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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도윤의 약점

Autor: 안나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18 05:54:44

도진의 눈빛이 바로 달라졌다.

“확인됐습니까?”

“아직.”

“그럼 소문 아닙니까.”

“단순한 소문이라고 보기에는 움직임이 이상해.”

도진은 말없이 들었다.

도진의 입가에 천천히 미소가 번졌다.

“재미있네요.”

“어떤 여자일까요?”

“그걸 알아내야지.”

도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봐.”

진만의 목소리가 느려졌다.

“현성그룹에서 귀한 딸을 태하에 시집보내는데.”

“…….”

“결혼할 남자가 따로 숨겨둔 여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도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한 회장이 좋아할 리 없겠죠.”

“그렇지.”

“특히 그 여자가 단순한 몇 번의 만남이 아니라면.”

“더 좋고.”

진만의 입가에 얇은 미소가 번졌다.

차가웠다.

“도윤이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면 한 회장 입장에서는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어.”

“혼담을 미룰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사이.”

도진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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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3화. 완벽한 계약

    "뭐……?" “태하와 현성.” 도윤은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렸다. “우리의 결혼은 두 집안에 필요한 결혼이지.” “…….” “사업적으로 서로 도움이 되고, 양쪽 집안 모두 원하는 결과가 있으니까 하는 거야.” 서희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졌다. “그걸 내가 몰라서 여기 앉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럼 더 간단하겠네.” “뭐가요?” “굳이 사랑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할 필요 없다는 거.” 서희의 눈빛이 변했다. “오빠.” “약혼을 공식화하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어.” 도윤이 말했다. “하지만 약혼식을 서두르지는 않을 거야. 결혼도 마찬가지고.” “…….” 서희는 한동안 그를 바라봤다. 아까까지의 설렘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서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떤 여자예요?” 도윤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어.” 서희의 자존심이 순식간에 상했다. “내가 알 필요가 없다고요?” “그래.” 서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보다 뭐가 그렇게 대단한 여자예요?” 도윤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한서희, 그만해.” 서희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아득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무엇인가를 가져보지 못한 적이 없었고, 완벽하고 교양 있는 재벌가 영애로서 이미지를 철저히 쌓아온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의 은밀한 치부가 발가벗겨졌다는 사실에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었다.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2화. 결혼이라는 거래

    토요일 오후 세 시. 서울 도심의 특급 호텔. 한서희는 전용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을 썼다. 몸의 선을 우아하게 살려주는 연한 아이보리색 원피스. 그 위에는 얇은 캐시미어 코트를 걸쳤고, 귀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했다. 길게 웨이브를 넣은 머리카락은 한쪽 어깨 뒤로 자연스럽게 넘겼다. 화려했지만 과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재벌가의 며느리로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희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서희는 양가 어머니들이 의논했던 약혼식 이야기를 꺼낼 생각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들어섰다. 오늘은 약혼을 도윤과 의논하는 날이었다. 결혼식은 조금 늦어져도 상관없었다. 일단 약혼이 공식화되면 된다. 그 순간부터 자신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차도윤의 약혼녀가 된다. 그리고 언젠가는— 태하그룹의 안주인이 될 여자. 그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VIP 룸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자— 먼저 와 있던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짙은 회색 슈트에 옅은 회색 넥타이. 평소와 다름없이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왔어?”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방금 왔어.” 도윤은 자연스럽게 서희의 의자를 빼주었다. “앉아.” 서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런 남자였다.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1화. 오늘만은 연인처럼

