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309번의 확인
309번의 확인
작가: 달빛열매

제1화

작가: 달빛열매
나는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한숨 자고 일어나자 아랫배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아직도 몸이 어딘가 낯설었다.

모든 것이 텅 비어 있었다. 푹 꺼진 아랫배도, 불 꺼진 캄캄한 이 집도.

나도 모르게 하이신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

새벽 3시가 넘었는데, 왜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느냐고 묻고 싶었다.

핸드폰 잠금을 풀고, 화면을 가득 채운 ‘확인’들을 본 뒤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났다.

거의 2년이 지났는데도, 나는 아직 하이신의 자동 답장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달칵-

현관 쪽에서 소리가 났다.

밖으로 나가자 젖은 옷을 벗고 있던 하이신과 마주쳤다.

하이신은 비에 흠뻑 젖은 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나서 말했다.

“선영이가 내가 만든 오리백숙 먹고 싶다길래 갖다주고 오는 길인데, 돌아올 때 비가 쏟아지더라.”

“이 시간까지 안 자고 뭐 해?”

“응.”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하이신이 욕실로 들어가며 지나가듯 물었다.

“오늘 병원엔 왜 갔어?”

이어서 드라이어를 꺼내 콘센트에 꽂고, 스위치를 눌렀다.

“아이 지우러.”

내 목소리는 드라이어 소리에 묻혔다.

하이신은 늘 이런 식이었다. 내 말을 들을 시간조차 남겨 두지 않았다.

나는 하이신의 목에 걸린 끈 목걸이를 흘끗 봤다.

붉은색이었다.

하이신이 흰 셔츠를 입으면 늘 안쪽에서 비쳐 보이는 물건.

한여름에도 재킷을 하나 더 걸칠지언정, 하이신은 그걸 풀 생각은 없었다.

고선영이 쇼핑하다 받은 사은품에 불과한 물건인데도 그랬다.

“당신의 결혼반지는?”

나는 문틀에 기대어 물었다.

하이신은 드라이어를 끄고 손으로 젖은 머리를 대충 쓸어 넘겼다.

“뺐어.”

“난 옥죄이는 느낌이 싫어.”

“그럼 목에 건 건 왜 안 빼?”

답을 알면서도 물었다.

“이건 다르지.”

하이신이 말했다.

“이건 부드럽잖아. 반지는 손에 걸리적거리고 불편하기만 해. 그런 걸 좋다고 끼는 건 너뿐이야.”

나는 다시 고개를 내려 약지의 반지를 보았다.

‘결혼반지라고...’

내 결혼반지는 진작 빼 두었다. 지금 낀 건 번화가 액세서리 가게에서 산 2천 원짜리였다. 큐빅도 어설프게 박힌 싸구려였다.

하이신만 눈치채지 못했다.

실은 그가 너무 오랫동안 나를 보지 않았고, 내 손을 잡은 지도 오래였다.

“됐고. 일찍 자.”

하이신은 내 정수리를 쓱쓱 문지르고는 돌아서서 손님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임신한 뒤로 우리는 한 침대에서 잔 적이 없었다.

하이신은 자기가 늦게 자서 내 잠을 방해할까 봐 그런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매일 밤 야근을 마친 고선영을 데리러 갔다.

둘이 밖에서 야식까지 먹이고, 다시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준 뒤에야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면 새벽 3시가 되어 있었다.

사실 집에 와서도 둘의 연락은 계속 이어졌다.

한번은 새벽 다섯 시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는데, 손님방 불이 아직도 켜져 있었다.

안쪽에서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낮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예전의 나라면 방에 들어가서 하이신에게 물었을 거다.

둘이 대체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오래 하느냐고.

세상에 그렇게나 나눌 이야기가 많냐고.

그렇다면 왜 나와 마주할 때는 늘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굴었느냐고.

이제는 다 중요하지 않았다.

내 핸드폰 화면이 갑자기 켜졌다. 지사 파견 계약 관련 안내였다.

