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는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장선명을 바라보았다.장선명은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지영아, 너 먼저 올라가.”배준우가 말했듯이 임산부는 규칙적으로 자야 하는데 오늘 밤은 이렇게 소란이 났다.안지영이 임신한 후로 그들의 생활은 줄곧 아주 규칙적이었다.특히 장선명은 예전에 밤에 자주 외출했지만 안지영이 임신한 뒤로는 그 습관도 고쳐져 그동안 일찍 자는 것에 이미 익숙해졌다.그런데 오늘 제대로 쉬지 못해 원래도 아팠던 머리가 더 욱신거렸다.안지영이 침묵했다.장선명의 애써 참는 듯한 목소리를 듣고 소아가 스스로 달려든 여자인 걸 안지영은 백 퍼센트 확신했다. 그렇다면 소아가 해외에서 배워온 게 고작 이런 거란 말인가?“올라가.”안지영이 움직이지 않자 장선명은 다정히 달래듯 말했다. 결국 장선명의 설득에 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 먼저 올라갈게요.”“응, 얼른 가.”안지영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남은 건 장선명과 소아 둘뿐이었다.소아는 억울한 듯 장선명을 바라보았다.“넷째 오빠,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이모가 계셨다면 날 이렇게 서럽게 두지 않았을 거예요.”이 말에 장선명은 안지영의 말이 사실임을 더 굳게 믿게 됐다.소아를 보는 순간 역겨움만 치밀었고 장선명은 곧장 위층으로 향하며 차갑게 말했다.“여기서 꺼져. 다시는 오지 마.”“넷째 오빠.”“네 혼사의 일로도 다시 나를 찾지 마라.”이 말을 들은 소아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이게 무슨 말이야?“싫어요! 나 시집 안 갈래요. 넷째 오빠, 나한테 이러지 마요.”“내쫓아.”장선명은 싸늘하게 세 글자만 던지고 곧장 위층 모퉁이에서 사라졌다.소아는 무의식적으로 장선명을 따라가려 했지만 지시를 받은 도우미는 곧장 소아를 막아섰고 재빠르게 바깥의 경비실에 전화를 걸었다.소아는 크게 울부짖으며 소리쳤지만 장선명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안지영이 도대체 뭐가 좋은지 알 수 없다. 얼굴도 그다지 예쁜 편이 아니고 성격도 엉망인데 장선명이 어째서 그런 여자를 좋아하는
원래는 오늘 밤 푹 쉬려고 했는데 결국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다.애초에 안지영이 소아가 자신을 도발했다고 말했을 때 장선명은 그녀의 말을 믿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은 일부러 소란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심지어 안지영이 잘못 봐서 괜히 소동을 벌이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그런데 지금 상황은 소아의 행동이 의문스럽다.안에서는 도우미가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소아 아가씨, 도련님께서 전화로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시라고 분명히 말씀하셨어요.”“난 넷째 오빠가 직접 내 앞에서 말하는 걸 들어야 해. 너희가 꾸며낸...”“내가 말한 게 맞아.”장선명의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도우미와 소아가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을 꽉 잡은 채 싸늘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소아의 시선이 그들의 맞잡은 두 손에 머물렀고 눈빛이 어두워졌다.‘왜? 넷째 오빠와 저 여자가 단순한 거래 관계라고 하지 않았어? 거래라면 둘 사이의 모든 건 다 가짜잖아.’“넷째 오빠.”소아는 숨이 벅차오른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고였다.장선명이 소아를 보았다.“집으로 돌아가.”“지금은 한밤중이잖아요. 하루쯤 여기서 묵으면 안 돼요? 예전에도 같이 지낸 적 있잖아요.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장선명은 침묵했다.“설마 언니가 오해한 거예요? 언니, 나랑 넷째 오빠는 그냥 남매 같은 사이예요. 오늘 집 나간 게 혹시 나 때문인가요? 그렇다면 내가...”말을 하던 소아의 시선이 안지영에게로 향했고 눈빛은 억울함이 가득했다.마치 안지영이 소아와 장선명의 관계를 이상하게 몰아가서 자기 명예를 더럽히는 것처럼 보였다.진짜 제대로 된 여우다.안지영은 예전에 배준우 곁의 여자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 못 했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았다.이건 뭐지?마치 남자가 아무리 괜찮아도 밖에서 덮쳐 들어오는 여우같은 년들이 끊임없이 있는 법이다.안지영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속 무거운 응어리를 눌렀다.안지영이
