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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5 20:23:53

소율이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

밤 11시 24분.

그녀는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역장 시계 아래에 시간을 붙였다.

"11시 24분까지 다른 창고에 넣어야 해요. 여기서 출발하는 시간 말고요. 받을 곳과 냉동차가 준비되면, 상태 확인을 마친 물건부터 옮기겠습니다."

도현은 소율에게 촬영한 화면을 짧게 보여 줬다.

"수동 정지 기록입니다. 복구와 별도로 원본을 보존하겠습니다."

소율의 시선이 버튼 사진에서 멈췄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범인부터 묻지는 않았다.

"누가 일부러 껐다는 말씀이세요?"

소율이 낮게 묻자 도현도 목소리를 줄였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록부터 확보하겠습니다."

그녀가 창고 문을 돌아봤다. 생산자들이 애써 준비한 물건들이 저 안에 있었다. 속에서 열이 올랐지만, 지금 따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네. 지금은 물건부터 지키죠."

같은 날 밤 9시 36분, 저온창고 옆 사무실과 하역장.

해나는 수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며 종이를 찾아 헤맸다. 소율이 재고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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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간의 계약 연애   270화

    소율이 적힌 시간을 확인했다.밤 11시 24분.그녀는 직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하역장 시계 아래에 시간을 붙였다."11시 24분까지 다른 창고에 넣어야 해요. 여기서 출발하는 시간 말고요. 받을 곳과 냉동차가 준비되면, 상태 확인을 마친 물건부터 옮기겠습니다."도현은 소율에게 촬영한 화면을 짧게 보여 줬다."수동 정지 기록입니다. 복구와 별도로 원본을 보존하겠습니다."소율의 시선이 버튼 사진에서 멈췄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범인부터 묻지는 않았다."누가 일부러 껐다는 말씀이세요?"소율이 낮게 묻자 도현도 목소리를 줄였다."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록부터 확보하겠습니다."그녀가 창고 문을 돌아봤다. 생산자들이 애써 준비한 물건들이 저 안에 있었다. 속에서 열이 올랐지만, 지금 따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네. 지금은 물건부터 지키죠."같은 날 밤 9시 36분, 저온창고 옆 사무실과 하역장.해나는 수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며 종이를 찾아 헤맸다. 소율이 재고표 뒷면을 내밀자 그 위에 바로 받아 적었다."사장님, 냉동고에 자리 좀 있을까요? 오늘 밤만이라도요. 네, 수산물도 있어요. 아, 받아 주실 수 있어요? 감사합니다! 필요한 온도랑 수량 바로 보내 드릴게요."전화를 끊자마자 두 번째 번호를 눌렀다.수협에서는 일부를 받을 수 있었다. 식품공장에서도 비어 있는 구역을 내주겠다고 했다. 그래도 물량이 남았다. 창고를 확보해도 옮길 냉동차가 필요했다.해나는 강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상자입니까?"총 186상자인데 나눠 보내야 해요. 대표님, 냉동차 좀 구할 수 있을까요? 냉장차 말고 냉동 온도까지 내려가는 차로요."–조합 차 한 대하고 생산자들 차부터 확인하겠습니다. 갈 곳은 정하셨고요?"수협하고 식품공장이요. 나머지는 더 알아보는 중이에요."–주소 보내요. 차 되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해나는 전화를 끊고 빈 목적지 칸을 봤다. 소율이 온담 공동 연락방에 긴급 상황을 올리고 있었다.메시지를 읽은 백세라가 곧바로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9화

