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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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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벌가 사위다 4980장
헬레나가 시후가 쉴 침대를 정리한 뒤,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은시후 씨, 그럼 먼저 쉬세요.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시고요.” “좋아요, 고마워요.” 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헬레나가 방을 나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이후 그는 방 안에 있는 욕실에서 간단히 씻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옷을 벗어 가지런히 정리하여 침대 끝의 벤치 위에 놓았다. 속옷을 빼고 시후의 몸에 있는 유일한 물건은 손에 꼭 쥐고 있는 반지뿐이었다. 그는 아직 온기가 남아 있고 은은한 향까지 풍기는 침상에 몸을 눕혔다. 이 온기와 맴돌고 있는 향기가 모두 우아한 헬레나에게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자, 시후는 잠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치밀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에 든 그 반지를 떠올리자 시후는 다시 속상해졌다. 시후는 반지를 손가락 끝에서 빙글빙글 굴리며 망설이다가, 결국 또 다시 약간의 영기를 주입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같았다. 반지는 ‘우웅’하는 소리를 내며 마치 의사가 접수되었다는 듯 말하는 것 같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시후는 울화가 치밀었다. 자신이 지금 반지한테 사기를 당한 것인가? 이런 빌어먹을 물건은 인터넷에 떠도는 가짜 투자 사기나 불법 도박 사이트보다도 더 악질이 아닌가. 끊임없이 뭔가를 요구하면서, 정작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온라인에서 사기를 치는 ‘작업형 사기꾼’들과 같아 보였다. 그들은 채팅을 이어가던 사기꾼들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사기를 치는 동안에는 대상에게 다정하게 말이라도 걸며 큰 관심과 보살핌은 줄 것이었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이 반지는 직업윤리조차 없는 사기꾼보다 더 나빴다.그런데도 시후는 자꾸 미련이 남았다. 시후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혹시 내가 반지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잘못된 걸까?’ 이런 생각이 들자, 시후는 반지를 왼손 중지에 끼우고 다시 영기를 주입해보았다. 혹시 손가락에 끼워야만 발동되는 게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하지
나는 재벌가 사위다 4979장
사실 시후에게 있어 수면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것이 되어 버렸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그의 몸은 피로를 느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그는 엄청난 양의 영기를 반지에 주입했다. 물론 배원단 한 알을 복용했지만 여전히 시후의 에너지는 완전히 보충되진 않았다. 이처럼 급속도로 영기를 소모한 탓에, 그의 몸은 평소와는 다르게 피로를 느끼고 있었다.헬레나는 시후의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감도는 것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 “은 선생님,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행궁은 오랫동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건물이라 당장 쓸 수 있는 방이 몇 개 없었다. 헬레나는 자신도 모르게, 시후를 행궁에서 자신이 사용하는 침실로 이끌었다.시후는 이곳에 처음 왔기에, 행궁의 내부 구조나 방 배치에 대해 잘 몰랐고, 또한 드물게 피곤함을 느끼던 중이라 별 의심 없이 헬레나를 따라 침실로 향했다.헬레나를 따라 도착한 방은 행궁 안에서 가장 넓은 침실로, 보다 정확히 말하면 꽤 큰 규모의 스위트룸이었다. 이 방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풍스러운 북유럽 스타일의 응접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었다. 이곳의 가구, 장식품, 심지어 바닥과 샹들리에까지 모든 것들이 최소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것들이었다. 예술적인 북유럽의 고전미가 느껴졌지만, 오랜 세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방 안에서는 쉽게 제거되지 않는 곰팡내가 배어 있었다.헬레나는 이 방에서 반나절 정도 있었기에 그 냄새에 이미 익숙해졌지만, 잠깐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니 그 냄새가 다시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연스레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해요, 은시후 씨. 방 안에서 곰팡이 냄새가 조금 배여 있어요. 건물이 오래된 탓도 있고, 여기 베르겐은 비가 많이 와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시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해요.”헬레나는 몸을 살짝 숙이며 안쪽 침실을 가리켜 말했다. “은시후 씨, 침실은 안쪽에 있어요. 잠