“누가 울었어요? 나 안 울었어요.”“그래? 그럼 눈물이 마르지 않은 게 누구야?”장선명은 거칠게 입술을 맞췄다.안지영이 난리를 치자 장선명은 순간 당황해 화가 났지만 가슴 한구석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을 많이 신경 쓰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밤중에 울면서 차를 몰고 나온 걸 용서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이때 조금이라도 사고가 났으면 정말 큰 일이었을 것이다.안지영은 장선명을 노려보며 말도 하지 않았다.장선명은 안지영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소아는 그냥 내 사촌 동생이야. 괜히 오해하지 마.”“사촌 동생이면 내 앞에서 그렇게 도발해도 돼요?”“당연히 안 되지!” 장선명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말만 들으면 좀 웃긴 소리 같지만 장선명은 안지영을 믿고 있었다. 안지영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것이다.둘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지만 함께 지낸 시간은 꽤 길다. 안지영이 이렇게까지 말한 걸 보면 확실히 문제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괜히 울면서 뛰쳐나올 리가 없다.요즘 꼬이는 일들이 많아 장선명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장선명은 다시 안지영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집에 가자. 응?”“안 가요!”“아니, 왜 안 가는데? 네가 여기 있으면 배준우 눈 밖에 나는 거 몰라? 그리고 너랑 고은영의 문제는 단순히 둘만의 문제가 아니야. 이제 너희 둘 이미 결혼했어!”장선명은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리 절친이어도 결혼 전과 결혼 후는 완전히 다르다.하지만 안지영은 장선명이 또 고은영의 이름을 꺼내자 그대로 화가 치밀었다.“또 고은영 얘기야?”“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할게. 됐지?”장선명은 머리가 아팠다. 여자 둘이 얽히면 골치 아픈 법이라고 둘이 붙어 있으면 진짜 답답해서 숨 막힐 정도였다.안지영은 집에 가기 싫었다. 장선명이 아까 소아 때문에 자기한테 소리쳤던 게 떠올라 가슴이 답답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배준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안지영을
안지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화가 난 채로 돌아섰다. 더 이상 그와 말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장선명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아니, 이건 좀 말이 안 되잖아요. 우리는 진지하게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 거예요?”“거래요? 그럼 그 여자가 날 도발하는 듯한 눈빛은 뭐였는데요?”장선명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뭐라고요? 소아가 도발했다고요?”“그래요. 그런 눈빛이었어요. 당신이 등 돌리고 있을 때 말이에요. 당신한테 마음이 없다면 왜 나를 도발하겠어요?”장선명도 잠시 멈칫했다.도발이라니… 그의 표정도 살짝 어두워졌다.“소아 씨는 어디에 있어요?”안지영이 화가 나서 물었다. 지금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모두 날 선 질문이었다.장선명은 순간 멍해졌다.도발했다는 말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질문까지 들으니 머리가 아찔했다.“집에 갔겠죠. 집이 멀지도 않은걸요.”“군황산에 있다고 하면요?”“그럴 리 없어요. 집이 그렇게 가까운데 굳이 걔가 뭐하러요?”안지영은 돌아서서 장선명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장선명은 지금 화가 났다.소아가 왜 안지영을 도발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안지영은 함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결국 그녀를 믿기로 했다.깊게 숨을 들이쉰 장선명이 말했다.“기다려요.”안지영의 질투가 헛 된 것이었음을 보여줄려고 했다. 그는 곧장 휴대폰을 꺼내 군황산 쪽으로 전화를 걸었다.“도련님.”“소아 갔어?”장선명은 바로 스피커를 켜고 물었다. 그는 소아가 떠났을 거라 확신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에서 돌아온 답은 그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소아 씨는 군황산에 계십니다. 객실을 준비해 드렸습니다.”장선명과 안지영은 동시에 말을 잃었다.안지영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장선명이 그렇게 자신있게 전화를 거는 것을 보고 정말 자신이 오해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이 대답