나는 확인 버튼을 누르고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309번의 확인   제12화

    하이신은 B시로 돌아간 뒤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날마다 아내와 함께 살던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커튼을 모두 닫은 채 술병 더미 속에서 잠들고, 깨면 마시고, 취하면 다시 잠들었다.하이신은 그런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술기운으로 자신을 마비시키는 수밖에 없었다.적어도 꿈속에서라면, 아내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그리고 아직 아내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착각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하지만 나중에 하이신은 그것마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마 아내가 자신을 너무 미워해서, 꿈속으로도 들어와 주지 않는 것 같았다.심지어 가짜 희망 하나조차 베풀어 주지 않았다.하이신은 완전히 무너졌다. 스스로 자신을 과거에 가둔 채, 날마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앨범을 끌어안고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겼다.자해하듯 지난날을 끝없이 되새겼다.그때가 아름다울수록... 지금의 고통은 더 깊어졌다.방 안에는 독한 술 냄새가 가득했다. 하이신은 몽롱한 정신으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 문을 열자, 안에는 아내가 예전에 만들어 둔 만두가 아직 남아 있었다.누가 봐도 상한 지 오래되어 이미 곰팡이까지 피었다.그런데도 하이신은 차마 버리지 못했다. 아내가 너무 보고 싶을 때만 하나를 꺼내 아주 천천히 음미했다.그러고는 변기를 붙들고 속엣것을 다 게워 냈다.위액에 피가 섞여 나왔다.갈수록 토사물이 점점 더 붉어졌다.끝내는 순전한 핏덩이가 되었다.하이신은 더 이상 일어날 힘이 없었다. 팔다리를 힘없이 벌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이렇게 죽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더는 임가을을 그리워하지 않을 테니까. 어느 날 또 제정신을 놓고, 다시 아내를 찾아가고 싶어지지 않을 테니까.“가을아...”“보고 싶어. 보고 싶어...”“정말 너무 보고 싶어...”하이신은 그 몇 마디만 끝없이 읊조렸다.목이 아프고, 목소리가 갈라지고, 끝내 한마디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피 웅덩이에 쓰러진 하이신을 발견한 건 집

  • 309번의 확인   제11화

    하이신은 나를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늘 자존심 높던 하이신이 이 정도까지 할 줄은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그는 복도에서 지내기 시작했다.가끔 집으로 돌아오는 나를 우연이라도 마주치기 위해서였다.호텔에 방을 잡아 씻으러 갈 때도 하이신은 뛰어갔다. 혹시 내가 오는 시간을 놓칠까 봐 그 길에서 여러 번 넘어졌고, 무릎의 상처는 아물 날이 없었다.“그럴 필요 없어.”나는 또다시 하이신이 내민 아침 식사를 피했다.하이신은 말할 힘도 없어 보일 만큼 지쳐 있었다. 몸은 눈에 띄게 말랐고, 옷은 마른 몸에 헐렁하게 걸려 있었다.밖으로 드러난 손목은 뼈와 가죽만 남아 혈관이 선명했다.“가을아, 받아 줘...”“음식 버리면 아깝잖아. 그냥 먹어 주면 안 돼?”“내 마음 좀 편하게 해 줘. 부탁이야, 가을아. 나 정말... 정말 이상해질 것 같아...”나는 아침 식사를 하이신의 발치에 내던졌다.두유가 하이신의 바짓단을 적셨고, 찐빵은 바닥에 흩어져 먼지를 뒤집어썼다.“음식 버리면 아깝다며. 주워 먹어.”하이신이 나를 올려다보았다.“내가 먹으면, 나랑 몇 마디라도 더 해 줄 거야?”나는 대답하지 않았다.하이신은 갑자기 바닥에 쪼그려 앉더니, 더러워진 찐빵을 주워 곧장 입에 밀어 넣었다.입안이 꽉 찼다.뺨이 불룩하게 부풀었다. 삼키는 것도 몹시 힘겨워 보였다. 목울대가 몇 번이나 움직인 뒤에야 겨우 반쯤 넘어갔다.그는 힘겹게 씹으면서도 한 손으로는 내 옷자락을 조심스럽게 붙잡았다. 내가 떠날까 봐 두려운 듯했다.그 모습을 보니, 솔직히 하이신이 불쌍했다.“내가...”하이신은 마침내 전부 삼킨 뒤 말을 이었다.“만약... 가을아, 만약 네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면, 어떤 대가든 달게 치를게...”“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게...”나는 웃었다.“이혼해.”“더는 질척거리며 나한테 매달리지 마. 떠나. 앞으로 우리는 서로 보지 말고 살아.”“그럴 수 있어?”하이신은 꼭 제 발로 모욕당하러 오는 사람 같았다.

