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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08 12:33:13

[시점: 파리 센강 프러포즈 약 1개월 후]

오전 7시 40분.

파리 펜트하우스의 아침 식탁에는 커피 향 대신 싸늘한 침묵이 먼저 내려앉았다.

도현은 휴대전화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고 표정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소율은 알고 있었다. 차도현이 화를 참을 때는 오히려 더 조용해진다는 것을.

소율은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도현은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건넸다.

프랑스 경제지의 온라인 기사였다.

「태성 후계자를 사로잡은 평범한 직원, 한소율은 누구인가」

제목 아래에는 약혼 공식 발표일에 회사 앞에서 찍힌 두 사람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도현과 소율이 나란히 차에서 내리는 평범한 출근 장면이었지만, 기사에는 마치 소율이 그날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처럼 적혀 있었다.

소율은 천천히 화면을 내렸다.

자신의 이름은 수없이 등장했다. 그러나 유럽 지사 기획팀장이라는 직책은 기사 중간에 겨우 1번. 총파업 당시 대체 운송망을 설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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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7화

    "거부하면 지사장님이 찾는 답을 먼저 주게 돼요. 정식 절차로 확인받죠. 프로젝트 신분이 유효하다는 사실만 공개되도록요."도현은 서울 인사전략실 보안 연락망을 열었다. 이 파견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둔 현장 신원 확인 절차가 화면에 나왔다.프로젝트 사원증 번호를 입력하면 재직 상태와 현장 권한만 회신하고, 실제 이름과 본사 직급, 급여·보험 기록은 비공개 감사 자료로 묶는 방식이었다.그가 보안 확인 요청을 보내자 해나가 노트북 가까이로 다가왔다."본사에서 정말 이름을 안 말해 줘요?""승인된 확인 항목에는 이름이 없습니다.""혹시 전화받는 분이 전무..."해나는 말을 삼키고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도현이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그 호칭도 제한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네. 꼭 크게 써 주세요. 아주 크게요."도현이 요청 사항 끝에 한 줄을 더 적었다.[공개 확인 중 프로젝트 외 직책 및 실명 호칭 금지.]해나는 그 문장을 두 번 읽고 나서야 어깨를 내렸다.소율이 도현에게 물었다."회장님께는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되겠죠?""인사전략실에서 처리할 수 있어. 여기서 할 수 있는 확인 때문에 할머니가 직접 나서면 그게 더 수상해."둘만 있을 때의 말투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자 해나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실제 신분을 알게 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쪽 말투도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았다.도현이 고개를 들었다."왜 그러십니까?""아뇨. 그냥... 차 과장님이 회장님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직접 들으니까 또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요."소율이 해나의 팔을 가볍게 잡아 회의실 의자에 앉혔다."오늘은 더 놀랄 일 없게 해 볼게요.""그 말, 믿어도 돼요? 두 분 옆에 있으면 매일 새로 나오던데요."바로 대답할 사람이 없었다. 해나는 그 침묵을 보고 이마를 짚었다."봐요. 자신 없으시잖아요!"같은 날 오전 10시, 해담지사 소형 회의실.뚜르르. 뚜르르.권재필이 책상 가운데 놓인 전화기의 스피커 버튼을 눌렀다.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6화

    잠입 5주 차 화요일 오전 9시 5분, 해담지사 사무실."아이고, 오늘도 다들 수고가 많습니다. 아참, 본사 파견자 두 분은 사원증과 인사번호를 오전 중에 제출해 주십시오."권재필이 전 직원 앞에서 꺼낸 말에 사무실의 키보드 소리가 한꺼번에 멎었다.한소율은 펼쳐 둔 축제 정산표에서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의 차도현도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권재필은 어젯밤 관사에서 보여 준 웃는 얼굴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다만 오늘은 서류철 하나를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표지에는 붉은 글씨로 보안 점검이라고 적혀 있었다."최근 지사 내부 자료가 외부 거래처에 먼저 전달된 정황이 있습니다. 축제 예비 수송안도 그렇고, 본사 파견자 얼굴이 담긴 영상도 외부에서 먼저 돌았어요. 누가 어떤 권한으로 자료를 보고 있는지 전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직원들이 서로 얼굴을 봤다. 축제가 끝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보안 감사가 시작된다는 말에 웃을 사람은 없었다.윤해나의 손만 책상 아래에서 바빠졌다.휴대전화 화면에 빠르게 글자를 눌렀다가, 바로 지웠다.[어젯밤 인사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도현과 소율에게 보낼 생각으로 쓴 문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전송하면 보안 점검을 한다는 자리에서 두 사람과 몰래 문자를 주고받는 꼴이 된다.'침착하자. 나는 두 분의 실제 신분을 모른다. 어제 축제에서 차 과장님이 문어 탈을 쓴 것만 봤다. 그렇게 행동하자.'생각을 다잡던 해나와 도현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허리를 펼쳤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않던 자세까지 신경 쓰이니 등이 더 뻣뻣해졌다.권재필이 도현 쪽으로 서류철을 내밀었다."프로젝트용 사원증 말고, 서울 본사 인사번호도 적어 주세요. 본사에서 실제 재직 이력을 받아 보겠습니다."그 말이 떨어지자 해나의 손끝이 굳었다.두 사람의 사원증에는 차도윤과 한서율이라는 프로젝트용 이름이 적혀 있었다. 본사 인사번호까지 넘어가면 차도현 전무와 한소율 팀장이라는 실제 이름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소율은 도현을 보지 않았다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5화

