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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이번에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Penulis: STARGIL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20 23:04:28

월요일.

주말을 통째로 갈아 넣어 만든 보고는 무사히 끝났다.

다행히 임원 보고까지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갔다.

박정태 팀장은 아침 회의를 마치며 말했다.

“주말에 다들 고생했어. 특히 김사원.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고생 많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잠깐 나에게 쏠렸다.

“아닙니다, 팀장님.”

별것 아닌 한마디.

하지만 이 회사에서는 이런 한마디가 생각보다 크다.

박정태.

이 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

그 사람이 공개적으로 신입사원을 칭찬했다.

13년 전의 나는 몰랐다.

그저 ‘열심히 하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했다.

천만의 말씀.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가 내가 일을 잘한다고 알고 있느냐도 중요하다.

‘시작은 좋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돈.

***

통장 잔액을 확인한 나는 한동안 화면만 바라봤다.

“……하.”

적다.

너무 적다.

사회초년생.

월급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귀엽다.

자취방 월세, 관리비, 통신비, 식비, 보험, 각종 생활비.

다 빼면 얼마 남지 않는다.

그리고 이 시절의 나는 돈을 받으면 받는 대로 썼다.

친구 만나면 내가 사고, 술 먹으면 내가 계산했다.

대기업 들어갔다고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야, 내가 살게.’

그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나보다 집안 좋은 녀석도 있었고 부모님 집에서 살며 월세도 안 내는 친구도 있었는데, 자취하던 내가 밥을 샀다.

왜?

대기업 다니니까.

“가스라이팅 제대로 당했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니다.

내가 스스로 했다.

이번에는 안 한다.

친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내 미래를 깎아가면서까지 사람들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다.

13년을 살아보니 안다.

밥을 백 번 산다고 남는 친구가 있고, 한 번도 사지 않아도 끝까지 남는 친구가 있다.

반대로 내가 계속 베풀 때만 옆에 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는 구분한다.

쓸 곳에는 쓰고, 모을 돈은 모은다.

“일단 종잣돈부터.”

큰 투자 기회를 알아도 돈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나는 메모장을 열었다.

월급의 일정 비율 무조건 저축.

술자리 줄이기.

의미 없는 지출 줄이기.

친구들에게 습관적으로 계산하지 않기.

종잣돈 확보.

적어놓고 보니 웃음이 나왔다.

“이걸 서른아홉 먹고서야 알았으니.”

아니다.

정확히는 스물여섯 살에 다시 알게 된 거다.

그럼 됐다.

***

연락처를 정리하다가 익숙한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이영구.

여행을 좋아한 친구.

시간만 나면 해외로 나가 사진 찍고 영상 찍고, 나중에는 여행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다가 결국 일본에 정착한다.

“얘는 그냥 두자.”

굳이 모든 사람의 인생을 내가 바꿀 필요는 없다.

이영구는 자기 길을 알아서 잘 찾아간 사람이다.

이번 삶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든 사람을 조종하는 게 아니다.

내가 후회했던 선택을 줄이는 것.

소중한 사람들에게 조금 더 잘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

“김사원.”

고개를 들었다.

내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장구미 선배.

전진주 선배.

나보다 입사 시기가 두 달 정도 빠른 선배들.

사실상 동기나 다름없었다.

첫 번째 삶에서도 초반에는 꽤 친했다.

하지만 13년을 지나고 다시 보니 느낌이 달랐다.

특히 장구미.

아직 젊고 말투도 부드럽고 후배들에게 잘 웃는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의 미래를 안다.

주말, 새벽, 밤.

문제가 터지면 언제든 회사로 달려왔다.

일도 잘했고 눈치도 빨랐다.

사내정치에도 능했다.

상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속도가 남달랐다.

누가 요즘 태도가 안 좋은지, 누가 불만이 있는지, 누가 퇴사를 생각하는지 윗사람이 물으면 꽤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박팀장이 가장 신뢰하던 직원 중 하나.

누가 봐도 차기 관리자 후보.

실제로 나중에는 더 큰 대기업으로 이직한다.