    같은 날 화요일 밤 9시 24분, 해담지사 저온창고 앞.삐이, 삐이!창고 입구에서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온도 표시판의 붉은 숫자가 한소율의 눈에 들어왔다.[설정 온도 -18℃][현재 온도 -6℃]소율은 잠옷 위에 걸친 코트도 여미지 못한 채 표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창고 앞에 서 있던 당직 직원이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죄송합니다. 처음에는 경보만 잘못 뜬 줄 알고 확인하느라...""언제부터 냉각기가 멈췄어요?""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문 닫을 때까지는 돌아갔는데, 경보를 보고 내려와 보니 안 돌고 있었어요."직원의 목소리가 끝에서 떨렸다. 창고 안에는 새벽 출고를 기다리는 수산물과 가공식품 186상자가 있었다.소율은 직원에게 재고표를 받아 들었다. 새벽에 물건을 받으러 올 기사들, 출고 소식을 기다릴 생산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대로 아침을 맞을 수는 없었다.뒤따라 도착한 도현이 그녀의 열린 코트 자락을 잡아 주려다 손을 멈췄다. 직원 두 명이 달려오고 있었다.도현은 손을 내리고 설비 담당자에게 연락한 내용을 전했다."한 차장님, 설비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오시는 동안 전원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네. 보험 긴급 연락처도 부탁드려요. 윤 대리님은 수협 냉동고와 식품공장 창고에 연락해 주세요. 지금 받을 수 있는 곳부터요."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전화를 들었다.소율이 창고 손잡이 쪽으로 가는 직원을 불렀다."안쪽 확인은 담당자와 같이 할게요. 문을 계속 열면 온도가 더 올라가니 지금은 닫아 두세요.""네. 그런데 이거 다 버려야 하는 거예요?"소율은 바로 괜찮다고 대답하지 못했다. 공기 온도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상자 안의 상품 상태까지 알 수는 없었다."아직 몰라요. 안에 있는 물건 상태부터 봐야 해요. 지금부터 옮길 곳을 구할 테니까, 먼저 포기하지는 말아요."직원이 꾹 다물었던 입술을 풀었다."네. 제가 뭘 하면 될까요?"그녀는 재고표에서 가장 먼저 옮겨야 할 품목을 짚었다. 밤에 불려 나와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8화

    같은 날 밤 9시 10분, 관사 공용 세탁실과 201호.찰칵.도현이 201호로 들어와 세탁실 쪽 관리 문을 잠갔다. 건너오기 전에 복도 쪽 공용문이 닫혀 있고 세탁실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도 확인했다.소율은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친 채 소파 옆에 서 있었다. 자기 방에서 씻고 온 도현도 넥타이 없이 편한 셔츠 차림이었다.그의 빈손을 본 소율이 웃었다."오늘은 노트북 안 가져오셨네요.""어제는 가져와서 후회했거든."전날에는 퇴근 직전까지 마친 수정안에 품평용 포장 사진과 샘플 확인 내역을 덧붙여야 했다. 관사에서도 둘이 노트북을 펴 놓고 마지막 자료를 맞췄다.소율은 일을 마친 뒤 남편의 볼에 입을 맞추며, 미팅이 끝나면 내일은 일찍 쉬자고 약속했었다. 어제 하다 만 질투 이야기도 그때 마저 하기로 했다.도현은 빈손을 들어 보였다."오늘은 일 안 해. 당신이 나 질투했다는 얘기만 들을 거야.""차 안에서도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또 듣고 싶어요?""응. 당신한테 직접."소율은 웃으며 다가갔다. 남편의 셔츠 앞자락을 가볍게 잡자 도현이 그녀를 내려다봤다."싫었어요. 다른 여자가 도현 씨한테 관심 있다고 하고, 둘이 저녁 먹자고 하는 거요.""응.""거절할 거라는 건 알았어요. 그래도 보고 있으니까 싫더라고요. 제 남편인데."도현의 입가가 천천히 풀렸다.소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게 좋으세요?""많이.""강 대표님 얘기할 때는 웃지도 못하게 하셨으면서.""그러니까 당신도 나 좀 놀려. 지금은 둘뿐이잖아."소율은 남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뻔뻔하게 웃는 얼굴을 더 보고 있으면 자기도 웃을 것 같아 먼저 입을 맞췄다.짧게 닿았다 떼려는데 도현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소율은 조금 떨어진 채 그의 눈을 봤다."왜요?""그걸로 끝내려고?""더 해 달라는 말씀은 참 길게 하시네요."소율이 웃으며 셔츠를 당겼다. 도현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숙였다.다시 입술이 닿자 소율의 손가락이 그의 어깨를 꼭 쥐었다. 허리를 받친 손이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7화

