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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못 지킬 약속은 왜 했어?

Penulis: 꽃길마다
“아가, 이건 외할머니가 네 결혼식 하라고 모아둔 돈이란다. 너랑 승준이가 이제 결혼하게 될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이걸로 준비해라.”

외할머니는 시아의 손을 꼭 붙잡고, 그 손을 승준의 손 위에 겹쳐 올리고, 두 사람이 맞잡은 손에 카드를 쥐여주었다.

시아의 얼굴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외할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승준의 결혼 소식은 이미 온 세상에 퍼졌고, 외할머니 역시 분명 봤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 흐려진 외할머니는 신부가 당연히 시아라고 믿고 있었다.

“승준아, 외할머니랑 약속해. 시아한테 잘해주겠다고.”

외할머니는 승준의 손을 붙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외할머니. 시아한테 평생 잘할 거예요. 우린 생사고락을 함께하기로 약속도 했거든요. 이생이 다할 때까지 절대 손 놓지 않을 거라고.”

승준의 말에 시아의 심장이 다시 한번 쿡 찔렸다.

4년 전, 출장 중에 승준은 시아를 데리고 만불산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 삼생석 앞에서 두 사람은 세 번 절을 올리며 맹세했다.

이번 생뿐만 아니라 다음 생까지도 함께하겠다고.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고.

하지만 두 사람은 이번 생조차 지켜내지 못할 것이다.

맹세는 결국 깨지기 위해 존재했고, 약속은 배신을 위한 도입부일 뿐이었다.

“시아야, 승준아, 결혼식 날 꼭 나 데리러 와야 해. 외할머니가 너희 둘 결혼식을 보고 싶어.”

외할머니는 다정히 당부했다.

“외할머니, 꼭 올게요. 저희가 절도 올려야 하잖아요.”

승준은 외할머니 앞에서만큼은 회사 대표도, 냉정한 남자도 아닌 그저 시아의 연인이었다.

요양원을 나선 후 시아는 가슴 깊숙한 곳까지 무언가로 꽉 막힌 듯 답답했고, 눈가엔 금세 눈물이 맺혔다.

“못 지킬 약속은 왜 약속했어?”

‘나와 결혼할 생각도 없으면서 왜 결혼하겠다고 말한 거야?’

‘외할머니 데리러 갈 일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말했어?’

승준은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확인했다.

은채가 보낸 메시지를 읽으며 손가락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심히 입을 열었다.

“조금 있으면 잊어버리실 거야. 일단 기분 좋게 해드리는 거야.”

승준이 방금까지 외할머니 앞에서 한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달콤한 위로였고, 그저 일시적인 달래기일 뿐이다.

승준이 시아에게 했던 사랑한다는 말,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말도 결국 같은 거였다.

“은채가 야식 만들어서 갖다준대. 나 먼저 갈게. 넌 택시 타고 가.”

승준은 핸드폰 화면을 시아에게 들이밀며 은채와의 메시지까지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었다.

너무도 당당했다.

하지만 승준은 잊고 있었다.

시아는 승준의 여자이고, 승준이 사랑하는 사람은 시아였는데, 그런 시아에게 다른 여자와의 다정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건 시아의 가슴을 칼로 찌르는 일이었다.

“응.”

단 한 글자. 그 이상 말을 하면 눈물이 쏟아질까 봐 삼켰다.

마음은 이미 죽었지만 고통은 여전히 선명했다.

속이 찢기고, 폐까지 뜯겨나가는 듯한 통증이었다.

지난 3개월, 시아는 세상에서 가장 참기 힘든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7일 뒤, 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과연 넌 어떤 기분일까.’

‘아픔이라는 걸 한 번을 느낄 수 있을까?’

승준은 차를 타고 떠났고, 남자의 모습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시아를 이 외로운 밤에 홀로 남겨두고 떠났다.

시아는 사랑에 눈 먼 사람은 아니었다.

은채가 돌아온 순간부터 승준의 마음이 자신에게서 떠났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승준은 시아를 완전히 놓지 않았다.

아마도 시아가 아직 승준에게 이용가치가 있어서일 것이다.

지난주, 시아는 승준이랑 친구 둘이 나눈 통화를 우연히 듣게 된 적이 있었다.

“은채가 굳이 결혼식 준비를 시아한테 맡기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잘랐을 거야.”

“...”

시아를 아직 곁에 있는 이유는 은채가 원했기 때문이었다.

시아는 손 안의 카드를 꼭 쥐었다. 손바닥이 아릴 정도였다.

뒤돌아본 요양원 창문에는 등이 굽은 외할머니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시아는 고아였다.

시아의 어머니는 시아를 낳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고, 외할머니가 시아를 맡아 길렀다.

이 세상에서 시아에게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할머니였다.

2년 전, 외할머니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지금껏 버텨온 것만도 기적이었다.

외할머니의 바람은 그저 손녀가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싶은 것이 전부였다.

시아는 폰을 꺼내 대화창 맨 위에 고정된 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랑 결혼해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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