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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귀차니즘
주시우는 창문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조각상 같은 외모의 소유자였고 그의 눈동자에는 다정함과 냉정함이 공존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콧대 중간 부분이 살짝 튀어나왔는데 그 점 때문에 오히려 더 분위기 있어 보였다. 심지어 이 순간 창밖의 햇빛마저 그를 편애하는 것만 같았다.

신예린은 그를 본 순간 헛숨을 들이켰다.

‘너무 잘생겼잖아!’

그러나 그녀는 이내 그의 외모에 감탄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떠올렸다. 신예린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긴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교수님.”

신예린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러나 사실은 켕기는 게 많아서 감히 그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었다.

신예린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반대로 주시우는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진짜 교수님처럼 자신의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요.”

신예린은 감히 앉을 수가 없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저는 서 있으면 돼요.”

주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신예린보다 머리 하나쯤 더 컸고 신예린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봐야 했다.

“얘기해 봐요. 수업 시간에 왜 집중을 못 했죠?”

주시우는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진짜 그녀가 수업 시간에 집중을 못 한 이유가 궁금한 것처럼 말이다.

신예린은 감히 솔직히 말할 수 없었기에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어,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거든요.”

곧이어 그녀는 정중하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주시우가 그녀의 말을 믿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곧장 커피머신 앞으로 걸어가더니 아주 느긋하게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유로움이 흘러넘치는 움직임이었다.

그는 늘씬한 손가락으로 우아하게 커피를 만들었고,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는 눈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해외에서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국내의 수업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요. 만약 내 수업이 지루했다면 솔직하게 얘기해도 괜찮아요.”

이렇게 잘생기고 겸손한 교수님과 원나잇을 하다니, 신예린은 신성모독을 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 아니에요. 교수님 수업 굉장히 좋았어요.”

신예린은 황급히 대답했다.

비록 그녀는 열심히 듣지 않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보니 굉장히 잘 가르친 것 같았다.

주시우는 싱긋 웃었다.

“다행이네요.”

말을 마친 뒤 그는 자신이 내린 커피를 신예린에게 건넸다.

주시우는 손가락이 예뻤고 손톱도 깔끔하게 잘라서 보기 좋았다.

“한 번 마셔봐요. 요즘 애들은 커피 없으면 못 살잖아요.”

주시우는 그녀를 보고 애라고 했다.

얼굴이 뜨거워진 신예린은 손을 뻗어 커피를 받았다.

“감사합니다.”

잔이 살짝 뜨겁긴 했지만 손을 델 정도는 아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고 향긋한 커피 향이 그녀의 코끝을 자극했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신예린은 줄곧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시우는 그날 밤의 일을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친근하게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거기에 진한 커피 향까지 더해지니 긴장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숙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커피 향이 감돌았다.

이때 귓가에서 주시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밤 그 사람 예린 학생이죠?”

신예린은 날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고개를 번쩍 들고 주시우의 그윽한 시선을 마주했다.

주시우의 눈동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볼 것만 같았다.

주시우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커피까지 건네준 이유는 그녀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였다.

콜록콜록.

신예린은 사레가 들렸다.

주시우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티슈를 건넸고, 티슈를 건네받은 신예린은 황급히 입을 닦은 뒤 숨을 골랐고 이내 부인했다.

“아뇨. 저 아닌데요.”

주시우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그날이 어느 날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얘기 안 했는데.”

신예린은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걸 자각하고 당황해했다. 이제 더는 커피를 삼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교수님,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저는 절대 아니에요. 그래서 부인한 거예요.”

주시우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돌연 신예린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섬섬옥수가 신예린의 손목을 잡았다. 피부가 닿는 순간, 신예린은 마치 감전된 사람처럼 손을 움찔 떨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신예린은 순간 바짝 긴장했다.

“그날 밤 손바닥에 점이 있는 걸 봤었는데.”

주시우는 그렇게 말한 뒤 신예린의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보았다.

작은 손바닥 위에 점이 하나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였다.

주시우는 시선을 들어 신예린을 바라보았다.

“이래도 부인할 거야?”

신예린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그냥 모르는 척할 수도 있었다. 손바닥에 점이 있는 사람이 그녀뿐인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러나 주시우는 기가 워낙 셌고 교수님이라는 신분까지 가지고 있었기에 신예린은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그녀가 부인한다고 해도 주시우는 이미 그녀라고 단정 지었다.

