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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도도화
강수진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갑자기 하도원과 임서율에게 집중됐다.

성운 그룹과 재호 그룹이 라이벌 관계라는 건 이곳 행사장에 있는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지금 이 상황은 그다지 좋을 게 없었다.

여차하면 이상한 뒷말이 나올 수도 있는 분위기였으니까.

임서율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하도원 대신 답했다.

“실수로 하 대표님의 신발을 밟아버려서 사과하려던 참이었어요. 혹시 사과하는 것도 문제가 되나요?”

그때 가만히 상황을 보고 있던 하도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습니다. 임서율 씨가 사과하려던 차에 차 대표님이 갑자기 오셔서 사과가 끊겨 버렸죠.”

차주헌은 하도원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매우 불편한 사람처럼 좀처럼 표정을 풀지 않았다.

“삼...”

“이렇게 된 거 차 대표님이 아내분 대신 사과하는 건 어떨까요? 안 그래도 여성분한테 사과의 말을 들으려니 영 못될 짓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도원은 차주헌의 말을 가볍게 자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임서율은 옆에서 그 말에 듣고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하도원을 바라보았다.

‘뭐 이런 뻔뻔한 인간이 다 있지? 아까 나한테 그런 짓까지 해놓고 뭐? 영 못될 짓을 하는 것 같아? 하!’

한편 차주헌은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잔뜩 굳은 얼굴로 하도원을 바라보았다.

임서율은 오늘따라 차주헌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 하도원 앞에 서니 묘하게 불안하고 또 초조해 보였다.

하도원은 침묵이 길어지자 눈썹을 꿈틀거리며 재촉했다.

“공처가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꼭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반말을 한 것도 아니고 화를 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의 말에서는 압박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만약 예전의 임서율이었으면 지금쯤 앞으로 나서며 차주헌을 감쌌을 것이다. 언제나 자기보다는 차주헌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나설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한번 보고 싶었다. 차주헌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자존심 강한 차주헌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과연 그녀를 위해 라이벌 회사의 대표에게 사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분위기가 점점 더 싸늘해져 가자 옆에 있던 강수진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하 대표님, 큰일도 아닌데 사과까지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기분이 나쁘셨다면 저희가 똑같은 신발로 변상해 드릴게요.”

하도원은 강수진을 힐끔 보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그쪽은 차 대표님 애인이라도 되나 보죠?”

그의 한마디에 강수진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차주헌은 그런 그녀를 자신의 뒤로 보내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분은 저희 회사에 새로 입사한 강수진 씨입니다.”

하도원은 시선을 내려 손목시계를 한번 확인하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기억할 필요가 없는 사람의 이름은 머리에 저장해두지 않는 편이라.”

강수진은 그 말에 굴욕감을 느낀 듯 눈이 빨개져서는 차주헌의 옷을 살짝 잡아당겼다.

“주헌아...”

차주헌은 주먹을 한번 쥐었다가 풀더니 이를 꽉 깨물며 다시금 말을 내뱉었다.

“제 아내가 잘못한 건 당연히 남편인 제가 책임을 져야죠. 말씀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하도원은 옆을 지나가던 웨이터를 불러세우더니 그의 손에 들린 샴페인 병을 집어 들었다.

“이거 한 병 다 마시면 없던 일로 해드리죠.”

“안 돼요!”

강수진이 재빨리 외쳤다.

“주헌이는 주량이 약해서 그렇게 많이 못 마셔요. 제가 대신 마실게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샴페인을 집어 들고 마시려는데 차주헌이 화를 내며 빼앗아갔다.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한잔도 못 마시면서 지금 뭐 하는 거야!”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던 임서율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이 들어 얼른 곁에 있는 의자를 덥석 잡았다.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고 한심해 미칠 것 같았다.

차주헌은 샴페인을 그대로 원샷 하기 시작했고 강수진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런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하도원은 의자에 기댄 채 두 사람의 모습을 구경하다 차주헌이 술병을 다 비우자마자 곧바로 박수를 보내왔다.

“차 대표님 술 잘 드시네요. 약속대로 아내분 일은 없던 일로 해드리죠.”

그는 말을 마친 후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으며 유유히 행사장을 벗어났다.

차주헌은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속이 울렁거렸지만 꾹 참고 임서율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살짝 휘청이며 그녀에게 수화했다.

“하도원은 무서운 인간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근처에 있지도 마.”

임서율은 그가 넘어지지 않도록 팔을 부축해주었다.

“알겠으니까 이만 집으로 가자. 너 취했어.”

차주헌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이번에는 강수진에게 말을 건넸다.

“너는 택시 타고 가. 도착하면 문자 하고.”

“응, 알겠어.”

강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행사장을 나가려다가 할 말이 남은 듯 다시 고개를 돌려 임서율을 바라보았다.

“주헌이 잘 부탁해요. 아마 내일 아침 일어나면 위가 아프다고 할 테니까 죽 좀 꼭 끓여주고요.”

임서율은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더니 대답이 아닌 대뜸 당부의 말을 건넸다.

“조심해서 가요. 그리고 회사에서도 얘기했지만 호칭에 주의해주세요. 유부남과 이상한 스캔들에 휘말리는 거, 수진 씨도 원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그녀는 말을 마친 후 강수진에게 반박할 기회도 주지 않고 차주헌과 함께 밖으로 나가버렸다.

강수진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되로 주려다 말로 받아버렸다.

임서율은 차주헌을 부축하며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다 부가티 차량에 기대있는 하도원과 눈이 마주쳐버리고 말았다.

하도원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고 입에는 담배를 물고 있었다.

차갑고 시린 그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임서율은 괜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얼른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차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마치 짐짝을 밀어 넣듯 차주헌을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차량이 하도원의 옆을 스쳐 지나갈 때 임서율은 일부러 시선을 내리며 옆을 보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눈을 마주쳐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아까 행사장에서 하도원이 했던 행동은 누가 봐도 시비였다. 아무리 서로 라이벌 회사라고 해도 오늘 일은 지나쳤다.

하지만 제일 이상했던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망설임 없이 차주헌이라고 답할 것이다.

오늘 그는 평소와 달리 꼭 만나면 안 될 사람을 만난 것처럼 불편해하고 또 조금 초조해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었나?’

임서율은 이런저런 추측을 하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알코올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리 샴페인이라도 한 병을 다 마시니 소주 못지않게 냄새가 독했다.

차창을 열고 환기를 조금 시키고 나니 그제야 냄새가 조금 가라앉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온 후, 임서율은 비서인 이재우와 함께 차주헌을 부축해 방으로 들어갔다.

이재우는 차주헌을 침대까지 데려다준 후 임서율을 보며 말했다.

“사모님, 그럼 저는 숙취해소제 좀 사서 오겠습니다.”

“그래요.”

임서율은 차주헌에게 물이라도 떠줄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차주헌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잔뜩 취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가지 마... 내 곁에 있어...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널 다시 내 곁에 데려다 놓을게. 수진아...”

임서율은 그 말에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그녀는 차주헌이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노력하고 또 가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게 전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차주헌이 힘들 때도 늘 곁에 있어 줬고 그가 접대를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도 불평불만 한번 없이 옷을 갈아입혀 주고 위가 아플 그를 위해 약과 죽을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이것 또한 그녀의 착각이었다.

차주헌을 움직이게 한 동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강수진이었다.

“나는... 나는 대체 너한테 뭐였어?”

임서율은 쌔근쌔근 잠이 든 차주헌을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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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남주가 너무 쓰레기예요! 하도운이 남주라고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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