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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作者: 리치 사랑
이 프로젝트는 오랜 시간 준비해 온 만큼 풍산 그룹의 디자인 철학과도 가장 잘 맞는 자신이 있었다.

안다혜는 혹시라도 실수가 없을까 세 번 네 번 확인하며 실패할 가능성을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서진우가 도발하는 몇 마디 말로 흔들릴 상대가 아니었다.

자리로 돌아온 안다혜는 서진우가 투표함에 입찰서를 넣고 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서진우 얼굴에 엷게 번진 의미심장한 미소가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안다혜는 다시 한번 이번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그리고 자신이 제출한 입찰서를 머릿속에서 꼼꼼히 떠올려 봤다.

다시 생각해 봐도 모두 완벽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서진우 같은 사람은 어차피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인물이었다.

모든 참가자가 입찰서를 제출하고 나니 십여 분이 훌쩍 지났다.

그제야 담당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투표함을 뒤쪽으로 옮기겠습니다. 저희 고위 임원진이 서류를 모두 취합하고 최종적으로 대표님께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나중에 결과가 발표되니 여러분은 편하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그 말을 듣자 안다혜는 본능적으로 붉은 입술을 꾹 다물었고 무심결에 손끝까지 힘이 들어갔고 가슴이 조여왔다.

수개월간 모든 걸 걸고 준비해 온 프로젝트가 이제 운명이 달린 순간이었다.

서진우는 그녀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다혜의 불안한 기색이 엿보이자 속으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네가 얼마나 긴장해 봤자 이번 프로젝트는 절대 네가 가져갈 수 없어. 부디 그 사람이 실수하지 말아야 하는데...’

...

그 시각 회의실 한쪽.

“태안 그룹 입찰서는 어디 있어?”

윤해준은 눈앞에 놓인 열 장의 최종 입찰서를 바라보며 아까 무대에서 발표하던 담당자를 날카롭게 불렀다.

그러자 담당자는 식은땀을 닦으며 허둥지둥 대답했다.

“대표님,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방금 고위 임원진에서 넘겨준 서류만 취합해서 가져온 거라 세부 명세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확인해.”

