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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1화

작가: 은광수
그러고는 세면대 위에 놓았던 바나나 반 개를 크게 베어 물고 바로 문을 열었다.

“변비 때문에 바나나 좀 먹은 거야. 넌 허구한 날 이상한 생각만 하더라?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어?”

애교의 반격에 남주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남주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다. 남주는 애교를 꿰뚫어 볼 듯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설마 내가 네 말을 믿게 하려고 일부러 바나나를 먹어버린 건 아니지? 그렇다면 정말 비위가 좋은데? 어떻게 자기 걸...”

남주는 말하면서 애교의 치마를 바라봤다.

그 뜻을 이해한 애교는 인정사정없이 남주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변태야?”

남주 누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헤실 웃었다.

“농담이야.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까? 네가 나랑 같았으면 호르몬 이상이 생길 리도 없잖아. 게다가 네 얼굴과 몸매면 손가락 까딱하면 남자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텐데, 그런데 너 정말 해결할 생각 없어?”

“우선 남편이랑 얘기해 볼게. 어떻게 말하는지 보고.”

“네 남편은 절대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걸? 아니면 내가 먼저 찔러봐?”

남주의 제안에 애교도 왠지 괜찮겠다 싶어 얼른 남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부탁할게. 네가 나 대신 우리 남편 좀 찔러 봐. 꼭 녹음 혹은 영상 증거 남겨야 해.”

“너도 이미 다 알고 있나 보네. 입으로는 그렇게 부인하더니”

남주는 한숨을 쉬며 애교의 손등을 토닥였다.

애교는 사실 집안일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왕정민의 약점을 잡으려면 남주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미 마음을 편히 먹었기에 남이 알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찌 됐든 왕정민과 이혼하는 건 기정사실이니 다른 사람이 아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니까.

“지금 마침 한가하니까 이따가 정민 씨 회사에 들를게.”

남주의 말에 애교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

“무조건 조심해. 절대 발각되지 말고. 안 그러면 너한테 무슨 짓 할지 모르니까.”

“왕정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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