    같은 날 오후 1시 20분, 온담 품평회장 옆 상담실."28퍼센트에서 낮추는 건 검토하겠습니다. 대신 차 과장님이 운영 실무 연락을 맡아 주세요."세라의 말에 소율이 펜을 내려놓았다. 도현은 섣불리 답하지 않고 그녀를 기다렸다."물류와 비용 질문에는 차 과장님이 답변하실 거예요. 다만 저희 팀에서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는 제가 정하겠습니다."소율은 차분하게 말을 마친 뒤 해나의 명함도 앞으로 옮겼다."연락은 저희 세 사람과 온담 담당자가 함께 받는 방식으로 하죠. 차 과장님께 재고를 물으셔도 농가 확인은 윤 대리님이 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같이 알아야 빨리 답할 수 있어요.""저한테 바로 물어보시면 전화 한 번이면 끝날 일도 있어요."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돌고 돌아서 전달받으면 저도 같은 걸 다시 묻게 되더라고요. 출고 시간 놓친 다음에 연락받는 건 정말 곤란하고요."도현도 명함을 테이블에 놓았다."말씀하신 공동 연락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한 차장님이 담당 업무를 정해 주시면 그 범위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세라는 펜을 멈추고 소율을 봤다.공동 연락이 합리적인 건 이해했다. 거기에 차 과장과 자신만 따로 연락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 소율의 마음도 보였다. 오전에 명패를 옮기던 모습까지 떠올리자 이유가 더욱 분명해졌다.세라가 먼저 가볍게 웃었다."제가 차 과장님께 개인적으로 관심을 보인 게 신경 쓰이셨나 봐요."갑작스럽게 직접 묻는 말에 해나의 손이 멎었다. 소율은 펜을 다시 쥐지 않고 세라와 눈을 맞췄다."어제 배우자가 있다는 말씀을 들으셨죠. 앞으로 개인적인 제안은 하지 않으셨으면 해요.""네. 그 말씀은 어제 받아들였어요. 오늘 운영 담당을 요청한 건 업무 때문입니다.""그렇다면 일 이야기는 이 방식으로 정리하죠."소율이 세 사람의 연락처를 가리켰다.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가 궁금해졌지만 묻지는 않았다. 도현은 기혼자라고 밝혔고, 소율은 그에게 개인적인 제안을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여기서 더 파고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6화