신예린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울먹거리며 말했다.

“교수님, 잘못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낯선 사람이랑 그래서는 안 됐는데... 그냥 없던 일로 해주시면 안 돼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절망에 빠진 신예린은 눈물이 흐르기 직전에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주시우는 조금 당황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도망쳐버리다니.

주시우가 신예린을 사무실로 부른 이유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그도 이런 일을 처음 겪었으니 말이다.

주시우는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평소에는 절대 술을 입에 대지 않았는데 그날 밤 친구와 귀국 파티를 하다가 실수로 친구의 잔에 든 술을 마시게 되었다. 잠시 뒤 온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자 주시우는 화장실로 가서 세수해 정신을 차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마침 한 여자와 부딪쳤고 그 여자가 글썽글썽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술 때문이었을까? 주시우는 그날 밤 살면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 자제력을 잃은 그를 낯선 여자와 관계를 가졌고,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여자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침대 시트에 남아 있던 붉은 자국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주시우는 그 여자를 찾아보려고 했었다. 게다가 상대는 그보다 어려 보였기에 주시우는 반드시 자신이 이 문제를 본인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상대가 자신의 학생일 줄이야.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그는 수업 도중에 잠깐 평정심을 잃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상대방이 그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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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328화

    손호명의 얼굴에 금이 가듯 일그러진 표정이 떠올랐다.‘끝났어... 내가 방금 주 교수님을 욕했잖아. 존경할 수 없다고까지 했지. 더럽고 추잡하다고도 했고... 심지어는 제발 그만두고 돌아오라고 설교까지 했잖아. 칼이 지금 내 목덜미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야.’다리에 힘이 풀려 벌벌 떨며 손호명은 겁에 질린 눈으로 주시우를 바라봤다.“주, 주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오해했어요. 아까는 절대 그런 말씀 드릴 게 아니었는데...”손호명은 스스로 따귀를 때리고 싶을 만큼 후회가 몰려왔지만 주시우의 목소리는 의외로 온화했다.“괜찮습니다. 다만 손 교수님의 말 중 하나는 맞아요. 선생이라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을 단속하며 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 말이죠.”그 순간 손호명의 마음속에서 주시우를 향한 존경은 또다시 몇 단계나 높아졌다.손호명이 울먹이며 감사한 표정을 짓자 주시우는 손가락으로 앞에 놓인 실험 도구들을 가리켰다.“더 할 말 있습니까? 없으면 저는 다시 일해야 해서요.”손호명은 연거푸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없습니다. 없습니다. 주 교수님은 어서 일 보세요.”급히 문 쪽으로 향하던 손호명은 손잡이를 잡자마자 뭔가 떠오른 듯 문을 벌컥 열고 바깥으로 뛰쳐나갔다.잠시 후, 문을 사이에 두고도 손호명의 고함이 또렷이 들려왔다.“지난번에 여자가 사모님이 아니라고 우기던 사람 누구야! 어서 내 밀크티값 내놔!”“뭐라고요, 손 교수님? 그럼 진짜 사모님 맞다는 말씀이에요?”“정말 돌아오신 거예요?”“어서 내 돈부터 갚아라!”주시우는 무력하게 고개를 저었고 방금 손호명이 한 말을 떠올린 그는 천천히 벽 쪽으로 걸어가 거울 앞에 섰다.‘목에 자국 하나 달고 학생들 앞에 서는 건... 확실히 교사로서 체면이 깎이는 일이지.’거울 속 자신의 목덜미를 세심히 살펴보던 주시우는 붉은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며칠 전, 이석훈과 함께 처음으로 수술에 참여한 뒤로부터 신예린은 마치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자격을 얻은

  • 터닝포인트   제32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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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닝포인트   제326화

