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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6 21:31:03

기사가 임시 냉각 장비를 연결하자 창고 안으로 다시 찬바람이 들어갔다. 온도가 더 오르는 걸 막을 장비였다. 이미 확보한 보관처로 물건을 옮기는 작업은 계속했다.

수협에 먼저 보낸 차에서 입고 완료 연락이 왔다. 이어 식품공장 담당자도 물량을 받았다고 답했다.

소율은 도착 확인을 받은 수량에 줄을 그었다. 그사이 직원들이 다음 물량을 차에 실었다. 마지막으로 안쪽 선반의 16상자만 꺼내면 됐다.

같은 날 밤 10시 47분, 냉동창고 안쪽 보관실.

도현과 소율은 하역장에서 나눠 준 방한 장갑을 끼고 창고에 들어갔다. 바깥 출입문을 지나자 작은 대기 공간이 나왔고, 그 안쪽에 보관실로 통하는 자동문이 있었다.

도현은 자동문 바로 밖에 운반대 두 개를 세웠다. 소율은 안쪽 선반의 상품 번호를 읽었다.

"위쪽 8상자는 이 운반대에 실어 주세요. 아래쪽 8상자는 옆에 놓고요. 품목이 달라요."

소율이 번호를 짚으면 도현이 상자를 옮겼다. 차가운 포장을 안아 나르는 사이 코트와 셔츠 소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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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3화

    같은 날 밤 11시 12분, 해담지사 하역장.마지막 차량에서 도착 확인이 왔다.186상자.반출 수량과 임시 보관처에서 받은 수량이 모두 맞았다. 상태 확인이 필요한 물건은 따로 표시해 뒀고, 적합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는 출고하지 않기로 했다.시한까지 12분이 남아 있었다. 소율은 재고표의 마지막 빈칸에 확인 표시를 했다. 펜을 놓으려니 손가락이 뻣뻣해서 쉽게 펴지지 않았다.해나는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고 소율을 봤다."다 받으셨대요. 냉동고 안에 넣은 것까지 확인했어요. 차장님, 다 옮겼어요!"마지막 말에서 해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금 전까지 전화를 붙들고 쏘아붙이던 사람이 이제는 웃을 것처럼 입꼬리를 올렸다.하역장 한쪽에서 직원이 주저앉듯 빈 팔레트에 앉았다."살았다... 진짜 다 버리는 줄 알았는데."옆에 있던 생산자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그러게 누가 먼저 버린대? 사람 기운 빠지게."직원은 웃지도 못하고 권 지사장 쪽을 슬쩍 봤다. 생산자도 입을 다문 뒤 헛기침했다.소율도 두 사람을 보며 작게 웃었다. 흠뻑 젖은 장갑을 무릎에 올려놓고서야 직원도 따라 웃었다. 더는 누구를 탓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은 얼굴들이었다.준호가 장갑을 벗으며 다가왔다."차는 보관처에 대기시키겠습니다. 옮긴 물건 다시 확인할 때도 필요하실 테니까요.""감사합니다. 물건 상태는 보관처 담당자와 제가 다시 확인할게요. 기사님들은 교대해서 쉬실 수 있게 부탁드려요.""한 차장님도 쉬어요. 아까부터 손이 굳었잖아요."소율이 장갑 낀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었다."마지막 확인만 마칠게요."그때 도현이 기록을 담은 휴대전화를 들고 왔다."한 차장님, 확인된 내용이 있습니다."소율은 도현과 함께 하역장 구석으로 이동했다. 해나가 목적지 목록을 정리하며 곁에 섰다.도현이 제어 기록과 영상 목록을 나란히 띄웠다."냉각기가 멈춘 시간대만 CCTV 영상이 지워져 있습니다. 전산 담당자가 삭제 기록도 확인했습니다."그가 삭제된 영상의 시간대를 짚고 냉각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2화