    같은 날 오후 12시 48분, 해담항 방파제 주차장 윤해나의 차량.해나는 한동안 운전대에 기대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저 이제 어떻게 해야 해요? 회사에서는 전무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에요?""지금까지처럼 차 과장이라고 부르십시오. 다른 직원들 앞에서 태도가 바뀌면 바로 의심받습니다."도현의 목소리는 전과 다르지 않았다."윤 대리님이 현장에서 하신 일도 전부 필요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지역 사정을 알려 주셨고, 잘못 움직일 때는 막아 주셨습니다. 세탁실 시간과 출근 순서를 정한 것도 저희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였고요."소율도 말을 이었다."윤 대리님이 저희를 평범한 파견자로 대해 줘서 직원분들이 무슨 걱정을 하는지 들을 수 있었어요. 생산자분들도 본사 임원 앞이라는 부담 없이 말씀하셨고요. 태도를 바꾸면 저희가 여기 내려온 이유가 사라져요."해나는 아침 사무실에서 허리를 숙일 뻔한 일을 떠올렸다. 계속 저런 식이면 오늘 안에 전 직원이 눈치챌 것이다."그럼… 앞으로도 잔소리해도 돼요?""필요한 말은 하십시오.""문어 사진도요?""그건 별개입니다!"도현의 대답이 너무 빨라 소율이 웃음을 터뜨렸다. 해나도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따라 웃었다.긴장이 조금 풀리고 나자, 해나는 다시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이 비밀에는 두 사람의 신혼생활뿐 아니라 지사 직원들의 미래도 걸려 있었다."그럼 저도 부탁 하나 더 드릴게요. 비밀 지키는 대가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만... 꼭 해 주셨으면 하는 일이에요."소율이 웃음을 거두고 해나를 봤다."말씀하세요.""지사 회생 결과를 본사에 보고하실 때요. 여기 직원들이 한 일을 정확히 써 주세요. 축제 판매도, 창고 물건 옮긴 것도, 생산자들 다시 연락한 것도요. 본사에서 내려온 두 분이 다 해결한 것처럼 올라가면 안 돼요."해나는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가장자리를 꾹 눌렀다."그리고 권 지사장님이 한 일도 빼지 말아 주세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건 확인해야겠지만, 책임질 일이 밝혀지면 현장 직원들한테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4화

    같은 날 오후 12시 20분, 해담항 방파제 주차장 윤해나의 차량.해나는 지사에서 조금 떨어진 방파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는 명목으로 소율과 도현을 태우고 온 참이었다.도현은 조수석, 소율은 뒷좌석에 앉았다. 해나는 시동을 끄고 주변 차량까지 확인한 뒤 휴대전화를 거치대에서 뺐다."제가 먼저 보여 드릴게요. 보고 나서 아니라고 하시면... 다시 생각해 볼게요."검색해 둔 프랑스 인터뷰 영상을 재생했다. 화면 속 소율이 현지 파트너와 공급 기준을 설명했다.차 안에 영상 소리만 흘렀다. 해나는 소율의 얼굴과 화면을 번갈아 보다가 영상을 멈췄다. 이어 차도현 전무의 임원 기사와 결혼 기사, 태성그룹 조직도를 차례로 넘겼다."얼굴도 같고, 결혼 시점도 맞아요. 본사 조직도에는 차도현 전무와 한소율 팀장으로 계시는데, 해담에서는 이름을 한 글자씩 바꿔 쓰고 계시고요."해나는 휴대전화를 가슴 앞으로 가져왔다. 준비한 질문을 꺼내기 전부터 목이 말랐다."차 과장님이 전무님이고, 한 차장님이 그 전무님 아내 맞죠?"도현과 소율의 눈이 룸미러에서 마주쳤다. 이번에는 둘 다 말을 돌리지 않았다."맞습니다. 제 본명은 차도현이고 태성그룹 기획본부 전무입니다."도현의 대답이 끝나자 소율도 바로 밝혔다."저는 한소율이에요. 서울 본사 특별사업팀장이고, 도현 씨와 결혼한 것도 맞아요."해나는 알고도 다시 두 사람을 봤다. 차 과장이라고 부르며 세탁 바구니를 따로 챙기라고 잔소리했던 남자가 태성그룹 전무였다. 사진 속 신부는 매일 자기 옆에서 생산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던 한 차장이었다."그러면... 회장님하고는요? 기사에는 차 전무님이 회장님 손자라고...""이혜민 회장님은 제 할머니입니다."도현이 담담하게 답했다.해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으어… 회, 회장님 손자한테 제가 문어 탈을...""제가 입기로 결정한 겁니다.""세탁실 시간도 제가 정했고요. 옆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출근 시간도 지키라고 계속 잔소리했어요.""전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3화

