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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2만원짜리 케이크

작가: 우주멍
전화기 너머에서 탁자와 의자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이어졌다.

감격에 겨워 떨리는 설전룡의 음성이 들려왔다.

[큰 형님, 정말 큰 형님이십니까? 어디 가셨던 겁니까?]

[그동안, 큰 형님 소식이 전혀 없어 저희들 모두 초조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형님 신분이 극비라 명령 없이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

동혁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귀찮은 인간들이 있었어. 괜찮아, 지금은 이미 회복했어.”

[설마 형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누굽니까? 큰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모두 이끌고 가서 납작하게 밟아버리겠습니다.]

분노한 설전룡이 목소리를 높였다.

“됐어.”

동혁의 얼굴이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워졌다. 이씨 집안의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

“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

“오늘 밤 안에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하는 걸로 조치를 취해!”

“동시에 2조 원을 H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종군 3년 동안, 수하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웠을 뿐 아니라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게 바로 천룡투자그룹이었다!

그는 천룡투자그룹을 이용해서 세화를 도울 생각이었다!

[예!]

설전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큰 형님, 제가 즉시 H시에 가겠습니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안팎으로 시끄럽게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항들은 제가 직접 보고하는 게 좋겠습니다.]

“좋아.”

……

천룡투자그룹, H시 전격 진출!

이 소식은 마치 천둥 같이 그날 밤 H시 전체로 퍼졌다!

이렇게 되면 H시 내의 여러 세력 가문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

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고의 대자본이다. 수중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업이었다.

만약 H시 어느 한 가문이라도 천룡투자그룹을 먼저 잡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그 세력을 키우게 되는 건 물론, H시 최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

이튿날 아침, 스스로 병원을 나온 동혁은 먼저 진씨 가문으로 갔다.

진씨 집안의 저택.

진씨 집안 최고 어르신, 진한영의 칠순 연회로 저택 안은 여기저기 떠들썩한 웃음소리와 함께 즐거운 분위기였다.

“손녀 진화란이 1억2천만원 상당의 진품 다기 세트를 선물했습니다!”

“손자 진태휘가 8천만원 상당의 금불상을 선물했습니다!”

진한영은 연회장 내에 준비된 단상 위에 앉아 있었다. 단상 아래에서 사람들이 잇달아 축하 선물을 바치는 것을 바라보는 얼굴이 홍조를 띠었다.

저택 안은 온통 화기애애했다. 바로 그때…….

“손녀 진세화가 직접 만든 케이크를 올렸습니다. 2만원 상당입니다!”

모두 멍한 표정을 짓다 이내 얼굴을 찡그렸다. 그리고 케이크를 들고 있는 세화를 쳐다보았다.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지금 나한테 들고 온 거냐?”

진한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할아버님, 저는…….”

세화가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어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사촌언니 진화란이 비웃으며 말을 끊었다.

“진세화, 할아버님 70세 생신에 우리 선물은 모두 천만, 억 단위야. 그런데 너는 이런 케이크 쪼가리를 가져와? 너처럼 인색한 손녀가 또 어디 있겠니?”

화란은 자신보다 예쁜 세화를 내내 질투해왔다. 그래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렸을 때부터 좋지 않았다.

순간, 쓰라린 속을 몰래 달래며 세화가 작은 소리로 해명했다.

“언니, 나도 달랑 케이크 하나 드리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 우리 집 형편이 안 좋아. 빚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회사도 언제 도산할 지 알 수 없고…….”

“왜? 돈 없다고 울기라도 하려고? 네가 돈 없는 건 모두 너 때문 아니야?”

탁!

냉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온 진화란이 오른손을 들어 케이크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이런 케이크 조각은 개도 먹지 않아.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걸 가지고 올 생각을 한 거야? 무슨 낯으로 할아버지 생신을 축하하겠다는 건 지, 원.”