    기사가 임시 냉각 장비를 연결하자 창고 안으로 다시 찬바람이 들어갔다. 온도가 더 오르는 걸 막을 장비였다. 이미 확보한 보관처로 물건을 옮기는 작업은 계속했다.수협에 먼저 보낸 차에서 입고 완료 연락이 왔다. 이어 식품공장 담당자도 물량을 받았다고 답했다.소율은 도착 확인을 받은 수량에 줄을 그었다. 그사이 직원들이 다음 물량을 차에 실었다. 마지막으로 안쪽 선반의 16상자만 꺼내면 됐다.같은 날 밤 10시 47분, 냉동창고 안쪽 보관실.도현과 소율은 하역장에서 나눠 준 방한 장갑을 끼고 창고에 들어갔다. 바깥 출입문을 지나자 작은 대기 공간이 나왔고, 그 안쪽에 보관실로 통하는 자동문이 있었다.도현은 자동문 바로 밖에 운반대 두 개를 세웠다. 소율은 안쪽 선반의 상품 번호를 읽었다."위쪽 8상자는 이 운반대에 실어 주세요. 아래쪽 8상자는 옆에 놓고요. 품목이 달라요."소율이 번호를 짚으면 도현이 상자를 옮겼다. 차가운 포장을 안아 나르는 사이 코트와 셔츠 소매에 물기가 묻었다.밖에서 냉동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도현은 마지막 상자를 운반대 위에 올린 뒤 소율이 있는 안쪽으로 돌아왔다. 소율은 비어 있는 선반 아래까지 조명을 비췄다. 작은 상자가 뒤에 남으면 목록상으로만 출고되고 실제 물건은 놓칠 수 있었다.그때 자동문이 움직였다.드르륵. 쿵!열려 있던 문이 닫히자 도현이 얼른 작동 버튼을 눌렀다. 문은 덜컥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았다.선반 뒤로 들어간 소율이 잠깐 시야에서 사라졌다. 도현은 문에서 고개를 돌렸다."소율아, 잠깐만. 문이 안 움직여."낮게 부른 목소리에 소율이 선반 옆으로 나왔다. 손전등 불빛이 문 쪽으로 돌아왔다."밖에 불러 볼까요?""내가 부를게.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쿵쿵!도현이 장갑 낀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다. 밖에 있는 직원에게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였다."안쪽 문이 멈췄습니다. 운반대는 그대로 두시고, 설비 기사님께 알려 주십시오.""네! 기사님, 이쪽 문 좀 봐 주세요!"직원이 대답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1화

    같은 날 밤 10시 2분, 해담지사 냉동창고 하역장.부르릉.조합 냉동차가 하역장에 들어왔다. 운전석에서 내린 준호가 문도 다 닫기 전에 물었다."어디부터 실어요?""수협으로 갈 물량이요. 저쪽 팔레트입니다."소율이 가리키자 준호가 직원과 함께 수량표를 확인했다.뒤이어 온 생산자는 자기 물건이 적힌 목록을 보고 이를 악물었다."오늘 아침에 겨우 맞춰 넣은 건데. 이걸 또 꺼내야 해?"해나는 대답하기 전에 보냉 상자를 건넸다."살려야죠! 사장님이 새벽부터 준비하신 건데. 여기 이름이랑 수량 좀 같이 봐 주세요. 하나도 빠뜨리면 안 되잖아요."생산자가 상자를 받아 들었다. 화낼 시간이 아까워진 듯 곧바로 품목을 읽었다."이건 우리 거 열두 개. 위에 얹힌 건 옆집 거고.""네. 따로 표시할게요!"드르르륵.운반대 바퀴가 하역장 바닥 이음새를 넘었다. 숫자를 읽는 목소리 사이로 "지나갑니다!" 하는 외침이 잇달았다.소율은 창고 담당자와 함께 상태를 확인한 상자에 목적지 표를 붙였다. 먼저 꺼내 놓고 갈 곳을 찾게 두지 않았다. 차가 도착하고 냉동 온도가 확인돼야 해당 물량을 꺼냈다.도현은 기사에게 전달할 목록을 받아 출발 차량과 맞췄다. 직원이 한 팔레트를 엉뚱한 차 쪽으로 밀자 바로 앞을 막았다."이 물량은 식품공장입니다. 수협 차에는 이쪽을 실어 주세요.""아, 제가 잘못 봤네요!"직원이 운반대를 돌렸다. 소율이 뒤에서 다른 팔레트를 받쳐 길을 비워 줬다. 두 사람이 몸을 옮기는 순서가 정확히 맞았다.준호가 빈 운반대를 끌고 돌아와 소율 앞에 세웠다."오늘 생산자들 단체방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아십니까? 온담에서도 팔게 됐다고 다들 좋아했는데."그가 창고 안쪽을 보며 턱에 힘을 줬다."여기서 물건 날리면 그분들한테 할 말이 없어요.""그분들 좋아하셨다면서요. 아침에 버렸다는 연락부터 드릴 수는 없죠. 대표님, 다음 차도 부탁드릴게요."소율이 새 목적지 표를 붙이자 준호가 곧바로 운반대 손잡이를 잡았다. 해나는 출발할 기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0화