나는 재벌가 사위다 4978장
이 시각, 베르겐 남부 교외의 한 농장 안에서는 이미 숨이 끊긴 상태의 다수의 시신들이 방 안에 쓰러져 있었다. 농장 입구에는 영어로 된 팻말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이런 장소는 원래부터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외진 곳인데다, 혹시 누군가가 지나가더라도 이 팻말을 본다면 더 이상은 이 농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만약 미스터리 조직이 더 이상 사람을 보내 이곳을 조사하지 않고 이곳이 발각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다면 적어도 시신들이 심하게 부패해 악취가 수백 미터를 퍼질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최소 5일에서 7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따라서 이것은 릴리가 노르웨이를 벗어나는 데 충분한 시간을 벌어줄 수 있을 것이다.한편, 시후가 살려준 7명의 특수부대원들은 밤새 달려 일출 후에 오슬로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도착했다. 물론 오슬로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 해도 해발이 500미터도 되지 않았다. 성도민은 이들을 무사히 편입시킨 후, 임시로 오슬로 시내에 은신시켜 두었고, 이후 시후의 다음 지시를 기다리기로 했다.그 시각, 시후는 행궁으로 돌아온 후 내내 기분이 찜찜하고 우울했다. 결국 반지 하나를 위해 귀중한 배원단 한 알을 썼지만, 별다른 효과도 없이 단지 몇 번의 ‘웅웅’대는 소리만 들었을 뿐이기 때문이다.시후는 본래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배원단은 매우 희귀하고 값진 물건이었기에 이처럼 허무하게 낭비되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파왔다.한편, 시후를 기다리느라 헬레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녀는 할머니와 나눈 대화가 자꾸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시후의 아이를 갖는 것이지만, 그녀는 시후가 이미 결혼했고, 주변에는 그를 좋아하는 여자가 넘쳐나며, 시후는 정작 자신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시후가 진심으로 자신과 어떤 관계를
나는 재벌가 사위다 4977장
반지를 집어넣은 뒤, 시후는 다시 차를 몰아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그런 뒤 시후는 머리 속으로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용히 되짚어보았다.미스터리 조직이 파견한 특수 부대는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릴리라는 여자아이는 시후에게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비록 시후가 그녀에게 최면을 걸었고, 그녀가 한 말에는 큰 허점이 없었지만, 시후는 여전히 어딘가 모르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도무지 무엇이 이상한지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그러던 중, 시후의 머릿속에 문득 하나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릴리 앞에 놓여 있던 책상이었다. 그 책상의 위에는 동전이 놓여 있었고, 그 동전들 주변에는 마치 복잡한 점괘의 배열처럼 보이는 선들과 윷가락이 함께 있었다.이 장면을 떠올린 시후는 《구현보감》에 기록된 점술에 대한 내용을 문득 떠올렸다. 그중 육효팔괘에서는 세 개의 동전을 사용해 점괘를 보는 방법이 존재했다. 그래서 세 개의 동전까지는 시후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 옆에 있던 윷가락은 도저히 그 원리를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구현보감》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기 때문이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는 결국 미국에 있는 풍수가 박청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청운은 시후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점술에 가장 능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그에게 동전과 윷가락을 이용한 점술이 어떤 방식인지 물어보기로 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다. 시차 때문인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박청운은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 그는 시후의 전화를 받고는 매우 흥분하며 공손히 말했다. “도련님!”시후는 정중하게 말했다. “선생님, 갑작스레 연락을 드려 죄송합니다.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박청운은 급히 말했다. “도련님, 여쭤보다니요. 언제든지 편하게 말씀만 해주십시오!”시후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선생님, 점술을 오래 해오셨는데... 혹시 동전과