    같은 날 오전 11시, 온담 품평회장 소비자 평가석.번호가 붙은 접시에 삶은 감자와 잘라 놓은 토마토, 조리한 미역이 나왔다. 생산지와 브랜드 이름은 모두 가려져 있었다.첫 접시를 받은 중년 여자가 감자를 한입 먹었다. 잠깐 씹어 보더니 소금 그릇으로 가던 손을 거뒀다."이건 그냥 먹어도 괜찮네. 우리 집에선 꼭 버터를 찾는데."옆에 앉은 남자는 다른 번호의 감자를 가리켰다."저는 이쪽이요. 샐러드에 넣을 거면 좀 단단한 게 좋아서.""아, 삶아 먹는 것만 생각했는데 그러네요."두 사람은 각자 고른 번호와 이유를 적었다. 소율은 멀찍이 서서 그 모습을 봤다. 취향이 갈리는 대목까지 알아야 어떤 상품으로 소개할지 정할 수 있었다.토마토를 먹던 여자가 안내 직원을 불렀다."끝나면 어디 건지 알려 주시는 거죠? 우리 애가 껍질 질기면 뱉는데, 이건 먹겠어요.""네. 평가가 끝난 뒤 공개하겠습니다.""그리고 큰 상자 말고 작은 것도 팔아 주시면 좋겠어요. 한 번에 많이 사면 결국 저 혼자 다 먹거든요."해나는 그 말을 바로 적었다. 생산자에게 전달할 메모였다. 맛있다는 칭찬 아래에 '소량 포장 요청'까지 큼지막하게 써넣었다.평가표를 모으고 번호를 공개할 시간이 되자 해나가 펜을 꼭 쥐었다.온담 직원이 화면에 품목별 결과를 띄웠다.해담의 세 품목은 모두 맛과 식감 항목에서 입점 기준을 넘었다. 감자와 토마토에는 구매 의향도 높게 나왔다.해나의 어깨가 확 내려갔다."하아... 다행이다."작게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소율에게는 들렸다. 소율도 웃으며 메모 위에 손을 얹었다."농가에 전할 말이 생겼네요.""네. 사장님이 전화 받자마자 점수부터 물으실 거예요. 사진 찍어 가도 되겠죠?"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만 오늘 20명의 평가가 전체 고객 반응을 보장하지는 않아요. 그 점도 같이 말씀해 주세요.""알겠습니다. 그래도 좋아하실 거예요. 적어도 맛없어서 못 판다는 말은 안 들어도 되니까요."해나는 평가표를 찍은 뒤 포장 비교용

  • 14일간의 계약 연애   265화

    다음 날인 화요일 오전 10시, 온담 공개 품평회장.한소율은 백세라의 옆자리에 놓인 명패부터 집어 들었다.[차 도윤 과장]그 옆에는 자신의 명패가 있었다. 긴 심사대의 좌석 순서는 백 이사, 차 과장, 한 차장, 윤 대리였다.소율은 두 명패의 위치를 바꿨다. 그리고 백세라 옆 의자를 빼 앉았다.드르륵.뒤따라오던 차도현이 바뀐 명패를 내려다봤다. 소율은 자기 옆자리에 자료를 놓으며 그를 봤다."차 과장님은 여기 앉으시면 돼요. 제가 계산 자료를 같이 봐야 해서요.""...네, 한 차장님."도현은 순순히 아내 옆에 앉았다. 명패를 옮긴 손끝에는 망설임이 없더니, 자신을 보는 눈은 평소보다 얌전했다.그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물 한 모금으로 눌렀다.해나는 마지막 자리에 샘플 목록을 내려놓다가 바뀐 배치를 알아챘다.​'아, 오늘 품평회 피바람 불겠네. 시작 전부터 기선 제압 살벌하다...'백세라는 두 사람의 명패를 번갈아 봤다. 어제 운영 협의를 염두에 두고 잡아 둔 자리였다. 차 과장이 기혼자라는 걸 알기 전에 마련한 배치였지만, 소율이 왜 굳이 두 사람 자리를 바꿨는지는 알 것 같았다.세라는 자기 앞에 놓인 펜을 돌리며 웃었다."한 차장님이 제 옆에서 직접 말씀하시겠다는 거죠?""네. 오늘 결정할 게 많으니까요.""좋아요. 그럼 도망갈 틈은 없겠네요.""서로요."소율도 웃었다. 해나는 두 여자 사이에 오가는 미소를 보고 가방에서 물병을 하나 더 꺼냈다. 오늘도 목이 자주 마를 것 같았다.같은 날 오전 10시 10분, 온담 품평회장 심사대.앞쪽 소비자석에 평가단 20명이 모였다. 직원들이 빈 접시와 평가표를 나눠 주는 동안, 세라가 해담상품의 판매 자료를 소율 앞으로 돌렸다."수수료를 낮추려면 계속 팔릴 거라는 근거가 필요해요. 해담은 기존 재구매율이 낮습니다. 이번에 302상자를 파신 건 알지만, 그분들이 다시 살지는 아직 모르잖아요.""다시 주문하고 싶다는 연락은 들어왔어요. 이쪽을 봐 주세요."소율은 추가 주문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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