‘젊은 장성호 같은 느낌이긴 하지.’

다만 장성호와는 조금 달랐다.

장구미는 최소한 일을 했다.

미친 듯이 했다.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면서까지.

그리고 전진주.

이 선배도 만만치 않다.

끝까지 살아남는다.

조직이 바뀌어도, 팀장이 바뀌어도, 라인이 바뀌어도 자기 자리를 지킨다.

나중에는 관리자 후보까지 올라가는 사람.

‘이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첫 번째 삶에서 나는 회사에 적응하지 못했다.

매일 퇴사를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있으니 사람들과 깊이 섞이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퇴사는 못 했다.

13년을 다녔다.

그럴 거였으면 차라리 처음부터 제대로 해볼 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 선배님. 전 선배님도. 커피 한잔하시죠.”

장구미가 웃었다.

“신입이 커피도 사주나?”

“첫 월급 나오기 전이라 선배님이 사주시는 거 아닙니까?”

전진주가 먼저 웃었다.

“얘 웃기네.”

장구미도 피식 웃었다.

“가자.”

‘좋아.’

사람과 친해지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적당히 관심을 보여주고, 같이 웃을 수 있으면 된다.

장구미는 캠핑과 낚시를 좋아한다.

전진주는 술자리를 좋아한다.

커피를 받아 들고 내가 장구미에게 물었다.

“선배님은 주말에 뭐 하십니까?”

“나? 요즘 낚시 좀 다니지.”

나는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낚시요? 제대로는 안 해봤는데 관심은 있습니다.”

사실 별 관심 없다.

하지만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과 취미에 빠지는 건 다른 문제다.

장구미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나중에 한번 가든가.”

“진짜요?”

“새벽에 일어날 자신 있으면.”

“회사도 새벽에 나오는데 낚시라고 못 나오겠습니까.”

전진주가 웃었다.

“얘 박팀장 스타일인데?”

‘그게 목표입니다.’

이번에는 내가 적이 아니라는 걸 처음부터 알려준다.

같이 일하기 편한 후배.

적당히 웃기고, 눈치 있고, 일도 하는 신입.

물론 영원히 이들의 아래에 있을 생각은 없다.

‘이번에는 둘 다 넘어선다.’

***

퇴근길.

거리에는 다음 날 있을 투표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물이 보였다.

첫 번째 삶의 나는 정치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본 몇 가지 이야기만 가지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직접 알아보고 직접 판단한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그건 내 선택이다.

두 번째 삶은 그런 삶으로 살고 싶었다.

회사도, 돈도, 사람도 내 선택으로.

***

그리고 드디어 미연과 만나기로 한 전날.

나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한식 맛집.

“멸치쌈밥.”

미연이가 좋아했다.

첫 번째 삶의 나는 연애에서도 너무 계산했다.

집을 사야 결혼하지.

돈을 더 모아야지.

승진하고 해야지.

조금 더 안정되면.

그렇게 미루다 보니 어느 순간 마흔이 가까워졌다.

이제는 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해지는 날은 오지 않는다.

나는 미연의 연락처를 바라봤다.

“이번엔 진도 확 빼보자.”

스물여섯의 몸.

서른아홉의 정신.

13년 동안 쌓인 연애 실패 경험.

적어도 예전처럼 어설프게 밀당하다 놓치는 일은 없다.

나는 문자를 보냈다.

김기리 : 내일 제가 맛있는 곳 찾았습니다ㅎㅎ 배 비우고 오세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미연 : 기대해도 돼요?ㅎㅎ

김기리 : 많이 기대하셔도 됩니다.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런데 문득 한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장구미 선배와 커피를 마시던 아까.

사무실 저쪽에서 한 남자가 우리를 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능글맞게 웃던 젊은 과장.

아직은 나에게 아무런 악감정도 없는 남자.

장성호 과장.

그가 웃으며 장구미에게 물었다.

“저 신입. 요즘 박팀장한테 예쁨 좀 받는 것 같던데?”

내 두 번째 회사생활에 마침내 장성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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