    소율이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밤 11시 24분.그녀는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역장 시계 아래에 시간을 붙였다."11시 24분까지 다른 창고에 넣어야 해요. 여기서 출발하는 시간 말고요. 받을 곳과 냉동차가 준비되면, 상태 확인을 마친 물건부터 옮기겠습니다."도현은 소율에게 촬영한 화면을 짧게 보여 줬다."수동 정지 기록입니다. 복구와 별도로 원본을 보존하겠습니다."소율의 시선이 버튼 사진에서 멈췄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범인부터 묻지는 않았다."누가 일부러 껐다는 말씀이세요?"소율이 낮게 묻자 도현도 목소리를 줄였다."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록부터 확보하겠습니다."그녀가 창고 문을 돌아봤다. 생산자들이 애써 준비한 물건들이 저 안에 있었다. 속에서 열이 올랐지만, 지금 따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네. 지금은 물건부터 지키죠."같은 날 밤 9시 36분, 저온창고 옆 사무실과 하역장.해나는 수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며 종이를 찾아 헤맸다. 소율이 재고표 뒷면을 내밀자 그 위에 바로 받아 적었다."사장님, 냉동고에 자리 좀 있을까요? 오늘 밤만이라도요. 네, 수산물도 있어요. 아, 받아 주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필요한 온도랑 수량 바로 보내 드릴게요."전화를 끊자마자 두 번째 번호를 눌렀다.수협에서는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식품공장에서도 비어 있는 구역을 내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물량이 남았다. 창고를 확보해도 옮길 냉동차가 필요했다.해나는 강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상자입니까?"총 186상자인데 나눠 보내야 해요. 대표님, 냉동차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냉장차 말고 냉동 온도까지 내려가는 차로요."–조합 차 한 대하고 생산자들 차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갈 곳은 정하셨고요?"수협하고 식품공장이요. 나머지는 더 알아보는 중이에요."–주소 보내요. 차 되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해나는 전화를 끊고 빈 목적지 칸을 봤다. 소율이 온담 공동 연락방에 긴급 상황을 올리고 있었다.메시지를 읽은 백세라가 곧바로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9화