나는 재벌가 사위다 4976장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따르면, 에너지는 무에서 생겨날 수 없고, 무로 사라질 수도 없는 존재와 같다. 이것은 마치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야외에 두었을 때 물이 완전히 식는다고 해도 그 열기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공기와 주변 사물들을 통해 자연 속으로 방출된 것에 불과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다만, 물 한 대야의 열량은 자연 전체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긴 하지만, 아무리 미미하다고 하더라도, 실재하는 에너지임은 분명한 것과 같은 것이다.하지만 시후가 반지에 주입한 영기는 마치 바다에 돌을 던졌을 때 가라 앉아 버리는 것과 같이 아무런 반응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시후는 점점 더 이 반지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보기에 법기는 일종의 전자 기기와 같았는데, 차이점이라면 법기는 영기로 작동하는 것이고, 전자 기기는 전기로 작동할 뿐이었다. 전기를 온수기에 공급하면 열에너지로 변하고, 전기를 모터에 공급하면 운동 에너지로 변하며, 전기를 전등에 공급하면 빛 에너지로, 전기를 전기 분해 장치에 공급하면 화학 에너지로 변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원리로, 영기를 경뢰령에 주입하면 천둥으로 변하고, 천혼인에 주입하면 강철도 뚫는 날카로운 검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반지는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영기를 빨아들였지만, 그저 몇 번의 ‘윙윙~’ 하는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고 작은 반지가 마치 검명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것 자체도 이상했다. 이 현상은 마치 선풍기에 전원을 연결했는데, 날개는 돌지 않고 바람도 전혀 없지만 갑자기 바람 부는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너무 이상해서 설명할 길이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시후는 의아함을 품은 채, 마치 도박판에서 눈이 돌아가 칩을 계속 던지는 도박꾼처럼 계속해서 반지에 영기를 주입했다. 심지어 시후는 몸속 영기의 절반이 소모되어버릴 때까지 영기를 주입했지만, ‘웅~’ 하는 소리 외에는 아무런 반응도 얻지 못했다.시후는 짜증이 커져갔다.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시후는 그는 아예 한 알 남은 배원단을 꺼내
나는 재벌가 사위다 4975장
노인이 릴리의 말을 듣고 급히 물었다. “아가씨, 그 사람이 아가씨의 기억을 지운 일을 실패한 걸 알고 있습니까?”릴리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모르죠. 알았다면 우리를 이렇게 쉽게 풀어줬을 리가 없잖아요.”노인은 그 말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보아하니 아무리 뛰어난 능력도 아가씨에게는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요.”릴리는 쓸쓸히 한숨을 쉬며 허탈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제게 남겨 주신 능력은 많지 않아요. 그중 하나가 바로 이거죠.” 그녀는 말을 마치고 노인에게 말했다. “가서 짐을 좀 챙기세요. 꼭 필요한 것 외엔 다 놔두고요.”노인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고 서재를 나갔다.노인이 떠난 후, 릴리는 책상 서랍에서 작은 사진 하나를 꺼냈다. 릴리는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버지, 이 불효한 딸을 용서해 주세요... 아버지께서 목숨 걸고 남기신 반지를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제가 그 반지를 지켜낼 능력이 없었어요. 오늘 그 은시후 씨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면 저는 이미 암살자들에게 납치당했을 거예요. 은시후 씨는 나쁜 사람 같지 않았고,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러니 반지가 그의 손에 있다면,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아버지, 은시후 씨는 저희와 같은 적을 갖고 있어요. 게다가 그는 아직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숨어 있는 상태인 것 같아 보여요. 어쩌면 언젠가, 그가 저희들의 공동의 원수를 처단하고,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줄지도 몰라요!”그렇게 말하고 난 릴리는 침묵에 잠겼다. 그녀는 조금 전, 시후가 반지를 손에 쥐었을 때 반지에서 울려 퍼졌던 울림 소리를 떠올렸다. 반지에서 퍼졌던 맑고 청명한 울림은 매우 인상 깊었다.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굳힌 듯했다. 그녀는 사진과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동전을 가방에 넣고, 조용히 서재를 나섰다. 건물 바깥에서는 노인이 짐을 챙기고 있었다. 그는 필요 없는 물건들을 꺼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