는데 함부로 행동하지 마요. 여기는 란완 리조트예요...”“감히 날 경고해요?”“아, 은영아!”안지영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순간 장선명에게 품에 붙들렸다.장선명은 그녀의 입을 막았다.“소란 피우지 마요. 준우 씨가 당신을 아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안지영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싫어요, 소란 피울 거예요.”“당신 정말...”장선명은 화가 치밀었다.안지영은 그의 품에서 계속 발버둥 쳤다.예전 같았으면 두말없이 그녀를 제압했을 테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라 거칠게 할 수 없었다.장선명의 입술이 점점 다가왔다.안지영은 소리를 지르며 피하려 했지만, 장선명은 조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분이 치민 안지영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그럼에도 장선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려 십 분이 흐른 후에도 그대로였다.안지영은 흐느끼며 장선명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이제 그만 울어요. 여기 올 때부터 계속 울었다면서요? 얼마나 운 거예요? 이래도 되는 거예요?”임신한 상태에서 이렇게 우는 건 아이에게 결코 좋지 않았다.“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에요.”“내가 당신 남편인데 내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요?”“뻔뻔한 자식!”“아니, 내가 왜 뻔뻔해요? 나는...”장선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소아 씨랑 서재에서 뭐 했어요?”“거래했어요.”다른 여자랑 있을 때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다.장선명은 안지영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지영은 믿지 않았다.“거래요? 소아 씨는 뭐든 다 해주겠다
한밤중에 울면서 뛰쳐나온 이 망할 계집애를 그냥 재웠다가는 정말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장선명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느 방에 있어요?”고은영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끝에서 두 번째 방이에요.”배준우가 고은영을 잡아끌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고은영은 배준우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이제 자야지.”안지영 때문에 고은영은 이미 밤을 새운 상태였다.이런 상황에서 잠자는 것이 걱정이라니, 참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안지영이 걱정되어 장선명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서도 몇 분을 더 기다렸다가 자리를 떠났다.안지영은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장선명 역시 오늘 밤 이곳까지 오면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이 둘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무탈하게 지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선명 씨가 지영이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겠죠?”고은영은 방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장선명은 비교적 믿음직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에 나태현 역시 나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음 한편은 여전히 불안했다.배준우는 그들과 친분이 있으니 자기보다 그 사람들을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안 할 거야.”“정말이죠?”“나 씨 집안사람들과 달라.”배준우가 말했다.이 점에 있어서 그녀는 안지영이 오해했다고 확신했다.그의 말을 듣고서야 고은영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그럼 오늘 밤 군황산에 정말 여자가 있었단 말이죠.”“선명 씨는 문제없어. 그 여자는 모르겠어.”고은영은 머리가 띵해났다.이건 말을 하나 안 하나 다름없었다.장선명에게 문제가 없다면 그 여자가 문제 있다는 건데, 그 문제 있는 여자를 군황산으로 들여보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됐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자.”“지영이가 걱정돼요.”“걱정하지 마. 손을 쓰지는 않을 거야. 때리더라도 지영 씨가 때리겠지.”“때리다니요? 그건 절대 안 돼요!”임신한 안지영에게는 누가 손을 쓰는
나쁜 일들이 한꺼번에 얽히자 고은영도 안지영의 말에 조금은 동의하는 눈치였다.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좋은 사람이 아니야.”안지영은 더 심하게 울었다. 눈물은 멈출 줄 몰랐다.“그 사람 이름이 뭐였지?”“소아.”“그 사람이 정말로 군황산에 있다고?”“정말이라니까!”안지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안지영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은영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그러니 오늘 밤 군황산에는 분명 소아라는 여자가 있었다는 것이 분명했다.“그럼 이제는 울지 마. 내가 준우 씨한테 물어볼게.”“뭘 물어봐. 물어볼 필요 없어. 나 내일 아침 일찍 출장 갈 거야. 비행기 표도 이미 샀어.”안지영이 출장을 간다는 말에 고은영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출장?”“응.”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니, 너... 너 임신 중이잖아.”“은영아, 나 슬퍼.”고은영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안지영은 고개를 숙였다.목소리는 방금보다 훨씬 더 슬픔에 잠겨 있었다.“선명 씨는 내가 기댈 곳이 없어서 날 괴롭히는 거야. 아빠는 아직 깨어나지도 않으셨는데.”말하면 말할수록 안지영은 더욱 슬퍼졌다.“괜찮아,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젠 울지 마.”안지영이 우는 모습에 고은영은 마음이 아팠다.지금 군황산 쪽 상황이 어떨지 모르지만, 그녀는 안지영의 말을 믿기로 했다.장선명이 문제를 일으켰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지영이 말한 그 여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그렇지 않고서야 안지영이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우지 않았을 것이다.“너무 심하게 울면 안 돼. 배 속에 아기도 있잖아.”“하지만 너무 화가 나. 너무 억울해.”안지영은 흐느끼며 말했다.오늘 밤의 일은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고은영뿐만 아니라 안지영 자신도 아직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았다.고은영은 한참 동안 그녀를 달래주었다.밤 12시가 가까워서야 겨우 그녀를 재울 수 있었다.막 객실에서 막 나오는데 배준우가 오고 있었고, 그의 뒤에는 장선명도 함께 따라왔다.장