  • 309번의 확인   제10화

    나는 며칠 동안 하이신을 보지 못했다.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진 타지의 병원에서 돌봐 줄 사람도 없이 지내려면 꽤 힘들었을 것이다.차라리 그쯤에서 물러나길 바랐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이신은 다시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사옥 아래에서, 길거리에서, 끝내는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왔다.하이신은 신선한 생선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내게 밥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나는 막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었다. 술기운이 남아 있어서 하이신을 제대로 막지 못했고, 그는 그 틈을 타 집 안으로 들어왔다.머리도 어지러워서 나는 굳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대신 당연하다는 듯 하이신에게 시켰다.“해장국 끓여 와.”“발 씻을 물 받아와서 내 발 씻어 줘.”하이신은 오히려 신이 나서, 내 발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수건으로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주었다.사실 하이신은 원래 자상한 사람이었다.신혼 땐 퇴근할 때마다 김이 오르는 따끈한 밥과 국이 차려져 있었다.내가 피곤하면 손목 위에 따뜻한 수건을 올려 주었고, 눈이 아프면 온열 안대를 챙겨 주었다.다만 그 자상함의 대상이 나중에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 뿐.만약에, 정말 만약에 하이신이 한눈팔지 않았다면, 어쩌면 정말 평생을 함께했을지도 모른다.사랑했으니까.아무것도 재지 않고, 그렇게 순수하게 사랑했으니까.“그럼 이제 생선탕 끓일게.”하이신이 말했다.나는 소파에 쓰러지듯 누웠고 그대로 잠들었다.잠에서 깼을 때, 하이신은 아직도 주방에 서 있었다. 눈은 붉게 충혈된 채 냄비 속 생선탕을 지키고 있었다.나는 하품을 하며 졸린 눈으로 식탁 앞에 앉았다.하이신은 예전처럼 내게 그릇을 꺼내 주고, 숟가락을 가져다주고, 그릇에 국을 떠 주었다. 조심스럽게 내 머리를 묶어 주고, 이마 앞으로 흘러내린 잔머리를 핀으로 고정해 주었다.“됐어. 이제 가.”나는 담담하게 말했다.하이신의 눈에 상처받은 기색이 스쳐 갔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될까?”“네가 탕 다 먹는 것만 보고 갈게.

  • 309번의 확인   제9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이었다.나는 늘 그렇듯 회사에 출근했다. 사옥 아래에 막 도착했을 때, 하이신이 보였다.하이신은 길가 플라타너스 아래 쪼그려 앉아 있었다.검은 코트 하나를 걸쳤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턱에는 수염이 삐죽 자라 있었고, 눈은 감겨 있었으며,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나는 하이신의 옆을 지나쳤다.마른 잎 하나가 내 발밑에서 바스락거리자, 하이신이 화들짝 잠에서 깼다.졸음이 아직 눈에 남아 있었지만, 나를 보자마자 하이신은 비틀거리며 일어나려 했다.그러다 몇 번이나 넘어졌다. 옷은 나뭇가지에 걸려 찢어졌다.“가을아...”“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줘...”하이신은 뒤늦게 정신을 차린 듯 빠르게 따라왔다.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다.나는 하이신에게 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냥 들어가려던 때, 하이신이 갑자기 나를 끌어안았다.익숙한 우디 향기가 코끝을 감쌌다. 예전에는 나를 안심시켜 주던 냄새였다. 지금은 구역질만 났다.나는 힘껏 벗어나려 했다.하지만 하이신은 죽기 살기로 나를 붙잡았다. 팔은 쇠고리처럼 단단했고, 사람을 자기 뼛속까지 밀어 넣으려는 것처럼 꽉 끌어안았다.“보고 싶었어... 너무 보고 싶었어...”“2년 동안 너를 찾았어... 정말 미칠 것 같았어... 가을아, 나 용서해 줘...”“내가 잘못했어. 정말 잘못했어... 맹세할게. 다시는 너한테 그렇게 안 해. 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될까?”“나 정말 너 없이는 못 살아...”나는 하이신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냈다. 얼음칼 같은 눈빛으로 그 얼굴을 사납게 훑었다.하이신의 몸이 굳었다.이 남자가 멈춘 틈을 타 나는 힘껏 밀어내고, 한마디만 남겼다.“꺼져.”그러고는 사옥 안으로 들어갔다.그날 하루 종일 하이신은 밖을 지켰다.지사 동료들은 하이신을 본 적이 없었다. 다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창가에 붙어 눈밭에 선 사람을 살폈다.“저 사람 누구야? 왜 계속 저기 서 있어?”“밖에 영하 몇십 도인데