    “맞아. 지난번에는 내가 직접 봤는데 주 교수님이 휴대폰 보면서 웃고 계시더라니까. 보통 사람이면 별일 아니지만 주 교수님이 그러니까 진짜 섬뜩하더라.”“그게 다야? 난 저번에 주 교수님 쇄골 쪽에 딱 하트 모양의 자국이 있는 걸 봤어. 교수님이 고개 숙여서 물건을 주우시지 않았으면 나도 평생 몰랐겠지.”학생들은 일제히 숨을 들이켰다.주시우라면 금욕, 성실함, 엄숙함 그 자체의 상징인데 그런 자국이 있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마치 삼장이 요괴에게 홀려간다는 전설을 눈앞에서 본 듯한 충격이었다.“사모님은 진짜 대단하시네.”학생들 입가에 장난기 어린 웃음이 번졌다.“근데 그래서 진짜 사모님이 돌아오신 게 맞는 거야? 아닌 거야?”“지난번에 손 교수님한테 물어봤는데 정작 대답은 안 하고 그냥 돈 던져주고 가버리시더라. 우리가 이긴 건지 진 건지 영문을 모르겠잖아.”“그러니까. 결국 마시는 건 밀크티였는데 사실 우리가 원하는 건 답이었지. 그날 주 교수님이랑 붙어 있던 여자가 정말 사모님인지 아닌지 말이야.”옆에서 한 학생이 비웃듯 끼어들었다.“에이, 말은 그렇게 해도 네가 가장 신나게 마셨잖아. 그것도 토핑 가장 많이 들어간 걸로.”“그러니까 진짜 궁금한 거야. 그 여자가 사모님 맞아? 아니면 대체 누구야? 혹시 주 교수님이 바람이라도 피우는 건가? 아니면 이미 사모님과 이혼하셨고 그분이 새 연인인가?”젊은 학생들의 상상은 끝없이 뻗어나갔다. 며칠째 답을 알 수 없으니 마음속이 들끓었고 마치 작은 개미들이 쉴 새 없이 그들의 마음을 갉아먹는 것처럼 불편했다.“그냥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네가 물어볼래? 괜히 그런 얘기 꺼냈다가 논문 하나 내놓으라고 하시면 어쩌려고.”그 말에 모두 소스라치듯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마침 그때 손호명이 실험실로 들어서자 학생들은 일제히 흩어져 각자 일에 몰두하는 척했다.손호명은 그들 하나하나를 훑어본 뒤 시선을 거두었지만 방금 나눈 대화를 모를 리 없었다.사실 손호명이 굳이 입을 닫은 이유는

  • 터닝포인트   제325화

    다음 날 아침, 신예린이 눈을 떴을 때 옆에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아직 뻐근한 다리를 움직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진짜 무서운 남자네. 어젯밤에 그렇게 격렬하게 해놓고도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신예린이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키던 찰나, 문이 열리고 주시우가 들어왔다.그도 신예린이 벌써 깬 줄은 몰랐는지,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고 어젯밤 불타오르던 장면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정장까지 깔끔히 차려입고 멀쩡한 교수님 모드로 서 있는 지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둘 다 아무 말도 안 했다. 신예린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눈을 피하다가 아예 다시 이불 덮고 자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다.결국 먼저 입을 연 건 주시우였고 그는 가볍게 헛기침하고 말했다.“출근 시간 다 됐어. 너 깨우러 왔어.”“아, 네...”신예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웅얼거리면서 대답했다.“그... 내가 아침 좀 차려놓을까?”“네, 네!”신예린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주시우는 아직 빨간 그녀의 얼굴을 힐끔 보더니 뭔가 생각난 듯 표정이 굳었다가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그가 나간 후에야 신예린은 한숨을 내쉬었다.‘아, 뭐야. 분위기 너무 이상한데? 분명 어젯밤엔 그렇게 가까웠으면서 지금은 왜 이렇게 어색하지? 뭐가 잘못된 거지?’하지만 시계를 보니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신예린은 급히 침대에서 내려왔다가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아, 진짜...”신예린은 이를 악물고 허벅지를 툭 쳤다.‘금방 시작했는데 벌써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얼른 씻고 식탁으로 가니 주시우가 준비한 푸짐한 아침상이 차려져 있었다.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가 동시에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식사하는 내내 둘은 대화하지 않았다.하지만 어젯밤엔 아주 딱 붙어 있었는데 말이다.신예린은 밥을 먹으며 쓸데없는 상상을 하다가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 그녀가 옆을 슬쩍 보자 주시우 역시 생각이 많아 보였다.숨 막히게 조용한 식사가 끝나갈 무렵, 주시우가 입을 열었다.“너도 좀