란완 리조트에 안지영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1시 반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군황산에서 이곳까지 거리가 좀 있는데, 그녀는 잠옷 차림 그대로였다.고은영이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먼저 몸 좀 녹여.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고 나온 거야?”안지영의 얼굴에는 눈물 자국이 아직 남아 있었다. 몹시 화가 났음이 분명했다.“괜찮아. 이제 울지 마.”“흑...”“괜찮아, 괜찮아.”“남자들은 하나같이 나빴어. 선명 씨가 나를 괴롭혔어.”안지영은 고은영의 품에 안겨 숨넘어갈 듯 울었다.고은영은 급히 그녀를 달랬다.“이렇게 울면 안 돼. 이렇게 울면 아기한테 안 좋아.”임신한 여자는 절대 이렇게 울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하지만 선명 씨는 정말 너무했어. 정말 쓰레기라고!”“응, 맞아. 정말 쓰레기야.”임신한 여자를 이렇게 울게 만든 남자는 결코 좋은 남자가 될 수 없었다.안지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쁜 쓰레기.”“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고은영이 조급하게 물었다.그동안 이렇게 심하게 우는 안지영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항상 그녀가 사람들을 꾸짖기 바빴다.이 말인즉 아무도 그녀를 이 정도로 괴롭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심지어 나태웅과 관련된 일에도 그녀는 울지 않았다. 기껏해야 그 사람 조상까지 들춰내며 욕을 했을 뿐이다.그때의 위풍당당한 안지영의 모습은 아직도 고은영의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가 울고 있다.“괜찮아, 이제 그만 울어. 선명 씨가 도대체 뭘 한 거야? 말 좀 해봐.”고은영은 장선명이 무슨 망나니 짓을 했는지 너무 궁금했다.“그 사람, 그 사람한테 다른 여자가 생겼어.”“뭐라고?”고은영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아니, 그럴 리가...”“정말이야. 집에까지 들였다니까! 흑흑...”“그럴 리가 없어,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고은영이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장선명에
지금 군황산에 있는 장선명은 안지영이 집을 떠났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런 그에게 배준우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잠시 멍해졌다.“뭐라고요?”“방금 지영 씨가 은영이한테 전화를 했는데, 엄청 울더라고요.”배준우는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침대에는 이미 고은영이 없었다. 안지영이 란완 리조트로 온다는 말에, 그녀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벌써 밤 10시가 넘었다.이 부부가 밤늦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움을 벌인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전화 너머 장선명은 배준우의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설마요?”배준우가 말했다.“안 싸웠어요?”“안 싸웠는데요? 싸운 건 아닌 거 같은데요?”그녀가 이것 때문에 가출했다면 두고 보자고 생각했다.방으로 돌아가라고 한 것인데 한밤중에 집을 나가 싸으니 말이다.장선명은 싸운 건 아니라고 했지만, 배준우는 당연히 믿지 멋했다.싸우지 않았는데 그렇게 울면서 집을 나왔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당신은 나태웅처럼 행동하지 마요.”“왜 저를 그 사람과 비교하세요?”전화기 너머의 장선명은 바로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자기를 나태웅 같은 쓰레기랑 비교하다니 말이다.그리고는 안지영은 언제 이렇게 속이 좁아졌나 생각했다.손님인 소아는 처음으로 군황산에 왔는데 안지영이 서재 문을 걷어찼다. 이런 그녀의 행동이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건지 궁금했다.“하지만 지금 지영 씨가 가출한 건 사실이에요. 심지어 직접 운전하고 있어요.”“뭐라고요?”장선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안지영이 집을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는 이미 불안해했다.그런데 그녀가 직접 운전하고 있다고 하니 더욱 미쳐버릴 것 같았다.전화 너머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장선명이 이미 밖으로 나선 모양이었다.배준우는 미간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임신한 여자는 더욱 신경 써주고 예뻐해 줘야 해요. 선명 씨가 큰소리로 말한 거 맞죠?”비록 안지영이 때
전혀 예상치 못한 안지영의 전화에 배준우는 화가 치솟았다.“모르겠어요. 일단 받아볼게요.”고은영이 생각하기에 안지영한테는 보통 무슨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특히 이 야밤에 말이다.이 시간에 전화한 것을 보니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다.고은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은영아… 흑흑.”고은영이 전화를 받자마자 안지영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원래 좀 졸렸던 고은영은 안지영의 울음소리를 듣고 배준우의 품에서 벌떡 일어났다.“지영아, 왜 울어? 무슨 일 있어?”“흑흑… 선명 씨, 정말 나쁜 놈이야.”고은영은 그 말을 듣고 몸을 뒤로 젖히며 배준우를 바라보았다.배준우 역시 눈썹을 잔뜩 찌푸리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전화기 너머로 안지영은 숨넘어갈 듯 울고 있었다.안지영은 전화 속에서 숨이 가빠질 정도로 울고 있었다.고은영은 지금까지 안지영이 이렇게 흐느껴 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예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끼 껏 해야 호통치거나 욕을 했을 뿐, 울지는 않았다.그녀를 울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안지영이 전화기 너머로 숨넘어갈 듯이 울고 있다.“무, 무슨 일이야?”고은영이 물었다.장선명이 안지영을 괴롭혔단 말인가?이 소식은 좀 뜻밖이었다.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한 이후로 줄곧 잘 지내는 것 같았다. 화내는 모습도 본 적이 없었다.장선명은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안지영에게는 진심이었다.그가 전에 나태웅과 맞서는 모습을 보아서는 안지영을 괴롭힐 사람은 아니었다.“나 지금 란완 리조트로 가는 길이야. 도착하면 연락할게.”“뭐라고? 가출한 거야?”고은영은 깜짝 놀랐다.고은영도 이제는 정말 걱정되긴 시작했다. 안지영은 엄연히 임신부다.이 밤중에 군황산을 떠나 란완 리조트로 자신을 찾아오다니, 얼마나 서러웠으면 이렀을까 고은영은 생각했다.가출이란 말을 하지 않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이 말을 들은 안지영은 욱 해 나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