  • 309번의 확인   제8화

    한 달을 쉬고 난 뒤, 나는 새 회사에 출근했다.급여는 본사보다 훨씬 높았다. 나는 경력 많은 디자이너로서 주로 신입 직원의 교육을 맡았다.일상은 단순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 직원들을 가르치고, 시간이 나면 내가 좋아하는 도면을 그렸다. 생활은 꽤 여유롭고 편안했다.나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마트에 가고, 혼자 집에 머무는 데 익숙해졌다. 오랜만에 나에게 찾아온 고요한 시간을 즐겼다.일과 생활이 제법 균형을 찾았다.그렇게 2년이 흘렀다.지난 기억은 점점 흐릿해졌고, 하이신의 모습도 서서히 옅어졌다.나는 본부장으로 승진했다.승진한 날, 회사에서는 작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무대 위에 서서 아래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를 들으며, 나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조금 들었다. 자랑스러웠다.내게는 안정된 일이 있었고, 넓은 집이 있었고, 곁에는 좋은 동료들이 있었다.쉬는 날에는 근처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러 가고, 산책하고, 내가 좋아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누군가의 무성의한 한마디 때문에 밤새 잠들지 못하는 일은 이제 없었다.누군가의 치우친 애정 때문에 나 자신을 갉아먹는 일도 더 없었다.가끔 본사 동료들에게서 소식이 들려왔다.하이신이 나를 미친 듯이 찾고 있다고 했다. 모두 눈치껏 내가 지사로 갔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하이신은 세상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를 찾아 헤맸다고 했다.지난 2년 동안 하이신은 온 나라를 뒤졌다.하이신은 원래 다니던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었고, 나와 함께 살던 집도 정리했다. 작은 원룸 하나만 남겼다.집 안에 남아 있던 내 물건은 모두 상자에 담아 두었고, 어디를 가든 그 상자들을 들고 다녔다고 했다.고선영과는 완전히 연락을 끊었다고 들었다.고선영이 울고 매달리며 여러 번 찾아왔지만, 하이신은 차갑게 내쫓았다. 정이라곤 조금도 남겨 두지 않았다고 했다.고선영이 준 그 빨간 끈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 모습은, 다시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하이신은 결혼반지를 다시 손가락에 꼈다. 그새 살이 너무

  • 309번의 확인   제7화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나는 캐리어를 끌고 입국장을 지나 공항 밖으로 나섰다.마중 나온 사람들이 갖가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부둥켜안는 연인도, 웃으며 손 흔드는 가족도 있었다.나는 그사이를 지나쳤다. 조금은 쓸쓸했다.회사 부장님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집은 이미 준비해 두었고, 키는 경비실에 맡겼다는 내용이었다.나는 ‘확인했습니다’라고 답하고,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거리 풍경이 빠르게 뒤로 밀려났다.네온사인이 흐릿한 빛의 띠로 이어졌다. 온통 낯선 것투성이였다.집에 도착해 씻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그런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이 오지 않았다.도무지 잠들 수가 없었다.눈을 감으면 지난 장면들이 눈앞에서 번쩍이며 떠올랐다.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완전히 다 내려놨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그만큼 오래된 마음이니까. 그저 잊는 법을 배우고, 혼자인 삶에 천천히 익숙해지는 수밖에.어차피 잠이 오지 않아서 몸을 일으켰다. 핸드폰을 들고 차단 목록으로 들어가 하이신과의 채팅 기록을 열었다.나는 한 통씩 읽어 내려갔다.[자기야, 오늘 생선 사 왔어. 저녁에 들어와서 먹을래?][날씨 앱 보니까 오후에 비가 많이 온대. 나갈 때 꼭 우산 챙겨.][나 몸이 좀 안 좋아. 열이 나는 것 같은데, 오늘은 일찍 올 수 있어?][현장 쪽에 문제가 생겼어. 아무래도 내가 가서 확인해야 할 것 같아.][나 출발했어.][...]모든 메시지는 내가 보낸 것이었다.모든 메시지 뒤에는 외롭게 남은 ‘확인’이 붙어 있었다.나는 그 메시지들을 오래 바라보았다.하이신은 언제부터 내 메시지를 읽지 않았을까?하이신은 일이 바빴다고 했다. 메시지가 너무 많아 다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꼭 신경 쓰겠다고 했다.나는 그 말을 전부 믿었다.하이신이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보다’, ‘내가 바라는 게 너무 많은가 보다’, ‘내가 배려가 부족한가 보다’라고 생각했다.나는 더 의젓해지려고 애썼다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