    같은 날 화요일 밤 9시 24분, 해담지사 저온창고 앞.삐이, 삐이!창고 입구에서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온도 표시판의 붉은 숫자가 한소율의 눈에 들어왔다.[설정 온도 -18℃][현재 온도 -6℃]소율은 잠옷 위에 걸친 코트도 여미지 못한 채 표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창고 앞에 서 있던 당직 직원이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죄송합니다. 처음에는 경보만 잘못 뜬 줄 알고 확인하느라...""언제부터 냉각기가 멈췄어요?""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문 닫을 때까지는 돌아갔는데, 경보를 보고 내려와 보니 안 돌고 있었어요."직원의 목소리가 끝에서 떨렸다. 창고 안에는 새벽 출고를 기다리는 수산물과 가공식품 186상자가 있었다.소율은 직원에게 재고표를 받아 들었다. 새벽에 물건을 받으러 올 기사들, 출고 소식을 기다릴 생산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대로 아침을 맞을 수는 없었다.뒤따라 도착한 도현이 그녀의 열린 코트 자락을 잡아 주려다 손을 멈췄다. 직원 두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도현은 손을 내리고 설비 담당자에게 연락한 내용을 전했다."한 차장님, 설비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오시는 동안 전원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네. 보험 긴급 연락처도 부탁드려요. 윤 대리님은 수협 냉동고와 식품공장 창고에 연락해 주세요. 지금 받을 수 있는 곳부터요."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들었다.소율이 창고 손잡이 쪽으로 가는 직원을 불렀다."안쪽 확인은 담당자와 같이 할게요. 문을 계속 열면 온도가 더 올라가니 지금은 닫아 두세요.""네. 그런데 이거 다 버려야 하는 거예요?"소율은 바로 괜찮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공기 온도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상자 안의 상품 상태까지 알 수는 없었다."아직 몰라요. 안에 있는 물건 상태부터 봐야 해요. 지금부터 옮길 곳을 구할 테니까, 먼저 포기하지는 말아요."직원이 꾹 다물었던 입술을 풀었다."네. 제가 뭘 하면 될까요?"그녀는 재고표에서 가장 먼저 옮겨야 할 품목을 짚었다. 밤에 불려 나와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8화

    같은 날 밤 9시 10분, 관사 공용 세탁실과 201호.찰칵.도현이 201호로 들어와 세탁실 쪽 관리 문을 잠갔다. 건너오기 전에 복도 쪽 공용문이 닫혀 있고 세탁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소율은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친 채 소파 옆에 서 있었다. 자기 방에서 씻고 온 도현도 넥타이 없이 편한 셔츠 차림이었다.그의 빈손을 본 소율이 웃었다."오늘은 노트북 안 가져오셨네요.""어제는 가져와서 후회했거든."전날에는 퇴근 직전까지 마친 수정안에 품평용 포장 사진과 샘플 확인 내역을 덧붙여야 했다. 관사에서도 둘이 노트북을 펴 놓고 마지막 자료를 맞췄다.소율은 일을 마친 뒤 남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미팅이 끝나면 내일은 일찍 쉬자고 약속했었다. 어제 하다 만 질투 이야기도 그때 마저 하기로 했다.도현은 빈손을 들어 보였다."오늘은 일 안 해. 당신이 나 질투했다는 얘기만 들을 거야.""차 안에서도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또 듣고 싶어요?""응. 당신한테 직접."소율은 웃으며 다가갔다. 남편의 셔츠 앞자락을 가볍게 잡자 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싫었어요. 다른 여자가 도현 씨한테 관심 있다고 하고, 둘이 저녁 먹자고 하는 거요.""응.""거절할 거라는 건 알았어요. 그래도 보고 있으니까 싫더라고요. 제 남편인데."도현의 입가가 천천히 풀렸다.소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게 좋으세요?""많이.""강 대표님 얘기할 때는 웃지도 못하게 하셨으면서.""그러니까 당신도 나 좀 놀려. 지금은 둘뿐이잖아."소율은 남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더 보고 있으면 자기도 웃을 것 같아 먼저 입을 맞췄다.짧게 닿았다 떼려는데 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소율은 조금 떨어진 채 그의 눈을 봤다."왜요?""그걸로 끝내려고?""더 해 달라는 말씀은 참 길게 하시네요."소율이 웃으며 셔츠를 당겼다. 도현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숙였다.다시 입술이 닿자 소율의 손가락이 그의 어깨를 꼭 쥐었다. 허리를 받친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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