    늦은 오후. 태하그룹 전무실. 비서실장 김민철이 건네준 두툼한 서류 봉투 위로 도윤의 시선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한서희의 사생활과 최근 동선, 그리고 은밀한 만남까지 낱낱이 파헤쳐진 조사 보고서와 몇 장의 사진. 그것을 한참 동안 말없이 쳐다보던 도윤의 미간이 잘게 으스러졌다. 청담동의 프라이빗 멤버십 클럽. 여러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있는 서희.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자리에 서 있는 차도진. “계속 확인해.” “네.” 내일 오후 3시, 서희와의 약속이 잡혀 있었다. 어머니 이명희 여사는 자신의 완고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결국 약혼을 강행하고 공식화할 터였다. 그것을 받아들이면, 수아를 보내야 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서희와 약혼한 상태에서 다른 여자를 자신의 집에 두고 살 수는 없었다. 적어도, 도윤에게도 그 정도의 선은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도윤은 선택해야 했다. 수아를 이 펜트하우스에서 내보내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 당연한 수순을 떠올리는 순간, 도윤의 가슴속에서는 알 수 없는 지독한 답답함과 함께 미쳐버릴 것 같은 광기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이 여자를 내 눈앞에서 치워버린다고? 수아가 내 울타리를 벗어나, 다른 남자들의 시선이 닿는 곳을 활개 치고 다닌다고……?’ 생각만 해도 눈이 뒤집힐 것 같은 소유욕이 온몸의 피를 거칠게 역류시켰다. 절대로 그럴 수 없었다. 도윤은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서랍 깊숙이 거칠게 밀어 넣었다. 그리고 홀린 듯 수아에게 전화를 걸었

  • 3년 그리고 다시 5년   80화. 변수가 된 여자

    도윤의 표정이 완전히 굳었다. “그건 안 됩니다.” “왜?” “수아와 같이 살면서 서희와 약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그 여자를 내보내.” “아직은 싫습니다.” 두 번째였다. 이번에는— 더 분명했다. 서재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명희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을 바라봤다. 처음이었다. 아들이 자신의 의견에 대놓고 싫다고 한것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이명희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쾌감이 치밀었다. 이수아.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런데 그 여자가— 서른두 해 동안 한 번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지 않던 아들을 바꾸고 있었다. “도대체 그 아이가 뭐길래.” 이명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도윤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수아는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는데 네가 이래?” “어머니.” “네가 언제 나한테 싫다고 한 적 있었니?” 도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명희의 목소리가 조금씩 날카로워졌다. “내가 너한테 필요하다고 한 것 중에 네가 이렇게까지 거부한 게 있었어?” 없었다. 도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깟 여자 하나 때문에—” 그 여자를 두고 자신과 맞서고 있었다. 이명희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너 정말 그 여자한테 마음이라도 있는 거니?” 도윤의 눈썹이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9화. 처음으로 거역한 아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윤의 차가 한남동 본가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도윤은 현관으로 들어서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호출이었다. 저녁 일정 비우고 집으로 와. 할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며칠 전 어머니가 자신의 펜트하우스에 다녀간 뒤— 도윤 역시 그녀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도련님 오셨습니까.” 어머니의 개인비서 이실장이 다가왔다. “어머니는?” “서재에 계십니다. 회장님은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아직 귀가 전이시고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 문을 열자 이명희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차가 준비되어 있었지만 손도 대지 않은 듯했다. “왔니?” “네.” “앉아.” 도윤이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명희가 아들을 바라봤다. 곧장 본론을 꺼냈다. “서희하고 약혼부터 하자.” 도윤의 눈빛이 멈췄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가 아니야.” 이명희는 차분했다. “너와 서희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오갔어. 결혼 날짜를 바로 정하기 어렵다면 약혼부터 공식화하면 돼.”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저한테 시간을 주시기로 하지 않으셨습니까?” “줬잖아

  • 3년 그리고 다시 5년   78화. 처음 하는 거짓말

    “그런데 너 요즘 어디서 지내?” 지아가 불쑥 물었다. 수아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뭐?” “옥탑방.” “아…….” “거기 아직 살아?” 수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나 같으면 무서워서 못 들어가. 그 미친놈이 거기까지 알고 있었잖아.” “응.” “설마 아직 거기 사는 건 아니지?” 수아의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말해야 할까. 지아에게만큼은—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 지금 어떤 남자랑 같이 살아. 그런데 그다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결혼할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없어질 때까지만 같이 있기로 했어.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지아라면 당장 자신의 손을 잡을 것이다. 짐 싸. 나랑 거제 내려가. 그러고도 남을 친구였다. 무엇보다 수아 자신이 부끄러웠다. 평생 평범한 사랑을 꿈꿨으면서— 지금 자신이 선택한 관계는 자신이 꿈꾸던 것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정리했어.” 결국 거짓말이 나왔다. 지아가 눈을 크게 떴다. “집을?” “응.” “그럼 지금 어디 있어?” 수아는 손가락을 꼭 맞잡았다. “대학교 친구 집.” “친구?” “응. 잠깐 신세 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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