‘이 상황이라면 분명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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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윤해준의 마음을 알았지만 계속 그의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이건 그녀와 서진우의 문제이고 언젠가는 매듭을 지어야 했다.안다혜와 서진우 쪽의 일은 김미진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에게 와서 알려주었던 것이다.그녀에게 가서 간섭할지 묻자 김미진은 막아섰다.“다혜의 일이야. 다혜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야.”오늘 파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안다혜를 알게 되었지만 이것 역시 그녀에게 이름을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안소현은 군중 속에 숨어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그녀는 안다혜와 서진우가 크게 싸우기를 바랐고 서진우 저 쓸모없는 인간이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랐다.허종혁은 그저 냉담하게 지켜볼 뿐이었다.지난번 안다혜가 녹음 파일을 공개한 이후로 그는 안다혜에게 사랑보다는 증오심을 더 많이 느끼고 있었다.예뻐서 무슨 소용인가. 속셈이 너무 많은데. 저런 여자는 집에 들여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었다.윤해준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결국 안다혜를 믿고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에게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준 것이다.그녀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니니까. 그녀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었다.윤해준은 입술을 오므렸다. 안다혜가 자신에게 의지하길 바랐지만 그녀의 날개를 꺾고 싶지는 않았다.안다혜의 아름다운 눈은 서진우를 쏘아보며 그의 꼴사나운 모습에서 익숙한 느낌을 조금이라도 찾으려고 했다.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어쩌면 그녀가 너무 고집스러운 탓일지도 모른다.서진우는 안다혜를 보며 웃었다. 그의 눈에서는 희망이 번뜩였다.“다혜야, 지금이라도 제비를 버리고 나한테 돌아와. 기회를 줄게. 너 예전에 나 엄청 사랑했잖아. 어떻게 나를...”버릴 수 있어...짝하는 소리와 함께 서진우의 말이 끊겼다.그는 얻어맞아 돌아간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 안다혜를 쳐다봤다.“너, 지금 나 때린 거야? 감히 나한테 손을 대?”“진작부터 널 때려주고 싶었어.”안다혜는 냉소를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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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굴을 맞은 서진우는 그들과 대비되어 더욱 초라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서진우 역시 그 사실을 알아차린 듯 주먹을 꽉 쥐고 안다혜와 그 남자가 잘 어울리는 모습을 쏘아봤다.걷잡을 수 없는 질투심이 솟아올랐다.“다혜야, 너 겨우 저런 제비 때문에 날 버린 거야? 쟤는 가진 것도 없잖아.”서진우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잊지 마. 내 뒤에는 서림 그룹이 있어. 그런데 쟤는 뭐가 있는데? 넌 분명 후회할 거야!”남자는 미친 듯 날뛰며 안다혜를 협박했다.하지만 안다혜는 그의 손을 쏘아보며 냉랭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누구한테 손가락질이야? 이건 내 선택이야. 함부로 서림 그룹 이름 팔지 마. 서림 그룹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잖아?”“서림 그룹이 없어도 네 옆에 있는 저런 제비보다는 내가 훨씬 낫지! 쟤가 뭔데!”서진우는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하며 조롱이 가득한 눈으로 안다혜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놓쳤다는 듯 말이다.안다혜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그녀는 윤해준에게 기대어 팔짱을 끼며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한번 말하는데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은 너와 함께했던 시간이야.”이 말을 내뱉자 안다혜는 옆에 있는 남자의 몸이 굳어지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그녀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서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와 함께 했던 과거가 나에게는 가장 수치스러운 시간이었어.”“지금 뭐라고 했어?”서진우는 안다혜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너 지금 홧김에 그런 말 하는 거지, 그렇지? 다혜야, 분명히 너 예전에 나 엄청 좋아했잖아. 나한테 직접 죽도 끓여주고 출장 갈 때 입을 옷도 챙겨주고 내가 아플 땐 옆에서 간호도 해주고, 너는...”“그만해!”윤해준이 차갑게 외쳤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송장을 보는 듯했다.“남자라면 그녀가 베풀었던 호의를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낱낱이 떠벌리는 게 아니지.”그의 말에 사람들도 흥미롭게 구경하던 표정을 조금 거두었다.“안다혜 씨가 옛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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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건 일단 둘째치고 허씨 가문만 놓고 봐도 충분히 서림 그룹을 상대할 수 있어 딱히 걱정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허종혁은 이렇게 말했다.“왜? 네가 누군지 알면 내가 그만둘 것 같아서?”“당연하지.”서진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우리 서림 그룹은 민성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이야. 너 따위에게 당할 기업이 아니라고. 나는...”“그러니까 네 말은 안씨 가문 큰 아가씨도 함부로 건드릴 수 있다는 거야?”허종혁의 말이 끝나기도 바쁘게 서진우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손사래 치며 반박했다.“안씨 가문 큰 아가씨면 뭐 어때…”“큰 아가씨?”서진우의 표정이 순간 얼어붙었다. 손을 허공에 올린 채로 얼어붙은 모습이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그는 농담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시선을 안소현에게 돌리더니 버벅거리며 말했다.“정말 안씨 가문 큰 아가씨예요?”“자기소개가 늦었네요. 나는 안소현이라고 해요.”안소현이 턱을 살짝 들고는 오만한 표정으로 서진우를 바라봤다. 서진우의 놀란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묘하게 짜릿했다. 아까 기세등등해서 그녀에게 따질 때만 해도 저런 표정이 아니었는데 말이다.서진우는 얼굴이 얼얼했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머리가 하얘지고 세상이 빙빙 도는 것만 같아 그저 연신 뒤로 물러나기만 했다.사람들이 서진우를 알아보고는 구경거리라도 났다는 듯이 큰소리로 비웃었다.“어머, 왜 그렇게 다그치나 했네.”“그러게요. 둘째 아가씨를 찾으러 왔는데 사람을 잘못 본 거구나.”“정말 너무 우스워서 말이 다 안 나오네요. 안다혜랑 그렇게 오래 만났는데 진짜 신분이 뭔지 몰랐다니.”물밀듯 밀려오는 조롱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서진우는 주먹을 불끈 쥐고 도대체 상황이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돌이켜봤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그날 안소현은 자기가 둘째 아가씨라고 말한 적이 없었고 다 그가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서진우는 그래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안소현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안소현 씨. 내가 그날 사람을 잘못 봤네요.”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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