  • 터닝포인트   제324화

    “그리고 내가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아. 네가 지금 한가하진 않으니까.”주시우가 다시 가까이 다가왔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닿는 순간, 뜨거운 불꽃이 튀는 듯했다.이제 더는 방해할 사람도 없으니 이 순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입술과 이가 부딪히고 혀끝이 제멋대로 얽혔다.억눌렀던 감정과 욕망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두 사람의 체온이 점점 더 뜨거워졌다. 텅 빈 듯한 허기가 몸 안에서 차올라 마치 서로를 삼켜야만 할 것 같았다.“끝났어?”걸걸한 주시우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고 뜨거운 숨결까지 전부 느껴졌다.신예린은 그가 뭘 말하는지 당연히 알았다. 주시우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다음 순간, 신예린의 몸이 번쩍 들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주시우의 목을 감싸안았다.주시우는 주저 없이 긴 다리를 움직이면서 방으로 향했고 곧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는 신예린은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머리를 그의 가슴에 묻었다.그녀의 숨결이 피부에 스치자 주시우의 몸도 굳어졌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가 움푹 꺼졌고 두 사람은 다시 뜨겁게 키스했다. 실내 온도는 빠르게 올라갔고 신예린의 머리카락이 주시우의 가슴을 스치며 알 수 없는 전율이 온몸으로 번졌다. 그리고 그의 눈빛에 더는 감출 수 없는 열기가 번졌다.조명 아래서 매끄러운 피부가 은은하게 빛나고 숨 쉴 때마다 서로의 욕망이 얽혔다. 주시우는 신예린의 피부를 한 치도 남김없이 입맞췄고 신예린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신음했다.이 순간의 감정이 거미줄처럼 서로를 감아, 풀어낼 수도 끊어낼 수도 없었다. 조명 아래 겹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점점 더 뜨겁게 일렁거렸다....모든 게 끝났을 때, 둘 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신예린은 몸이 노곤해 움직이기도 싫었다. 주시우는 그녀를 품에 안고 있었고 이불 아래 두 사람은 한 올도 걸치지 않은 상태였다.신예린의 피부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주시우의 깊은 눈빛이 그녀의 드

  • 터닝포인트   제323화

    “읍...”무슨 말을 하려던 신예린은 입이 막혀버렸다.이번 키스는 그 어떤 때보다도 거칠고 급했다. 심지어 이전엔 느껴본 적이 없는 소유욕까지 느껴졌다.하지만 신예린은 주시우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란 것을 잘 알았다.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자기 소유물처럼 대하지 않았다.그러니 결론은 하나, 지금 그는 질투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휴대폰에서 여전히 소리가 흘러나왔다. 루카스가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옮겨간 모양이었다.“예린.”그 순간 신예린을 입술을 짓누르는 힘이 조금 더 세졌다.“너 언제 다시 우리를 만나러 올 거야? 나... 우리가 같이 공부하던 때가 너무 그리워.”“앗...”이때 신예린이 갑자기 소리를 냈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물렸는데 아프진 않았지만 경고의 뜻은 충분했다.주시우의 눈빛은 깊고도 어두웠고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신예린의 심장이 갑자기 요동쳤다.아니나 다를까, 루카스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예린, 괜찮아? 무슨 일 있어?”신예린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고 결국 그녀는 주시우를 밀어내려 손을 뻗었다.하지만 주시우는 또다시 같은 수법으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이번에는 아예 입술을 벌리고 혀끝까지 들이밀었다.‘헉. 세상에.’신예린은 온몸에 힘이 풀려 휴대폰을 떨어뜨릴 뻔했다.게다가 예전에 그녀에게 고백까지 했던 루카스와 아직 통화 중인데... 그녀는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려 귀까지 울렸다.“예린?”루카스는 여전히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신예린은 힘없는 손으로 주시우를 툭툭 쳐 그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미 질투가 폭발한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시우는 그녀를 단단히 품에 가둔 채 놓아주지 않았다.그 사이 몸이 부딪히면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고 신예린은 그 소리를 줄이려 애쓰며 숨을 삼켰다.수화기 너머의 루카스는 뭔가 이상한 기척을 눈치챈 듯했다.“너 지금...”그러나 그 물음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전화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시... 읍... 시우 씨!”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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