    같은 날 월요일 오전 7시 7분, 관사 2층 복도."이거... 차 과장님 맞죠?"윤해나가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계단을 내려가던 차도현이 다시 올라왔고, 한소율도 화면 옆으로 고개를 기울였다.전날 온담 생중계에서 잘려 나간 화면이었다. 사진 아래에는 차 과장이 태성그룹 차도현 전무를 닮지 않았느냐는 문장이 붙어 있었다.도현이 발신 번호부터 확인했다."축제 문의 번호로 들어온 겁니까?""네. 처음 보는 번호예요. 답장할까요?""아직은 하지 마세요. 사진과 번호를 먼저 저장해 두십시오."소율도 문자 내용을 다시 읽었다."어제 영상을 본 사람이 보낸 것 같아요. 같은 번호로 다시 연락이 오는지 지켜보고, 다른 직원들에게는 먼저 말하지 말아 주세요.""네. 그럴게요."해나는 대답하면서도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놀라서 부정할 줄 알았는데, 도현은 번호를 확인했고 소율은 정보가 퍼졌는지부터 살폈다.차도현 전무를 닮았다는 말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반응치고는 지나치게 침착했다.도현이 먼저 계단을 내려갔다. 소율도 5분 뒤 출근하겠다며 201호로 돌아갔다.복도에 혼자 남은 해나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설마? 뭐야? 정말? 그런거야?!'같은 날 오전 7시 22분, 해담지사 주차장 윤해나의 차량.해나는 출근 시간을 앞두고도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운전석 창문을 올리고 휴대전화 검색창에 문자 속 이름을 그대로 입력했다.[태성그룹 차도현 전무]경제 기사와 태성그룹 인사 발표가 차례로 떴다. 기획본부 전무 차도현. 공개된 행사 사진 속 남자는 전날 문어 탈을 벗었던 차 과장과 닮아 있었다.해나는 사진을 확대했다. 눈매와 코, 웃을 때 한쪽이 조금 더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같았다."어... 잠깐만."화면을 내리던 손가락이 결혼 기사에서 멈췄다.[태성그룹 차도현 전무, 유럽사업 책임자 한소율 팀장과 결혼]기사에 실린 결혼식 사진은 멀리서 찍은 옆모습과 전신 사진뿐이었다. 얼굴을 바로 알아보기는 어려웠지만 신부 이름은 분명했다.한소율.

  • 14일간의 계약 연애   292화

    아침부터 바닷바람을 맞으며 뛰어다닌 피로도, 방파제에서 들었던 고백의 무게도 그 품 안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남편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도현의 굳었던 표정이 풀리는 게 보여 웃음까지 났다."왜 웃어?""아까는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계셨으면서, 이름 한 번에 풀리시니까요.""한 번이 아니었어.""그럼 몇 번 더 불러 드려요?"소율이 귓가에 그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도현은 그녀를 그대로 안아 일으켰다."도현 씨, 잠깐만요. 자료가...""테이블 위에 잘 있어.""불은요?""내가 끌게."도현은 한 팔로 소율을 받친 채 거실 조명을 껐다. 어두워진 방 안에서 그녀의 웃음과 그의 낮은 목소리가 가까이 섞였다.잠시 뒤 침실 문이 닫혔다.다음 날 월요일 오전 7시 5분, 관사 2층 복도.도현은 오전 6시 40분에 공용 세탁실을 건너 202호로 돌아간 뒤였다. 25분이 지나 201호 현관문이 열리고 소율이 밖으로 나왔다. 목에는 며칠 전 세탁기에서 겨우 건져 냈던 얇은 붉은 스카프가 둘러져 있었다.축제장에서 이틀 내내 바닷바람을 맞고 큰 소리로 직원들을 불렀더니, 아침부터 목이 따끔거렸다. 소율은 찬 바람을 막으려고 스카프를 한 번 더 여며 목을 감쌌다.마침 세탁실에서 나온 해나가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이 소율의 얼굴에서 붉은 스카프로 천천히 내려갔다."한 차장님.""좋은 아침이에요, 윤 대리님.""목은 왜 가리셨어요?""어제 바닷바람을 오래 맞았더니 좀 따끔거려서요."소율이 목 앞을 만졌다. 해나는 대답보다 스카프 안쪽을 의심하는 눈이었다."흐응… 정말 바람 때문이에요?""그럼 뭐 때문이겠어요?"그때 202호 문이 열렸다. 도현이 복도로 나오다가 두 사람을 보고 발을 멈췄다. 해나의 눈이 곧장 그에게 향했다."차 과장님.""네, 윤 대리님.""두 분, 사람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거 기억하시죠? 눈에 보이는 흔적 같은 것도 만들면 곤란하다구요."소율이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 스카프를 잡은 손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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