안지영이 이혼하자고 하자 장선명은 안지영을 노려보았다.“지금 뭐라고 했어요?”“이혼하자고요!”“이 망할 여자가 정말.”말이 떨어지자마자 장선명은 몸을 일으켜 위압적인 기세로 다가갔다.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안지영은 가슴이 철렁하며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뭐, 뭐 하려고요? 경고하는데 함부로 행동하지 마요. 여기는 란완 리조트예요...”“감히 날 경고해요?”“아, 은영아!”안지영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순간 장선명에게 품에 붙들렸다.장선명은 그녀의 입을 막았다.“소란 피우지 마요. 준우 씨가 당신을 아주 싫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안지영의 커다란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싫어요, 소란 피울 거예요.”“당신 정말...”장선명은 화가 치밀었다.안지영은 그의 품에서 계속 발버둥 쳤다.예전 같았으면 두말없이 그녀를 제압했을 테지만 지금은 임신 중이라 거칠게 할 수 없었다.장선명의 입술이 점점 다가왔다.안지영은 소리를 지르며 피하려 했지만, 장선명은 조금도 기회를 주지 않았다.분이 치민 안지영은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그럼에도 장선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려 십 분이 흐른 후에도 그대로였다.안지영은 흐느끼며 장선명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했다.“이제 그만 울어요. 여기 올 때부터 계속 울었다면서요? 얼마나 운 거예요? 이래도 되는 거예요?”임신한 상태에서 이렇게 우는 건 아이에게 결코 좋지 않았다.“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에요.”“내가 당신 남편인데 내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요?”“뻔뻔한 자식!”“아니, 내가 왜 뻔뻔해요? 나는...”장선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소아 씨랑 서재에서 뭐 했어요?”“거래했어요.”다른 여자랑 있을 때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다.장선명은 안지영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안지영은 믿지 않았다.“거래요? 소아 씨는 뭐든 다 해주겠다
한밤중에 울면서 뛰쳐나온 이 망할 계집애를 그냥 재웠다가는 정말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장선명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어느 방에 있어요?”고은영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봐요…”“끝에서 두 번째 방이에요.”배준우가 고은영을 잡아끌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고은영은 배준우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이제 자야지.”안지영 때문에 고은영은 이미 밤을 새운 상태였다.이런 상황에서 잠자는 것이 걱정이라니, 참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고은영은 안지영이 걱정되어 장선명이 방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서도 몇 분을 더 기다렸다가 자리를 떠났다.안지영은 원래 성격이 급한 편이었다.장선명 역시 오늘 밤 이곳까지 오면서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이 둘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무탈하게 지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선명 씨가 지영이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겠죠?”고은영은 방으로 돌아와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장선명은 비교적 믿음직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에 나태현 역시 나쁘지 않았었다. 그래서 마음 한편은 여전히 불안했다.배준우는 그들과 친분이 있으니 자기보다 그 사람들을 잘 알 것이라 생각했다.배준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안 할 거야.”“정말이죠?”“나 씨 집안사람들과 달라.”배준우가 말했다.이 점에 있어서 그녀는 안지영이 오해했다고 확신했다.그의 말을 듣고서야 고은영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그럼 오늘 밤 군황산에 정말 여자가 있었단 말이죠.”“선명 씨는 문제없어. 그 여자는 모르겠어.”고은영은 머리가 띵해났다.이건 말을 하나 안 하나 다름없었다.장선명에게 문제가 없다면 그 여자가 문제 있다는 건데, 그 문제 있는 여자를 군황산으로 들여보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배준우가 고은영을 보며 말했다.“됐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자.”“지영이가 걱정돼요.”“걱정하지 마. 손을 쓰지는 않을 거야. 때리더라도 지영 씨가 때리겠지.”“때리다니요? 그건 절대 안 돼요!”임신한 안지영에게는 누가 손을 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