뭉개진 케이크를 보며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

케이크는 밤새 정성을 다해 만든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에게 이렇게 미움을 받을 줄을 몰랐다.

이때 화란의 오빠 진태휘가 앞으로 나서며 경멸스럽다는 듯이 세화를 힐끗 보았다.

“진세화, 너 이 따위 선물을 핑계로 생신 음식 얻어먹으려던 거 아니야?”

“물론 할아버님 생신연회를 위해 산해진미를 준비했지, 너희 가족은 평소에 볼 수도 없는.”

일시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와르르 웃었다.

“진태휘의 말이 맞아. 내가 보기에 저들 가족은 정말 얻어먹으러 온 것 같아.”

“그런데 이런 산해진미를 먹을 자격이 저 가족에게 있기나 하겠어?”

“주방에 말해서 국수나 한 그릇 갖다 주라 할까?”

“그것도 너무 봐 주는 거 아니야? 어제 남은 음식 좀 주면 되지 뭘. 저 가족에게는 그것도 분에 넘쳐!”

따라 웃는 진한영의 안색이 누그러졌다.

“국수를 준비해. 남은 음식은 개에게 던져 주고.”

“역시 할아버님은 마음이 넓으세요. 진세화, 빨리 할아버지께 감사드려.”

화란이 조롱의 시선으로 세화를 바라보았다.

세화는 입술을 깨물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됐다. 연회가 이제 시작하니, 화란이 네가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안배하도록 하려무나.”

진 노인은 세화의 반응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손을 휘이 저으며 당부했다.

진한영의 명령을 받은 화란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가문을 위해 20억 이상의 기여가 있는 사람은 메인 테이블에 앉으세요!”

“10억 이상 기여한 사람들은 첫 줄에 앉으세요!”

“2억 이상 기여한…….”

……

곧 모두 자리에 앉았다.

유독 세화 일가만 남아서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세화는 온통 빨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화란 언니, 우리 가족은 어디에 앉아?”

화란이 조롱의 웃음을 지었다.

“어디에 앉냐고? 저기 구석에 접이식 테이블과 의자가 있잖니? 너희 가족은 저기에 앉아. 이따가 국수 세 그릇 갖다 주라고 할 테니까!”

이것은 너무 모욕적이었다. 세화가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모두 한 집안 사람들인데, 왜 우리 가족에게만 이러는 거야?”

화란이 같잖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왜, 못 받아들이겠어? 좌석은 모두 가문에 공헌한 게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거야. 공헌한 게 클수록 자리가 좋을 거고. 공헌이 작으면 자리가 나쁘겠지!”

바로 이때, 입구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2조 원을 기여한 사람은 어느 테이블에 앉아야 합니까?”

‘2조 원을 기여해?’

‘누가 감히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니, 세상에, 입구에 이동혁이 서있었다.

순식간에 폭소가 터졌다.

“나는 또 누구인가 했더니 이동혁 저 바보였구나!”

“2조 원이 얼마인지 알기나 할까? 뒤에 0이 몇 개 있는지도 모를 걸!”

진한영이 용이 조각된 녹나무 의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만약 네가 2조 원을 기여할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를 너에게 양보하지. 어떤가?”

“안타깝게도 바보 같은 네놈은 동전 하나 못 꺼낼 것 같군.”

진한영의 한마디에 사람들이 다시 크게 웃었다.

화란은 불쾌하게 생각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진세화, 이 바보를 우리 집안 대문에 들어오게 해? 너, 창피한 줄도 몰라?”

세화의 가족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바보가 왜 쫓아온 거야? 빨리 안 꺼져?”

장모 류혜진이 손을 들어 동혁을 쳤지만 살짝 스친 정도였다.

사람들이 모두 벙찐 표정으로 이상하다는 듯이 동혁을 바라보았다.

‘평소 이 바보, 맞기만 하더니만 오늘은 웬일이야?’

‘설마, 바보가 아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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